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18화 놀이공원(3)
* * *
3....2.....1....간다!
.......쾅!
..응?
시작하자마자 시현이에게 전속력으로 박았는데....
뭐야 이거.. 왜이리 약해?
내가 생각했던 파워의 반도 안나왔는데..?
시현이도 박는 순간에 잠깐 쫄더니 예상보다 충격이 약하다는걸 깨달았는지 우쭐대는 표정을 짓는다.
마치 '뭐야? 겨우 이거밖에 안돼?' 라고 비웃는듯한 표정..
근데.. 이상하게 짜증이 안나네? 그것보단 우쭐대는 시현이 귀엽당..
아.. 그나저나 진짜 너무 느리다.. 이런 속도론 뭘 하지도 못하겠는데..
그냥.. 시현이랑 산책하는 느낌으로 같이 다녀야겠다..
뭐..그렇게 생각하니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나쁘지 않네.
"시현아~ 재밌었어?"
"....아니. 너무 느려서.. 재미없었어.."
역시..!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하.. 그러면 결국 시현이랑 나랑 같은 마음이었다는 거잖아?
기분 좋당..
"그래서.."
응?
뭐지.. 뭔가 불안한데..
"롤러코스터 한번만 더 타자."
아.. 망했군.
아니 근데 롤러코스터를 도대체 얼마나 타는거야?
다른 빠른 것들도 많은데..
아..진짜 내가 다시 여기 오나봐라..
하지만 이 내가 같은짓에 세번이나 당할 사람은 아니지.
롤러코스터를 덜 무섭게 타는법 정도야 이미 터득한지 오래다.
2번째에는 어설프게 눈만 감고 탔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각이 차단되면 다른 감각들이 더 예민해진다고 하던데, 그것때문인지 눈 안감았을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무서운것같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눈을 감아도 지금이 평지인지 오르막길인지 내리막길인지는 당연히 느껴지고.. 그렇다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간다..
고로 눈을 감아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필요한건...
주의를 돌릴 무언가겠지. 내 관심사를 다른데로 돌리는거다.
하지만 어지간한 걸로는 안된다. 다른 곳에 아예 시선이 안 갈 정도로 집중할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건.. 힘들여 찾을거 없이 옆에 있지. 바로 시현이.
다만.. 바로 옆에 있다고 해도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할수 있는건 극히 제한적이다.
음..
일단 내 계획은 평지나 오르막길에는 평소대로 눈을 감는다. 그정도는 참을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리막길에선.. 시현이를 아름다운 외모를 감상하거나.. 시현이의 손을 잡거나.. 포옹..은 못하겠지.
단순히 보기만하는건 좀 약한거 같은데..포옹은 안전벨트 때문에 못하고.. 그럼 손잡고 가자.
눈감고 손잡은채로 시현이 생각을 하다보면 괜찮겠지.
좋아 가자!
좋아! 다행히 뒷자리다!
이제 안전바 내리고 손만 잡아달라고 하면 된다..!
"시현아.. 손좀 잡아줘.."
"응..? 왜? ....설마 무서워서?"
어.. 이렇게 나올줄은 몰랐는데.. 이거 긍정해야되나..?
아니야.. 절대 그럴순 없다. 내 자존심을 걸고..
그렇다면..
"아니~? 연인이니까 손잡는거야 당연한거지~."
제발.....제발 통해라..!
"싫어. 더워.. 그리고 아까 롤러코스터 탈때는 안잡았으면서 이제와서..?"
큭..! 정론이다.. 연인이라고 해서 이 더위에 구태여 손을 잡을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빨리 다음 이유를 생각해야돼..!
벌써 오르막길에 진입했어..
빨리....빨리... 생각해..!
아니..하.. 이 무더위에 굳이 손을 잡아야 될 이유를 어떻게 찾아?!
아..그럼 어떡하지..? 이대로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되나? 아니면 자존심을 버리고 시현이에게 빌어야되나? 아니.. 자존심>목숨인데..그럼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맞는.....
잠깐만 c bal...이제 내려갈 시간이잖아!
"시..시현아! 무..무서우니까 손좀 잡아주..꺄아아아아아아악!!"
결국.. 한발자국 늦어버렸다..
"우웁! 우웨에엑.. 웨엑..."
"저기..지은아.. 괜찮아?"
아니..이 자식이.. 이게 누구 때문인데.. 아니 애초에 상식적으로 한번 토했으면 같은곳엔 다시 데려가질 말아야 되는거 아닌가..?
진짜 내가 절대 용서 안한다.. 이 일은 뼈도 안남을 때까지 우려먹어주지..
근데 갑자기 시현이가 안겨오더니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날 보면서 말했다.
"지..지은아..내가 미안해.. 화풀어..응?"
음..좋아. 용서해주지.
아니 저 얼굴로 울먹이면서 부탁하는데 어떻게 안들어주냐고..
매일 봐서 내성이 쌓이긴 커녕 점점더 귀여워진다..
이걸 어떡하지..
일단 내 품에 안겨있는 이 귀여운 생명체를 껴안아주었다.
"지은아..근데...."
"..응?"
"내리막길 가기 직전에.. 무서우니까 손잡아달라고 하지 않았어?"
어.. 생각해보니까..그랬었네..?
이런 망할....일단..여기선 무조건 잡아떼야된다..
"응..? 뭔소리야? 내가 언제 그랬어?"
제발..제발.. 어렴풋이 그렇게 들린거기를.. 그래서 제발 '그런가?' 하고 넘어가주기를..!
"거짓말마.. 내가 똑똑히 들었어. 무서워서 손잡아달라고.."
아..진짜 아까부터 왜이러냐..시현아..
"헤헤..우리 지은이 무서웠어요?"
