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14화 사과
* * *
"저..저기.. 시현아. 내가 잘못했어.. 문좀 열어줘."
시현이가 방에 틀어박힌지 벌써 두시간째..
아무리 불러도 미동조차 안하는거보니.. 단단히 화난거 같은데..?
아니 근데 솔직하게 사과했으니.. 용서해줘도 되는거 아닌가?
음..어차피 이따 저녁먹을때는 나와야 될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릴까?
근데 그걸 기다리기는 너무 긴데.. 가뜩이나 오늘 밤은 엄마랑 자는 날이잖아.
역시 당장 나오게 만들어야겠어..
그렇다면 뭘로 나오게 만들지?
1. 시현이가 나올만한 미끼를 뿌린다.
2. 시현이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대가리를 박고 있는다.
근데 시현이가 나올만한 미끼가 있나?
사실상 있으면 1번이고 없으면 2번이네.
시현이가 좋아하는게 뭐더라..?
음식류는 점심 먹은지 얼마 안돼서 소용이 없고..
그럼 또 좋아하는게..... 나?
음.. 그러면 선물있으니 열어보라 하고 그 선물이 나인걸로..?
근데 그러면 더 크게 화낼거 같은데..
흠..그렇다면.. 화도 못낼만큼 당황시켜볼까..?
근데 어떻게 당황시키지..?
음....
좋아! 이거다!
(시현이 시점)
이지은.....
내가 그렇게나 걱정하고 또 걱정했는데......뭐?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
진짜....진짜...미워!
"저..저기.. 시현아. 내가 잘못했어.. 문좀 열어줘."
흥.. 내가 열어줄줄알고?
물론 저녁먹을 때쯤 되면 나가겠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좀 해보라지.. 흥.
뭐.. '성의'를 좀 보인다면야.. 못 열어줄 것도 없긴 하지만..
근데.. 생각할수록 열받네..
아니 고작 그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근데 더열받는건.. 그걸 또 심각한 고민하는 중인걸로 착각한 나 자신..
으으..진짜.. 두고보자......
그런데 그때.
쿵!
이건.. 문앞에 뭔가를 놓는 소리?
"시현아.. 엄청 대단한 선물 준비해놨어..! 나와서 열어봐! 나는 안방에 들어가 있을게."
음..?
엄청 대단한 선물?
바로 나가보고 싶긴 하지만... 이거 무조건 함정인데..
일단 안방으로 걸어가는 발소리가 안들린다.
음..수면 양말 신어서 그런건가..?
확실히 올때도 발소리가 안들리긴 했지..
하지만 그래도 방심은 안된다.
내가 저 사악한 생명체에게 당한게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10분 정도만 기다려보자.
음.. 10분이 지나도 아무런 소리도 안들리는거 보면.. 아까 안방간게 맞는거 같네..?
그럼 한번 나가볼까..?
그 대단한 선물이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문을 살짝열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다!
그리고 앞에 생각보다 엄청큰 상자가 있다.
"오.. 진짜 엄청 크네..?"
이렇게 큰 상자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게 들어있을까..?
헤헤.. 기대 된다.
근데... 왜 뭔가 불안하지..?
아 모르겠다~ 일단 상자 열고 보자~.
그리고 그 안에는..
"선물은 바로 나였어! 시현아!"
?
.......뭐지?
싸우자는 건가..?
"지금 이게 뭐하자는.."
근데.. 그때 지은이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친..! 뭘 입고 있는 거야..!
지은이가 입은 것은 무려 리본 끈.
알몸에 리본 끈으로 온몸을 두르고 목 부분에 리본이 만들어져 있다.
"헤헤..시현아~ 놀랐어? 아무리 그래도 선물인데 아무런 장식도 없이 줄순 없어서.. 리본 끈으로 장식했어!"
음..
굳.
인정.
본인이 자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예쁘다..
(지은이 시점)
(상자 안)
아.. 더워죽겠다..
이 더운 날씨에 벌써 몇분째 상자 안에 있는거야?
심지어 상자가 좁아서 편히 앉지도 못해..
아니....슬슬 나올때 된거 같은데..?
아니 그냥 아예 안 나올 생각인가?
