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37화 리조트
* * *
섬에 도착하자마자 우릴 반기는건 말도 안되게 큰 리조트였다.
"설..마 저기야? 우리가 머물 곳이?"
"어림잡아도 100평은 넘어보이는데..거기다 2층인거 같고.."
나랑 시현이는 집을 보자마자 꽤나 놀란듯 했다.
저렇게나 큰 집을 보면 어쩔 수 없는 건가..
"저기 맞으니까 들어가기나 해. 여기서 이러지 말고."
그에 반해 엄마는 무표정으로 우릴 집 안으로 떠미는거 보니 알고 있었나 보다.
..
아니 근데....그래봤자 1박 2일일텐데 뭐 이렇게 큰 집을 샀다냐..
뭐..어차피 내 돈은 아니니까 상관은 없지만..
..
일단 들어가자.
우린 집으로 들어갔다.
"와..진짜 넓다.."
"그러게.."
우린 집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이렇게 좋은 집이 있다고..?
진짜 개비쌀텐데..
..
근데 엄마는 왠지 모르게 여기 집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와본건가?
와봤다면 언제..?
여행가기로 한지 일주일 좀 넘게 지났는데..그 안에 여길 와 봤을 리가 없는데..
..
이건 한번 물어봐야겠다.
"엄마. 여기 전에 와봤어?"
"응."
역시..
처음 온 사람의 반응이 아니더라..
근데 도대체 언제?
"도대체 언제 와본거야? 우리가 여행가기로 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그 안에 여길 올 시간이 있었나?"
그런데 엄마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응? 엄마가 여기 와본건 한두번이 아닌데?"
..?
"이 섬 엄마꺼야. 지금 남편이랑 결혼할때 신혼여행겸으로 이 섬에 처음 왔었는데..마음에 들어서 그냥 사버렸지. 그 뒤론 여름일때마다 남편이랑 여행왔었지..최근엔 귀찮아서 안왔지만."
..
????????????
"아..아니..일주일 전에는 섬 빌렸다고 하지 않았나?"
"아..그거 남편한테 빌린거야. 이 섬 남편명의로 산 거거든."
..
우리 집 서열을 생각하면..빌린게 아니라 뺏은거 아닐까..
"근데 왜..굳이 아빠 명의로?"
"그냥..귀여운 부하 직원에게 준 선물 비슷한거지?"
..
그냥 이해를 하지 말자.
"어..그..그렇구나? 하하..일단 배고프니 밥이나 먹자.."
"그래~."
그렇게 우린 아직까지도 집을 구경중이던 시현이까지 불러서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들어서자마자 온갖 화려한 장식들과 요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그것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그 크기.
"우와..부엌이 내 예전 집보다 큰데?"
그 말대로 부엌이 대략 30평은 돼 보인다.(시현이 예전 집>20평) 요리하는 공간 10평에 먹는 공간 20평정도.
그리고 요리하는 공간에는 엄마가 부른 요리사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만약 요리사 안불렀으면..우리중 하나가 요리해야 된다는 거였잖아?
그거만한 지옥이 없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요리가 만들어졌다.
요리의 정체는 랍스타.
..
한번도 먹어본 적은 없는데..
맛있나?
뭐..그래봤자 일반 게랑 비슷하지 않겠어?
오히려 세간의 평가에선 일반 게보다 맛없다는 의견도 많던데..
그렇게 생각하며 한 입을 먹었다.
그런데..
....
맛있다..!
내 빈약한 어휘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지만..그래도 존나게 맛있다..!
시현이도 옆에서 맛있게 먹는 중이다.
엄마도 꽤나 만족한 눈치고.
그런데..맛있는걸 먹어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실수로 건드려서는 안될걸 건드려 버렸다.
엄마의 자존심을..
"이야..진짜 맛있네.. 요리사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리고 내 말을 듣던 엄마는 먹는걸 멈추고 날 보며 말했다.
"뭐야..내가 있는데 요리사 없으면 왜 큰일이 나?"
그리고 난 그제서야 내가 뭘 실수했는지 깨달았다.
엄마는 쓸데없이 자존심이 매우 높은데다가 자신이 요리를 잘한다고 믿고 있다는것.
....
잠깐만..
ㅈ된거 같은데..
이거 어떡하지?
"우리 딸? 내가 묻고 있잖아..왜 요리사 없으면 큰일이 나는지.."
이거..대답 잘못하면 요리사 없어진다..
..
"아니..그..엄마는 우리랑 놀 텐데...요리할 시간이 없을 거 아냐.."
"음..그거야 노는 시간을 좀 줄이면 되는 일이니..큰일까지는 아닐텐데..?"
..
망했다..
할 말이 없어..
뭘 어떻게 말하든 엄마가 요리를 못한다는 말이 되버린다..
..
이대론 방법이 없다.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하자.
"죄송합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요리를 못한다고 '착각'해서 그런 망언을 해버렸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쇼..!"
