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76화 (76/117)

〈 76화 〉 2부 21화 ­ 술

* * *

­­­­­­­­­­­­­­­­­­­­­­­­­­­­­­­­­­­­­­­­­­­­­­­­­­

­­­­­­­­­­­­­­­­­­­­­­­­­­­­­­­­­­­­­­­­­­­­­­­­­­

둘은 오랜만에 같이 씻는 것이니 샤워대신 목욕을 하자고 합의를 하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본 시현이의 몸은 생각보다 파괴력이 굉장했다.

둘이 같이 씻은 적은 최근엔 거의 없다보니 근 한달정도만에 보는 시현이의 알몸인 셈.

"욕조에 물 다찼…는데 지은아 왜 그래?"

"헤헤……어…응? 아…아니야! 그럼 들어갈까?"

"응."

지은이는 넘쳐흐르는 흥분을 어떻게든 억누른 다음 욕조로 들어갔다.

그렇게 지은이가 들어가자 시현이도 따라 들어가려는데…

원래라면 둘이 같이 목욕할 때 지은이가 시현이를 안은채로 목욕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흥분한 상태에서 시현이를 안으면 선을 넘어버릴 것만 같았던 지은이는 일부러 다리를 오므리고 반대쪽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시현이는 알아듣지 못하고는 물어봤다.

"뭐야? 다리 왜 오므려? 나 앉아야 될거 아냐?"

"아…아니 오늘은 그냥 저쪽에 앉아."

"왜?"

"아…아니 별 이유는 없는데 그냥~"

아무리 연인이라고 해도 사실을 밝히면 상당한 쓰레기취급을 당할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얼버무렸다.

그런데…시현이는 그 대답을 듣더니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알았어."

약간 어두운 톤이었던 그 말을 끝으로 시현이는 욕조 반대쪽에 앉아서 몸을 웅크렸다.

"....."

"......"

그 뒤로 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지은이는 당연히 말을 걸고 싶었지만 시현이가 하도 어두운 표정+음산한 분위기를 풍겼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

근데 시현이는 갑자기 왜 이러는거지?

왜 다리 오므리냐고 물어봤을 때만 해도 밝았었는데?

그런데 내가 거기서 거절을 하자 급격히 분위기가 어두워졌었다.

그렇다면…거절당한 것 때문일 텐데……그게 말이 되나?

고작 안고 씻는 걸 한번 거절당한 것 때문에 저렇게 기분이 상한다고?

많은 의문이 들었던 지은이지만…일단 거절당한 것 때문인건 확실해 보였으니 화해를 위해 오므렸던 다리를 피고는 시현이를 불렀다.

"시…시현아 여기 안길래?"

덮치는 건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기로 하고 시현이를 불렀다.

일단 시현이의 화(?)를 풀어주는게 우선이었기에.

그런데..

"아니..됐어..이제와서 굳이 괜찮은 척 할 필요 없어.."

?

"뭐..뭔 소리야? 괜찮은 척이라니.."

"모르는 척 하지마. 아까 멍멍이 취급한거 때문에 상처받은거잖아."

"엥..?"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유가 나와서 놀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확실히 시현이 입장에서는 그렇게 여길 만 했다.

시현이가 날 개 취급하자마자 내가 시현이를 거부한 꼴이니..

시현이가 내 속사정을 알 리도 없고.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지은이는 일단 시현이의 생각을 부정했다.

"아니…시현아. 나 진짜 괜찮으니까 이리 와."

"아니 난…"

"이리 와."

"응.."

시현이를 품에 안고서 사실을 밝혔다. 왜 따로 앉자고 했는지.

쓰레기 취급 당하거나 시현이가 내 품을 벗어나려고 할 것 정도는 예상하고 한 말이었지만…의외로 시현이는 그냥 웃으며 넘겼다.

오히려 약간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근데 그럼 나 지금 위험한 상황인거 아니야?"

"아니야…지금은 그럴 마음 싹 사라졌으니 걱정마."

"뭐야…왜 사라져?"

시현이는 뭔가 실망했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너가 기분이 나빠보였길래..왜 그런가 생각하느라.."

"흥. 쓸데없이 배려심만 좋아가지고.."

"쓸데없다니…너무한 거 아니야?"

"전혀.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매우 쓸데없었어."

"아니…그럼 내가 어떡했어야 되는데?"

'덮쳤어야지'

시현이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소리가 너무 작은 탓에 들리지는 않았다.

"응? 뭐라고?"

"별거 아니야. 그보다 이제 충분히 씻은 거 같은데 슬슬 나갈까?"

"어..? 응.."

시현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고, 지은이는 그런 시현이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잠시 뒤 나갔다.

­­­­­­­­­­­­­­­­­­­­­­­­­­­­­­­­­­­­­­­­­­­­­­­­­­

­­­­­­­­­­­­­­­­­­­­­­­­­­­­­­­­­­­­­­­­­­­­­­­­­­

그렇게 둘이 거실로 나오자 어느새 시간은 새벽이었다.

원래라면 지금 당장 자도 늦은 시간이지만 다행히 내일은 주말. (성적표를 금요일날 받음)

즉 아무리 늦게 자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이런 야심한 밤에는 역시...."

