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48화 (48/117)

〈 48화 〉 43화 ­ 늦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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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7시간동안 잠을 자기 위해 정말 오만가지 짓을 다해봤다.

대자로 누워보고 옆으로도 누워보고 시현이에게 뽀뽀도 해보고(?) 쇼파에도 누워보고..심지어는 공부도 해봤다. 그러면 잠이 올까봐.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26시간을 잔 것에대한 후유증은 컷고..

그렇게..난 시현이가 눈을 뜰 때까지 난 잠에 들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도 딱히 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

이러다가 오후 1시쯤 갑자기 졸려진다거나 하면 어떡하지?

..

아니..잠시만. 생각해보니..

사람이 하루에 8시간을 잔다는 가정하에.. 하루에 16시간을 깨있는 거잖아?

그렇다면 잔 시간x2=깨있는 시간 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근데 난 하루에 26시간(?)을 잤으니..52시간을 깨있을 수 있다는거 아닌가?

그럼..지금이 오전 8시니까.. 아직 난 고작 19시간밖에 안 깨있었다..!

그럼 적어도 오늘은 안전해!

......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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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어난건 오후 다섯시.

..

"시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오늘은 시현이랑 머리 깎으러 갈 겸 데이트 하는 날이었는데..늦잠을 자버렸으니..

근데 이걸 늦잠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덕분에 내 옆에 있는 시현이도 상당히 기분이 나빠보였다.

"아..하하..시현아..좋은 아침.."

"그래..좋은 아침이야..근데 우리 나라에서는 아침에 해가 슬슬 지려고 하나봐?"

"아..아니..그.."

"그리고 도대체 연인이 일어나는걸 보자마자 잠에 드는건 어느나라 전통일까?"

"그..그러게..?"

ㅈ됐다..이거 상당히 화난거 같은데..

..

이때 내 머리속에 예전에 엄마가 해줬던 충고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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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우리 딸..이 엄마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하나 해줄게."

"응..? 별로 그닥 듣고 싶지는.."

빠악!

"끄아아아악!"

"다시 말해봐."

"정...말...듣고 싶습니다.."

"그래..정말 중요한 거니까 잘 들어. 이 엄마가 사회생활하면서 배운거니까."

"응."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때..제일 쉽게 그 화를 푸는 방법은.."

"방법은..?"

"두들겨 패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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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장난이고..그냥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거야. 그럼 화가 풀리더라고. 무릎꿇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건 덤이고."

"아니 뭘 했길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뭐..그건 알거 없어."

"그럼..그래서..결론적으로 그냥 대화좀 나눠보라고?"

"그렇지..?"

......

.......

"어머~ 뭐니? 이 엄마가 매우 중요한 정보를 알려줬는데도 그런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아니..그..그게 말이 되냐고..애초에 화났을때 대화로 푸는건 상식이긴 한데.. 어떻게 대화 좀 나눈거 가지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그렇게 안믿기면 지금 시험해볼래? 우리 딸이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나 안붙잡나."

"아..아니..그건 됐어.."

..

"어쨌든..그런거 말고..좀 제대로 된거.."

"음..나는 상대방이 화났을때 이 방법으로만 풀었는걸?"

..

"그럼 엄마가 화났을땐?"

"난 화가 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

"아..근데 상대방이 알아서 기었을때 기분이 좀 좋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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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그래..알아서 기어야한다..

이건 명백히 내가 잘못한 상황..

그래도 다행히 지금 상황은 최악은 아니다.

시현이는 정말 화나면 방에 틀어박히기 때문에..

그리고 다행히 이런 상황을 위해 내가 예전에 준비해뒀던 뇌물이 있다.

난 바로 김치냉장고로 가서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대형 푸딩을 꺼내서 시현이에게 바쳤다.

"부디 이걸로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길.."

"......"

시현이는 말없이 푸딩을 받아가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잠시 뒤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이번 한번만 봐주는거야.."

..

존나 귀엽다♡!!!

TMI: 푸딩을 보관할때 아무리 구석진 곳에 숨기더라도 시현이가 찾아내다 보니 이번엔 푸딩을 팥통에 숨겼다. (시현이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팥)

그러더니 귀신같이 발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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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렇게 시현이의 화가 풀렸다.

..