....뭐?
'우리' 지은이?
헤헤..우리 지은이래.. 기분 좋다...
이거 왠지 이대로 시현이가 날 온전히 시현이의 것으로 만들어줘도 괜찮....
헉..! 뭔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을.....
말도 안되는건 아닌가..?
지금은 일단 이 사태를 해결해야지.
"시현아...... 그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자. "
"응? 싫어. 내가 ㅇ..."
"무덤까지 가지고 가자?"
오랜만에 진심을 담아 말했다. 상당히 빡친 것처럼 느껴졌겠지.
"으..응."
헤헤..내가 화난줄알고 주늑든 시현이 귀엽당..
이 귀여운 생명체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러자 시현이도 날 껴안는다.
"...흥."
.....진짜 너무 귀엽다..!
잡아먹고 싶을 정도인데?
근데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갈 시간인가.
"시현아 슬슬 돌아가자."
"응."
그대로 출구쪽으로 갔다.
"나 저거 해보고 싶어!"
응..?
지금 더 할만한게 있나?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기념품 가게가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기념품 가게는 아니고 총쏴서 맞춘 번호에 해당하는 기념품을 가지고 가는 가게.
근데.. 시현이 총 잘쏘나?
아마 높은 확률도..드럽게 못쏘겠지..
그럼에도 쏴보고 싶다는건.. 아까처럼 가지고 싶은게 있는 거겠지.
근데..이번엔 아무리 찾아봐도 가지고 싶어할만한게 없는데..?
일단 좀 지켜볼까.
역시.. 진짜 드럽게 못쏜다..
그리고 드럽게 못쏴서 도대체 어딜 노리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진짜로 그냥 한번 해보는 건가?
좀만 더 지켜볼까..
오! 드디어 하나 맞췄다!
그것도 엄청 맞추기 힘들어 보이는 걸로!
그리고 시현이 반응을 보니.. 의도했던 번호가 맞나보네..?
덤덤한척 하려하는것 같은데..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질 못하고있다. 귀여워라~.
근데 뭔 상품이지?
조그만 상자인데..
저기에 뭐가 들어있길래..?
그렇게나 맞추기 힘들게 해놨던거 보면 아마 꽤나 대단한 상품일거 같은데.. 뭘까?
그런데 시현이는 그걸 받더니 바로 밖으로 나갔다.
뭐야.. 안열어보나?
재미없게..
"지은아..따라와.."
..응?
갑자기 길을 틀어서 골목으로 간다.
저긴 왜가는 거지..?
으슥한 골목길. 어둡진 않지만.. 상당히 외진곳에 있다.
굳이 여기로 올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자연적으로는 올리가 없는곳.
근데 이런곳으로 날 왜 데려온거지..?
"시현아. 여긴 왜 왔어?"
시현이는 좀 뜸을 들이더니 나에게 아까 받은 상자를 주었다.
"자."
"응..? 이게 뭔.."
....반지였다.
아마 진짜는 아니겠지만 은장식과 약간의 금장식이 어우러져있는 꽤나 예쁜 반지였다.
"어머나.. 날 위해서 뽑았던 거였어? 기쁘네.."
사실 지금 당장 시현이를 껴안고 싶지만.. 그래도 분위기상 가만 있어야지.
"..사랑해."
..?
이거 시현이가 말한거야..?
내가 말한건 아닌데.. 그럼 주위에 사람이.. 시현이밖에 없다. 즉. 시현이가 말한거다.
결론이 내려지자 이성이 마비되었다.
"꺄아~ 너무 귀엽다~ 우리 시현이. 어떻게 이런 귀여운 생각을 했어? 이 언니 감동먹었어~."
바로 껴안고 속사포처럼 말을 꺼냈다. 자연스래 날 언니라고 칭한건 덤.
"으..숨막혀.."
지금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 아가 시현이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다니..
헤헤.. 너무너무 귀엽당..
그렇게 한동안 껴안았다.
"음.. 그려면 이제 반지를 착용해볼까?"
"응."
음.. 근데 예쁘긴 하지만 누가봐도 싸구려다. 애초에 이런 곳에서 판다는것 자체가..
하지만 시현이가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같은걸 알리가 없지..
그리고 그래서 더 문제다. 이걸 안끼면 시현이의 순수한 호의를 거절하는 꼴이 되어서..
하..이거 어떡하지..
그런데 다행히도..
"어.. 이거 손가락 크기가 달라서 못끼겠는데..?"
"엥..? 그..그래..?"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 시현이.. 귀엽당.. 풀죽은 토끼 보는것 같아..
아..근데 이거 어떡하지..?
타이밍 좋게 반지 사이즈가 달라서 살긴 했지만.. 시현이가 순수한 호의로 준 반지를 버리기도 좀 그렇고..
일단 방에다 두자.
그리고 시현이는 어떻게 달래주지?
아..그래!
"시현아. 어차피 이런 곳에서 파는 반지가 좋은 반지는 아닐거 아냐?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 우리 커플링 맞추러 가자!"
아예 지금 반지를 맞춘다.
그럼 시현이도 마음이 풀리겠지..?
"그..그거 비싼거 아냐..?"
아이구.. 이 나에게 다른것도 아니고 고작 돈걱정이라니..
"괜찮아. 내가 모아둔 돈이 꽤 되거든."
엄마가 부자다보니까 용돈도 많이주셨는데 쓸데가 없어서 전부 저축만 했더니 어느새 엄청난 금액이 되어있었다.
커플링 하나정도는 무리없이 살수 있을 만큼..
"그럼..가자!"
그렇게.. 예정에는 없었던 커플링을 사러 출발했다.
물론 지하철역까지 20분정도 걸은 후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