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2부 3화 개학 전날 데이트(3)
* * *
화는 났지만 일단은 해야 할 일은 끝내야 하기에 그 뒤로 빠르게 나머지 필기도구랑 교재까지 구매했다.
그리고는 마트 밖으로 나가선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지은아."
"응?"
"나 화났어."
"..?"
"공주님안기 해줘."
원래라면 부끄럽다면서 내 쪽에서 거절했겠지만.. 뭔가 지금은 그냥 시키고 싶었다.
"아니..갑자기 뭔.. 그리고 여기 밖인데?"
"...."
난 대답 대신 지은이를 째려보아 주었다.
"..알았어.."
그리고 내 눈빛에 굴복한 지은이가 와서 날 가볍게 안아 들었다.
헤헤..
기분 좋다..
"내가 내려달라고 할 때까지 내리지마."
"응.."
그렇게 산책로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안긴채로 돌아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편하다..
근데.. '편함'이란 뭘까?
내가 마음이 안정되기만 하면 편한건가?
인간은 왜 감정을 느끼는거지?
혹시 이 세상은 나 빼고 다 기계들인게 아닐까?
진짜 지구는 둥글까?
이 세상은 사실 누군가의 뇌 속이 아닐까?
인간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거지?
천국이랑 지옥같은게 실제로 있을까?
없다면..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아.."
우주는 뭘로 만들어졌을까?
최초의 생명체는 어디서 왔을까?
'신'이라는게 있을까?
"....현아..."
우주의 본질은 도대체 무엇일까?
왜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시현아!"
"응..?"
..
지은이의 방해때문에 이 세상의 섭리(?)를 깨우치는데 실패하였다.
"아..진짜..방금 좀만 더 있었으면 노벨철학상 받을 수 있었는데.."
"그딴 상은 없어."
"흠흠.. 어쨌든.. 왜 부른거야?"
"나 팔아파.."
?
"그렇게 말하면 내가 내려달라고 할 줄 알았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왜 말한거야?"
"팔이 보통 아픈게 아니라서.. 진짜 끊어질 거 같아. 아마 이대로면 곧 떨어트릴 거 같은데.."
응?
난 또 뭐라고.
"아..난 떨어트려도 괜찮아."
"아..아니..그럼 다치잖아.. 그것도 보통 다치는게 아닐텐데.."
"그렇지. 내 연약한 몸으론 크게 다치겠지. 어쩌면 평생 갈 상처가 만들어질 지도? 그리고 넌 자기 때문에 시현이가 이렇게 다쳤다며 평생을 오열하면서 사는거야."
..
내가 말했지만 좀 많이 미친년같다.
덕분에 지은이도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뭐..근데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갑자기 날 안고있던 팔에 힘이 들어왔다.
..?
팔 끊어질 거 같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내가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있을 때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후..후후후후...."
"..?"
"후후..그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고작 팔이 끊어질거 같다고 내려달라고 하다니.."
..
이거 잘못 건드린거 같은데..
"그냥 진짜로 팔이 끊어지면 되는 거였잖아?! 그런 다음에 떨어져서 다친 너랑 같은 병실을 쓰면 되는 거였어!!"
..?
"그러면..너도..너도 '나를 안느라 팔이 저렇게 됐다'면서 오열하지 않겠어? 서로가 서로를 상처입히는 거지! 이거야말로 천생연분 아닐까?"
아니야 미친년아;;
일단..진정부터 시켜보자.
"지..지은아~ 나 이제 괜찮은거 같은데 슬슬 내려줄래..?"
무난하게 일단 내려달라고만 물어봤다. 하지만..
"응? 왜? 방금 내가 말하지 않았나? 우린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가진 채로 같은 병실에서 오래오래 살 거라고. 근데 왜 내려달라는거야? 혹시 나랑 같은 병실 쓰는게 싫은거야? 그러면 강제로 라도.."
쪽♡
..
뭔가 상황이 미쳐가는거 같아서 진화용으로 뺨에 키스하였다.
그리고..
..
....
......
........
"풉!"
..?
얄미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얄미운 목소리도 추가로 들려왔다.
"푸흡! 설마.. 내가 진짜 미친건줄 알고 진정시키려고 뽀뽀한거야?"
"..?"
"후.. 이게 연기라는 거야. 깜빡 속았지?"
"어.."
자존심 상하지만..인정을 안할 수가 없었다.
"히히..잠깐 장난좀 쳐 볼까 했더니.. 뺨에 뽀뽀도 받고.. 경사났네~."
"흐..흥.. 연인끼리 뽀뽀 한번 한거 가지고 호들갑은.."
"오..그래? 그럼 한번 더 할까?"
"미..미쳤어? 밖에서 무슨.."