아.. 너무 더운데..
지금 땀으로 샤워를 하고있다.
이거 그냥 포기하고 나가야 되나?
참고 기다렸는데 진짜로 안나오면 어떡하지..?
그래..나가자.
그런데 그때.
철컥!
어? 나오나? 드디어?!
"오.. 진짜 엄청 크네..?"
하하..! 계획 성공!
그리고 시현이가 상자를 열자..바로 튀어나가면서 외쳤다.
"선물은 바로 나였어! 시현아!"
.....
"지금 이게 뭐하자는.."
내 복장을 본건지 시현이의 말이 끊겼다.
헤에.. 시현이 표정이 볼만한데..?
기대>놀람>짜증>당황 으로 변하네.. 귀여워라~
"헤헤..시현아~ 놀랐어? 아무리 그래도 선물인데 아무런 장식도 없이 줄순 없어서.. 리본 끈으로 장식했어!"
근데.. 이런 복장은 시현이가 해줘야 되는데..
내가 해봤자.. 역효과나 안나면 다행인 수준이려나..?
뭐.. 그래도 시현이 표정보면 먹힌거 같긴 하네.
"자~ 시현아~."
난 포옹하자는 의미로 팔을 벌렸다.
"...흥. 치사해.."
불평은 하지만 그래도 순순히 와서 포옹은 해준다. 귀여워라..
진짜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근데 이거.. 생각해보니.. 나 땀 엄청 흘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아니 뭐야..? 엄청 끈적끈적해..!"
"어..음..미안. 너가 늦게 나오길래 이 더운날 상자 안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니.."
"...그래서 내 잘못이라고..?"
시현이가 날 째려본다. 너무 귀엽다~.
"그럴리가~ 그냥 불평좀 한거야~."
뭔가 마음에 안드는듯 하지만 뭐라 더 하지는 않네..
"나 너무 더운데 목욕하자 시현아~. 너도 마침 나랑 포옹해서 젖었잖아."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어..?"
응..?
아니.. 그건 아닌데...
내가 땀을 엄청 흘렸다는 사실도 잊고 너랑 포옹을 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근데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개쪽팔릴거 같다.
그럼 일단은 긍정해야지.
"뭐.. 그렇지?"
"뭐..좋아. 이번만은 내 책임도 어느정도 있으니까.. 같이 씻자."
나이스! 역시 시현이!
"근데.. 내가 진짜 안나가면 어쩔 생각이었어?"
음.. 나도 거의 한계 직전이어서 나갈뻔 하긴 했지만..
시현이한테는 왠지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음~ 그럴리가 없잖아~? 내가 널 얼마나 잘 알고 있는데~."
"...흥."
헤헤.. 시현이 볼 빨개졌당.. 너무 귀여워~!
"아~ 기분 좋다... 이게 인생이지~."
"...나쁘지 않네."
욕조가 좁아서인지 시현이가 내 위에 앉아있는 모양새지만 오히려 좋다.
헤헤.. 부드러웡..
너무 부드럽다..!
..이거 왠지 지금이라면 진도 좀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뭔가 숨소리가 거칠어지는거 같은데..?"
칫.. 일단 모른척 해야겠다.
"응? 뭐가?"
"아닌가..? 그럼 됐어."
아.. 근데 여기서 끝내긴 좀 아까운 기회인데..
단둘이 이렇게 알몸으로 붙어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어?
여기서 진도좀 빼야된다. 미래를 위해..!
일단 가슴부터 만져보자.
"..손 가만 냅둬."
".."
아니.. 얼마나 움직였다고 그러세요.. 너무 예민한데..
이러면 은근슬쩍 만지는 작전이 불가능한데..!
..역시 믿을건 이번에도 돌직구인가!
가자!
"시현아.."
"안돼."
....
"저기.. 일단 내용은 듣고 결정하시는게.."
"어차피 가슴만지게 해달라는 거잖아.."
"어? 아닌데..?"
"아니라고..? 그럼 뭔데?"
"가슴 빨게 해줘."
퍼억!
"커헉!!"
시현이의 팔꿈치가 내 옆구리에 직격했다.
