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2부 5화 하교
* * *
시현이는 끝나자마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은이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지은이를 만나자마자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격한 포옹을 했는데.. 하필 그 장면이 반 전체에게 보여졌다.
..
그리고 반은 난리가 났다.
"뭐야..연인인가 본데?"
"심지어 여잔데? 그럼 전학생 레즈였던 거야?"
"아니 그냥 자매인거 같은데?"
"근데 저 여자도 예쁘다. 전학생 급은 아니지만."
"그렇긴 하네."
"아니 그래서 둘이 뭔 사인데."
"누가 봐도 자매라니까? 둘이 닮은거 안보여?"
"아니 근데 저렇게 사이좋은 자매가 있나? 난 언니랑 맨날 죽도록 싸우는데."
"그건 맞긴해.."
"그리고 내가 연인이 있어봐서 알거든? 저건 자매한테 할 눈빛이 아니야. 연인한테 할 눈빛이야."
"그냥 사이가 매우 좋은거 아니야?"
"아니 저 눈빛을 보라고! 저게 자매한테 할 눈빛이냐고!"
시현이네 반 애들이 이렇게 토론을 하는 동안 시현이는 지은이랑 손잡고 집으로 갔다.
"저거 봐! 어떤 자매가 손을 잡고 집에 가!"
"음..그런가?"
"그렇다고! 내가 진짜 모든걸 걸고 저건 자매가 아냐!"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진짜 세상의 어떤 자매가 저러겠어?"
"근데 난 내 여동생이 저렇게 생겼으면 저렇게 해줄 수 있음."
"음.. ㅇㅈ"
"반박을 할 수가 없네."
"이야..근데 전학생은 웃는 모습이 훨씬 더 귀엽고 예쁘네."
"그러게. 저건 천사다."
그러던 중 교실에 담임이 들어왔다.
"응? 뭐야 니들 왜 안가고 여기있냐?"
"쌤! 지금 전학생이 모르는 여자랑 손잡고 가고 있어요!"
"응..?"
담임쌤이 창가로 와서 전학생과 그 옆의 여자를 보았다.
그리곤 별거 아니었다는 듯이 말했다.
"아 뭐야.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전학생 언니잖아. 난 또 뭐라고."
그리고 담임쌤의 입에서 확실한 답이 나오자 논란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아까 강하게 자매가 아니라 주장하던 한 여자(이름: 김지영)의 처형식(?)이 집행됐다.
"아 뭐야 자매 맞잖아! 끌고 와."
"애초에 저렇게 닮았는데 자매가 아닌게 말이 되냐고!"
"분명 모든걸 건다고 했었지?"
"야..잠깐만! 살려줘.. 아니 근데 그게 자매가 맞다고? 진짜 말도 안돼! 자매끼리 그런 눈빛을 하는게 말이 되냐고!!"
..
끌려가면서 마지막 발악을 하는 지영이였지만..아무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두들겨 맞았다,
한편, 시현이는 지은이와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지은이는 시현이가 만나자마자 갑자기 안겨오길래 당황했지만.. 결론적으론 개이득이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있다가, 마침내 시현이가 입을 열였다.
"지은아.. 나 힘들어. 나데나데 해줘."
"응? 나데나데가 뭐야?"
"쓰담쓰담."
"헤에.. 이따 집 가서 해줄게."
지은이는 시현이가 먼저 저런걸 요구했다는게 기쁘면서도 그만큼 힘들었던 건가 싶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해서 지금 지은이가 할 수 있는건 기껏해야 빨리 집으로 가서 나데나데해주는 것 밖에 없었기에 지은이는 빨리 집으로 서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지..지은아.."
"..?"
"나..나 손잡아줘.."
..
....
!!!
지은이는 얼굴을 붉히며 이런 부탁을 해오는 생명체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었지만..그래도 밖이었다 보니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았다.
그리고는 손을 잡고 집으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은아. 그냥 집가는 거야?"
"어. 왜?"
"아니 그래도.. 기왕 나왔는데 그냥 바로 들어가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
"음.."
지은이 입장에서도 확실히 솔깃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안돼. 공부해야지."
"...."
그것보다는 공부가 중요했다.
하지만 지은이도 악마는 아니었기에 오늘부터는 좀 양을 줄일 생각이었다.
"시현아. 개학을 하니 슬슬 집에서 공부하는 양을 좀 줄일까 해."
"오..? 진짜?"
"응. 대신 학교에서 졸지 말고 공부해야 돼. 그리고 목표 등급 못 맞추면 다시 공부 양이 늘어나는 거지."
"목표 등급이 어느 정도인데?"
"음.. 1등급 하나.."
"1등급 하나? 그럼 할 만 한..."
"..정도는 못해도 봐줄게."
"응..?"
"1등급 하나 정도는 못해도 봐준다고. 물론 못해도 2등급은 받아야지."
"아니 잠깐만.. 그럼 설마 올 1등급에 한과목 정도만 2등급 받아도 괜찮다고?"
