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2부 4화 개학
* * *
시현이가 다니려는 고등학교는 집 근처의 남녀공학 고등학교.
사실 지은이는 남자들 때문에라도 여고에 보내고 싶었으나.. 집 근처에 여고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녀공학으로 보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남녀공학인데도 왠지 모르게 1학년은 남녀 반이 따로 되어있었다는 점.
그리고 또다른 특징이라면..급식이 맛있고 자사고가 아님에도 상당히 공부를 잘하는 학교라는 점 정도.
그리고 그 학교의 어떤 남자 반(17반).
교실 안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개학의 충격때문에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몇몇 인싸들은 멀쩡했고 교실 뒷편에서 수다나 나누고 있었다.
"야. 오늘 옆반에 전학생 온다며?"
"엥? 그래? 어디서 들음?"
"아까 담임쌤이 말해주던데."
"여자냐?"
"당연하지. 여자반인데."
"예쁘냐?"
"몰라."
"제발..사람다운 외모만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옆반(=여자반)에 오징어들이 너무 많아."
"걔네가 게임하면 오징어 게.."
"지랄을 해요 아주."
"야. 솔직히 웃겼다."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반장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너무나도 요란한 등장에 인싸들은 물론 축 늘어져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의 시선이 반장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자 반장은 입을 열었다.
"내가 일이 있어서 잠시 교무실좀 가게 됐는데.. 시발 전학생 존나 예뻐!!!!!"
"뭐라고?!"
"진짜 우리 학교의 그 누구도 비교조차 안돼! 진짜 천사라도 강림한줄 알았다고!"
..
반장이 이렇게나 말했는데도 의외로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반장의 이전 이력 때문.
장난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상 이번것도 장난일게 뻔하기에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진짜 그와 친한 사람은 바로 알아챘다.
반장은 지금 진심이었다는 걸.
여자반(18반)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이 축 늘어져있고 일부 학생들만 떠들고 있다는 점에서.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들에게는 전학생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담임이 오기 전까지도 떠들 사람만 떠들고 대부분이 조용히 있는 상황을 연출했고..잠시 뒤 담임이 들어왔다.
"자. 얘들아 반갑다. 방학 잘 지냈니?"
""""아뇨.""""
"하하..그것참 유감이구나. 근데 그건 내 알바가 아니란다."
그럼 왜 물어본건데?
..라고 반 전원이 동시에 생각했다.
"뭐. 거두절미하고 오늘은 전학생이 있단다."
"저흰 잘생긴 남자 전학생 아니면 별 관심 없는데요."
"음..과연. 잠시 뒤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
담임의 이상한 소리에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담임이 전학생을 불렀다.
"들어와."
그리고.. 그 반에 있는 모두가 넋을 놓고 쳐다봤다.
시현이는 지금 교무실에 있었다.
이유는 반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담임이랑 상담좀 하기위해.
"저기. 시현..이라고 했나?"
"ㄴ..네.."
"그래. 뭐. 내가 부른 이유는 혹시 아니?"
"아..아뇨.."
"그..너희 어머니께서 너를 부탁하시면서 한 말이 이 아이는 갓난 아기보다도 섬세하게 다뤄달라던데.. 혹시 뭐 큰 병 같은거라도 있니?"
"아..아뇨..그..아마 과보호 하시느라....그런 걸 거에요.."(개미소리)
말을 하면서도 시현이는 긴장+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과도한 긴장과 부끄러움에 의한 답답함과 대인기피증이 합쳐져서 정상적인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왔다.
"저기..뭐라고? 한번만 다시 말해줄래?"
"벼..병은...없어요..."(조금 큰 개미소리)
그래도 이번엔 간신히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이미 담임은 왜 엄마가 그런 말을 한 건지 알거 같았다.
'이러니까 섬세하게 다뤄 달라고 했던 건가.'
대충 어머님께서 말하신 의도를 파악한 담임은 일단 슬슬 시간이 되었기에 시현이를 데리고 반으로 갔다.
"자. 여기 있다가 내가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오렴."
