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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TS되었다-35화 (35/117)

〈 35화 〉 33화 ­ 커피

* * *

안방에서 나온 나랑 시현이는 일단 부엌으로 갔다.

"자..그럼 일단 아침밥부터 만들어볼까?"

"응.."

저번에 사온 재료중 햄버거의 재료는 사용했기에 이제 남은건 김치찌개뿐이었다.

다만..이 김치찌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건..바로 김치가 엄마가 김장했던 김치라는 것.

다행히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맛이 뭔가 이상하다.

근데 그런 김치를 주 재료로 쓰면..괜찮을라나?

안 괜찮을거 같은데..

뭐..하지만 그렇다고 안 넣을 순 없으니..어쩔 수 없지.

그렇게 뭔가 좀 이상한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요리했다.

그리고..

"이거 맛이 뭔가 좀 이상한데.."

"그치?"

역시..김치가 문제인가..

"아니 근데..육수나 김치는 괜찮은데..고기가 맛이 이상해.."

"......?"

"고기 안에 핏물이 남아있는거 같고..제대로 익지도 않은 느낌.."

..

음..

나때문이네..?

..

어쩔 수 없다.

김기방패를 쓰는 수 밖에.(김치 + 고기방패)

"아..아..! 그거? 김치 때문이야!"

"..? 김치때문인데 왜 고기가 맛이 이상해?"

..

"시현아. 카오스 이론이라고 알아? 초기 조건에서의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오기 대문에 초기 조건에 민감해야 된다는 이론인데 우리가 김치찌개를 만들때 평범한 김치가 아닌 엄마가 만든 김치였기 때문에 원래 만들어질 김치찌개와는 매우 다른 김치찌개가 만들어진 거지. 그 과정에서 원래 맛이 이상했던 김치는 맛있어지고 원래 맛있었던 김치는 맛없어지는 관측결과가 나타나게 된거야. 그러니 원래의 김치를 사용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거지. 알았지?"

후..

그래도 이번엔 짧게(?) 끝내줬다.

"어..그..그렇구나.."

역시. 시현이도 반박을 못하는군.

근데 그 후로 왠지 모르게 시현이가 조용해졌고, 우린 말 한마디 없이 밥을 먹었다.

­­­­­­­­­­­­­­­­­­­­­­­­­­­­­­­­­­­­­­­­­

"하..배부르다.."

"심지어 맛없는걸 먹어서 배불러.."

....

"괜찮아.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면 배불러서 맛없어져. 그러니 맛없는걸 먹는게 효율상으론 이득이야."

내 말에 시현이가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니..시현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잖아."

"..뭘?"

"음..사람이 느끼는 배부름이 0부터 100까지 있다고 가정하자."

"응."

"배부름이 70부터는 먹기 힘들어져서 맛있음의 정도가 내려가고 배부름이 100이면 맛은 무조건 드럽게 맛없게 바뀌어."

"응."

"맛있는걸 30만큼 먹으면 온전한 30의 맛있음을 얻는 거지만 맛있는걸 100만큼 먹으면 온전한 100이 아닌 어느정도 깎인 수치의 맛있음을 얻을거 아냐? 그러니까 효율상 손해인거지."

"음.......

틀린 말은 아닌데?"

"그치?"

"그래서 우리가 맛없는걸 먹는게 효율상으론 이득이라는 거 아냐."

"그치!"

..

정말 끼리끼리 논다는걸 체감하게 되었다.

­­­­­­­­­­­­­­­­­­­­­­­­­­­­­­­­­­­­­­­­

"시현아. 충분히 쉬었지? 그럼 슬슬 캠핑용품 사러 나가자."

"응."

원래라면 돈 아까워서라도 아무것도 안 사겠지만..다행히 저번에 엄마가 캠핑용품 사라며 준 30만원이 있다.

물론 그걸로 딴거 하다가 들키면 어떻게 될지 기대하라는 대답도 같이 오기는 했지만..

뭐..내가 딴거에 썻는지 캠핑용품에 썻는지 엄마가 어떻게 알겠어?

그러니 사실상 공짜 30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막 써도 된다는 거잖아?

"일단 뭐 사먹고 가자!"

­­­­­­­­­­­­­­­­­­­­­­­­­­­­­­­­­­­­­­­­­

....누구보다 빠르게 5만원을 날려버렸다.

아니 뭔 꽈배기 하나에 5000원이냐?

그렇다고 안사기엔 자존심 상해서 그걸 또 산 나도 등신같고..

그 와중 한술 더 떠서 아이스티 한잔에 6000원이다.

뭐하자는 거지?

...

어쨌든 그렇게 적당히 뭐좀 먹다보니 5만원이 증발하게 되었고 나랑 시현이는 남은 25만원을 들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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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아. 근데 솔직히 캠핑용품 사라고 해봤자 이미 의식주가 전부 마련되어 있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의 ­> 비키니는 이미 샀고 나머진 집에서 가져감

식 ­> 거기에 셰프가 대기중

주 ­> 그 섬에 별장있음

"그러니까 대충 적당히 1~2만원 하는거 한두개 사가고 나머진 우리 돈으로 쓰자. 어때?"

"..나야 좋긴 한데..엄마한테 들키면 어떡해?"

"그러면 너가 애교 부려야지."

