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34화 비행기
* * *
시현이가 진정될 때까지 우린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시현아 이제 좀 괜찮아?"
"응."
"그럼 이제 집 들어갈까?"
"응."
헤헤..귀엽다..
"아..! 근데 그러고보니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비행기 타야되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자야 돼."
"몇시에 일어나야 되는데?"
"음..비행기가 6시에 출발하니까....갈 준비하고 가는시간 고려하면 3시반쯤?"
"..."
시현이가 잘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날 봤다.
"세시 반?"
"응."
"오후?"
"아니 오전."
"...."
"그럼..우리 이런 말 할 시간에 빨리 가서 자야 되는거 아니야?"
"뭐..그렇지?"
"근데 왜 이렇게 태평해?"
"그러게?"
사실 내 계획은 이대로 최대한 시간을 끈 다음에 시현이에게 밤을 새자고 제안하는 것.
시간을 끌고 말해야 하는 이유는 어차피 지금 말해봤자 개소리하지말고 빨리 집가서 잠이나 자라고 할 거 같기 때문에..
어쨌든 그래서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된다.
그리고 시현이는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그래..뭐 어떻게든 되겠지. 천천히 가자."
"헤헤..잘 생각했어."
그렇게 우리는 느긋하게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다보니 우린 어느새 집 앞.
그런데..
이대로 들어갈 순 없는데..
"시현아..근데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는 조금 아쉽지 않아?"
"전혀."
....
매정하기는..
그럼 어떡하지..?
빨리..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시간을 끌어야 잘 끌었다고 소문이 날까..
.
.
.
"시..시현아! 다리 아픈데 잠깐 쉬다 가지 않을래?"
"...좀만 참고 집에 가서 쉬어."
"나 솜사탕 먹고 싶어!"
"내일 먹어."
"햄버거 사줄까?"
"배불러."
"산책좀 더 하다 들어가지 않을래?"
"싫어."
....
아니 왜 이리 철벽이야..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거 같은데 이대로 물러나야 되나..
아니면 그냥 지금 말할까?
의외로 그냥 받아들여줄 수도 있잖아.
그래..
꼬라박자!
"시현아.. 우리 그냥..밤 새지 않을래?"
"개소리하지말고 빨리 집가서 잠이나 자."
"어..응."
..
그래..그냥 잠이나 자자..
그대로 우린 집으로 들어갔다.
안방 화장실 앞.
"음..원래라면 씻어야겠지만..그냥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는게 낫겠지?"
"당연하지. 지금은 세수만 해. 지금 씻으면 머리 말리는데 한세월은 걸려. 특히 난 더더욱."
..
"헤어드라이기 쓰면 되잖아."
"머릿결 상해."
"...알았어."
아니 근데 왜 시현이가 날 가르치는 느낌이 된 거지..?
분명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줬었는데..
이게 청출어람이라는 건가..
그렇게 난 제자(?)의 성장을 기뻐하며 빠르게 세수를 했다.
"시현아. 이제 너 씻어."
"응? 아..나 거실화장실에서 씻었어."
"그래? 그럼 이제 잘까?"
"어..응..자야지.."
응?
시현이가 뭔가 이상한데..
"시현아. 왜 그래?"
"아니..그..그.."
"응?"
"자..자기전에..한번 안아주라.."
?
저거 지금 시현이가 한 말이야?
"시..시현아..방금 안아달라고 한 거 맞아?"
"...."
"진짜 방금 너가 한 말이야..?"
"마..맞으니까 빨리 안아주기나 하라고!"
"아..미..미안."
난 시현이의 뒤로가서 살며시 백허그를 해주었다.
정면으로 안아주면 가슴이 거슬리기 때문에..
물론 내 가슴이 아닌 시현이 가슴이..
어쨌든 그렇게 안아주자 시현이는 만족한듯 자리에 누웠다.
"흥..이제 불꺼. 자게."
"..좀만 더 안으면 안돼?"
"안돼. 자야지."
...
음..좀 아쉬운데..
뭐..그래도 귀여운 시현이 모습을 봤으니.
이정도로 만족할까.
난 세시 반 알람을 맞추고 불을 끈뒤 잠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문득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3시 28분.
..
아니 왜..알람을 맞추면 꼭 그 알람이 울리기 몇 분 전에 일어나는 거지?
보통 안 일어나던 시간대에 알람을 맞추고 자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유는 모름.
뭐..어쨌든 일어났으면 시현이 깨워서 갈 준비를 해야지.
난 시현이의 몸을 흔들며 깨워봤다.
"시현아..일어나."
"음냐.."
.
.
.
.
.
음..안일어나네?
좀 더 강하게 흔들어봤다.
"시현아..일어나라니까?"
"냐.."
..
개귀엽다..
근데 왜 안 일어나는 거야..?
아무래도 꽤나 깊은 잠에 빠진거 같은데..
그럼 이거 깨울려면..좀 더 강하게 나가야 되는건가?
하지만 시현이에게 그러긴 싫다.
근데 씻긴 해야 되는데..
..
잠깐만..
굳이 여기서 씻을 필요가 있나?
좀 이따 거기에 도착해서 씻으면 되잖아..?
그리고 어차피 엄마차타고 가는거니 이대로 시현이를 공주님안기로 든 다음 엄마 차까지 데려가서 다시 눕히면 안깨울 수 있을거 아냐?
