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25화 화난 엄마
* * *
"나..나 일단 먼저 샤워좀 할게.."
"응."
시현이도 내가 흘린 땀의 양을 보고는 별말 하지 않았다.
"아..진짜 땀때문에 옷도 잘 안벗어져.. 시현아. 나좀 도와줘.."
"알았어."
시현이도 별말없이 도와줬다.
오..이거 개꿀인데..?
어쨌든 그렇게 시현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즉시 찬물을 틀고 온 몸을 적셨다.
"아~ 살것같다.."
그런데..생각해보니 나 시현이랑 키스했었지..?
상상만으로 얼굴이 빨개진다.
기분 좋았지..헤헤..
잠깐만..근데 생각해보니 본래 계획은 여행가서 시현이랑 키스하는거 아니었나?
근데 어제 해버렸네..
그럼 여행가서는 시현이랑 뭘 해야되는 거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되나? 아니면..진도를 조금 더 빼?
여행까지 한 3일정도 남았는데..이걸 어떡한담..
물론 당연히 진도를 더 빼고 싶기야 하지만..
의외로 그거에 못지않게 그냥 키스가 최대 수위인 플라토닉 러브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꽤나 크다.
음..모르겠다..어떡하지?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슬슬 다 씻은거 같으니 나갈까.
나가서 시현이랑 반지에 관해서 엄마한테 어떻게 설명할지나 생각해 봐야지.
근데그렇게 샤워를 끝내고 나가자..
쇼파에 엄마가 앉아있었고 시현이는 그 앞에 무릎꿇고 있었다.
"어머~ 우리 딸 나왔어? 그럼 이리와서 무릎꿇어~."
뭐..뭐야..
왜..엄마가 여기에?
그보다 왜 무릎을 꿇으라는 거지..?
설마 반지 산거를 들킨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시현이쪽을 보자 시현이는 오히려 날 째려봤다.
아니..시현이는 또 왜 저래..?
(시현이 시점)
지은이가 집에 오자마자 샤워하러 들어갔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사람 한명을 업고 그 거리를 걸어오는 건데 안 힘들리가 없지~.
그나저나..지은이 등 포근했었지..
여자지만 운동을 열심히 한 덕에 어지간한 남자보다 어깨가 넓었고..딴딴했었다.
마음같아선 한번 더 업히고 싶네... 지은이가 힘들어서 안되겠지만.
그리고 생각해보니까..나 지은이랑 키스했잖아!!!
그것도 심지어 중반부터는 내가 먼저..!
뭐..그래도 부끄러운 거랑은 별개로 기분 좋았었지..
숨도 못쉴만큼 지은이의 혀놀림에 압도 당했었지만..그만큼 기분 좋았었다.
한번 더 하고 싶을만큼..
헤헤..너무 좋다..지은이 나오면 뭐하고 놀까? 한번 더 키스할까?
그렇게 행복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삐삐삐삐..
응..?
뭐야..누가 지금 집에 들어오는 거지..?
서..설마..도둑인가?
도둑이면..지은이가 줬던 가스총으로 잡아야 되나..?
근데..도둑이면..우리집 비번은 어떻게 안 거지?
"우리 딸들~ 엄마 왔다!"
아..엄마 였구나..(머쓱)
근데..엄마가 온 것도 다행인 일은 아닌데..
아직 반지 어떻게 해야될지 안 정했잖아..
일단 그럼 빼서 서랍에 넣어두자.
빠르게 근처 서랍을 열어서 반지를 넣고 다시 닫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기한다.
"어..엄마..! 우리 집은 왜 왔어?"
근데..엄마가 상당히 열받아 보이는데..?
"왜 왔긴..우리 귀여운 새ㄲ....딸들이 연락도 없이 외박을 하니까..짜증나서 오지 않았을까..?"
저..저거 분명 새끼들이라고 말하려 했던거 같은데..생각보다 많이 짜증이 난거같은데..? 망한건가..
근데 그것보다..지은이가 엄마한테 연락한거 아니었어? 분명 나한텐 그렇게 말했던거 같은데..
진짜..두고보자 이지은..
아니..잠깐만.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도 이제 성인인데 외박좀 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물론 연락도 없이 한거는 잘못한게 맞긴 하지만..이렇게까지 화낼 정도인가?
이건 항의해야겠다.
"아니..엄마. 아무리 그래도 외박 한번 한거가지고.. 너무 화난거 아니.....신 가요..?"
'아니야?'로 끝내려다가 엄마 표정이 썩어들어가서 존댓말로 바꿨다.
그리고 엄마는 꽤나 충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후..그래..고작 외박 한번 정도야 할 수도 있지..그 정도는 나도 참을 수 있어."
음? 그럼 왜그러는 거지?
"근데..뭘 했길래 외박 한번에 700만원이 사라졌을까?"
음..
어...
망했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아니 근데 도대체 어떻게 아는거지?
이지은..통장관리 똑바로 안해? 뭘 어떡하면 엄마가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을 알아?
진짜 나오면 두고보자..
"일단..그래서 꿇고 시작할까?"
"..넵."
난 군말없이 꿇었다.
"후..일단 지은이 다 씻고 나오면 시작하자.."
"저..그럼 그동안은 정좌하고 있으면 안될까요..?"
"..되겠니?"
"넵.."
