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70화 (70/117)

〈 70화 〉 2부 15화 ­ 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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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가 가진 좋은 특징 중 하나는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시현이의 모습을 보면 꽤나 의외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어쨌든 그랬다.

시현이의 말에 따르면 해야할 일이 남아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나 뭐라나…

그래서 시현이는 절대로 숙제나 수행평가 같은걸 절대로 미뤄서 하지 않고 받은 그날 끝냈다.

근데 지금 그 얘기를 왜 하냐면…

'공부하고 싶다…존나 공부하고 싶다…'

시현이에겐 해야 할 공부이자 숙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TMI: 시현이는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빠르게 해치우지만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진짜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고 한다. 참고로 이전의 시현이의 기준에서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의 범주에 들어서 공부를 하지 않은 것. 하지만 이번에 한국대에 가겠다는 목표가 생기면서 해야 할 일로 변경.)

(예전= 공부하기 싫음+할 필요도 없음 = 안함)

(지금= 공부하기 싫음+하지만 해야 함(안하면 마음이 불편) = 어쩔 수 없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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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나 공부하면 안돼?"

"안돼."

"왜? 어차피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잖아."

"당연하지. 벌이니까."

"...."

보통은 벌로 공부를 시키지 않나?

…라는 의문을 품은 시현이였지만, 지은이도 당연히 시현이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준 벌이었다.

물론 시현이는 자신의 이 특성을 지은이가 안다는 사실은 모름.

"아니 지은아? 내가 공부하겠다니까? 공부 더 하면 좋은거 아니야?"

"아니지. 더 하면이 아니라 이따 해야할 걸 지금하겠다는 거 아니야. 공부량 자체는 똑같은 건데 어딜 속이려 들어."

"윽.."

정곡을 찔린 시현이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그래도 이따 공부하다가 늦게 자면 내일 수업때 졸 지도 모르는데?"

"그럼 내일도 늦게까지 공부하면 되지!"

"....."

시현이는 논리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그것이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늘 그래왔듯 이성이 통하지 않으면 감성으로 승부를 보면 될 뿐.

그렇게 결론을 내린 시현이는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지은아♡~ 나 공부하면 안돼? 응?"

"안돼."

전과 다름없이 완고해 보이는 지은이였지만..시현이는 그 짧은 순간 지은이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보았다.

"아잉♡ 지은아아♡~ 그러지 말고~응?"

"애…애교 부려도 안돼!"

이젠 동요를 숨기지도 않았다.

뭐..곧 넘어오겠군.

그럼 마지막 쐐기를 박아줄까?

"쪽♡~"

시현이는 다가가서 지은이의 뺨에 뽀뽀해줬다.

그러자 지은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선 뒤늦게 소리쳤다.

"뭐..뭐하는거야..!!!"

"헤헤..이건 뇌물이야! 이제 그걸 받았으니 넌 내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어!"

시현이는 자신의 계획이 매우 잘 먹혔다는 걸 알고는 매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게 오히려 더 귀여워 보인다는 점도 모른 채.

그래도 어쨌든 계획은 완벽히 성공했다.

"그래…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

"뽀뽀 한번만 더 해주라..."

"푸흡!"

지은이는 저렇게 말하고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지은이를 보며 빵 터진 시현이는 덤.

"알았어~ 쪽♡! 됐지?"

"응..고마워."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뭐…그럼 일단 난 공부하러 갈게."

"응."

지은이는 시현이를 보내긴 아쉬웠지만…자신이 허락해줬기에 뭐라 하지는 못하고 그저 시현이의 뒷모습을 바라 볼 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허락해주지 말 걸 그랬나…

때늦은 지은이의 후회만이 그 방안에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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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로부터 10분 정도 뒤, 갑자기 시현이 방 문이 열리면서 시현이가 나왔다.

"응? 시현아. 왜 벌써 나와? 설마 벌써 다 했을 리는 없을 텐데.."

"아니…공부하기 싫어…"

..