좋아..그렇게 하자.
좀 힘들긴 하겠지만 시현이를 깨우는 것보단 낫지.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엄마: 슬슬 내려와. 짐은 엄마가 챙겼으니 빈손으로 와도 됨]
[나:ㅇㅇ]
난 정말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시현이를 공주님 안기로 들었다.
다행히 시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중.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뺨에 뽀뽀 한번 해주고 지하주차장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엄마가 우릴 반겨줬다.
"어머~ 귀염둥이 자는거야?"
"응."
"아이구~ 귀여워라.."
"일단 뒷문이나 좀 열어줘."
"칫..알았어."
지금 혀 찬거 같은데..
하지만 그만큼 시현이가 귀여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니까 뭐..
난 뒷 자리에 시현이를 눕혀두고 앞자리에 앉았다.
"근데 비키니는 챙겼지?"
"당연하지."
"다행이군."
"그리고 우리 딸이야말로..시현이가 순순히 입어줄 정도의 은혜는 입혀놨겠지?"
"물론이지."
아아..
은혜라 하니까저번의 기절했을 때가 떠오른다.
정말 거지같은 기분이었지.
하지만 그걸로 시현이가 비키니를 입어준다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공항을 향해 달렸다.
달리다보니 어느샌가 도착한 공항.
"어..도착했네? 그럼 이거 슬슬 시현이 깨워야되나?"
"아냐~ 귀염둥이 자게 냅둬~."
..
"근데 비행기에선 앉아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 딸아. 돈이면 안되는게 없단다?"
....
음..
나랑은 사는 세계가 다른가보다.
이해하려 하지를 말자.
그렇게 시현이를 공주님안기한 채로 엄마를 따라서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미..미친..설마 이거 퍼스트 클래스야?"
"당연한거 아니니?"
아니 뭔..퍼스트 클래스야..
근데 진짜 공간이 드럽게 넓긴 하네.
그리고 게임기랑 영화용 모니터에 간식에....없는게 없다.
거기다 우리가 일찍 온 편도 아니었는데 바로 탄 걸 보면..
아마 우린 퍼스트 클래스여서 그냥 바로 태워준 거겠지.
근데.....
퍼스트 클래스는 우리뿐인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있어야 정상 아닌가?
"내가 내쫓았어."
"응?"
..
뭐라고?
"내가 내쫓았다고."
"..누구를?"
"다른 퍼스트 클래스 사용자들."
..?
"아니..도대체 왜?"
"우리 전용공간으로 쓰려고."
.
.
.
.
.
아니..뭔..
아니야..이해하려고 하지마.
그냥 받아들여.
내가 그러고 있던 사이 엄마가 안대를 챙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엄마는 피곤해서 눈좀 붙일테니 혼자 놀거나 귀염둥이랑 놀고 있으렴. 그리고 아마 비행기는 8시간 정도 걸릴거야."
"응."
그렇게 엄마는 좀 떨어진 곳에 앉고서 눈을 붙였다.
음..그럼 이거 어떡하지?
시현이 깨워야되나?
아니야..저렇게 곤히 자는데 저걸 어떻게 깨워..
아니 근데..어떻게 아직도 안깬거지?
심지어 적게 잔것도 아니고 지금 벌써 9시간째 자는 중이다.
(잔 시간:9시 지금 시간: 6시)
..
아..모르겠다..
나도 그냥 한숨 자야지..
그렇게 난 안대를 쓰고 숙면을 취했다.
"꺄아아아아악!!"
헉!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뭐야! 무슨 일이야!"
"어..? 아..지은이구나.."
안대를 벗자 내 눈엔 안심한 듯한 시현이가 있었다.
"...그래서..비명은 왜 지른거야?"
"아니..그..자고 일어났더니 모르는 천장이길래..납치당한줄 알았지.."
"...."
이게 뭔...
"손님 무슨 일이십니까?"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승무원이 왔다.
"아..아뇨..별일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평온한 하루 되시길."
"네..네."
그리고 승무원이 물러나자 난 시현이 쪽을 봤다.
"ㅁ..뭐..왜.."
"아니..그거 하나 상황파악을 못해가지고..비명을 질러?"
"....미안.."
..
귀엽다..
귀여우니까 봐줄까.
"뭐..이미 지난 일 화내봤자 뭐하겠어. 그보다..이제 뭐할까?"
"아니 뭐..비행기에서 딱히 할 일이 있나?"
"후후.. 퍼스트 클래스의 힘을 아직 모르는구나?"
"응? 퍼스트 클래스?"
아. 그러고보니 아직 모르나.
근데 비행기 좌석 넓이보고 대충 파악할 수 있지 않나?
근데 시현이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퍼스트 클래스가 뭐야?"
"엥?"
퍼스트 클래스를 모른다고?
"그걸 어떻게 몰라? 비행기 처음 타봤어?"
"응."
아..
......
"미안."
"아냐..뭐..이제라도 알면 되지. 그래서 퍼스트 클래스가 뭐야?"
"그냥 vip석이랑 비슷한거야. 돈 많이내면 탈 수 있음. 근데 좀 많이 내야 됨."
내가 알기론 대략 4배쯤이었던거 같다.
"..근데 우리가 그 퍼스트 클래스라고?"
"응."
"왜?"
음..
당연히 가질만한 의문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알아?"
당연히 답은 모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