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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TS되었다-26화 (26/117)

〈 26화 〉 24화 ­ 집가는길

* * *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

오늘 하루 많이 걷기는 해서인지 아까부터 시현이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시현이를 위해 한마디 해줬다.

"시현아 다리 아프면 손잡이라도 잡고 버텨."

난 정말 순수한 호의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너..지금 나 놀리는거지?"

왠지 시현이가 굉장히 짜증이 난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뭔 소리야? 내가 널 왜 놀려?"

"나 키 작아서 저 손잡이 못잡는거 알면서..그런 말을 해?"

엥..

저거 못잡아?

"아니..이걸 못 잡는다고..? 이렇게 쉬운걸?"

혹시 여기 지하철만 손잡이 위치가 좀 높은건가 싶어서 한번 잡아봤지만 정말 쉽게 잡혔다.

그리고 동시에 시현이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그래! 못잡는다고! 키가! 작아서! 그렇게! 쉬운걸! 못잡는다고!!!"

"저..저기..시현아..소리좀 줄이면 안될까..?"

"아~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소리 줄여달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구나? 별로 미안하지도 않나봐? 키랑 반비례해서 인간성을 잃어버린건가?"

..??

뭐야..시현이 매도 왜 이리 잘하냐..?

그 말 더듬던 시현이 맞나?

어쨌든 이 느낌..나쁘지 않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느끼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겠지.

"시현아..미안해. 진짜 모르고 한 말이었어.."

이건 사실이다. 진짜 호의로 한 말이었는데..

근데..아까 화내는거 보니까 보통 상황이 아닌거 같은데..

사실상 시현이가 화낸건 최초아닌가?

근데..시현이가 화낸건 처음이어서 대처법도 모른다..

제발..별일없이 지나가기를..

"그..그..나도 미안해..순간적으로 욱해가지고.."

오..?

바로 풀렸네..?

"그럼 이제 화 풀린거지 시현아?"

"흥..화난적 없어.."

헤헤..부정하는 시현이 귀엽당..

그나저나 좋게 끝나서 다행이긴 한데..

시현이의 매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만큼 웃는 시현이도 귀여우니까..일단은 넘어가자.

그전에 정리좀 해둘까.

이번 사태로 알게 된 사실은 크게 4가지.

1. 시현이는 키에 민감하다. 잘못 건드리면 파국에 치닫는 상황에 빠질수 있다.

2. 정도를 넘어서면 시현이도 화를 낸다.

3. 시현이는 화났을때 큰소리를 지르거나 비꼰다.

4. 적당히 사과하면 바로 풀린다.

음..정리하고 보니까 왜이리 빈약하지..?

특히 3번은 뭔가 '내일 날씨는 맑거나 흐리거나 눈오거나 비가 옵니다.' 라는 말같은 느낌이 나는데..

그리고 2번은 사람이면 당연한거 아닌가..?

그리고 4번도 확실하진 않다.

..라기보단 아직 샘플이 너무 적어..

확실히 시현이가 화를 낸 시간은 실제 시간으론 20초도 안되니까..

그럼 어떡하지?

시현이를 또 화나게 만들고 싶진 않은데..

아 모르겠다~

나중 일은 나중의 나한테 맡기자.

일단..

아까 시현이가 소리친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에 칸부터 옮겼다.

잠시 뒤.

"시현아. 그러고 보니 다리 많이 아파?"

"응. 매우 아파."

하긴..아까부터 서있기만 했으니.

아무리 시현이가 가볍다고 해도 저 얇은 다리로 몸을 지탱하려니 부담이 많이 가긴 하겠지.

"시현아. 정 다리 아프면 저기 노약자석에라도 앉는게 어때?"

"아..아니..아무리 그래도 저기 앉기는 좀 그렇지.."

시현이의 저 얇은 다리를 보면 아무도 뭐라 안할거 같은데..

그래도 확실히 좀 찔리긴 하겠지.

"그럼 내가 업어줄까?"

물론 진심은 아니다.

당연히 시현이의 거절하는 반응을 보고 싶어서 한 장난일 뿐이다.

근데 만약에라도 시현이가 업어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시현이의 다리를 위해서라도 업어줘야되나?

근데..진짜 엄청나게 부끄러울 텐데..

"..지하철에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다행이군.

뭐..근데 애초에 상식적으로는 거절하는게 맞긴 하니까..

근데 그럼 시현이 다리는 어떡해..

오..! 마침 저기 자리가 생겼다.

"시현아! 저기 앉아. 자리 비었다."

"오. 정말? ..뭐야 한 자리잖아.."

"응..? 그게 왜?"

"너는 못 앉잖아.."

오오..시현이가 날 이렇게나 생각해주다니..

감동받았어.

하지만..

"난 괜찮아. 그보다 다리 아프다며? 안 앉아도 돼?"

"아니..난 괜찮아.."

아니 내가 괜찮다니까..

"그래? 그럼 그냥 이대로 가지 뭐."

"응."

"이번 역은 OOO역입니다. 승객.."

오오! 드디어 도착했다..!

"시현아 다 왔다. 내리자."

"응."

"음..여기서 집까지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은데 걸어갈까 버스탈까?"

"당연히 버스 타야지. 누구 다리 아파서 죽을 일 있어? 거기다가 환승도 되는데."

;;

난 시현이랑 집까지 걸어갈 겸 산책하고 싶었는데..ㅠ

근데 시현이 다리 아프다니까..별 수 없지.

"알았어. 그럼 올라가..어?"

시현이가 갑자기 내 옷자락을 잡았다.

"왜 그래 시현아?"

뒤를 돌아보니 시현이가 어느 한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을 바라보니..

델리만쥬가 있었다.

"사달라고?"

