〈 14화 〉 13화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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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번에 시현이 비키니를 사러 갔다 온 후에 나에겐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시현이가 나를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것.
저번에 끈 비키니 입히려고 했을때 느꼈던 짜릿한 느낌을 다시 받고 싶다.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에다가필요하다면 약간의 폭력도 괜찮을지도..?
물론 난 마조가 아니고 서브미시브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그때의 그 짜릿한 느낌을 다시 받고 싶은 것일 뿐.
근데 그렇다면 계획을 세워야겠지..?
단순히 화를 내는게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나를 경멸하는 느낌이려나..?
다만 진짜로 나를 경멸하면 안되고.. 내가 한 짓을 경멸해야 된다.
물론 내가 한 짓에대한 경멸이 나에 대한 경멸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좀 가벼운 거여야지.. 장난치는 느낌으로.
딱 어제 끈 비키니 사건같은 느낌?
그렇다면 어떤 짓을 해야될까..?
일단 조건부터 만들자. 어떤 짓을 해야 되는지.
일단 쓰레기 짓을 해야 된다. 그래야 시현이가 날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보겠지.
이게 첫번째 조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길가던 다른 사람을 갑자기 때린다면 시현이는 아까 말했던 대로 날 경멸하겠지.
그렇다면 일단 두번째 조건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내가 갑자기 쓰레기장에 몸을 던진다면.. 시현이가 날 쓰레기로 보겠지..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이 방법이면 뭐.. 나 자체를 경멸하지는 않....나?
근데 경멸하든 말든 애초에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럼 세번째 조건으로 미친 짓이 아닌 짓으로 하자.
그러면.. 내가 만약 시현이의 가슴을 만진다면.. 시현이는 처음엔 부끄러워하다가 화를 내겠지..?
시현이가 화를 내는 순간 사실상 내 목적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화를 내는것을 넘어서 경멸하는 수준까지 갈순 있겠지만.. 그러면 다시는 못돌아온다.
그러면 네번째 조건은 시현이를 화나게 하지 않는것으로 하자.
일단은 그럼 이 네가지 조건으로 갈까. 만약 뭔가가 잘못되게 있으면 수정하면 되는거고~.
1. 쓰레기 짓이어야 하고,
2.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며,
3. 미친 짓은 아니어야 되고,
4. 시현이가 화낼만한 짓도 아니어야 한다.
음.. 그러면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시현이한테 그냥 대놓고 내 목적을 말하는거..?
날 좀 쓰레기 보는 눈으로 봐달라고 하는거지.
이러면 1번조건을 무시할수는 있겠지만..
음.. 이 방법은 아닌거같다.
시현이가 이런 부탁을 들어줄리도 없고.. 인위적으로 내가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어진 거랑 자연적으로 내가 쓰레기 짓을 해서 만들어진 거랑은 크나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거기다가 왠만하면 시현이가 내가 이런걸 바란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몸으로 한번 해볼까..?
내가 또 몸쓰는거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시현아 잠깐 산책갈래?"
"응? 뭐.. 그래!"
웃으며 수락하는 시현이. 귀엽다.
"어? 저기 펀칭볼이다. 나 저거 쳐볼래~."
"....갑자기?"
물론 일부러 저거 할려고 여기 길로 온거지만.. 알려서 좋을 건 없지.
"그냥 갑자기 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펀칭볼 앞에 섰다.
후.. 좋아.. 생각한 대로만 가자.
펀칭볼과 나의 거리는 대략 3발자국.
원래는 한발자국 걸음과 동시에 한바퀴 돌아서 두발자국을 내딪고 멋지에 펀칭볼을 후려쳐야 하지만..
지금은 쓰레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게 핵심이니 두발자국 걸음과 동시에한바퀴 돌아서 세발자국째에 펀칭볼과 부딪치고 쓰레기같이 넘어진다.
완벽한 계획이야.
가자!
한발자국..
두발자국...
세발....
잠깐만시발! 두발자국때 스핀을 했어야 됐는데....... 지금이라도 할까..? 이제 와서 멈추긴 좀 그런데..
그래! 아직 안늦엇어! 지금이라도 스핀하자..!
하지만 이미 세번째 발자국 딛기 위해서 다리가 반정도 와있는 상태.
스핀하기엔 이미 늦었지만.. 그때의 나는 모르고 있었다.
어..? 잠깐만 몸이 기울어 지는데..?
야..! 잠깐만.. 이거 ㅈ된거아냐?!?!
"지..지은아!"
시현이가 놀라서 급히 달려오지만 어림도없지 ㅋㅋ
어설프게 스핀을 하려다가 내 몸은 중심을 잃어서 바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곧바로 등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커..커헉!"
"지..지은아! 괜찮아?"
괜..찮겠냐..시..발 숨이... 안..쉬어져....
근데.. 말이..안나와..서..못..전하겠어...
일단 손가락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잠시뒤.
심호흡을 한 끝에 어느정도 회복했다.
잠깐만.. 근데 생각해보면 쓰레기 같은 짓은 성공한거 아닌가..?
내 예상보다도 훨씬 쓰레기같았는데?
이거.. 일단 내가 다쳐서 걱정하러 와줬지만.. 이제 좀 진정됐으니 나를 쓰레기같은 눈으로 볼 차례인가..?