정말 이례적으로 지은이가 시현이를 쓰레기를 보듯이 봤다.

"아니 너가 공부 시켜달라며…"

"근데 하기 싫어…그냥 이따 할래…"

이젠 쓰레기가 아니라 폐기물을 보는 눈으로 바뀌었다.

"오…근데 지은이 너가 날 그렇게 보니 뭔가 짜릿한게 느껴진다…옛날 너가 말했던 그 느낌을 알 거 같아." (13화 참조)

"그…그래?"

"아니 그래도 역시 난 평소의 너가 더 좋아."

"...."

지은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시현이는 그냥 평소가 더 낫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만 하필 표현을 '좋아'라고 해서…지은이가 고백 비스무리 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 원인.

물론 지은이도 시현이가 말한 뜻은 알고 있었지만…그래도 '좋아'라고 말한게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헤헤..흐헤헤..'

"저기…지은아?"

"헤헤..응? ㅇ..왜! 시현아?"

"아니…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짓길래…"

"벼…별거 아냐! 그…그럼 이제 슬슬 저녁 먹을까?"

"그래. 오늘은 뭐 먹을까?"

"나는..."

그렇게 둘은 저녁을 먹으러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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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그냥 평범하게 볶음밥으로 하기로 했고, 빠르게 만든 다음 둘은 먹기 시작했다.

"지은아. 근데 우리 미국 간다고 했잖아."

"응. 왜?"

"그럼 우리 영어회화 연습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엄마가 다 해줄거야."

"넌 못해? 수능 영어 100점이었잖아."

단순히 1등급이 아니라 100점이었다.

그것도 수능날만 운이 좋아서 맞은게 아닌 모의고사부터 꾸준히 100점을 받아왔던 것.

그런 지은이라면 영어회화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응. 못해. 꿈 깨."

"...."

"수능 영어 1년 공부하는 것보다 미국인이랑 1시간 대화하는게 영어 회화에 더 도움될걸?"

"그…그정도야?"

"뭐…너도 영어 1등급 받아보면 뭔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거야."

"별로 알고 싶진 않은데…"

"그런 거 없다. 넌 알아야만 해."

"히잉.."

그런 잡담을 하며 둘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시현이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 시각은 8시.

그리고 우리의 취침 시간은 10시 반.

지금 공부 시작하면 지은이랑 같이 잘 수 있다.

반대로 지은이가 잘 때 공부를 시작하면 1시가 되어서야 잘 수 있고.

즉, 지은이랑 노느냐 같이 자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렇게 심각한 고민을 이어가던 와중, 그냥 빨리 끝내고 싶다는 그녀의 특성(?)이 발현되었고, 결국 지금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은이랑 같이 자기 위해서.

"지은아. 나 그냥 지금 공부하러 갈게. 너 자기 전에는 어떻게든 끝낼 테니까 같이 자자."

"그래? 알았어. 열심히 해~."

"응.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시현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잘 시간이 되었다.

지금 시각은 10시 반.

끝날 시간이 되었음에도 시현이의 방에선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공부에 집중하고 있겠지.

지은이는 졸렸지만 꾹 참고 시현이를 기다리기로 했다.

시현이가 같이 자자고 했기 때문에.

그런데 시간이 흘러 40분....50분이 되었음에도 시현이는 나오지 않았다.

왜지?

..

아냐. 하다보면 공부가 안되는 날이 있을 수도 있지.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공부를 하고 있을 시현이를 대견하게 생각하자.

그렇게 시간이 더 흘러..11시 20분이 되었다.

..

진짜 너무 졸려서 답이 없음을 느낀 지은이는 어쩔 수 없이 먼저 자겠다고 말하기 위해 시현이의 방에 들어갔다.

"(똑똑) 시현아. 들어갈게?"

"......"

정적을 ok사인으로 여긴 지은이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은이의 눈앞에는 엎드려 자고 있는 시현이의 모습이 보였다.

문제는 거의 풀지도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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