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if외전 진실게임
* * *
(이거 외전임)
지극히 평범한 어느날의 오후.
둘은 어느때와 같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 갑자기 지은이가 말을 꺼냈다.
"시현아."
"응?"
"우리 진실게임 해볼래?"
"아니."
"왜?"
"뭔가 이걸 받아들였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날 거 같지가 않아."
"그래도 그냥 해주면 안돼? 어차피 할 것도 없잖아."
"그런가?"
"응!"
"뭐…그래 해보자."
"잘 생각했어!"
..
그렇게 개뜬금없는 진실게임이 시작되었…
…지는 않고 먼저 규칙 설명 시간이 있었다.
"음…그러니까 일단 돌아가면서 질문 하나씩 하는데 만약 대답을 못하겠으면 벌칙이라고?"
"응. 드디어 이해했네."
"근데 이거 게임 이상한거 아냐? 대답 못 할거 같으면 그냥 구라치면 되잖아?"
"아니 그럼 진실게임이 아니지;;"
지은이는 시현이가 아싸여서 이런 게임을 한번 도 못해본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아싸긴 했지만..
"그럼 그냥 자신의 양심에 맡기고 하는 게임이라고?"
"응."
"뭐 이런 게임이 다있냐;; 일단 알았어. 난 절대 거짓말 안할게."
"나도."
"근데 벌칙이 뭐야?"
"응? 아! 잠깐 기다려봐."
그러면서 지은이가 방 밖으로 나갔다.
..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들어왔다.
술과 과자를 들고.
"마시는거지 뭐."
"자..잠깐만! 난 미성년잔데?"
"뭐 어때. 너가 하도 말하는 거에 따르면 정신은 성인이라며?"
"아니…그래도 몸은 누가봐도 어린애잖아."
"그렇게 말할 줄 알고 너가 먹을 건 따로 준비했어."
"응?"
그러면서 지은이가 꺼낸건 이슬X톡.
..
"음…날 너무 무시하는 거 같아서 기분은 좀 나쁘지만…그래도 딱 적당한 거 같네."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사온거야."
"자…그럼 길게 끌 것 없이 바로 시작할까."
"응."
그렇게 진실게임이 진짜로 시작되었다.
"일단 시작은 가볍게 가자. 시현아. 나 사랑해?"
"뭐 이런걸 물어보냐? 당연히 사랑하지."
"그래? 헤헤.."
당연히 이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거였지만 그래도 직접 들으니 꽤나 기뻣다.
"그럼 내 차례지? 지은아. 넌 내 어떤 점이 좋아?"
"좋아하는 지도 안물어보고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물어본다고?"
"너가 날 안 좋아할 리가 없잖아."
"뭐…그렇긴 하지. 그래서 어딜 좋아하냐고? 다 말해야 되나?"
"응."
"일단…귀여운 얼굴이 좋고, 마성의 목소리도 좋고, 작은 키도 좋고, 그런 주제에 자기가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고, 나만 사랑해주는 점도 좋고, 너무나도 착해 빠져서 화도 제대로 못 내는 점도 좋고, 그런 주제에 날 걱정할 때는 화낼 수 있다는 점도 좋고, 그런 화내는 모습조차도 귀엽다는 점이 좋고, 매일마다 날 위해서 밥해주는 점도 좋고, 가끔가다 애교부리는 점도 좋고, 내 몸 볼때마다 부끄러워 하는 점도 좋고…일단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이정도네."
"어…어…그렇구나."
시현이는 별 생각 없이 물어본 거였는데 저렇게 대답을 해주니 오히려 이쪽이 부끄러워졌다.
"그럼 다시 내 차례. 시현아. 내가 예뻐 엄마가 예뻐?"
"당연히 엄마가 예쁘…아…"
뒤늦게 ㅈ됨을 직감하고 말을 멈췄지만…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헤에…그래? 나보다 예쁘다고? 그래 뭐…어쩔 수 없지…내가 못생긴건 사실인걸…하지만 이런 나라도 내 애인에게 만큼은 제일 예뻐보이고 싶었는데…하긴 추녀주제에 무슨 자신감이냐.. 그냥 우리나라 얼굴 평균을 올리기 위해 자살이나 할까.."
"아..아니! 내가 언제 너보고 못생기다고 했어! 너도 진짜진짜 예쁘다고!"
"됐어.어설프게 위로해주지 않아도 돼. 어차피 너 안에서 1등은 아니잖아?"
