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46화 데이트(3)
* * *
근데..뭔 게임을 이렇게 잘하는 거지?
콤보 한번 맞더니 공중에 떠서 내려오지를 못하고 죽기만 했다.
그것도 15판 연속으로.
덕분에 15판이나 했지만 시간은 5분정도밖에 지나가지 않았다.
..
근데 내가 격투게임에 대해서 잘 아는건 아니지만..보통 저럴려면 몇십시간 정도는 꼬라박아야 할 텐데..
시현이에게 그럴 시간이 있었나?
그리고 그보다..중요한 건 일단 이 모든게 시현이의 계획이었다는 것.
국밥때문에 약간 화가 난 상태에서 일부러 게임센터로 유도해서 이 게임을 하게 만들고 쳐바르는 것으로 화풀이를 한다..
..
좀 건방진데..?
오냐..내가 어떻게든 이겨준다.
"뭐야? 더 하게?"
"당연하지. 이길때까지 할 거야."
"풉..할 수 있으면 해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음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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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발렸다.
..
아니 뭔 공중에서 내려오지를 못해..
나는 판수가 늘면 그래도 숙련도가 쌓여서 어찌저찌 비벼볼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정상적으로 스킬을 쓰면서 싸웠을 때의 얘기였다.
그리고 나는..시작하자마자 공중에 떠서 내려오지를 못했고..그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KO] 까지 이어졌다.
"아니..이거 ㅈ망겜이잖아!"
"풉..패배자의 변명일 뿐이지. 그래서..그만 할 거야?"
..
"아니..한판만 더해봐."
후..
아까보니 시현이는 상당히 여유롭게 무한 에어본을 유지했다.
그렇다면..이 게임 자체가 그냥 그렇게 설계된 게임 아닐까?
상대를 공중에 먼저 띄우면 이기는 게임.
그렇다면..일단 먼저 띄워보고..아무 스킬 막 써보자.
그럼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보인다.
..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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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대충 결과는 예상했듯이..
ㅈ발렸다.
먼저 띄우긴 성공했는데..이상하게 2초만에 땅에 착지하더라..
그리고.. 이하생략.
"그래..내가 졌다. 그만하자.."
"풉ㅋ풉ㅋ 패배자 ㅎㅇ?"
"......"
저 도발에 넘어가봤자 미래는 뻔하기에..웃으며 받아넘겼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해?"
"응? 나 잘하는거 아닌데?"
..?
저게 잘하는게 아니라고..?
"너도 아까 말했듯..이 게임은 ㅈ망겜이라서..확실히 먼저 공중에 띄우기만 하면 이기는 게임이야."
..
진짜 ㅈ망겜이었어..?
근데 난 왜 못이긴거지?
"어쨌든 그래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건 상대방을 먼저 공중에 띄우는 건데..내가 그걸 잘 못해. 아까도 먼저 띄워졌을 때 내가 진거나 다름없었어."
"그럼 난 왜 못 이긴거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첨 시작해서 그렇다기엔 나는 안그랬는데.."
"즉 내가 사람새끼가 아니다?"
"아..아니 왜 그게 그렇게 돼.."
" '나(시현)는 안그랬다 = 사람이면 그럴 수가 없다 = 나(지은)는 사람새끼가 아니다' 이거 말할려던거 아니었어?"
"아..아니야..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음..
확실히 내가 봐도 좀 과장되긴 했지만..
재밌으니 계속해야지~
"그래..뭐..사람새끼도 아닌 여친 놀아주느라 힘들었겠지..이해해.."
"..나 자꾸 그러면 화낼거야?"
"아서라..사람새끼도 아닌 놈한테 화내봐야 너만..읍!"
시현이가 기습키스를 해왔다.
..
"으읍♡.."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혀를 넣어온다던가 그런건 없었고, 잠시 지나서 시현이가 입을 떼며 말했다.
"야..내가 분명 그만하라 했지?"
"...."
어..
뭔가 좀 ㅈ된거 같은데..
아니야..그래도 목소리 톤 들어보면 아직 그때만큼은 아니다..!
그때는 진짜 더 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닌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어쨌든 그러니 그때처럼 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해!
"왜 사람 말을 못 알아쳐먹....읍!!"
이번엔 내쪽에서 키스를 했다.
아까랑은 다르게 딥키스로.
"츄읍♡.."
시현이는 처음엔 거부하려 했지만 결국 내 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한참 뒤.
"푸하아.."
"...."
꽤나 오랫동안의 키스가 끝났다.
"어땠어 시현아?"
"으으..진짜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화가 다 날라갔잖아.."
....
존나 귀엽다♡♡!!!
역시..내 방법은 틀리지 않았어..!