근데 이제 뭐하지?

이제라도 나가야 되나?

밥까지 먹고나니 시계는 벌써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물론 지금 나가도 머리정돈 깎을 수 있겠지만..그게 의미가 있나?

머리 깎는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일이고 메인은 당연히 데이트이기 때문에..

그냥 내일 가자..

그렇게 오늘은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난 시현이가 있는 쇼파로 몸을 던졌다.

"시현아♡"

"왜..왜 이래..! 징그럽게.."

"헤헤..귀여웡♡"

"개소리하지말고 떨어져..!"

시현이를 껴안으며 볼을 비볐지만..시현이의 격렬한 저항에 결국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지금쯤이면 까먹었을거 같기는 하지만 '시현이가 진심으로 싫어하면 만지지 않는다' 라는 조약도 있었고 말이지..

....

"그래서....이제 뭐할건데?"

"어차피 나가긴 글렀으니..그냥 TV나 보자.."

"탁월한 선택이군."

그렇게 나랑 시현이는 잘 시간이 될때까지 TV를 보며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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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잘 시간이다.

근데..

"나 어떡하지..? 일어난지 고작 6시간 지났는데 잠이 올 리가 없잖아.."

"하..그러게 왜 26시간을 쳐 자서.."

..

시현이는 고민을 하더니 나에게 두가지 선택권을 줬다.

"선택해. 어떻게든 잠에 들거나, 그냥 하루 밤 새거나."

"..둘다 불가능할거 같은데..그냥 포기하면 안돼?"

"인간이 어디까지 화가 날 수 있는지 궁금하면 한번 시도해 보던가."

"아..알았어..지금 자려고 노력해볼게.."

밤 새는것 보다야 그게 차라리 낫겠지..

"그래..잘 생각했어~."

그 말을 하고는 불을 끈 다음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쪽♡

"그럼 열심히 해~."

시현이는 내 입술에 키스하더니 열심히 하라는 응원과 함께 잠에 들었다.

..

너 때문에 못 잘거 같은데..

난 시현이가 해준 키스 때문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겨우 잠에 들...

었으면 좋겠지만..

일어난지 6시간만에 다시 자는건 역시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오늘도 여지없이 밤을 새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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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나에게 남겨진건 오늘 밤을 샌다는 선택지뿐이게 되었다.

뭐..그래..

그까짓거 버티면 되지.

어젠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잠이든 것 뿐일테고..

데이트를 하는 중이라면 이 내가 절대 잠에 들 리가 없겠지.

좋아..그럼 나가기 전까지만 버텨보자.

일단 난 자고있는 시현이를 깨웠다.

"음냐....좀만 더....잘래...."

"시현아. 푸딩 준비해놨어."

"뭐..뭐? 푸딩? 어디? 어디??"

"구라야."

..

바로 시현이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저렇게까지 침울해지니 좀 미안해지는데..

"알았어. 이따 나가서 사줄테니까 빨리 밥이나 먹고 나가자."

"진짜?"

사준다는 말에 바로 얼굴이 밝아졌다.

개귀엽네 진짜..

"근데..지금 너 몰골을 보니..결국 못 잤나보네?"

"응? 내 몰골? 내 몰골이 어때서?"

"그냥..거지같아.."

..

"뭐..뭐?"

"아니..그..기분 안좋을때 하는 말인 거지같다는게 아니라 진짜 거지 같은 몰골이라고.. 옷만 좀 더러운 거로 바꿔주면 진짜 거지일 정도로.."

어느쪽이든 간에 상처받네..

"일단 그..세수라도 하고 와..그럼 좀 나아지지 않을까..?"

"알았어.."

그렇게 시현이의 말을 듣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뭐야..여기 왠 거지가 있냐.."

거울을 보자 진짜로 거지가 한명 있었다.

..

꼼꼼히 씻자..

난 어느때보다도 열심히 세수를 한 뒤에 한껏 개운해진 얼굴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래..이제 좀 괜찮아 보이네. 이젠 돈 좀 벌줄 아는 거지느낌이야."

"꼭 안해도 될 말을 덧붙이냐.."

"그래도..뭐..예쁘네.."

..

"그..고..고마워.."

지금 내 얼굴을 보지는 못하지만..

아마....존나 빨개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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