"....."

'애교' 단어 하나에 시현이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귀엽네..

"그냥 개기지 말고 여기서 돈 다쓰자.."

"아니야..우리가 언제까지 엄마한테 당하고만 살아야돼?"

"평생..?"

..

맞는 말이다.

"그래..그냥 다 쓰자."

"잘 생각했어."

그렇게 그 돈으로 필요했던 대부분의 물건을 샀다.

­­­­­­­­­­­­­­­­­­­­­­­­­­­­­­­­­­­­­­­­

"이제 5만원 정도가 남았는데 이걸로 뭐 할래?"

"고기 먹으러 가자!"

..

나도 먹고 싶긴 하다.

하지만..

"시현아. 두명이서 고기를 제대로 먹으려면 5만원이 아니라 15만원이 필요해."

"..."

잔인한 현실이군.

"대신 햄버거라도 먹을래? 근처에 맛있는 집 있던데."

하지만 시현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말했다.

"고기 먹고 싶어.."

아니..이 귀여운 자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다 먹을 수 있는 줄 아나..

"알았어 사줄게!"

...

당연하지.

저렇게 귀여운데.

....

근데 진짜 어떡하냐..

일단 수락을 해 버린 이상 방법은 두가지다.

1. 난 안먹고 5만원어치 고기를 시현이에게 몰빵한다.

2. 내 사비를 쓴다.

근데..나 생각해보니 내 사비가 들어있는 카드 안 들고 나왔는데?

..

굶어야겠군.

­­­­­­­­­­­­­­­­­­­­­­­­­­­­­­­­­­­­­­­­

"시현아 맛있어?"

"응!"

"많이 먹어.."

그래봤자 고작(?) 3인분이지만..

"근데 넌 왜 안먹어?"

"난 너 먹는거만 봐도 배불러."

"..."

근데 시현이가 약간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도 먹으면 안돼?"

"응?왜?"

"같이 먹고 싶어.."

"먹을게!"

그렇게 중반부터 고기먹는 대열에 합류했다.

그나저나 진짜 맛있긴 하네..

괜히 시현이가 햄버거보다도 이걸 먹고싶다고 한게 아니지.

하지만..

양이 너무 적어..

이래뵈도 5만원이나 썼는데..

겨우 간에 기별가는 수준?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기밥은 천원밖에 안해서 그걸로 배는 채웠다는 점.

"시현아 다 먹었으면 슬슬 가자."

"잠깐만.."

"응? 왜?"

"나 커피마실래."

응?

갑자기 웬 커피?

..

아마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은거 같은데..

그런데 시현이가 커피 자판기로 가더니 날 불렀다.

"지은아 와봐."

"왜?"

"둘중 뭐가 맛있어?"

시현이가 가리킨 것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음..

상식적으로라면 에스프레소라 하겠지만..

ㅋㅋ

"아메리카노가 가장 대중적이고 맛있는거야!"

그래도 가장 대중적인건 맞는 말이다.

나 같은 대학생의 영원한 친구라고도 불리는 커피니까.

"음..그래?"

시현이는 내 말을 듣더니 바로 아메리카노 한잔을 탔고..

한모금을 마셨다.

.

.

.

.

.

.

.

"......"

뭔가 표정이 썩은 시현이는 다시 한모금을 마셨다.

"....."

그러더니 갑자기 울먹이며 말했다.

"저..저기..지은아.. 나 이거 못먹겠어.."

존나 귀엽다.

"괜찮아~ 내가 먹을게."

"진짜? 고마워.."

고맙긴..

간접키스 할 수 있는 기횐데 내가 더 고맙지.

그렇게 난 시현이에게 컵을 받아서 마시는데..갑자기 시현이가 날 빤히 쳐다보았다.

"......"

"응? 왜?"

"그....맛있어?"

"응."

"그래....?"

시현이가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커피 마셔서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었던 거네.

그럼 그만 놀리고 에스프레소로 줄까.

"시현아. 그럼 이거 한번 마셔봐."

이건 인스턴트 에스프레소이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는 없다.

아메리카노에 익숙해지면 달아서 못먹겠는 수준.

고로..이 정도면..시현이도 괜찮아 하겠지?

하지만..

"....."

?

"써.."

??

아니...얼마나 아기 입맛인거야?

근데..오히려 좋아.

그 점이 더 귀여우니까.

하지만 시현이에겐 아니었던 모양이다.

"훌쩍..나도..나도..성인인데..고작 커피 하나 못 마시고있고.."

야..이거 곧 울겠네..

지금 어떻게든 해야된다..

"시..시현아! 그..입맛은 혀랑 관련있는 거잖아? 근데 (아마)중학생으로 몸이 바뀌었으니 어린애 입맛이 되는건 당연한거 아닐까?"

"어...당연한거..? ..그런가?"

오..효과가 있다.

"그..그럼~ 당연한거야!"

"그..그래? 헤헤..그럼 다행이네.."

귀엽다..

근데..얼마전에 안 사실에 의하면..맛은 혀가 아니라 뇌에서 감지한다고 하는데..그럼 TS되기 전이랑 똑같은거 아닐까..

하지만..굳이 이 사실을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어린이의 행복한 웃음을 지켜주는 것도 어른이 할 일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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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방금 나 좀 멋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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