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7화 놀이공원(2)
* * *
"지은아..괜찮아?"
괜찮겠냐..
"괜..찮아.."
흠.. 남자들이 말하는 Gao is my life 라는 말이 뭔지 약간 알거 같은 느낌이다.
죽어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가 않네..
"그럼 이제 다시 돌아다니자!"
그와중 얜또 왜 이리 하이텐션이야... 내가 토한지 얼마나 됐다고..
하지만 지금 시현이를 거스르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수가 없기에 조용히 시현이의 뒤를 따라갔다.
"나 저거 해볼래!"
"저거?"
고개를 돌려보니 그쪽엔 인형 뽑기 기계가 있었다.
"..갑자기?"
물론 나야 놀이기구 안타면 좋긴 하지만 좀 뜬금없네..
"아..아니..그.. 한번 해 보고 싶어서~."
그런가?
뭐.. 확실히 한번 해 보고 싶을순 있겠지. 근데 왜 이리 수상하지..?
지금 시현이 모습은 인형 뽑기를 해 보고 싶다는 순수한 느낌..은 아닌 것 같고..
아마.. 그냥 가지고 싶은 인형이 있는 거겠지..?
근데 그걸 나한테 말하긴 쪽팔린 거고.
근데 뭔 인형이길래 쪽팔린 걸까..?
흠.. 시현이가 달려가는 방향을 보면 저 인형뽑기 기계인데.. 저 기계에 시현이가 가지고 싶어 할 만한 인형이......저거인가.
기계 한쪽구석을 차지하는 엄청 큰 곰 인형이다.
1미터는 되겠는데? 그정도면 시현이의 대략65%정도의 키다.
뭐.. 그래도 확실히 귀엽긴 하네..
근데 시현이가 훨씬 귀여운데..
그나저나.. 고작 곰 인형 갖고 싶은 게 뭐가 그리 부끄럽다는 건지..
시현이가 당당하게 나왔다면 나도 별생각 없었을 텐데.. 이렇게 나오면 나도 예의상 놀려 줘야 되잖아..
역시 시현이는 내 예상대로 그 곰인형을 뽑으려고 한다.
"시현아~. 저 곰인형 뽑고 싶은 거야?"
"아..아니.. 그냥 한번 건드려만 보는 거야.."
"흠.. 그래?"
"음..근데 한 인형만 너무 많이 건드려보는 거 아냐?"
"아..아냐."
"음.. 내 눈엔 시현이가 저 곰인형을 너무나도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아..아니 그냥.. 구석에 큰 인형이 떡하니 있는 게 거슬려서 없애볼려고.. 그런 거야."
...변명 너무 허접한거 아닌가..?
근데 오히려 좋다.
예전부터 느끼는 건데 시현이는 어설프게 변명할 때가 제일 귀여운 것 같기 때문에..
그 허접한 변명을 깨부수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음.. 그래? 그럼 뽑으면 바로 버리겠네? 커가지고 가지고 다니기도 힘들 테고.."
"아..아냐.. 들고 다닐 거야.."
"그 무거운걸 굳이? 이런 더운 날에?"
"..그.. 버리면 쓰레기 나오잖아.."
언제부터 그런걸 걱정했다고..
"걱정마. 엄마한테 부탁해서 재도 안남게 없애버릴게."
"아..아니..그.."
"그럼 그렇게 버리면 되지?"
"아..안돼..!"
당황해서 막는 모습 개귀엽다..
"왜?"
"그..그.. 곰이 자기 버리지 말아달래.."
..?
"..곰이?"
"......"
시현이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너무 부끄러웠는지 대답을 못하고 있다.
진짜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이렇게 귀여울땐 좀더 놀려줘야지~
"시현아. 곰이 그랬어? 자기 버리지 말아달라고?"
".....몰라.. 흥."
"아이구~ 시현이 삐졌어? 이리와~."
"..흥."
안아주려고 팔을 벌리니 그래도 와서 안겨준다.
헤헤..부드럽다..
"뽑기 마저 하게 놔줘.."
"뭐.. 알았어~."
어차피 더 안아밨자 땀때문에 끈적했을테니 바로 놔줬다.
