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75화 (75/117)

〈 75화 〉 2부 20화 ­ 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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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은 그렇게 잡담을 하며 계속해서 강가를 따라 산책을 했다.

그리고 그러던 중.

"근데 시현아. 너 아직 친구 없지?"

"....."

"아니 놀리거나 비웃으려는 거 아니니까 말해봐. 없지?"

"응.."

"푸흡!"

"야! 안 비웃는다며!"

"아니…이건 비웃으려는게 아니라 예전에 너가 친구 사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던 때의 모습이 떠올라서.." (2부 7화 ­ 친구 참조)

"그게 비웃는거잖아!!"

드물게 시현이가 언성을 높였다.

시현이는 화가 났을 땐 조용한 편이다.

그냥 조용히 방에 틀어박히기 때문.

물론 크게 화나면 그런거 없지만…지금 시현이는 누가봐도 크게 화난 상황은 아니다.

즉 지금 시현이가 언성을 높였다는건 자기가 화난건 아님을 증명하는 꼴.

그걸 깨달은 지은이는 조금 더 장난을 치기로 했다.

"아이구~ 우리 시현이 화났어?"

"화 안났거든?"

"누가 우리 귀여운 아내님을 화나게 했어? 말만 해! 그럼 내가 다 혼내줄게!"

"너가 그랬잖아!…가 아니라 화 안났다고!"

"괜찮아괜찮아. 화난건 부끄러운게 아니.."

"화!안!났!다!고!!!"

화는 안났더라도 상당히 짜증을 받은 것 때문인지 시현이가 지은이의 말을 끊으면서까지 자신의 말을 전했다.

지은이도 그런 시현이의 모습에 더 하면 안되겠다는걸 깨닫고는 꼬리를 내렸다.

"알았어~ 내가 미안해."

"말로만?"

"아니 당연히 아니지~ (쓰담쓰담) 자. 됐지?"

아직은 밖이다보니 포옹하기는 좀 부끄러웠고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걸로 대신했다……까지가 대외적인 이유고 본래 이유는 이렇게 놀렸는데도 화를 안낸 시현이가 장해서 쓰다듬어주는 것.

"음…약간 놀리는듯한 기분이 들긴 하는데…그래도 뭐, 기분은 좋으니 이걸로 넘어가줄게."

"...."

지은이는 대답대신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는 조금 더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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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느정도 쓰다듬어 준 후, 둘은 다시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야."

"응?"

"그래서 아까 친구 없냐는건 도대체 왜 물어본거야? 설마 진짜로 시비걸려고 물어본 건 아닐테고."

"아~그거? 당연히 이유가 있지~."

"뭔데 그 이유가?"

"내가 엄마한테 정보를 좀 들었는데…너네 곧 수련회 간다고 하더라."

"엥..수련회? …그래서?"

"거기서 친구를 어떻게든 사귀어 봐야 하지 않겠어?"

"....."

지은이는 순수하게 정말 도움을 주고 싶어서 물어본 거였다.

친구를 만드는 문제를.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시현이는 다른 쪽으로 고민이 되었다.

'수련회..가야 되나?'

라는 고민.

확실히 시현이 입장에선 가봤자 재미도 없는데 돈은 또 오지게 날라가기만 하는 진짜 의미없는 쓰레기 행사이다.

그리고 수학여행이어도 별로 가고 싶지는 않은 상황인데 수련회?

미쳤다고 거길 가나?

"지은아…나 수련회 안가면 안돼?"

"그래. 가서 친구를 많이 사귀…어? 뭐라고?"

"나 수련회 가기 싫어…"

"?"

지은이 입장에선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왜?

가서 재밌게 놀고, 친구도 사귀고, 추억도 쌓고, 맛있는거 먹고 등등 좋은 일만 있는 거 아닌가?

유일한 걱정이라 할 수 있는 돈은 어차피 엄마가 내줄 텐데.

"아니…수련회가 왜 가기 싫어?"

"가봤자 힘들기만 하고…지루하고…돈도 들고…그냥 다 싫어…"

"..?"

애초에 둘의 시각 자체가 달랐다.

지은: 애들이랑 같이 놀러감 ­>재밌음

시현: 애들이랑 같이 놀러감 ­>재미없음

으로 인식하다보니..상대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 그래도 한번뿐인 고등학교 수련회인데 가야 되지 않겠어?"

"가기 싫어..그것보단 너랑 있는게 더 즐거워.."

"친구 안 사귈거야?"

"난 너만 있으면 돼."

..

"나도 너만 있으면 돼!"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하고 지은이가 시현이를 껴안았다.

"숨 막혀..."

"앗..! 미..미안."

"그래서…안가도 된다는 거지?"

"음…갔으면 좋기야 하겠지만…강요하기도 좀 그러니…일단 알았어. 안가는 거로 해 둘게."