"ㄴ..네.."
그리고 잠시 뒤.
"들어 와."
담임이 반으로 들어간후, 나는 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
어떡하지..진짜 이제 곧 교실로 들어가야 될 텐데..
자기소개 같은거 시킬라나? 시키겠지? 그럼 어떡해?
첫 인상을 좋게 보여야 되는데..
자기소개를 망치면 바로 왕따 확정 아닐까?
그럼..지은이가 슬퍼할 텐데..
지..지금 연습이라도 하자.
일단 인사하고..내 이름 말하고.. 전학 온 이유..같은거 말하면 될라나? 그리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서 마무리.
음..나쁘지 않다.
좋아. 이대로만..가자. 이대로만..
그리고 마침 그 때 담임이 불렀다.
"들어 와."
..
난 심호흡을 하고는 들어갔다.
들어가자 처음보는 30명의 여자들이 날 빤히 쳐다봤고.. 아까 쌤이랑 면담할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일단은 담임쌤 옆까지 어떻게든 걸어갔고, 다행히 그 사이 담임이 내 소개를 대신 해줬다.
"이름은 이시현. 집이 이사하느라 원래 다니던 고에서 여기로 전학왔다니까 다들 친하게 지내줘라. 자. 시현아. 인사랑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
아니..내 설명 잘만 하더니 이제와서 뭔 할 말 있으면 하라는 거야..
..그냥 당당하게 인사만 해야겠다.
"그..아..안녕..하세요.."(개미소리)
..
....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정말 소심하고 작은 목소리가 튀어나왔고, 나는 직감했다.
ㅈ됐다는 것을.
나..나..어떡하지? 이거 왕따 당하겠는데..
그래도 다행히 담임쌤이 내 편을 들어주었다.
"아..그 시현이가 개인 사정이 있어서 낯을 좀 많이 가리니까..다들 잘 대해주고. 시현아 너는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으렴."
"네.."
담임의 배려로 난 교실 맨 뒷자리의 짝꿍도 없는 책상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자..그럼 선생님은 잠시 일이 있어서 이따 개학식 시작할 때 올게. 시현이 잘 보살펴줘."
"...."
그 말을 하고는 담임쌤이 나갔다.
담임쌤이 나간 교실에는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이 반의 모두가 시현이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말을 걸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현이가 이 반 애들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았기에, 섣불리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일단 반톡에서 어떻게 할 지 상의를 했다.
[학생1: 야 이거 어떡해? 말 걸어야 되나?]
[학생2: 존나 귀엽다!!]
[학생3: 존나 귀엽다!!]
[학생4: 존나 귀엽다!!]
[학생3: 목소리도 개쩔어!]
[학생1: 아니 시발련들아 이거 어떡하냐고]
[학생4: 니가 알아서 해]
[학생5: 일단 다른건 모르겠는데.. 뭔가 보호해줘야 될 거 같은 느낌이 듦]
[학생2: ㅇㅈ]
[학생3: ㅇㅈ]
[학생7: 근데 보호해주고 자시고..애초에 우릴 무서워하는거 같은데]
[학생8: 그럼 우리가 접근하지 않는게 보호해주는거 아닐까?]
[학생1: 오 틀린 말은 아닌거 같다]
[학생5: 근데 그럼 혹시 왕따 당한다고 착각하지 않을까?]
[학생6: 그럼 니가 말 걸든가]
[학생2: 우릴 저렇게나 무서워 하는데..일단은 냅두는게 맞는거 같음]
[학생3: ㅇㅇ 그게 맞다]
[학생5: ㅠ]
[학생8: 다른 반 애들한테도 말해두셈 전학생한테 다가가지 말라고]
[학생4: ㅇㅇ]
[학생7: ㅇㅇ]
그렇게 반톡을 하고 있던 와중에 개학식이 시작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끝났다.
그런데..놀랍게도끝나자마자 시현이는 빛의 속도로 튀어나갔다.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은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
그런데 그런 줄도 모르고 시현이가 자신들을 무서워 한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게 된 18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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