"아..아니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진실만 말하라며! 너도 예쁘긴 하지만 솔직히 엄마가 넘사로 예쁜건 맞잖아!"
"그럴 땐 대답을 하지 말아야지."
"아…맞다. 그럴 수가 있었구나."
잊고 있었지만 시현이의 기억력은 최악이었다.
"후..그래서 다시 질문이나 해."
"응.."
시현이는 어딘가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그.. 좋아하는 연예인 있어?"
"없어."
"응.."
그 느낌 때문인지 쉬운 질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지은이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풀어지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시현아. 우리 둘 중 누가 더 예뻐?"
"어..우리 둘?"
"응."
..
....
맥이는 거다.
이거 100퍼 맥이는 거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더 예쁜건 사실이긴 한데…그걸 입 밖으로 내면… 이하 생략.
"마실게.."
"그래. 잘 생각했어."
난 컵 가득 채워진 이슬톡X을 원샷했다.
"후…빡쌔네…그나저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응."
"좋아…나도 진심으로 가주지."
"그러시든가."
그 뒤로 몇 번의 질문들이 오갔다.
그 뒤로 지은이는 3잔 나는 7잔의 술을 추가로 마셨다.
이유는 아마…질문의 질 때문이겠지.
지은이는 어떤 질문들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난 그걸 어설프게 따라 할 뿐이었고.
하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내가 마시는건 이슬톡X이기 때문.
사실상 이온음료랑 다를 바가 없는 이걸 마시고 내가 취할 가능성은 0에 수렴…
휘청!
갑자기 몸의 중심이 안 잡아져서 옆으로 쓰러졌다.
"뭐..뭐해 갑자기!"
"어..어라..왜 이러지? 뭔가 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붕 뜨는 듯한..."
"너..설마 취한거야?"
"아..아냐!"
"흠..그래?"
지은이는 잠깐 날 이상하다는 듯이 봤지만..내가 부정하니 더는 뭐라하지 않고 게임을 재개했다.
"시현아…………"
그렇게 다시 서로에게 질문이 오갔고..
시현이만 추가로 3잔을 더 마셨다.
그리고 세잔을 더 마신 시현이는 현재 누가봐도 취한 상황이었다.
"에헤..헤헤..지은아.."
"너 취했지?"
"뭐? 뭔 소리야 내가 취할 리가 없잖아..내가 살면서 취한 거라곤 적장의 목밖에 없는 사람이야.."
"응 취했구나."
대충 상황을 파악한 지은이는 시현이를 들어서 침대에 눕혔다.
"자. 취했으면 빨리 잠이나 자."
"아니 나 멀쩡하다니까? 이건 부력이 프로트악티늄의 저항을 받아서 토마토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노벨피아에게 살해당할 뿐인 일이야.."
"알았으니까 잠이나 자."
그렇게 시현이를 눕히고 지은이는 과자랑 술 뒷정리를 하러 가려는데..
덥석!
지은이의 손이 시현이에게 잡혔다.
"지으나…가치자자♡"
"잠깐만 기다려. 나 이거 뒤처리만 하고 누울게."
그렇게 말하고는 지은이는 다시 정리를 하러 갈려고 했다. 하지만..
"시러.."
"응?"
"시러! 그냥 가치 자자..지으나..응?"
"...."
"시혀니 혼자 자면 쓸쓸해.."
"에이씨.. 그래 같이 자자."
"헤헤♡"
일어나면 방에 술냄새가 진동을 하겠군.. 과자는 다 눅눅해져 있을 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 귀여운 생명체를 냅두고 갈 순 없지.
"헤헤..시혀니 행보캐!"
"그래그래. 빨리 잠이나 자자."
3인칭까지 쓰니까 정말 미친듯이 귀여웠지만 별 다른 짓을 하지는 않았다.
한번 뭔가를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거 같았기에.
그렇게 둘은 서로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지은이가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건 방안에 진동하는 술냄새와 눅눅해질 대로 눅눅해진 과자들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세상 다 가진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시현이까지.
전자(술,과자)를 보고서 순간 화날 뻔 했던 지은이였지만…후자(시현이)를 보자마자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행복감만이 남았다.
"아이구 귀여워라♡~"
"우웅.."
귀엽다는 의미로 볼을 아주 살짝 꼬집어줬더니 저런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푸흡.."
그 모습에 순간 웃음이 터져서 더 괴롭히고 싶었지만..그래도 일단은 뒷정리가 먼저라 파악하고는 바로 움직였다.
빨리 하고 다시 와서 시현이를 만지작거릴 생각에.
외전 끝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