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2부 18화 집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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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지은이를 반긴건 자신에게 안겨있는 시현이와 두통이었다.
"아…머리야…머리가 왜 이리 아프지?"
지은이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봤다.
어제는 분명…시현이랑 같이 밥 먹은 다음, 잠깐 설거지를 하러 혼자 부엌으로 갔었지.
그리고…설거지 하기 전에 뭐좀 먹을까 해서 엄마한테 받았던 초콜릿을 먹었는데…
그 뒤론 기억이 없다.
유일하게 기억나는건 그 초콜릿에 알코올이 들어있었다는 것 정도.
그것도 꽤나 진하게.
그리고 그 뒤의 기억이 없다는건…취했다는 거겠지.
지은이는 살면서 술을 마셔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자신의 술버릇이 뭔지 알긴 커녕 자신의 주량도 몰랐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예상이 전혀 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지은이가 택한 행동은…
"뭐…별 일 없었겠지?"
도망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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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시현이도 잠에서 깼다.
원인은 아까부터 자신의 몸을 조이는 무언가.
물론 무언가라고 해봤자 당연히 지은이 손/팔 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시현이가 눈을 뜨자 지은이가 먼저 아침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 시현아."
"응…좋은 아침이야 지은아. 하지만 지금 내 몸을 조이고 있는 이 손만 아니었으면 더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을 거 같아."
"그래?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네."
"그렇지? 그러니 다음부터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주면 고맙겠어."
"음…하지만 너가 온몸으로 껴안아달라고 시위를 하는 걸?"
지은이는 자신이 한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듯 시현이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래? 근데 난 그런 적이 없는데?"
"아니야. 봐봐. 지금도 더 세게 껴안아달라고 하고 있잖아."
"아니 내가 언제?"
"또 그러네."
과장 좀 보태서 지은이에겐 시현이가 숨쉬는것마저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였지만…그걸 시현이가 알 턱이 없었고..
결국 시현이는 지은이의 힘이 다할 때 까지 안겨있었다.
잠시 뒤 거실.
둘은 오랜만의 주말이다보니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은아…오늘은 힘들다. 그냥 실내 데이트나 하자."
"? 아니 데이트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지 뭔 소리야?"
여기서 둘의 의견이 갈렸다.
사실 원래라면 둘의 의견이 갈릴 리가 없었다.
둘은 한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지간하면 거의 무조건 붙어다녔기 때문에 둘의 성향/능력은 비슷했고, 둘이 느끼는 것도 거의 비슷했다
예를 들면 둘다 너무 집에만 쳐박혀 있으니 밖으로 좀 나가고 싶다는 걸 둘 모두가 느꼈고, 둘 다 요리를 매우 못하니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것도 둘 다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시현이가 학교를 가느라 심적으로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든 상황.
반면에 지은이는 혼자 집에서 지내느라 지겨워 죽을 것 같은 상황.
그렇게 둘의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르자 둘이 내는 의견도 달라지게 되었다.
"아니 솔직히 집이 낫잖아..왜 귀찮게 밖에 나가려는 거야.."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할 것도 없잖아?"
"밖에 나가도 할 거 없잖아?"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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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동안 의미없는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잠시 뒤.
결국 쓸데없는 싸움에 지친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휴전협정을 맺었다.
"후…이제 곧 실내든 실외든 데이트해야 될 텐데 굳이 여기다 힘 빼지 말자."(시현)
"그래. 어차피 이런다고 어느 한 쪽이 양보할 것 같지는 않고."
"그럼 룰렛으로 정하자. 나온 결과에 무조건 따르는 걸로."
"뭐…그러시든가."
그렇게 더 이상 힘을 빼기 싫은 둘은 네X버에서 룰렛을 준비했고…
"그렇지!!!!"/"...."
시현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렇게 집 안에 있기로 한 둘은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하지는 않고 그냥 침대에 누워 있었다.
평소와는 차이를 두기 위해서 손을 잡고는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보다못한 지은이가 입을 열었다.
"시현아. 나 좀 세게 껴안아줘."
"갑자기 왜..?"
"할 게 없어.."
"그거랑 세게 껴안는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껴안아달라는 거라면 모를까 '세게' 껴안아달라고..?
굳이?
이렇게 의문을 품었던 시현이지만 뒤에 지은이의 설명을 듣고는 납득했다.
"뭘 할 수 있는데 안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아깝잖아 시간이."
"그래서?"
"너한테 꽉 안겨서…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면 시간이 안아깝지 않을까 해서…"
"그래? 근데 내가 지금 가장 아까워하는 시간은 이딴 쓸데없는 말을 듣는데 집중한 지금 이 시간인거 같아."
"너무해.."
지은이가 상처받았다는 듯이 손을 풀고 몸을 돌렸다.
"하아.."
그리고 그러자 시현이가 한숨을 쉬더니 결국 안아줬다.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누운 채로 백허그가 됐지만 지은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헤헤..고마워♡"
"웃지마."
"근데 시현아. 난 세게 안아달라고 했는데?"
"흥. 어차피 너가 여기서 못 벗어나게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어…맞긴 한데…왜?"
시현이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지은이가 의문을 가지며 물어봤다.
그런데 시현이는 대답대신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자 시현이의 큰 가슴이 지은이의 등에 밀착되었다.
..
.......
'뭐지? 천국인가?'
'응..? 근데 중앙에 뭐가 닿는 듯한..'
지은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시현이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지은아. 그거 알아?"
"응? 뭐..뭘?"
가슴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지은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현이는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나 지금 노브라야."
..!
!!!!!
그렇게 몇시간동안 지은이는 꼼짝없이 안겨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 시현이는 잠들어버렸고, 그 품을 벗어날 수 없었던 지은이도 시현이 깨길 기다리다가 같이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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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시현이가 먼저 잠에서 깼다.
"아으..잘잤다."
그리고 시현이가 일어남에 따라 자연스레 가슴이 지은이의 등에서 떨어지게 되었고…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은이도 바로 일어났다.
"잘 잤어 지은아?"
"응..나야 잘 잤지.(가슴 덕분에)"
"그래? 다행이네."
시현이는 내심 얼마없는 데이트 시간에 자버린 것 때문에 지은이가 화내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의외로 지은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럼…이제 뭐할까? 영화나 볼래?"
"음…그래!"
그렇게 결정을 내린 둘은 치킨을 배달시킨 후에 다리를 뜯으며 영화를 감상했다.
그렇게 밤.
성공적으로 데이트를 끝마친 둘은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지은아. 나 그거 해줘."
"그거..? 아~"
뭔지 알아챈 지은이는 가서 시현이의 이마에 뽀뽀해줬다.
"잘 자. 시현아."
"응.."
그렇게 둘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잠들었다....
면 얼마나 좋았을까.
둘은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당연히 원인은 낮에 4시간이나 잔 것 때문.
그리고 보통 낮에 그렇게 잤으면 밤에 늦게 자는게 맞지만…자신들의 잠 사이클이 박살나기 싫었던 그들은 원래 자던 시간에 자려고 했고…지금 이 꼴이 나게 되었다.
덕분에 잠이 오지도 않는데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지옥같은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지옥같은건..서로 상대방은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혹시 내가 몸을 뒤척이거나 그러면 상대가 잠에서 깨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 때문에 뭘 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 정도는 움직여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데 쓸데없이 애인에 대한 배려가 넘쳐서 생긴 일.
그리고 그런 지옥같은 상황에 2시간이나 더 노출된 끝에, 겨우 둘은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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