"헤헤..고마워! 그럼 우리 그동안 뭐할까? 우리끼리 여행갈까?"

"...."

"응? 왜 그래?"

"아이구 이 귀여운 것.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지은이는 오늘따라 귀여운 짓만 하는 시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아까 충동적으로 껴안았을 때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섬세하게.

"흥. 그래서 어떡할거야. 갈거야 말거야?

"안 갈수가 있겠어? 우리 귀여운 아내님이 가자는데?"

"헤헤..그럼 어디갈까?"

둘은 그렇게 잡담을 하며 걸어갔다. 하지만..

수학여행 or 수련회는 안가더라도 그 시간동안 학교에 등교해서 자습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둘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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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그 뒤로도 한동안 잡담을 이어가며 산책을 하다가 밤 늦게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후아..이게 얼마만의 집이야.."

"2시간?"

"어허. 조용히 해."

"2시간 가지고 힘들다고 하는 건 좀.."

"아니 조용히 하라니까?"

"......"

지은이는 폭정(?)에 반대한다는 듯이 눈쌀을 찌푸렸지만…그런다고 시현이가 봐주진 않았다.

"하…진짜. 사실 좀 고했다고 조용히 하라니..장차 이 집안의 미래가 어찌 될런지.."

"쇼를 해요 쇼를 아주."

"아니;; 이건 받아줘야지;;"

"쓰레기를 내가 왜 받아줘?"

"흑흑..어째서..아까의 귀여운 시현이는 어디가고..결혼 10년차는 된 듯한 무뚝뚝한 아내가 있는거야.."

"개소리 하지 말고 빨리 씻기나 해."

지은이는 씻으러 가기 전에 어떻게든 장난을 쳐 보려 했지만 시현이가 받아주지를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씻으러 갈려는데...

"시현아. 같이 씻을래?"

"개소리 하지......그럴까?"

"엥? 이걸 받아준다고?"

그냥 한번 해본 말에 시현이가 의외로 승낙을 해줬다.

반사적으로 '개소리 하지'가 나온건 좀 슬픈 얘기긴 하지만..

그나저나 갑자기 또 지은이는 장난끼가 돌았다.

"뭐야? 싫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여왕님."

"..?"

"...."

"......"

"왜 그러십니까 여왕님?"

"그래..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

"좋아. 씻으러 가자. 근데 나 다리가 좀 아프네?"

"그..그게 왜.."

"못 알아들었어? 우리 강아지가 말귀가 어둡구나?"

"뭐..뭐라.."

"어허. 멍멍이가 사람말을 하면 안되지?"

..

지은이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분명 계획대로라면 내가 여왕님이라고 불렀을 때 무시하고 가거나 그러지 말라며 얼굴 붉힐 줄 알았는데..이걸 왜 받아주지?

그리고 받아주긴 했는데…ㅈ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물론 자신이 약간 당하는걸 좋아하는 끼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약간일 뿐. 그게 개가 되고 싶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여기서 거절할 순 없었고 일단은 시현이가 원하는 대로 개소리를 내주었다.

"머..멍멍.."

"옳지 잘했어. 우리 멍멍이."

시현이는 잘했다는 듯이 지은이의 턱을 긁어주었다.

"근데 이상하네..멍멍이가 두발로 걷던가?"

"아..아니..잠깐..."

"씁..자꾸 왜 이럴까 우리 멍멍이가? 자꾸 가르친 적도 없는 사람말 하네?"

"...."

"주인 말을 안듣는 동물을 내가 계속 기를 필요가 있을까?"

"머..멍.."

지은이는 그와 동시에 엎드려서 4발로 걷는 모습이 되었다.

"좋아. 잘했어. 그럼.."

시현이는 지은이에게 다가가더니 그 위에 앉아서는 다리를 꼬았다.

마치 진짜 여왕님처럼.

"후아..좀 살 것 같네. 그럼 이제 목욕탕까지 가. 우리 멍멍이."

"멍.."

지은이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느꼈지만 이제와서 무를 순 없었고, 목욕탕까지만 가면 끝날거라는 생각에 일단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목욕탕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했음에도 시현이가 한동안 움직이지를 않았다.

"..멍?"

그렇게 의문을 가지고 지은이가 소리를 내자 시현이는 그제서야 일어난 다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

"멍?"

"사람말 해."

"응.."

"앞으론 적당히 상황 봐가면서 장난쳐."

"응…미안…"

시현이는 그 말을 듣고는 빠르게 옷을 벗고는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빠른 행동때문에 뒤에서 지은이가 의외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이것도 의외로 괜찮은데?'

"뭐해. 안 들어와?"

"어? 아..아니! 잠깐 딴 생각좀 하느라..바로 들어갈게!"

목욕탕 속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지은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옷을 빠르게 탈의한다음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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