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32화 고양이
* * *
엄마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엄마가 나가자마자 시현이가 나에게 화를 냈다.
"아니..엄마 앞에서 뭐하는 거야..!"
"왜 그래..좋았으면서.."
"그..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좋았다는 말에 반박은 안하네..귀여워라..
"그럼 뭐가 문제인데?"
"엄마가 있었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는 괜찮지 않나?"
그래도 엄만데.
"아니..오히려 더 안 좋지! 다른 사람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지만 엄마는 계속 볼 사람이잖아!"
"...."
듣고보니 그런거 같기도..
"심지어 나한텐 진짜 엄마도 아니라고!"
"...."
그렇긴 하네..
갑자기 좀 미안해지는데..
하지만..용돈이 150%에서 200%로 올라갔으니 된거 아닌가?
물론 시현이는 이 사실을 모르지만..
어쨌든 시현이가 꽤나 화가 난거같으니..먹을거로 달래줘야 겠다.
"시현아! 대신 그럼 저녁으로 햄버거 시켜먹자!"
"아니 지금 내 말을 뭘로 듣......햄버거?"
다행히 넘어온거 같군.
그렇게 나랑 시현이는 햄버거를 시켜먹었다.
"후아..배부르다. 그럼 이제 뭐할까 시현아?"
" '침대에 누워있기'하자."
....
"..그게 뭐야?"
대충 뭔지 눈치는 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물어는 봤다.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는거야!"
......
내 실낱같은 기대는 그렇게 한줌의 재가 되었다.
근데 확실히....
할게 없긴 하네.
그냥 진짜로 '침대에 누워있기'나 할까?
아니 잠깐만..
"시현아. 그러고보니 우리 안 씻었잖아?"
"그..그러네.."
집에 오자마자 키스하느라..정신이 다른데로 팔려서 씻어야 된다는걸 까먹고 있었다.
"그럼 일단 씻을까?"
"응."
시현이가 그 말을 하고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그나저나..씻고나서 진짜 뭐하지..
아직 8시 정도밖에 안됐는데..
일단 컴퓨터로 뭐 할만한게 있나 찾아볼까?
....
없다.
그럼..현실세계에서 할만한건....
없다.
..
그냥 침대에 누워있기나 하자.
어차피 내일까지만 버티면 그 다음날은 여행가니까.
그리고 내일은 아마 여행용품 살겸 밖에 나갈 예정이니 오늘만 버티면 된다.
여행 갔다온 뒤는...그때가서 생각하고.
어쨌든 침대에 누워있기나 하자.
잠시 뒤.
"지은아! 나 다씻었어! 이제 너 씻어."
"알았어."
난 씻으러 들어갔다.
난 다씻고 나왔다.
"후우..힘들다.."
씻는 것도 힘드네;;
그런데..
웬 고양이 한마리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것도 팔다리를 대자로 벌린채로.
"뭐야 이 고양이는?"
그런데 날 보자 갑자기 고양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귀요미 포즈를 취하면서 말했다.
"냥?"
.
.
.
.
커헉!
심장에 무리가..
자..잠깐만..심호흡...심호흡을 해야해..
그런데 내가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 사이 이 고양이는 다가와서 내 다리를 잡고 말했다.
"냥?"
..
컥..!
아무래도..
고양이가 아니라 날 죽이러 온 사신이었나 보다..
후우..하아..후우..하아..
그래도 심호흡을 하니 좀 진정이 됐다.
"그래서 시현아. 아깐 왜 그런거야?"
"냥?"
.....
"아니..왜 그랬냐니까?"
"냥?"
.............
아니..
자꾸 이러면......
...너무 감사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도 그냥 이해하기를 포기했고 즐기기로 했다.
일단..이 귀여운 고양이를 강하게 껴안아줄까..
"꺄아! 우리 집에 이런 귀여운 고양이가 있었다니~ 언니가 키워줄께!"
"냐아.."
근데..껴안으니까 반응이 별로 안좋네?"
이건 아니라는 건가?
일단 놔줬다.
그러자..
"냥!"
역시..이건 아니었나 보군.
근데 그럼..뭘 바라는거지?
(시현이 시점) (씻고 나온 직후)
"지은아! 나 다씻었어! 이제 너 씻어."
"알았어."
그렇게 지은이가 씻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할일 없이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왠지..지은이가 쓰다듬어줬으면 좋겠다.
그냥..갑자기 쓰다듬어지고 싶다.
별 이유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냥 사랑받고 싶어서?
다만 그 사랑을 쓰다듬어지는 형태로 받고 싶은 거지.
근데..그러면 어떻게 해야 쓰다듬어질 수 있을까?
쓰다듬어 달라고 말하긴 좀 그런데..
그건 너무 부끄럽잖아.
보통 어떨때 상대방을 쓰다듬고 싶어할까..
나라면..상대방이 착한 일을 했거나..작고 귀여울때?
근데..착한 일을 해도 크고 우락부락하면..전혀 쓰다듬고 싶지가 않은데..
그럼 일단 작은건 필수에다가..
귀엽거나 착한 일을 해야 된다는 건가.
