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0화 화
* * *
지금 시현이의 표정은 마치 나의 환자만 아니었으면 바로 헥토파스칼 킥이라도 날렸을 듯한 표정이었다.
..
근데 나 환자잖아?
그럼 안전한거 아닌가?
"아..시현이가 메이드복 한번만 입어주면 힘이 날 거 같은데..."
"........"
내가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자 오랜만에 시동걸린 장난기.
그런데 그러자 시현이에게서 진짜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그..그..진짜 메이드복 입어주면 힘이 나?"
"?"
응?
"당연하지~ 바로 완치되고도 남을걸?"
"......"
오..
고민한다..
이거 가능성있냐?
...
그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최대한 아픈 척을 해야 해.
"쿨럭! 쿨럭! 가..갑자기 재채기가.."
"아악..! 아까부터 팔이 아파..."
"온몸에 힘이 안들어가.."
"아까부터 머리가 아픈데...뭔가 토할거 같아.."
등등..
혼신의 힘을 다해서 아픈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아..알았어. 입어줄게.. 대신 힘 안나면 각오해?"
"당연하지!"
시현이의 메이드복을 보고도 힘이 안난다? 그건 눈이나 뇌 둘중 하나 혹은 둘다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근데..
"근데 메이드복은 어디서 구하게?"
"엄마가 가지고 있더라. 이미 몇번 입어봤고."
그렇군..엄마가..
..
....
뭐...?
이미 입어봤다고? 그것도 몇번이나?
"어..언제?"
"내가 엄마 집으로 자러갔을 때.."
..
전쟁이다.
감히..믿고 시현이를 보냈더니..나 몰래 이런 짓을.....
......
아니야..
엄마가 나 치료해준 건도 있고 지금 엄마한테서 메이드복도 받아와야 하니 이번 건 그냥 넘어갈까..
다만 봐주는건 이번만이다.. 다음에 또 이러면 전쟁뿐.
"일단 그럼 엄마한테서 메이드복 받아와."
"응."
그렇게 시현이가 엄마네 집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잠시 뒤.
시현이가 도착을 했는데....
"어..어때?"
...
천사가 있었다.
난 너무나도 큰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에 힘이 안들어가는 몸에 억지로 힘을 넣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음 시현이를 향해 달려가서 안겼다.
"너..너무 귀엽다!!!"
(시현이 시점)
"메이드복 입어주라!"
"......"
뭐..?
이 미친ㄴ..아..아니지. 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녀석이 지금 뭐라는..
"아..시현이가 메이드복 한번만 입어주면 힘이 날 거 같은데..."
"....."
......
음....진짜?
만약 진짜라면..굳이 이렇게 힘들게 간병할 필요가 없지 않나?
어차피 메이드복 엄마의 협박때문에 여러번 입어봤으니..한번 더 못 입을 것도 없지.
일단..확인부터 해보자.
"그..그..진짜 메이드복 입어주면 힘이 나?"
"?"
지은이는 내 물음에 잠깐 당황했지만 바로 기뻐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바로 완치되고도 남을걸?"
"......"
그래..?
하지만 그래도 역시 입기가 좀 고민된다.
내가 그 전까지 얼마나 입어봤든 간에 지은이ㅣ 앞에선 처음 입는 거기 때문에..
그런데 내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지 어디선가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쿨럭! 쿨럭! 가..갑자기 재채기가.."
?
"아악..! 아까부터 팔이 아파.."
??
"온몸에 힘이 안들어가.."
???
"아까부터 머리가 아픈데..뭔가 토할거 같아.."
????
뭐야 저거..지금 아픈척 하는 거야?
..
개귀엽네..
뭐..저 귀여운 행동을 봐서라도 입어줄까.
"아..알았어. 입어줄게.. 대신 힘 안나면 각오해?"
"당근이지!"
좋아하는 지은이를 보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메이드복은 어디서 구하게?"
"엄마가 가지고 있더라. 이미 몇번 입어봤고."
난 별 생각없이 한 말이었는데..이 말을 듣더니 지은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언제?"
"내가 엄마 집으로 자러갔을 때.."
..
그러자 지은이가 굉장히 화가 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왜?
왜 화난거야 도대체?
뭐..나한테 화난건 아니겠지..?
그래도 다행히 잠시 뒤 바로 평정을 되찾고는 말했다.
"일단 그럼 엄마한테서 메이드복 받아와."
"응."
그렇게 난 엄마네 집으로 출발했다.
며칠전부터 느끼는 건데.. 내 여친은 일반인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거 같다.
일반인
여친이 오일을 안 발라준다 > 발라달라고 조른다 or 포기한다
지은이
여친이 오일을 안 발라준다 > 팔을 부순다(...)
일반인
지금 바다로 들어가면 크게 아플 수도 있다 > 안논다
지은이
지금 바다로 들어가면 크게 아플 수도 있다 > 내 알바 아니다
일반인
아프다 > 잔 심부름을 시킨다 (밥이나 물 갖다 달라든가 물수건좀 가져다 달라든가)
지은이
아프다 > 메이드복(..)
그리고 돈도 없으면서 잠깐의 고민도 없이 다이아 반지를 바로 사버린다든가.. 귀중한 소원권으로 고작 비키니를 입힌다든가..등등
..
전부 나랑 관련되어 있어 보이는건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겠지..?
어쨌든..
난 엄마에게서 빠르게 메이드복을 받은 뒤 엄마의 강요로 그 자리에서 입고 귀여운 척까지 한 다음에야 겨우 벗어나서 우리 집으로 갔다.
