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외전 이세계에 간 시현이 上
* * *
(이거 외전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난 긴 잠을 끝내고 눈을 떳다.
"음냐.."
그런데..
왜 내 눈에 천장대신 푸른 하늘이 보이지?
분명 난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보니나는 숲 한가운데에 있었다.
"....."
근데 그 와중 왜 내 신발은 신겨져 있는걸까..
분명 침대에서 잤으면 맨발이어야 될 텐데..
아니 근데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여긴 어디고 왜 내가 여기있는가..겠지.
일단..좀 돌아다녀보자.
한동안 걸어다녔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
이거 망한거 같은데..
다리 아프고..목도 마르고..배도 고프고..다행히 동물잠옷덕에 춥진 않지만..그래도 저 세가지가 너무 뼈아프다.
..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저 세가지중 아무것도 해결 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거다.
배고픔이랑 목마름은 고기나 강 같은걸 찾아야 해소될 텐데..
아마 찾더라도 꽤나 시간이 흐른 뒤겠지.
그럼 그만큼 걸어야 되고..다리아픔은 가속화되고..
..
이거 진짜 죽을 수도 있겠는데..
..
일단 좀만 더 걸어보자.
그렇게 다짐한 시현이는 한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
응?
잠깐만..방금 뭔가 보인거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어 왔던 길 쪽을 봤더니..
초록색 슬라임이 있었다.
..
?
뭐야 저거..
귀엽다..귀엽긴 한데..
저런 생명체가 지구에 있었나..?
아니..애초에..여기 지구 맞나?
다행히도 나한테 딱히 적의는 가지지 않은 것 같다.
만약 가졌으면....상상도 하기 싫군.
난 지금 상대가 토끼라도 질 자신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한번 만져보고 싶기는 하지만..
혹시 만졌다가 손이 녹거나 그럴수도 있으니..그냥 조용히 지나가자.
좀만 더 걷다가 나는 어떤 집을 발견했다.
..
크네..
이런 외딴 곳에 있는 집 치고는.
2층집에 옥상도 쓸 수 있어 보이는데..
근데..왜 이리 낡았냐?
벽에 거미줄이 다닥다닥 쳐져있고..벽에 여러곳이 금가있고..
마치 몇년간 방치 된 듯한 집이다.
나도 안에 불이 안들어와 있었다면 폐가로 오인했을 정도.
..들어가야 되나?
내 본능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고 있지만..
여길 안들어가면 아마 높은 확률로 여기 근처를 뺑뺑이치며 개고생을 하겠지..
그리고 그러다보면 진지하게 죽을 수도 있다.
뭐..그러니 일단 노크해보자.
설마 큰일이야 있겠어?
똑똑
"계세요?"
..
.....
........
한참 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누구세요..?"
그 안에서 지은이가 나왔다.
"헉..지..지은아.."
"응? 뭐야..누군데 날 아는거야?"
..?
지은이가 날 모른다고?
거짓말하는 느낌은 아닌데..
뭐지..
"그래서 누구야 너."
"아..그..그.."
..
어떡하지?
여기서 시현이라고 해봤자 모를텐데..
음..
정직하게 나가볼까?
"저기..사실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는데..그 세계에서의 너랑 나랑 연인이었어.."
"음..미친년이었군. 그럼 가던길 잘 가시길.."
그렇게 지은이가 문을 닫으려고 했다.
아,,안돼!
여기서 쫓겨나면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자..잠깐만! 나야나! 너가 그렇게 사랑하던 시현이라고!"
"아..그..나한테 백합 취향은.....응? 잠깐만..시현이라고?"
"응.왜?"
갑자기 지은이가 내 이름에 흥미를 보였다.
..
왜지?
날 모르는게 아니었나?
그 뒤로 지은이는 내게 이상한 것들을 물어봤다.
"음..성은 뭐야?"
"이."
"이시현?"
"응."
"다른세계에서 왔다고?"
"응."
"그 세계에서 나랑 너랑 연인이었고?"
"응."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그..증거는 없는데..뭣하면 너의 개인정보라도 말할까?"
"아냐. 됐어."
오?
의외로 쉽게 물러나네.
믿어준건가?
..아니면 그냥 포기한 걸지도..
"음..마지막으로 후드 벗어봐."
"..알았어."
그런데 내 모습을 보더니 지은이는 갑자기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진짜........차원.........붙잡...........기절....."
..
뭔가 좋지않은 단어들이 들리는데..