시현이는 대충 이해했지만..제발 자신이 이해하네 아니길 빌며 물었다. 하지만..
"응. 이해 빠르네. 그리고 어지간하면 수학은 1등급 받아야 해."
"...."
"괜찮아. 그래도 내가 알려준 공부법 대로만 따라하면 문제없어."
"넌 평균 몇 등급 이었는데?"
"난 살면서 단 한번도 2등급을 맞아본 적이 없어."
"..?"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정도까진 아니어도 된다는 거야. 한과목 정도는 2등급 받아도 무난히 우리 학교 올 수 있을 걸."
"아주 쉽다는 것처럼 말하네.."
"그리고 기술가정, 음악, 미술같은건 버려도 돼. 혹시라도 잠이 부족하면 그때 자고."
"그것 참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
"뭐..빨리 집으로 들어가기나 하자. 오늘은 놀게 해줄게. 나데나데도 해줄 겸."
"진짜?"
"응."
"그래. 개학 선물인 셈 치고."
사실 개학해서 힘들텐데 거기에 암울한 미래까지 말해준 것에 대한 사과 비슷한 거지만.. 지은이는 굳이 알리진 않았다.
그리고 그 둘은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
시현이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헤헤..이불밖은위험해.."
..
존나 귀엽네..
하지만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눕는 건 허락 할 수가 없다.
"시현아. 일단 옷 벗고 씻어. 나데나데는 그 뒤에 해줄게."
"음.. 벗겨줘!"
..
얘 오늘 왜 이러냐?
뭐..나야 좋지만.
"자. 만세!"
"만세~"
"잘했어!(+쓰담쓰담)"
"헤헤.."
와 진짜.. 귀여워 죽을거 같다♡..
"자. 그럼 이제 씻고 와."
"알았어.."
..
내심 같이 씻자고 말해주길 바랬던 지은이였지만.. 그런 지은이의 마음도 모르고 시현이는 매정하게 혼자 씻으러 가버렸다.
그렇게 약간 우울해진 지은이는 거실 화장실로 씻으러 갔다.
그리고 잠시 뒤, 둘은 거의 동시에 씻고 나오고선 침대로 모였다.
"자. 이제 아무 문제 없지? 그럼 나데나데 해줘."
"알았어. 재촉하지 않아도 어차피 해 줄 거야."
"헤헤.."
시현이는 침대에 앉아서 내 쪽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난 꽤나 오랜 시간동안 나데나데를 해줬다.
그리고 한참 뒤.
"이제 괜찮아."
"..이정도 해줬으면 당연히 괜찮아야지."
"말을 해도.......흥!"
시현이가 삐졌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는데.. 그 모습이 진짜 너무 귀여웠다.
"근데..이제 뭐 할까?"
"몰라."
"아니..할 거 없어?"
"응."
"아니..그럴거면 밖에 나가도 되잖아."
"밖에 나가면 할 거 있어?"
"아니."
"이거 봐. 우린 밖이냐 안이냐에 따라서 할게 있고 없고가 정해질 사람들이 아니야."
"어..음..맞긴 하네."
정론에 시현이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뒤로 우린 한동안 할 거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내던 중..
"하..진짜 할 거 없네..차라리 공부나 할까.."
시현이가 무심코 던진 이 한마디에 둘이 동시에 놀랐다.
"뭐..뭐야! 설마 방금 시현이가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거야?!"
"아..아니..방금 내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이 내가?"
"설마 지구가 멸망하려는 건가.."
"내일 해는 동쪽에서 뜨겠구만."
"해는 원래 동쪽에서 뜨는데?"
"응. 그래서 동쪽에서 뜬다고 했잖아."
"..?"
나름 회심(?)의 드립을 날린 시현이였지만..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미안..대신 가슴이라도 만질래?"
"만질래!!"
시현이의 보답에 지은이가 좋다는 듯이 달려들어서 가슴을 주물렀다.
"헤헤..부드럽다.."
"흐읏♡..좀 약하게 주물러..!"
"미안..그건 좀 힘들거 같다."
"야! 그..그만.. 히익♡!"
..
그 뒤로 계속 가슴을 주무르다가 결국 제대로 화난 시현이에게 제지당했다.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대가리 한대 후려쳐졌지만 그건 넘어가자.
그거보단 훨씬 중요한게 남아있기에.
"앞으로 너가 내 가슴 만질 일은 없을거야."
"아..안돼! 제발 그것만은..!"
"이미 늦었어."
"뭐..뭐든 할게! 그러니 제발.."
"그래도 안돼. 만지게만 해주면 아주 발정난 짐승처럼 달려들어서 말도 안통하는데..너라면 만지게 해 주겠어?"
"큭.."
정곡을 찔린 지은이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그래도....."
"할 말 없지? 그럼 난 밥하러 간다?"
"그..그.."
결국 시현이는 밥을 하러 갔고, 혼자 남겨진 지은이는 절규할 수 밖에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