그런데..지은이가 이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진짜로 병이 바로 완치가 될라나?
..
상식적으로 그럴리는 없겠지.
그래도 뭐..힘이 안나면 그건 그거대로 각오하라고 했었으니..뭘 해도 무죄겠지.
그럼 나쁘지 않은 거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은이네 방으로 들어갔다.
..
확실히 연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긴 좀 부끄럽네..
그래도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며 지은이에게 물었다.
"어..어때?"
그런데..
지은이가 내 모습을 보더니 바로 일어나서 나에게 안겨왔다.
"너..너무 귀엽다!!!!"
"...."
숨막혀..
근데..아까까지만 해도 진짜로 죽어가던 사람이 이렇게 달려와서 이런 힘으로 날 껴안았다고..?
진짜 내 메이드복을 봐서 힘이 난 건가?
"저기..지은아? 몸은 괜찮아?"
"응! 완전 쌩쌩해!"
..
진짜 쌩쌩한거 같은데..?
"오..진짜 쌩쌩한가보......"
난 숨막힘 때문에 시현이를 밀어내면서 말을 했지만..
그 말을 다 끝마치지는 못했다.
날 안고있던 지은이가 갑자기 힘이 빠진건지 내가 약간 민거 가지고 뒤로 넘어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위..위험해!"
그래도 다행히 내 바로 앞이었기에 내가 뒤로 넘어지려는 지은이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넘어지는건 막았다.
다만 나보다 훨씬 무거운 시현이가 넘어지려는 걸 저지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몸은 앞으로 쏠리게 되었고..
넘어지기 직전에 겨우 균형을 잡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내 얼굴과 시현이의 얼굴이 한뼘차이였다.
"미..미안 지은아!"
난 바로 놀라서 얼굴을 때면서 사과를 했지만..지은이 쪽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지은이 시점)
일단 시현이가 너무 귀여워서 껴안고 봤지만..너무 무리한건지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시현이도 그런 내 상태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어봤다.
"저기..지은아? 몸은 괜찮아?"
"응! 완전 쌩쌩해!"
그리고..이런 상황에서 아프다고 말하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을테니..난 허세를 부렸다.
사실은 곧 쓰러질거 같은 몸임에도.
그래도 다행히 내 허세가 먹힌건지 시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내 몸이 괜찮아졌다고 결론을 내린건지 슬슬 내 몸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잠깐만..근데..나 진짜 힘없어 죽을거 같은데..그렇게 밀면..
"오..진짜 쌩쌩한가보......"
내 몸의 중심이 무너져 뒤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위..위험해!"
그러자 시현이는 다급하게 달려들어서 내 허리를 붙잡고 내가 넘어지는걸 막았는데..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
"미..미안 지은아!"
시현이는 시현이대로 놀라서 바로 얼굴을 때며 사과했지만..
난 순간적으로 훅 들어온 시현이의 예쁜 얼굴과 멋지게(?) 날 구해준 시현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
그렇게 난 계속 멍을 때리고 있었고..보다못한 시현이가 말을 꺼냈다.
"저기..지은아?"
"어..으..응?"
"그..설 수 있겠어? 계속 받치고 있기 무거운데.."
..
정신을 차리자마자 무겁다는 말을 듣다니..
근데..이거 설 수 있다고 해야하나?
..
에바다.
이건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니..다리에 힘이 안들어가.."
"뭐? 잠깐..그럼..멀쩡하다고 했던거 거짓말이었어?"
"응...."
"그럼...몸이 아팠는데도 달려든 거라고?"
"응..이젠 진짜 한 손가락도 못 움직이겠어.."
"...."
내가 그렇게 약간 웃으며 대답을 하자 시현이는 상당히 어두운 표정으로 날 침대에 눕혔다.
눕혔다기 보다는 내팽게친거지만.
그리고..
"시발 그러길래 몸도 성치 않은 주제에 왜 달려들고 지랄이야! 내가 없었으면 그대로 땅에 머리부터 쳐박을 뻔 했잖아! 저번에도 지 혼자 팔을 아주 박살을 내시더니 그거로는 만족을 못해서 이번엔 뇌를 작살내시려는 건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달려들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어? 천만에! 내 연인이 몸을 혹사시키는걸 내가 좋아할 리가 없잖아! 내가 뭐 때문에 간병해주고 메이드복까지 입어줬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예쁘다고 한마디만 해줬으면 되는걸 왜 굳이 성치도 않은 몸으로 달려들었다가 힘 다 빠져서 넘어지는거냐고! 그리고 넘어질거 같으면 넘어질거 같다고 얘기라도 하던가! 왜 시발 개박살난 몸으로 멀쩡한 척을 해대는건데!그리고 그런 주제에 왜 실실 쳐웃고 지랄인거냐고! 시발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거냐?만약 거기서 마지막에 내가 중심 제대로 못잡았으면 우리 둘다 넘어지는 거였어. 알기나 해? 그랬으면 아까 말했듯 넌 최소 뇌진탕에다가 나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을 거라고. 너의 그 부주의한 행동때문에! 만약 한번만 더 이딴 개같은 짓거리를 하면 그냥 내가 널 죽여버릴거야. 알겠어?"
..
"알겠냐고!"
"아..알겠어.."
"......"
내가 대답을 하자 시현이는 아무 말도 없이 방을 나갔다.
그리고..
조금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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