"저..지은아?"
"어..어! 응?"
"뭐해?"
지은이가 꽤나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뭔 말을 했었길래..?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아..아무것도 아니야! ..일단 들어와. 먹을거 정도라면 차려줄게."
"오..진짜? 고마워!"
그 불안감은 10초도 안돼서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니 지은이가 식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잠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밥 준비좀 해 올게."
"응."
응?
근데 밥 준비를 하는데 왜 2층으로 올라가는 거지?
...
뭐..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겠지~.
그나저나..여기의 지은이는 날 모를텐데..그런데도 밥을 차려주다니..
역시 지은이는 착하다니까?
헤헤..
그렇게 자기 여친이 착하다는걸 느끼면서 밥을 기다렸다.
내 이름은 이지은.
지금은 외딴 집에서 살아가는 그냥 별 볼일 없는 여자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다.
예전엔 나도 고작 15살에 S급 모험자로 올라갈 예정이었던 초 거대 신인이었지만..
S급 모험가로 올라가기 며칠 전.
오랜만에 매우 좋아했던 여동생이랑 같이 토벌을 나갔다가 여동생이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인은 여동생의 앞이라고 멋좀 부리면서 자만했던 나 자신의 썩어빠진 태도.
그 뒤로 나때문에 여동생이 죽었다는 생각에 난 이런 변방의 오두막에 틀어박히게 되었고..5년째 집안에만 쳐박혀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간 모아둔 돈으로만 생활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별 볼일 없는 하루중 하나가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똑똑.
"계세요?"
....
누구야?
이런 변방의 오두막까지 올 사람이 있나?
"누구세요..?"
문을 열며 물어보았다.
상대방은 귀여운 고양이 탈을 쓴 누군가. 키가 작아서인지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상대방은 날 보더니 놀란 모양이었다.
"헉..지..지은아.."
..?
"응? 뭐야..누군데 날 아는거야?"
난 저런 사람 모르는데..?
굳이 따지자면..비슷한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벌써 5년전이고..이미 죽은 사람이지.
"그래서 누구야 너."
죽은 동생이 생각나서 꽤나 신경질적으로 물어봤다.
그런데..
의외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사실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는데..그 세계에서의 너랑 나랑 연인이었어.."
..
미친년인가보군.
"음..미친년이었군. 그럼 가던길 잘 가시길.."
그렇게 문을 닫으며 방으로 올라가려했다.
그런데..
"자..잠깐만! 나야나! 너가 그렇게 사랑하던 시현이라고!"
뭐야..이 미친년이 날 왜 레즈로 만드는거지?
"아..그..나한테 백합 취향은.....응? 잠깐만..시현이라고?"
우리 여동생 이름이 이시현인데?
"응.왜?"
....
음..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그럼 얘가 내 여동생이야?
음..일단 몇가지만 더 물어볼까.
"음..성은 뭐야?"
"이."
"이시현?"
"응."
"음..다른세계에서 왔다고?"
"응."
"그 세계에서 나랑 너랑 연인이었고?"
"응."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그..증거는 없는데..뭣하면 너의 개인정보라도 말할까?"
"아냐. 됐어."
..
이정도면 거의 확정이다.
이 아이는 시현이가 맞고..다른 세계에서 온게 맞다..
일단 마지막으로 얼굴만 확인해볼까.
"음..마지막으로 후드 벗어봐."
"..알았어."
..
저건..시현이다..
이건 시발 빼박이야..
잠깐만..
그럼 어떡하지?
시현이 다른세계에서 왔다며..
그럼 다시 다른세계로 갈 수도 있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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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게 해야된다..
이건 하늘이 준 기회야.
여기서 붙잡아야 해.
좀 강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
그렇게 시현이를 어떻게 잡아야 되나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지은아?"
"어..어! 응?"
"뭐해?"
널 가두는 상상.
"아..아무것도 아니야! ..일단 들어와. 먹을거 정도라면 차려줄게."
"오..진짜? 고마워!"
오..! 별로 경게를 안하는데?
일이 꽤나 쉽게 풀리겠는걸?
난 다시 정말 좋아했던 여동생이랑 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시현이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식탁 의자를 가리키고는 말했다.
"여기에 잠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밥 준비좀 해 올게."
"응."
그렇게 난 시현이를 식탁에 앉힌 다음 내 방의 수면제를 가지러 올라갔다.
(이세계에 간 시현이下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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