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2부 12화 사랑싸움
* * *
짧은 키스를 마친 후, 둘은 근처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런 날 만큼은 좀 고급진 음식들을 먹고 싶었기에.
"근데 여기 생각보다 맛 없는데?"
"그러게. 그냥 고깃집에서 고기 먹는게 훨씬 맛있었어."
"하…괜히 왔나……아니야. 오늘만큼은 그런 값싼 음식들을 먹을 순 없어."
"그래. 진짜 여기에 뼈를 묻자."
둘은 그렇게 결의를 했고…덕분에 총 금액으로 37만원이 나왔다.
당분간 풀만 뜯어먹고 살아야만 하는 건 덤.
"그러게 그냥 내가 햄버거 먹자고 했지?"
"아니 너도 동의했으면서 이제와서 그러기야?"
"아니 니가 하도 강하게 우기길래 그냥 맞춰준거 아냐!"
"니 입으로 분명히 알았다고 한거 들었거든? 어딜 묻혀가려고 하고 있어?"
"프러포즈까지 한 성의를 봐서 그냥 니 하고싶은 걸 시켜줄려고 한 거였다고!"
"하! 결국은 내 행위를 묵인해 준 거잖아? 그럼 너도 책임이 있는 거야!"
..
둘은 프러포즈 한지 1시간만에 싸웠다.
대기록이라면 대기록.
"아니 진짜 이렇게 나올거야?"
"어. 나올거야."
"하…진짜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이야."
"그래? 그래서 싫어졌어?"
"흥. 그럴 리가 없잖아. 바보."
"헤헤…그럴 줄 알았어! 자!"
"흥."
지은이가 안기라는 뜻으로 팔을 벌렸고, 시현이는 츤츤대면서도 결국 가서 안겼다.
그래도 역시 바로 화해하는 거 보니 서로 죽고 못사는 커플이 맞나보다.
잠깐의 소동 끝에 둘은 집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지은아. 그런데 우리 둘 다 여잔데 결혼은 어떻게 해?"
"아. 그거? 이번 겨울방학에 미국갈거야."
"엥? 이번 겨울방학? 나 아직 미성년잔데?"
"미국은 16,17세도 부모의 허락만 있으면 결혼 할 수 있어. 물론 동성결혼도 가능하고."
"근데 우리 법적으론 자매 아니야?"
"어…그거 관련해서 할 말이 있는데…엄마랑 상의한 결과 널 호적에서 파기로 했어."
"아니 그래도 가족이었었잖아…"
"괜찮아~ 어차피 피가 이어진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네."
그렇게 모든 의문이 풀린 시현이는 안심하고 다시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시현이의 눈에 아이스크림가게가 들어왔다.
"지은아! 나 아이스크림 먹고싶어!"
"음..나쁘지 않네. 그래 먹자."
"헤헤.."
지은이는 귀엽게 웃는 시현이의 이마에 키스해준뒤 아이스크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시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따라 들어갔다.
"근데 뭐 먹게?"
"너 먹을까?"
"아니…장난치지 말고…"
시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일단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는 아이스크림으로 하자."
"뭐..괜찮네."
"
"그럼 그냥 무난하게 더X사냥 사서 반씩 먹을까?"
"시러. 쌍X바 먹을래."
"..?"
"어차피 먹을거 초코먹고싶어."
"그냥 커피가 싫은건 아니고?"
"아..아니야!"
맞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저번에 인스턴트 커피도 못 마신 적이 있었지. (33화 커피 편 참조)
진상을 깨달은 지은이는 시현이가 너무 귀여워서 더 놀려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그럼 싫지 않다는 건데 한번만 먹어주면 안될까? 나 더X사냥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아…안돼!"
"왜?"
"그…그…커피는 몸에 안좋아!"
"초코는 몸에 좋고? 그리고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몸에 좋아."
"그렇긴 한데…그…그래도…그래도…으윽…"
시현이가 더이상 할 말이 없어서인지 울먹였다.
저건 사실상의 (논리에서의)패배선언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 와중 절대로 커피가 싫다는 것을 인정 안하는 게 역시 시현이답다.
..
근데 울 정도로 커피가 싫은건가?
보통 아무리 커피가 싫어도 커피 아이스크림은 괜찮지 않나?
아닌가?
일단 여기서 더 지체했다간 시현이가 진짜로 울 것 같았기에 먼저 달래줬다.