"자. 그럼 다시 뽑아봐. 그 귀여운 곰돌이 인형을."
"...."
시현이는 말없이 인형을 뽑는다.
흠.. 근데 시현이 인형 뽑기 왜 이리 못하냐?
진짜 드럽게 못하는데?
"시현아.. 그.. 포기하는 게 어때?"
"아냐.. 좀만 더하면 뽑을 수 있어.."
슬슬 불쌍해진다.
마음같아선 내가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아마 시현이보다 더 못하지 않을까..?
도박..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인지 살면서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그래도 한번 해볼까?
"시현아 나와봐. 내가 해볼게."
"응? 너가..?"
역시 시현이도 놀랍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이거 꽤나 어려울텐데.."
"괜찮아. 그냥 한번 시도만 해보는거지."
"알았어."
성공해버렸다.
바로 되네..?
"어..성공해버렸네..?"
...
뒤를 돌아보니 시현이가 어이없음+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내가..내가 몇십번이나 했었는데.. 단 한번에."
아니..놀리려 했는데.. 저렇게 짜증내면 못놀리잖아..
"아니..시현아 그...... 어쩌겠어~ 내가 너무 대단한 탓인걸~."
하지만.. 내 사전에 못놀린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리고.. 딱히 내가 잘못한건 아니잖아..?
".........흥."
역시 크게 화는 안내내. 하지만 그래도 풀어주긴 해야지.
"자. 시현아 이거 줄테니 화풀어~."
뽑은 곰인형을 건네줬다.
"....."
"어때? 귀엽지?"
"..응."
아이구~ 귀여워라..
곰인형보다 너가 훨~씬 귀여워..!
누가 봐도 매우 기뻐하고 있지만 내 앞이어서 내색은 안하고있는 귀여운 시현이를 쓰다듬어줬다.
"........다음 코스는 롤러코스터야."
..?
"아..아니..시현아 왜그래.. 곰인형 뽑아줬잖아!"
"그렇게 인형 한번에 뽑을 정도로 대단한 너는 롤러코스터따윈 아무것도 아닐거 아냐.."
어.. 망했다!
자뻑 적당히했어야 했는데..
"어..저기.. 시현아. 살려줘.."
"안돼."
아니 또 왜 이렇게 단호해.. 내가 뭘 그렇게 큰 죄를 지었다고..
하.. 망했네..
일단 눈감고 어떻게든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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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재밌었다~."
"허억..허억.. 드디어 끝났다..."
같은 롤러코스터인데 이렇게 상반되는 반응이라니..
"시현아.. 좀 쉬자.. 살려줘.."
"안돼. 다음 코스는 후룸라이드야."
아니 왜이래요.. 나한테..
그래도 후룸라이드는 탈만하다..!
솔직히 단순 속도만으로는 롤러코스터의 1/10도 안될거다.
근데 문제는 지금 나는 탈진상태여서 그것도 힘들거같다는 점이지..
뭔가..뭔가 휴식을 취할 계기가 필요해..!
"저기.. 너무 취형이셔서 그런데 혹시 번호좀 주실수 있으신가요?"
오..! 나이스!
헌팅 좋다!
시현이에게 거절하는 실전겸 시간끌기.
이번만큼은 착한 헌팅 인정합니다.
그럼 좀 떨어져서 시현이 대처를 볼까.. 가스총도 있으니 알아서 할 수 있겠지.
"아..아뇨! 저기.. 그쪽 분한테 한 고백인데요..?"
응..?
나?
시현이를 냅두고?
어..이거 생각보다 열받네..
감히 시현이를 냅두고 나한테 고백해?
"저기 혹시.. 안구 관련 질병을 앓고 계신가요?"
"..네?"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리에 놀라는 헌팅남.
"아..아뇨.. 완전 멀쩡한데요..?"
"그럼 혹시 뇌질환 같은거는..?"
"아뇨.. 그것도 없는데요.."
음.. 근데 어떻게 나한테 고백을 하지..?
내가 적당히 예쁘다는건 알고있지만.. 옆에 시현이가 있는데..?
시현이에 비하면 난 오징어아닌가?