"큭큭..왜 그래? 뽀뽀 한번 한거 가지고 호들갑은."
"이익.."
..
완패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그..근데..안내려줘?"
"음.. 확실히 슬슬 내려줄까. 진짜 팔이 끊어질 거 같긴 하니까. 난 끊어져도 상관 없긴 하지만."
뒤에 뭔가 개소리가 들린거 같지만 일단 무시하자.
일단 그렇게 지은이에게서 내렸다.
그렇게 잠시동안 산책로를 걸었고, 갈래길이 나왔다.
"음..어디로 갈까? 왼쪽은 집으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번화가로 향하는 길이야."
"아니 다 좋은데.. 왜 존나 당연한걸 설명하고 있어? 내가 여기서 몇년을 살았는데 그것도 모를거 같아?"
"어허. 가만 있어! 그래서 어디로 갈 거냐고."
음..
지금 시간은 5시.
놀려면야 충분히 더 놀 수 있는 시간이긴 하다.
하지만.. 내일 학교가잖아?
"집으로 가자.."
뭔가 갑자기 우울해진 시현이였다.
아..
내일 학교가는구나..
아..
아니 진짜 내일 학교간다고?
시발이게말이되는소리야?
아니시발방학이며칠이나남아있었는데왜다사라지고내일학교에가야되냐고..
그리고..진지하게 가서 왕따당하면 어떡하지?
처음보는 사람 앞에선 말도 제대로 못하고 고개도 제대로 못 드는데..
그게 완전 담당일진 만난 찐따 아닌가?
하..차라리 지은이라도 있었으면..
"지은아..혹시 학교 같이 갈 방법 없어?"
"응? 갑자기 왜?"
"너..너..보고 싶어서.."
차마 죽어도 혼자가기 무서운데 옆에 너가 있으면 안심된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이렇게라도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은이가 안겨왔다.
"아이구~ 이 귀여운 것.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하..하지마."
"아니, 방금 온몸으로 껴안아달라고 시위를 했으면서 이제와서 하지말라고?"
"내..내가 언제 그랬어!"
나는 나대로 억울해서 소리친 거 였지만..지은이에겐 그것마저 귀여웠나보다. 날 껴안는 힘이 더 쌔진걸 보니..
"아이구 이 귀여운 것♡.내가 너 속마음 맞춰볼까?"
"으..응?"
"학교에 혼자 가기는 무서우니까 내가 같이 가줬으면 하는 거잖아?"
"...."
그냥 죽여라.
뭔 독심술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왕 이리 된거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자.
"그래..그러니까 같이 좀 가주라.."
"뭐..등하교 정도야 같이 가 줄수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학교 안까지는 좀 힘들지."
"그런가..그래도 고마워."
매일 등하교를 같이 해주는 것만도 어디야..
역시 내 여친!
가히 천사라고 부를 만 하다.
"근데..설마 맨입으로는 아니겠지?"
"..?"
"아니..설마 맨입으로 매일매일 등하교를 같이 해주라고? 그래도 뭐가 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뭐..뭘 원하는데.."
"헤어질때 키스해줘!"
..
가히 악마라고 부를 만 하다.
"그냥 혼자 갈게.."
"흠..그래? 뭐. 나야 좋지. 그래도 언제든 하고 싶어지면 말해."
의외로 지은이는 더 붙잡지 않았다.
근데.. 그러면 안되는데?
한껏 거절하다가 지은이가 계속 하자고 해서 마지못해 들어주는 느낌이어야 되는데..
다른건 몰라도 내가 애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차라리 진짜로 혼자 가고 말지.
..
일단..좀 기다려 보자.
그럼 지은이가 알아서 다시 제안해줄 거야.
다시는 못 받을거란 사실도 모른채 나는 자기위로를 하며 집쪽으로 걸어갔다.
걷다보니 집에 거의 다왔고, 밖도 슬슬 어두워졌다.
"히야..오늘도 끝나가는구만."
"근데..그거 알아? 난 내일 아무 일정도 없어!"
..?
뭐지..? 싸우자는 건가?
"뭐..뭐야! 설마..내일 학교를 간다고?"
"미친거냐..?"
"아니 정말 미친건 내일 학교를 가는 너 아닐까?"
"오냐. 오늘 한번 죽어보자."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지은이의 등짝을 때렸다.
짝!!
"아악!!"
근데..왜 내가 비명을 지르지?
"시현아..미안한데..너 손은 그냥 솜방망이 수준이야.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이익..!"
그 말에 짜증이 나서 한대를 더 때렸지만..
"아아악!!"
역시나 비명은 나의 몫이었다.
더러운 세상..
"큭큭..꼴값떨지 말고 집이나 들어가자."
"...."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피곤했는지 나는 바로 잠에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