근데 나 귀여운데.
자칭이 아니라 타칭이다.
엄마나 지은이에게 하도 귀엽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리고 내가 인정 안하면..
'너/귀염둥이 가 안 귀여운거면 이 세상에 귀여움건 없어.'라고 하질 않나..
어쨌든 그래서 나도 그냥 '아..나 귀엽나보다..' 라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절대 자칭이 아니다.
근데..그래서 결국 나 귀엽다는 거잖아?
근데 왜 안 쓰다듬어 주는거지?
역시..
착한 짓을 해야겠어.
하지만..딱히 뭘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착한 짓이라고 해봤자..집 안에서는 할게 딱히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차라리..
착한 짓보단 지은이가 좋아할 만한 짓을 하자.
지은이가 좋아하는건..먹을 거랑 나랑 관련된걸 빼면....귀여운거 뿐인가. (등장인물 프로필 참조)
그럼..어쩔 수 없이귀여운 척을 하는 수밖에..
음..근데 어떻게?
음..마침 내가 고양이 잠옷을 입고 있으니..고양이인척 해보는건 어떨까?
괜찮은거 같은데?
귀여운 짓+작아짐 일석이조의 효과잖아?
좋아. 가자!
(지은이 시점)
음..
뭔가 바라고 있긴 한거 같은데..
뭐지?
"냥..냥냥.."
그 와중 진짜 오지게 귀엽네..
근데 뭘 바라길래..고양이 흉내까지 내는거지?
일단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세가지.
1.아마 부끄러운 짓이다.
2.큰 일이다.
3.나만이 할 수 있음.
부끄러운 짓이 아니었다면..그냥 해달라고 했겠지.
그리고 큰 일이 아니었다면..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겠고.
그리고 굳이 엄마나 다른 사람이 아닌 나한테 이런다는건..나만 할 수 있다는 뜻.
자..그럼 나의 초 하이테크 미라클 오버페이스 두뇌로 생각해보자.
시현이가 원하는게 뭔지..
.
.
.
.
.
.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독심술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근데 그렇게 침대에 앉아있자 이 고양이가 와서 내 무릎에 누운 뒤 애교를 부렸다.
"냥!"
...
커흑..!
아니 진짜..이러다가 심쿵사 할거같은데..
너무 귀여워서인지 나도 모르게 쓰다듬어 줬다.
그러자..
"냥! 냥냥!"
어? 좋아하네..?
설마 바란게 이거였던 건가?
아니야..뭔가 다른게 있겠지..
"냥~"
그래도 일단 좋아하는거 같으니 계속 쓰다듬어 줬다.
"저기..나 팔 아픈데..계속 쓰다듬어야 돼?"
"냥!"
"알았어.."
그래..저렇게 귀여운 고양이가 쓰다듬으라 하면 내 팔이 부서지더라도 쓰다듬는게 맞지.
"냥냥~.."
헤헤..귀엽다..
그렇게 꽤나 오랫동안 쓰다듬어 줬다.
근데..기분탓인가?
아까부터 이 고양이의 움직임이 멈춘거 같은데..
..설마?
......
자네..
아주 새근새근 잘 자고 있네.
난 왜 눈치를 못 챈걸까?
뭐..그건 그렇고..
고양이가 잠들었으면 이제 그만 쓰다듬어도 되는거겠지?
그렇게 고양이 머리에서 손을 땠다.
그런데..
"냥!!"
"헉! 까..깜짝아..자는거 아니었어?"
"냥..냥냥.."
아 뭐야.. 잠꼬대인가..
근데 잠꼬대로 까지 냥 소리를 낸다고..?
시현이의 미래가 아주 밝군.(?)
뭐..어쨌든 쓰다듬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으니..
나도 슬슬 잘까.
일단 난 시현이를 살며시 들어서 침대에 제대로 눕힌 후, 불을 끄고 그 옆에 내가 누웠다.
"잘 자. 시현아.."
"냥.."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시현이가 이불속에 고개를 박고 있었다.
"저기..시현아? 왜 그래?"
"나..나를 죽여줘.."
아.. ㅋㅋ 어제 일이 떠오른 건가..
"뭐 어때~ 귀엽기만 했는데."
"그..그건 내가 아니야.."
음..솔직히 딱히 별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부정하니..왠지 놀리고 싶어졌다.
삑.
어제 시현이 몰래 녹음했던 소리를 틀었다.
[냥!..냥냥! 냐아..]
"뭐..뭐야! 어..언제 녹음한거야!"
그리고 시현이는 그걸 듣자마자 벌떡 일어서서 소리쳤다.
귀여워라..
"너가 내 머리 쓰다듬는 거에 정신이 팔렸을때."
"...."
그렇게 잠시 시현이가 소리없이 날 노려봤다.
"지워.."
"말이 짧다?"
"지워주세요.."
"음..어쩔까나~?"
"제발.."
"이번에 여행가서 하는 짓 보고 결정할게. 괜찮지?"
"...."
"대답안해?"
"네.."
아무래도..꽤나 여행이 즐거워질 거 같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