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66화 (66/117)

〈 66화 〉 2부 11화 ­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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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여기 분명 왔던 길 아니야?"

"응? 아…그…그런가?"

"누가 봐도 왔던 길인데."

"아…하하! 사실 우리가 갈 곳이 조금 늦게 문을 열어서…일부러 여기서 뺑뺑이치는거야!"

"오…역시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미안…난 그런 줄도 모르고."

"하하…괜찮아! 누구라도 오해할 만 한 상황이니까!"

아무 문제 없다.

오해가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아무 문제 없다.

시발..

차라리 곱게 인정하면 안아프게 죽을 순 있었을 것을 여기까지 쳐 끌고 와서 이젠 물러서지도 못한다.

"지은아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응? 아..! 오늘 저녁은 뭐먹을까 해서.."

"너 먹고 싶은거 먹어! 서프라이즈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아…응…고마워…"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지은이는 자신이 무슨 대역죄인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대화를 안하자니 데이트라서 그럴 수도 없다.

즉, 진짜 답이 없는 상황에 빠진 것.

그리고 가뜩이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지은이의 뇌가 죽음이 다가올 때 느끼는 불안감, 초조함 등으로 인해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대로라면 죽음은 사실상 확정인 상황.

이런 상황에서 지은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 밖에는 없었다.

"이번엔 저기 가보자!"

"응…어차피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까…"

둘은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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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지은이가 죽네 어쩌네 하긴 했는데…솔직히 따지자면 안 죽는다. 서프라이즈가 사실은 없었다는 걸 밝혀도.

시현이가 지은이를 죽이기야 하겠어? 상식적으로?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그냥 장난으로 하는 소리다.

하지만…진지하게 이 커플이 깨질 가능성은 존재했다.

어제부터 서프라이즈가 있다고 말했었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가뜩이나 오늘 시간을 착각해서 40분이나 더 기다리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쨔잔! 사실 서프라이즈는 없었습니다! 내가 늦은건 그냥 시간을 착각해서야!' 라고 말을 한다면..

평범한 커플은 오히려 안깨지는게 이상하겠지. 물론 이 둘이 평범한 커플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지은이의 생각엔 깨질 가능성은 존재했고, 그건 지은이에게 죽음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시현이도 그건(헤어짐=죽음)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은 지은이는 모르는 거 같지만.

어쨌든 그런 와중. 지은이에게 그것에 관해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프러포즈할까?'

…라는 생각이.

프러포즈 정도면 확실히 서프라이즈긴 하다.

그리고 만약 받아준다면 결혼하는 거니까 뒤늦게 서프라이즈가 없단 걸 깨달아도 헤어지지는 못하겠지.

..

가즈아!

…라곤 했는데 프러포즈는 어떻게 하는 거지?

보통 드라마 같은 데에서 나온 거 보면 남자가 무릎꿇고 반지를 전해주면서 하던데…우린 이미 반지가 있다.

꽃다발같은 건 지금 구할 수가 없고..다른 쓸만한 물건도 없다.

그렇다면…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건 나의 화려한 말빨뿐이었다.

보통 이런 말을 하면 결과가 안좋았던 것 같지만..뭐 괜찮겠지.

어쨌든 지은이는 어차피 곧 서프라이즈도 없다는 걸 들통날 텐데 그냥 마음먹은 김에 바로 프러포즈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시현아. 그…혹시 잠깐만 저기 가 있어줄 수 있어?"

"응? 왜……알았어."

시현이는 이유를 물으려다가 지은이의 얼마 없는 진지한 표정에 그냥 수긍했다.

그리곤 얌전히 지은이가 가리킨 골목길 쪽으로 갔다.

시현이가 그곳으로 가는걸 지켜본 지은이는 시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약간의 준비를 마친 후에 시현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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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시현이에게 미리 가라고 시켜놓은 곳은 가로등 아래의 의자가 있는 곳.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가끔 보이는 사람들도 각자 자기 일에 집중하느라 시현이에겐 거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현이는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지은이를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지은이는 잠시 뒤, 등 뒤로 무언가를 숨긴 채로 왔다.