"화 풀렸으면 이제 나가자."
"응.."
시현이와 나는 게임센터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시각은 5시.
"시간 보니 여기서 적당히 뻐기다가 저녁 먹으면 되겠다."
"그러네.."
"아니면..우리 성격 고려했을 때 이제부터 저녁 뭐 먹을지 찾다보면 딱 저녁 먹을 시간쯤에 찾아지지 않을까?"
"근데 그러다 빨리 발견하면?"
"뭐..그러면 그냥 거기 근처에서 좀 뻐기면 되고 애초에 그럴 리가 없잖아?"
"맞긴 하지. 그럼 저녁이나 찾자."
"그래."
나랑 시현이는 천천히 큰길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음..현재 기준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대략 15만원 정도 남았는데.."
"근데?"
"저녁으로 고기를 먹을까?"
"응!"
"근데 그럴거면..지금부터 집 갈때까지 거의 무과금으로 시간을 보내야 해."
"음.."
시현이는 무과금이라는 말에 크게 고민을 했다.
..
음..그냥 예비금 10만원을 쓸까?
예비금 10만원을 더 쓰면 고기를 먹으면서 유과금이 가능하지만..미래를 생각해서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그냥 시현이의 결정에 따르자.
..
"고기."
"응?"
"고기."
한동안 곰곰히 생각하더니 시현이가 그렇게 말했다.
..
"괜찮겠어?"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야 그까짓 무과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괜찮은 마음가짐이군."
"그럼 바로 고깃집으로.."
"아니 잠깐만. 아직 시간 안됐어."
"아 그러네."
뭔가 좀 있어 보이던(?) 분위기가 단번에 깨졌다.
..
"근데..저녁을 6시 반쯤 먹는다 치면..1시간 좀 넘게 남았는데..뭐 해 이제?"
"음..그러게.."
"노래방갈래?"
"응?"
까먹고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나에게는 시현이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저번 노래방 사건 이후로는 집에서 노래를 질리도록 틀어놨었지.
"뭐..그래. 어차피 할 것도 없고 가자."
"그래~."
다행히 시현이는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허락했고 바로 우린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노래방에 가자마자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졌다.
"저기..시현아.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는데..먼저 부르고 있어봐."
"응..큰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그럼 빨리 갔다와.
그렇게 빠르게 화장실을 갔다왔다.
그런데..
노래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노랫소리 사이로 애국가가 들렸다.
..
설마..아니겠지?
아냐...아냐..내 여친이 노래방에서 애국가를 두번이나 쳐 부를 리가 없어..
제발..제발..아니라고 해줘..
그렇고 허겁지겁 우리 방으로 가서 방 문을 열었고..
"무~궁화 사~암천리 화려.."
"뭐하는거야!!!"
난 바로 달려가서 노래 취소를 눌렀다.
..
"아니 뭐해..!"
"후..시현아..부르고 있는 노래를 중간에 끊는 행위는 물론 비상식적인 행동이 맞긴 한데..노래방에서 애국가를 쳐부르는 것보다는 아닌것 같아. 그것도 두번이나."
"아니 애국가가 뭐가 어때서!"
"한번만 더 애국가 타령을 하면 우리 집에서 24시간 내내 애국가가 틀어져있는 꼴을 볼 수 있을 거야."
"미안.."
사실 나도 시현이가 거절할까봐 좀 쫄렸지만..역시 그럴리가 없지!
"아니 근데 내가 들려줬던 노래는 어쩌고 애국가를 부르고 있어?"
"그..노래 이름을 모르겠어.."
"어.."
잠깐만..내가 안 알려줬나?
확실히..말해준 기억은 없는데..
아니 근데 인기 팝송 top 10 같은거 틀어놔서 나도 내가 무슨 노래를 들려줬는지를 모른다.
그럼..그냥 인기 차트 상위권 틀어주면 아는거겠지?
그리고..난 별 생각 없이 쉬즈곤을 틀었다.
뭔 노랜지는 모르겠지만..뭐..인기 차트 9등이니까 좋은 노래겠지.
..
다행히 노래가 나오자 시현이는 아는 눈치였다.
근데..왜 표정이 썩어 보이지..?
"너..일부러야?"
"응?"
"일부러 이 노래 골랐냐고.."
"이게 왜?"
내가 진짜로 모르는 반응을 보이자 시현이는 속터진다는 반응을 했다.
아니 왜?
..
그런 사이에 노래는 시작됐고....
[Forgive me G↗I↗R↗↗↗↗↗↗L!!!]
..
미안..
부르다 중간에 포기하는 시현이의 모습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미안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나도 모르고 한 것이니 사과따윈 없다.
..
뭐
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