이지은..내가 이렇게 무릎꿇고 있는데..태평하고 샤워나 하고 있고..진짜 절대 용서못해..!
두고보자 진짜..
잠시 뒤 지은이가 나왔다.
"어머~ 우리 딸 나왔어? 그럼 이리와서 무릎꿇어~."
지은이는 잠시 상황파악좀 하더니 갑자기 내 쪽을 본다.
..뭘 잘했다고 나를 봐?
짜증이 나서 지은이를 째려봤다.
(지은이 시점)
뭐..뭐야 날 왜 째려보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나?
상당히 눈빛이 매서운걸 봐서 보통 일이 아닌거 같은데..
하지만 그래도 일단 엄마가 더 큰 문제니까 가서 무릎 꿇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머니?"
엄마의 포스가 심상치 않았기에 자동으로 존댓말이 나갔다.
"우리 딸. 외박을 했으면 연락은 해야되는거 아니니?"
엥..? 뭐야..그거 때문이었어?
아니야..고작 그거가지고 이정도로 화가 났을리가 없다..분명 뭔가 있어..
근데..그러고보니 왜 연락을 안했더라..분명 하려고 했었는데..
아..! 시현이랑 키스하느라 잊어버렸다..
근데..이걸 어떻게 변명하냐?
키스하느라 까먹었다고 말할수는 없잖아..!
"저기..그.."
"뭐.. 솔직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니 넘어가줄게."
오..다행이다!
근데 그럼 중요한건 뭐지? 역시 반지인가?
"중요한건..뭐하느라 700만원을 쳐썼냐는 거겠지..?"
뭐..?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근데 아직 그거로 반지를 샀다는건 모르는거 같은데..
"대가리 굴리지 말고 대답해."
"반지 샀습니다."
..?
뭔 개소리가 들려서 옆을 돌아보니 시현이가 한 말이었다.
아니..이시현..뭐하는거야..!
시현이를 째려보자 시현이는 비웃음으로 보답했다.
..?
시현이가 아까부터 왜 저러지..? 나한테 악감정있는거 같은데?
근데..내가 시현이에게 뭘 잘못했나..?
근데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건..
"헤에~ 반지? 그거 좀 자세히 설명해줄래?"
엄마가 알아버렸다는 거지..
엄마는 시현이에게 모텔 들어가기 전까지의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음..우리 딸. 귀염둥이가 한 말이 맞아?"
"맞..아..요."
진짜..두고보자...이시현..!
"그래..? 그럼 일단 우리 딸. 따라와."
엄마가 날 안방으로 불렀다.
아..곧 죽는건가.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는 개뿔..저주할테다..이시현..
마지막까지 날 비웃는 시현이를 한번 째려본뒤 방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비웃는 시현이도 귀엽네..
그런데 방에 들어가자 엄마는 의외로 온화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우리 딸."
"..응?"
"살고 싶지?"
..다만 그 내용은 온화하지 않을 뿐.
"네. 살고 싶습니다."
"그럼 불어.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느낌상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거란 말이지? 하나도 빠짐없이 불어."
"어..꼭 그래야 하나요..?"
아무리 살기 위해서라도 그..키스했던 것을 전부 밝히는건..좀 무리지..
"싫으면 굳이 안밝혀도 돼~. 다만..뒷감당은 알아서 하고~."
난 바로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말했다.
"음..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아..죽을 만큼 부끄럽다..진짜 살려줘..
"그래서. 그 반지는 어딨어?"
"여기 있습니다."
"오..다이아? 하긴 700이나 썼으면 이정도 퀄리티는 돼야지."
음..이거 분위기 나쁘진 않네..? 잘하면 이대로 끝날지도?
그렇게 반지를 둘러보더니 엄마는 잠깐 한숨을 쉬고 말했다.
"하아~ 그래. 뭐 사랑스런 애인한테 좋은 반지 하나 사주고 싶은 마음 이해해. 그리고 뭐..키스 진하게 했다며? 애인이랑 진도 나간건 좋은 일이지."
아..진짜 죽고싶다..차라리 죽더라도 말 안하는게 정답이었나..?
"뭐. 어쨌든. 그 모든걸 감안해서 용돈 절반 혹은 내 눈앞에서 귀염둥이랑 키스하기중 하나 골라.
"용돈 절반이요."
망설임없이 전자를 골랐다.
"흠..그래? 가뜩이나 지금 돈 없을텐데..용돈 절반으로 깎여도 괜찮겠어?"
"괜찮아."
사실 안괜찮다. 존나 안괜찮다.
근데..근데....
그렇다고 엄마 앞에서 시현이랑 키스할수는 없잖아..망할..
"뭐 어쨌든. 알았어. 그럼 이번 일은 이걸로 끝! 그럼 나가자."
"응."
"뭐야..분위기 좋아보이네? 잘 끝났나봐?"
밖으로 나가자 날 반기는건 뭔가 언짢은 듯한 시현이의 모습이었다.
시현이는 뭔가 잘 풀린듯한 우리의 모습이 못마땅해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시현이도 뭔가 화나 보였었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럼 엄마는 내려갈게~둘이 오붓한 사랑 보내~."
좋아. 방해꾼은 사라졌다.
그럼 시현이랑 대화좀 나눠볼까?
"시현아."
"말걸지마."
?
시현이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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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시현씨..?"
(조용)
하...진짜 산넘어 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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