"아이구~ 시현아. 그렇게 커피가 싫었어?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
"아..아냐! 안 싫어해!"
"시현아. 커피 싫어한다고 어린애인건 아니야. 어른 중에서도 커피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사실 별로 없다.
"그..그래?"
"당연하지! 그러니까 그냥 인정해도 돼~."
"웅..그래도 싫어."
"왜?"
"인정하면 내가 너한테 지는거 같잖아."
시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렸다.
..
존나 귀엽네..
"알았어. 그럼 그냥 쌍X바 먹자. 그럼 됐지?"
"응!"
..
진짜 너무 귀여운거 아니냐고..
그렇게 쌍쌍바를 하나 사 먹은 다음 우린 밖으로 나왔다.
둘은 다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근데 말이야..프러포즈를 할 때는 보통 반지를 주는게 국룰아닌가?"
"아니 근데 우리 이미 반지 있잖아."
"이건 그냥 사랑의 반지고, 결혼의 반지는 따로 사야지."
"둘이 똑같은거 아냐?"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우리가 이 반지를 샀을 때 결혼 얘기를 했었나?"
"아니."
"그럼 이 반지는 결혼이랑은 관계X. 그리고 프러포즈 때 반지주는 건 국룰. 여기까지 말하면 대충 이해가 됐겠지?"
"근데 반지 비싸잖아."
"아니 난 그냥 5만원 정도 하는 싸구려 반지라도 상관없는..."
"우리 5만원 없어.."
"아.."
레스토랑에서 37만원을 날려먹은 덕에 정말 빈털털이 거지였다는 사실은 까먹었던 시현이였다.
그리고…다시 싸움이 일어났다.
"아니 그니까 내가 먹지 말자 했잖아!"
"너도 결국은 동의했잖아!!"
"그건 너가 하도 우기길래 그런 거잖아!"
둘의싸움은 집에 도착할 때 까지 이어졌다.
하지만..집에 도착할 때 까지 싸웠음에도 둘의 싸움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시현이는 내일 학교때문에 슬슬 씻고 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지은이는 그냥 자기가 져주기로 했다.
"후..그만해. 내가 졌어."
"역시 그렇지?"
"아니..사랑싸움은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잖아."
"..?"
"그러니까 내가 진거지 뭐."
지은이는 이 말을 통해서 자신이 시현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려줌과 동시에 시현이가 이기게 해서 자존감을 높혀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니..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진 것 같아."
쓸데없이 시현이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았다.
하지만 지은이는 더 싸움을 이끌어나가긴 싫었고..
"그래. 그냥 너가 이긴 거로 해라."
"아니 내가 진 거라니까?"
"아 알았어. 너가 졋어."
"와! 졌다!"
그렇게 싸움이 끝났고..둘은 바로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
씻고 나온 뒤, 둘은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지은아. 근데 우리 진짜 결혼하는 거야?"
"그럼 당연히 진짜로 결혼하지. 가짜로 결혼해?"
"아니 그래도…진짜 한다니까 그냥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불안하기도 하고…낯설기도 하고…"
"괜찮아~ 다 잘 될거야."
"그..렇겠지?"
"그래~ 만약 일이 잘 안풀리면 나 불러. 내가 우리 귀여운 아내 괴롭히는 것들 다 혼내줄게!"
"푸흡! 뭐야 그게.."
시현이가 재밌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고마워. 나도 너 괴롭히는 거 있으면 내가 혼내줄게."
"그래 고마워~"
"고맙긴~ 부부는 서로 돕고 사는 거지."
"그럼 넌 왜 고맙다고 한 거야?"
"그러네..? 헤헤.."
지은이는 마음같아선 이렇게 계속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시현이는 내일 학교에 가야 했다.
"시현아. 슬슬 자자. 내일 학교 가야지."
"웅..알았어. 대신 굿나잇 키스 해줘!"
"그정도 쯤이야, 알았어. 쪽♡"
지은이는 시현이의 요구에 따라서 이마에 키스를 해줬지만..
"아니~ 거기 말고 여기."
시현이가 입술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아구~ 진짜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쪽♡! 됐지?"
"응!"
"그럼 이제 잠이나 자. 나도 잘 거니까."
"알았어. 잘자 지은아♡"
"응. 너도 잘자."
그렇게 둘은 꿈나라로 떠났다.
누가 먼저 말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둘이 손 잡고 잔건 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