"술?"

"바로 맞췄어."

"술 마시면 몸에 안좋다는데?"

"그래서 안마실거야?"

"아니."

"그럼 준비해."

"응."

지은이는 능숙한 솜씨로 와인을 따르고, 시현이는 테이블을 세팅하고 안주를 가져왔다.

저번에 지은이가 취했던 뒤로 서로 몇번의 술자리를 가졌었고, 덕분에 이렇게 준비가 능숙해질 수 있었다.

추가로 서로의 주량을 알 수 있기까지.

"자..그럼 건배할까?"

"응.."

짠~

둘은 짧게 건배를 한 후에 와인을 들이켰다.

"그러고보니…얼마 안남았네."

"뭐가? 우리 결혼?"

"응."

"그렇지…이제 한 2달 좀 넘게 남았나?"

"헤헤..빨리 그 때가 왔으면 좋겠다."

시현이는 그 모습을 상상이라도 한 건지 얼굴을 붉힌 채로 미소를 지었다.

"근데 부부가 하는 일은 뭘까?"

"음…각자 자기 할 일 하고 쉬는 날이나 시간엔 데이트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근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잖아?"

"음…그럼 같이 사는거? 같이 자는거?"

"그것도 다 마찬가지잖아.."

그 말에 둘은 뭔가를 깨달았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먼저 눈치챈 지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이미 부부생활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거 같은데?"

"그런 거 같네."

"뭔가 기쁘네 헤헤.."

"그래? 난 꽤나 실망스러운데.."

"응? 왜?"

"그럼 결혼을 해도 바뀌는 게 없을 거 아냐?"

"음…그렇긴 하겠지만…결혼을 해도 바뀌는게 없을 만큼 우리 사이가 좋다는 게 아닐까?"

"그런가? 헤헤.."

약간 불만인 듯 했던 시현이의 표정이 다시 헤실대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불만인 듯한 표정이 더 귀여웠는데..

"뭐야 그 눈빛은?"

"응? 아..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거 같은데.."

"지..진짜 아니야!"

"흠..그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시현이는 의심을 쉽게 거두지 못했다.

눈치 빠르기는…정말 누굴 닮은건지…

"흠…일단 그럼 더 마실까?"

"뭐…좋아."

지은이는 시현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술을 더 마시자고 하였고, 이건 시현이도 흔쾌히 받아줬다.

짠~

다시 한번의 건배가 오갔고, 둘은 와인을 들이켰다.

"푸하……아~매일매일이 오늘같으면 좋을 텐데.."

"바보같긴.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거야."

"칫. 당연한 얘기 하지마. 그 정돈 나도 안다구."

"그럼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만큼 너랑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이잖아 바보야."

"아..미안.."

"흥..내가 못살아 정말."

그렇게 말을 하면서 둘은 와인을 계속 마셨고, 어느새 한 병을 다 해치웠다.

"음…여기서 끝내긴 좀 아까운데…다음 병 꺼낼까?"

"아니 좀 아까운건 나도 동의하긴 하는데…괜찮겠어? 우리 주량이 각각 와인 반병씩이잖아…한병 더 꺼내면 장담 못 할 텐데?"

"시현아. 원래 오늘같은 날은 마시고 죽는거야."

"뭐…알아서 해…"

시현이도 안된다는 건 알았지만 내심 더 마시고는 싶어서 못이기는 척 동의했다.

그리고…필름이 끊겼다.

­­­­­­­­­­­­­­­­­­­­­­­­­­­­­­­­­­­­­­­­­­­­­­­­­­

­­­­­­­­­­­­­­­­­­­­­­­­­­­­­­­­­­­­­­­­­­­­­­­­­­

다음날 아침..이 아닌 점심.

시현이가 먼저 눈을 떳다.

식탁에서.

"아으…머리야. 머리가 왜 깨질듯이 아픈…"

시현이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눈 앞의 광경이 너무 참담했기 때문.

"이게 뭔.."

안주로 가져왔었던 뻥튀기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와인잔은 깨져있었다. 다행히 다 마시긴 한 것인지 와인이 흐른 흔적은 없었지만.

그런데..

"지은이…는 왜 안보이는 거야?"

가장 중요한 지은이가 보이질 않았다.

..

원래라면 그냥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일단 지금 눈 앞의 상황부터 정리를 하려 했겠지만…뭔가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지은이를 찾기로 한 시현이는 온 집안을 쥐잡듯이 뒤졌지만…불길함이 현실이 되기라도 한 듯이 지은이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대충 둘러봤겠지 싶어서 이번엔 꼼꼼하게 처음부터 다시 둘러봤음에도 지은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시현이의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간거지..?'

'혹시…죽은건 아니겠지?'

'실종신고라도 해야하나?'

'아니…아직 집에 있을 가능성도…'

'아 씨…술 마시지 말걸…'

그런 수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던 와중.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난 마침 잘됐다 싶어 전화를 받았는데…

"우리 귀염둥이~ 여기 있는 우리 딸좀 데려가~"

…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