사실 '착각'이라는 구라가 들어가긴 했지만..그래도 이정도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음..그래..살면서 누구나 착각을 할 수는 있지..그래..용서해 줄게."
오..다행..
"대신..앞으로 남은 요리는 내가 해도 되겠지?"
"에?"
"뭐야..왜 놀라? 나 요리 못하는게 착각이었다며? 그럼 나 요리 잘한다는거 아냐?"
어..?
"그럼..일단 요리사들은 퇴근시켜도 되겠지?"
"자..잠깐만..엄마! 한번만..한번만 자비를..!"
"그런거 없단다. 우리 딸."
그러더니 진짜로 엄마는 요리사들을 집으로 보내버렸다.
..
그리고 옆에서는 날 꿰뚫어버릴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이건..
..
하..
밥이나 먹자..
이게 마지막 맛있는 밥이니..
그렇게 옆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남은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우린 잠시 쉬었다가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했다.
..
슬슬 시현이에게 비키니를 입힐 때인가..
"시현아. 슬슬 옷 갈아입으러 가자."
"응. 내 수영복도 챙겨왔지?"
"물론이지~."
그렇게 나랑 시현이는 탈의실로 향했다. 엄마는 빚은 너한테 있으니 너가 해결하라면서 따라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탈의실 안.
"그래서..내 수영복은 어디있어?"
"여기."
난 그렇게 말하며 저번에 샀던 하얀 프릴 오프숄더 비키니를 보여주었다.
"......"
"......"
그리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장난치지말고 내 옷 어딨냐고.."
"하긴..장난이 좀 심했지? 미안.."
그리고 난 다시 가방을 뒤졌고, 그런 내 모습에 시현이는 안심한 듯 했다.
하지만..내가 꺼낸건 검은색 프릴 오프숄더 비키니.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안심한듯 했던 시현이의 표정이 바로 썩어들어갔다.
"..그걸 입으라고?"
"응."
"다른건?
"없어."
..
다시 흐르는 정적.
"나..나..그럼 차라리 수영안할래.."
역시..이렇게 나오는군..
협조적으로 나왔다면 빚을 쓰지 않고도 입게 만들 수 있었는데..아깝네..
"시현아..그거 기억나? 너가 내 턱에 정통으로 니킥을 먹였던거.."
"....!"
시현이는 까먹고 있었던건지 꽤나 놀란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내가 기절까지 했었지? 그래서 '빚'이 하나 생겼었고.."
"설마.."
"맞아. 그 설마야. 그 빚으로 비키니 입어줘."
"...."
"그래도 너가 입는 거니 색깔을 고를 권리는 줄게."
"그걸 말이라고.."
그래도 시현이는 별말 없이 비키니를 받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역시..빚이 좋다니까?
슬슬 한번 더 기절을 해야 되나?
..
개소리 하지 말고 나도 옷이나 갈아 입어야겠다..
이번엔 시현이 외롭지 않게 나랑 엄마도 비키니로 사왔다.
어차피 볼 사람도 없고 해서 나랑 엄마는 크게 신경 안썼지만.
애초에 비키니가지고 저렇게 부끄러워하는게 이상한거 아닐까?
뭐..귀여우니까 상관없나..
"저기..지은아? 나 어때?"
그 사이에 시현이는 비키니를 입은 뒤 내게 물어봤다.
그런데..
"저기..그..시현아? 그런 자세로 어떠냐고 물어봤자.."
시현이는 구석에 움크리고 있었다.
..
"뭐..팔이랑 다리라인이 개쩔긴하네."
그러자 시현이는 움크린 채로 뒤돌아서 팔이랑 다리도 안보이게 했다.
"근데..등이 훤히 보이는데..그냥 일어나지 그래?"
"그..그치만..부끄러워..."
..
"아니..알몸도 보였으면서..비키니 입은 모습이 뭐가 어때서?"
"그..그..이거 입고 밖에 나가야 되잖아.."
음..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요리사들도 집에 갔고."
요리사 얘기를 하자 순간적으로 날 째려봐서 당황했지만 그건 잠시였고 다시 원래의 부끄러워하는 눈으로 돌아갔다.
"아니..그래도..속옷입고 밖에 나가는 거랑 마찬가지잖아..누가 보면 날 노출광이라 생각할거야.."
"아니 누가 안본다니까?"
그나저나 사고방식이 좀 많이 특이하네..
비키니입는다고 노출광..?
음..근데 이거 가만히 놔두면 계속 이러고 있겠는데..
안되겠다.
난 그대로 시현이에게 다가가서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시현이를 들어올렸다.
"꺄아악?!"
"가만있어."
"..."
그리고 강제로 탈의실 밖으로 들고 나갔다.
그러던 와중 엄마랑 만났는데..
엄마는 시현이를 뚫어져라 보더니 내 쪽으로 따봉을 날렸다.
그리고 난 손을 못써서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답했다.
"먼저 나가서 놀고있어. 엄마는 곧 나갈게."
"알았어."
그렇게 난 시현이를 들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