끄덕끄덕

..그냥 말로 하지. 귀엽게..

"근데 먹을거 들고 버스 못 타지 않나?"

"버스 오기전에 다 먹으면 돼."

음..맞는 말이긴 하네.

"알았어. 사줄게."

"고마웡.."

헤헤.. 귀여웡.

난 가서 델리만쥬와 호두과자를 샀다. 물론 호두과자는 내가 먹기 위해.

"헤헤..맛있다.."

시현이 먹는 모습을 보니 흔히들 부모님이 말하시는 '너 먹는거만 봐도 배부르다' 라는 느낌이 뭔지 약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진짜 저 모습만 봐도 행복하고 지켜주고 싶고 힘이 나는 느낌..?

뭐..어쨌든. 이제 집으로 갈까.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작은 목소리)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코앞에서 버스가 지나갔다.

이런 제기랄..진작 좀 서두를걸..하다못해..호두과자만 안 샀어도..

근데 시현이는 델리만쥬를 느긋하게 먹을수 있어서인지 딱히 기분나빠 보이지 않는다.

아니..시간이 촉박하다든가 그런게 아니어도 코앞에서 버스가 가버리거나 신호등 놓치면 보통은 기분 더럽지 않나..?

뭐..시현이가 여러가지 의미로 보통은 아니긴 하지.

하..어쨌든 그럼 한동안 버스나 기다려야 되는건가..

어..? 좋은 생각이 났다.

"시현아. 이왕 버스 떠나간 김에 그냥 집까지 걸어갈래?"

"뭐..? 나 다리 아프다니까..?"

"내가 업어줄게."

이것이 바로 좋은 생각.

시현이는 편안히 집에 갈수있고 나는 시현이와 산책+스킨십을 할수있다.

완벽한 플랜..!

물론 아무리 밖이어도 업히는건 약간 부끄럽기야 하겠지만 어차피 그건 내 몫이 아니다.

시현이 몫이겠지. 그리고 딱히 시현이는 신경 쓰지도 않는 거 같고.

"뭐..나야 상관없는데.. 괜찮겠어? 아무리 가볍더라도 사람 한명을 업고 집까지 가는건데?"

뭘 모르는군.

"시현아. 뭔가 착각하나본데 널 업는건 그냥 깃털하나 장착하는거랑 비슷한 느낌이야."

깃털..은 당연히 허세긴 해도 그래도 시현이는 진짜 매우 가볍다. 내 체중의 반정도 될거같은 느낌이 드는데..

"흠..그래? 그럼 업어줘."

"분부대로."

시현이가 등 뒤에 업혔다.

그리고 팔로 내 목을 감고 곰인형을 들었다.

근데 곰인형 들기 좀 힘들어 보이는데..

"시현아. 곰인형은 내가 들까?"

"아니. 내가 들거야."

아..저놈의 곰인형이..한낱 무생물주제에 시현이의 사랑을 독차지 하다니..

저 곰인형은 내가 반드시 없애버려야겠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

"뭐..어쨌든 출발해도 되지?"

"응."

집으로 향했다.

잠시 뒤.

"지은아. 안 힘들어?"

"아무렇지도 않은데?"

물론 허세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시현이가 하도 가벼운 탓에 딱히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다.

"나 심심해. 재밌는 얘기해줘."

엥..재밌는 얘기?

어..음..

"시현아. 중(승려)이 친구랑 같이 버스를 타는데 친구가 내리길래 같이 내렸어. 그걸 뭐라하는지 알아?"

"음.. 모르겠는데..? 뭐야?"

"중도하차!"

최대한 상큼하게 말했다.

그리고 시현이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썩어 들어간다는게 느껴졌다.

"어..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재밌는 얘기해달라는말 하지 않을게.. 내가 미안해."

"아니..재밌잖아. 왜 웃음을 참아?"

"아니..진지하게 개노잼이었어. 어디가서 웃으면 죽는 병 걸렸다고 하면 믿어줄 정도로."

음..꽤나 싫어하는데..? 하지만 진심으로 싫어하는것 같지는 않고..

이건 시현이 놀리기용으로 자주 써먹어야겠다.

아무리 그래도 슬슬 힘들긴 하네..

아직 집까진 반정도나 남았는데..

"시현아. 슬슬 다리 안 아플텐데 걷는게 어때?"

"음..다리 안아픈게 맞긴 하지만.. 왜. 더는 못들겠어? 후달리지?"

.........

음..이건 도발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더는 못들겠어?' 까지는 그렇다쳐도.. '후달리지?' 는 빼박이지.

좋아. 그 도발 받아주지.

"알았어. 업고 가면 되잖아. 별로 무겁지도 않으면서.."

"..뭐?"

흠.. 역시 무겁다는 말에 반응하는군.

보통 사람은 무겁다고 하면 안 좋아하지만 그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무거움이 갖춰져 있을때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시현이는 그게 안 갖춰져있다.

그래서 무겁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겠지.

그리고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시현이를 업는걸 포기하면 난 그말을 할수밖에 없겠고..

재밌네.

내가 온몸이 으스러지더라도 시현이 업고 집까지 가주지.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헉..허억..허억..다..왔다..헉..허억.."

"어..수고했어.."

와..진짜 힘들어 뒤질거 같다..진짜 중간부터 급격히 힘들어지네..

하지만..그래도 내가 이겼다!

"허억..허억..봤지? 내가..허억..이겼다..허억.."

"응..어..그렇구나. 축하해..!"

어..뭐지?

왜 내가 진거같은 느낌이 드는거지..분명 내가 이긴거 맞는데..

하..모르겠다..너무 힘들어서 머리가 안돌아가..집가자마자 샤워부터 해야지..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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