그리고 와서는…바로 엄청난 발언을 해주셨다.

"시현아. 사랑해.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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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시현이를 보낸 다음 근처의 공원에서 꽃을 찾았다.

그래도 프러포즈인데…꽃다발까지는 아니더라도 꽃 한송이 정도는 줘야겠다는 생각에.

물론 자연에 있는 꽃을 꺾는 것에서 양심의 가책을 약간 느꼈지만…맨손으로 프러포즈 하는 것보단 낫다고 느꼈기에..

지은이는 그렇게 적당히 아무 꽃이나 집어든 다음 시현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근데…프러포즈 대사는 어떻게 해야 되지?

일단 프러포즈니 나랑 결혼해달라는 말은 반드시 들어가겠고..

'사랑해'

'한눈에 반했어.'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나의 심장은 너의 것이었어.'

'오직 너만이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야.'

'사실 난 너랑 결혼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어.'

'섹스.'

'죽음말고는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

'I love you.'

'널 제외한 그 누구도 나에겐 오징어로 보여.'

'나랑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여버릴거야.'

'나랑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릴거야.'

'죽을 때 까지 널 사랑할게. 설령 너가 날 버리더라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할 수 밖에 없어서 사랑하는 거야.'

'널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은 그저 무의미한 쓰레기였어.'

..

등등 수많은 프러포즈 대사가 떠올랐다.

음.. 솔직히 말해서 중간에 좀 이상한 것들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나쁘지 않았다.

그냥 좀 길더라도 이상한 것만 뺀 다음 저 문장들을 다 읽는 게 나을 정도로.

하지만…그런 건 참을 수 없었고, 지은이는 저 문장들을 개조해 자신만의 프러포즈 대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던 사이에 시현이가 있는 곳에 도착해버렸고…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해서 근처에 숨으려 했지만…그 사이 이미 시현이가 자신을 봐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현아. 사랑해. 결혼하자."

그러면서 지은이는 등 뒤에 숨겨뒀었던 꽃을 건넸다.

그러자 시현이는 대충 예상했다는 듯이 꽃을 받아들고는 말했다.

"그래. 결혼하자."

"그래…엥?"

"뭐. 왜? 니가 결혼하자며?"

"아…아니…보통 놀라거나 감격하거나 그러지 않나?"

"다른 커플이랑은 다르게 우린 이미 결혼이 확정된 커플이었잖아. 그냥 프러포즈를 언제하느냐의 차이였지."

"엥..우리가 결혼이 확정이었었나..?"

지은이는 별 생각없이 이 말을 뱉었는데…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그럼…넌 나랑 결혼 할 생각이 아니었다고?"

"아니 그…나야 당연히 하고 싶었지만…그…상호간의 마음이라는게…"

"넌 애인의 마음도 몰라?"

"...."

확실히 맞는 말이었기에 지은이는 할 말이 없었다.

"근데…그래서 이게 서프라이즈야?"

"으..응."

"솔직히 말해서 기대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빈약하긴 한데…그래도 용기내서 프러포즈 했으니 봐줄게."

시현이는 무뚝뚝해 보여도 프러포즈를 받아서 꽤나 기분이 좋았나 보다.

귀여워라♡

"근데..이 꽃 백합이네? 노린거야?"

"엥..이 꽃이 백합이었어?"

지은이는 안타깝게도 꽃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뭐? 그럼 이게 뭔 꽃인지도 모르고 준 거야?"

순간적으로 또 싸늘해지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지은이는 빠르게 말을 지어냈다.

"아..아니! 당연히 알고 준 거지! 우리가 일단은 겉으로는 여자끼리긴 하니까! 하하.."

"흠…아닌건 알지만 그 순발력을 봐서 한번은 넘어가 줄게."

휴..

다행히 평화를 되찾았다.

"시현아. 그럼 프러포즈 기념으로 키스할까?"

"키스라……괜찮네. 하자."

시현이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지은이는 그걸 보고 심호흡을 한 후 시현이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댔다.

"츄읍♡"

"으읍♡"

그렇게 어두운 길가의 가로등 아래에서 두 여인이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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