"풉..!"
?
"푸흡..! 뭐야..이게..! 엄청 자신만만해하더니...... 푸하하하하하!
....
음.. 왜 웃지..?
내가 웃겼나?
뭐..근데 이건 이거대로 좋네.
저 모습이 된 뒤로 시현이나 맘놓고 웃은걸 본적이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웃어주니 다행이네..
그사이 몸을 일으킬 정도로는 회복한 나는 시현이를 안아주었다.
잠시 뒤.
"후우..후우..........풉..푸흡..."
심호흡하더니 다시 웃는 시현이.
근데 그렇게 웃겼나..?
저렇게까지 웃으니 약간 상처받는데..
칫. 다섯번째 조건을 걸어야겠군. 시현이를 웃기게 해선 안된다는것.
좋아. 그럼 집가서 다시한번 생각하자.
시현이는 지금 씻는중. 그렇다면 지금이 다음 방법을 생각하기에 최적의 기회다.
일단 조건을 다시 정리해볼까.
1. 쓰레기 짓이어야 하며,
2.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고,
3. 미친 짓은 아니어야 되고,
4. 시현이가 화낼만한 짓도 아니어야 하고,
5. 시현이를 웃기면 안된다.
좋아. 저 조건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음..
없는데?
아니..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간 나의 머리가 고작 이거밖에 안된다고?
분명 방법이 있을거야..
일단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린다는 선택지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간이 사실상 무한인것은 다행인 점이긴 한데..
난 먼 미래따위는 관심없다. 지금 당장 시현이가 날 쓰레기 취급하길 바랄뿐.
좋아. 이딴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에 방법이나 고민하자.
아니 이거 근데 방법이 있긴하냐?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이거 그냥 저번처럼 어쩌다 그런 상황이 오기를 기도해야 되나?
아니야. 난 포기하지 않는다.
"저..지은아. 나 다씻었어. 너도 얼른 씻어."
좋아. 샤워하면서 생각하자.
음......
"저..지은아..? 샤워를 몇시간째 하는거야.. 벌써 두시간반 지났어.."
벌써?
어쩔수 없군. 일단 나가서 생각하자.
음..
"지은아.. 안자? 벌써 1시 지났는데."
좋아. 일단 자고 생각하자.
음.. 잠에서 깨자 뭔가 내 품 안에서 작고 부드러운게 느껴진다..
보나마나 시현이일텐데.. 왜 내품에서 자는거지?
나야 좋지만..
헤헤..시현이 부드럽당... 그리고 너무 귀여워.. 평생 지켜주고 싶..
아..아니야! 시현이는 내 보호를 받아야 될 사람이 아닌 날 쓰레기 보는 눈으로 봐야 할 생명체라고..!
후.. 하마터면 유혹에 빠질 뻔했군.
아니 근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나오는데..
뭐.. 그런다고 별수있나...
오늘 정오까지만 고민해보고 안되면 그냥 포기하자.
잠시 뒤. 시현이가 일어났다.
근데 왜 내 눈치를 살피는거 같지..?
기분탓이겠지?
무시하고 좀 더 고민을 하고 있더니 시현이는 부엌으로 나갔다.
나도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갈까.
오늘 아침은 3분카레+햇반. 전형적인 요리치들의 아침인가.
뭐..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흠..차라리 저번의 그 끈 비키니 사건을 비슷하게라도 재현해볼까..?
아니야.. 이미 한번 했던 사건이 재발하면 효과가 거의 없을거야.
그럼그냥 차라리 덮쳐? 효과는 확실할텐데..
아니 그러면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거잖아..
"지은아.. 밥 안먹어..?"
"어..? 응! 먹어야지!"
밥먹는 내내 시현이는 왠지 내 눈치를 보고있다.
아까 그 느낌은 착각이 아닌가보군.
근데 왜 내 눈치를 보지..?
뭘 잘못했나?
그러더니 시현이는 밥 다먹고 날 껴안더니 자기 방으로 도망쳤다.
..?
너무 귀엽다..!
그래... 뭔 저런 귀여운 생명체에게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을 하게 만들 생각을 하냐~.
그냥 포기하자.
흠.. 그럼 이제 평소대로 시현이랑 놀고 싶은데.. 시현이가 방에 문닫고 들어가버려서 들어가기 좀 그러네.. 뭔가 내 눈치를 보는거 같기도 하고..
그냥 점심먹을 때까지 기다리자.
"시현아~ 점심먹자~."
"...응. 좀 이따 갈게."
점심은 무려 3분짜장+햇반. 시발..
그런데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시현이가 와서 날 껴안았다.
"저기.. 시현아..?"
놀라긴 했지만 뭔가 시현이 표정이 비장해 보여서 가만히 있었다.
"지..지은아.. 어제부터 왜그래..? 뭔가 심각한 일 있어?"
엥..?
"어..? 갑자기 뭔 심각한 일?"
"아니.. 어제부터 혼자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길래.. 뭔가 엄청 심각한 일이 일어난줄 알았지.."
어..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엄청 귀엽긴 한데.. 뭔가 미안하네..
이거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를 해야 되겠는데..?
"저..저기 시현아.. 사실.."
"..응?"
사실대로 밝히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시현이가 나를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