"자..잠깐만.. 이거 좀 쌔게 친거 같은데..?"
시현이가 당황한듯 말했다.
좀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저번에 쌩쇼하다 넘어진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근데 지금 시현이는 내가 매우 아픈줄 알겠지..?
이거 잘 이용하면.. 가슴 빨 수 있을지도..?
일단 바로 메소드 연기 들어간다.
"수..숨이 안쉬어져.."
"괘..괜찮아..?"
"아니.."
"그..미안해..실수로 너무 쌔게 친거같아.."
너의 그 개미만한 힘으로 세게 쳐 봤자지만.. 일단 지금은 가만 있자.
음.. 근데 그렇다고 진짜 가만 있긴 좀 그러니까 심호흡 하는 척이나 하자.
시현이는 나때문에 저렇게 됐다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네~ 귀여워라..
"좀 괜찮아졌어..?"
원래부터 괜찮았지만..
"응."
"미안해.."
"그럼 가슴 빨게 해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어어.. 갑자기 옆구리가 너무 쑤신데.. 왜 이리 아프지..?"
"아...아니..그래도..."
"아.. 갑자기 숨도 잘 안쉬어져..이거 어떡하지..?"
"...아...알았다고! 빨게 해주면 되잖아..! 빨게 해주면!"
히히.. 성공! 이게 메소드 연기지!
"헤헤.. 그럼 잘먹겠습니다~."
덥석!
"히익?!"
쪼옥..쪼옥..
헤헤..맛있다..
"자..잠깐만.. 이거 느낌이 좀 이상한데.."
쪼옥..쪼옥..
"잠깐.. 좀..놔봐.. 뭔가 이상하다니까..!"
난 사실상 강제로 가슴 빠는걸 금지당했다.
"아니..빤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
"30초는 지났어.."
엥..? 그런가?
뭐..좀 아깝긴 하지만.. 이정도면 나쁘진 않았던거 같네.
"뭐.. 그건 그렇고.. 이제 볼일 다 봤으면 슬슬 나가자."
"응."
"잠깐.. 시현아. 아까 그 옷을 다시 입는건 좀 아니지. 내 땀에 젖었잖아."
"음.. 그런가?"
"그건 빨고.. 대신 이거입자!"
물론 당연히 내가 꺼낸건 동물잠옷.
저번이랑 같은거면 좀 그러니 이번엔 곰으로 가져왔다. (저번엔 고양이)
"뭐.. 알았어. 대신.. 알지?"
"물론이지~."
물론 저 조건은 나도 입는거.
시현이 동물잠옷을 보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냐~.
그리고 여름인데 동물잠옷이면 미친짓 아니냐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우리집은 에어컨이 너무 빵빵해서 오히려 춥다.
아까 박스 안 같은 상황이 아니면 기본적으로 땀 흘릴 일은 없다고 봐야지..?
시현이도 그걸 알아서 그냥 군말없이 입는 거겠지. 부드럽기도 하고..
헤헤..동물잠옷 시현이.. 오랜만에 보지만 역시 귀엽다!
"시현아~ 이리와!"
너무 귀여워서 포옹을 해야겠다.
시현이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와서 안겼다.
꼬옥
"헤헤.. 너무 좋다..시현아~."
".......나도."
..?
시현이가 지금 동의한거야..?
급하게 고개를 내려 시현이를 봤지만 이미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뒤였다.
저 말을 할때의 얼굴을 봐야 되는데..
제길.. 내 실수다..!
뭐.. 지나간 일은 제쳐두고..
얼굴 파묻은건 아마 부끄러워서 일부러 그런거겠지..? 귀여워라~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근데.. 머리 쓰다듬다보니 배고프네..
"슬슬.. 저녁먹을 시간인데 뭐먹을까?"
"...햄버거."
아.. 피자 먹고싶은데..
아니 근데 저렇게 귀엽게 말하는데.. 안들어줄수가 있겠냐고.. 이건 반칙이잖아..
이거..빨리 내성을 쌓든가 해야지..
"그래~햄버거 먹자~."
"헤헤.. 햄버거.."
근데 이거 쌓을수 있냐..?
진짜 너무 귀여워 죽을거 같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