"저.. 그래서 대답은요..?"
"음.. 개소리 하지말고 꺼지세요."
"어..넵..!"
그래도 다행히 귀찮게 굴지는 않네.
"시현아.. 힘들다 좀만 쉬자.."
"칫..알았어."
오.. 헌팅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고마워..! 헌팅남!
쌍욕을 박고 쫓아냈던 헌팅남에게 감사하며 근처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후아~ 시원하다~ 에어컨 만든사람은 진짜 노벨평화상 줘야할거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시현이도 노벨평화상 줘야할거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어? 뭐라고?"
무지성 동의하려다가 뒤늦게 깨달은시현이 귀엽당..
"시현이도 노벨평화상 줘야 할거같다고."
"아니.. 뭔소리야.. 내가 뭔 노벨평화상이야.."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다..
"세계의 평화에 기여한 사람한테 주는게 노벨평화상이잖아?"
"뭐.. 그렇지?"
"시현이는 귀여움으로 세계 사람들을 단결시켰잖아!"
".....음..그래서 다음 코스를..T.."
"아..알았어! 항복!"
진짜 빨리 집으로 가든가 해야지.. 내가 시현이한테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
참을수가(?)없어서 시현이를 껴안았다.
"꺅?! 뭐..뭐하는거야! 사람들 보는데..!"
"괜찮아. 아까 입구에서 점원이 우리 대하는거 봤지? 그냥 사이좋은 자매처럼 보일거야."
"아..아니 그래도 부끄러운데.."
그래도 거절은 안하네..? 진짜 너무 착한거 아냐?
"헤헤.. 부드럽다.."
"이..이제 됐어. 놔줘."
ㅠ
놔주자마자 시현이는 내 반대쪽으로 가더니 곰인형을 끌어안았다.
....
저거 진짜 나 모에사 시킬려는 건가?
심장에 무리가 가는거 같은데..
"그건 그렇고.. 뭐 안먹어?"
어.. 벌써 점심먹을 시간이네?
"시현아. 뭐 먹고싶은거 있어?"
물론 보통은 내가 먹고 싶은걸 먹지만 지금은 시현이의 비위를 맞춰줘야 된다.
"파인애플 피자."
..?
어.. 망했는데..
메뉴에 없겠지..? 그렇게까지 유명한 제품도 아니고..
있네?
망했네?
"하..하하.. 난 점심 굶을게.."
"그럼 이거 누가 다먹어? 난 반도 못먹는데.."
"버리면 되지~.."
시현이의 눈빛이 가늘어지지만 딱히 더 뭐라 하지는 않는다.
내가 안먹겠다는게 자기가 뭐 어쩌겠어.
"음~ 맛있다~."
음.. 진짜 맛있게 먹네.. 저렇게 먹으니까 나도 먹고 싶어지는데..
아니야..! 저건 파인애플 피자야! 지옥이라고!
아니..그래도 굶어죽는 것보단 낫지않을까..?
..어? 그러면 파인애플만 빼서 먹으면 되는거 아닐까..?
물론 파인애플 피자에서 파인애플을 뭐가 남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평범한 피자맛은 나지 않을까?
바로 간다.
아.. 가망이 없다.
이미 피자에 파인애플 과즙이 스며들어있어..
물론 파인애플 있는거보다는 낫지만 폐기물보다 쓰레기가 낫다고 해서 쓰레기를 먹을순 없지 않은가..?
굶어야겠다..
그래도 진짜 아무것도 안먹으면 죽을거 같아서 츄러스 하나 시켜먹었다.
"이번엔 저거 타자!"
시현이는 도대체 언제쯤 하이텐션에서 벗어날까..
그리고 또 뭔 지옥같은 코스일까 싶어서 고개를 돌렸더니..
범퍼카가 보였다.
"어..? 뭐야.. 범퍼카? 감당할수 있겠어?"
"뭐..다 죽어가는 여자 한명정도야.. 감당 못할것도 없지..?"
호오.. 시현이 도발 좀 하네..?
좀 치나보지?
근데..나도 누군가한테 범퍼카로 져본적이 없는 사람이야.(처음 탐)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범퍼카에 탑승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