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외전 시험 끝
* * *
끝났다.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1주일 전)
시현이는 진짜 살면서 이렇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행동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은 다름아닌 '중간고사 끝나고 놀 생각'이었다.
물론 지은이가 기뻐한다든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든가등의 부차적인 이유들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는것이었다.
'진짜…시험만 끝나 봐…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놀아주지…'
그런 다짐을 하며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리고 지금.
"아…뭐하지?"
시험 끝난지 3시간 지난 상황에서 시현이는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이유는 너무 신나게 놀아서 탈진한 것 때문이 아니라 할게 없어서.
"지은아. 할 게 없어…"
결국 시현이는 지은이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래? 근데 미안하지만 난 2개월 전부터 그랬어."
시현이가 학교를 가고 혼자 집에 남았던 지은이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
그리고 시현이는 그 말을 듣자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2달을 버틴건지.
"그럼 넌 그동안 혼자 뭐하고 지냈어?"
"별로 재밌는 얘기는 아닐텐데…듣고 싶어?"
"응!"
"뭐…좋아. 알려줄게. 그럼일단 tv를 틀어."
"응."
"그런 다음 채널을 돌려보고 볼 게 있으면 그걸 보고 없으면 꺼."
"응."
"그런다음 핸드폰을 켜."
"...."
"뉴스, 유X브, 웹툰, 노벨피아등등을 뒤적거리면서 할거를 찾아. 그리고 볼 게 없으면 핸드폰을 끄고 다음은 컴퓨터를.."
"아니야…그만 말해도 될 거 같아."
"그래? 아직 한참 남았는데…"
지은이의 참담한 현실을 마주한 시현이는 할 말을 잃었다.
"하…그럼 결국은 이럴 때 뭘 해야 되는지 너도 모른다는 거잖아…"
"응? 뭔 소리야? 잘 안다니까? 역시 한번 더 설명을 해 줘야…"
"아…아니…다시 생각해보니 너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하하."
"풉! 장난친거니까 굳이 안 그래도 돼."
"그..그래?"
도저히 장난같지가 않아보였지만 일단은 지은이가 장난이라니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래도 둘이 있으니 확실히 혼자인 거보다 몇십배는 재미있었다.
단순한 잡담만 하는데도.
그걸 깨달은 지은이는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둘이 있으니 혼자인거 보다는 훨씬 즐겁네."
"아니지. 둘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있어서 즐거운 거야."
"..?"
그런데 시현이의 갑자기 말도 안되는 자신감을 내비쳐서 잠깐 지은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평정을 되찾고 말을 했다.
"뭐…부정은 안 할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니까. 근데 우리 시현이가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었나?"
"당연하지. 물론 너 한정이긴 하지만."
"왜 나 한정이야?"
"음…사랑하니까?"
"...."
물 흐르듯이 사랑한다는 내뱉은 시현이. 그녀의 표정엔 단 한줌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오히려 해맑게 웃을 뿐.
물론 나중에 혼자 침대에서 얼굴 붉히며 이불킥 하겠지만 그건 나중이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부끄러워 하는 건 지은이였다.
"…나도 사랑해…"
"헤헤 고마워! 근데 얼굴은 왜 가려? 설마 사랑한다는 말을 얼굴도 안 보면서 하는거야?"
"아…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 그럼 이 손 치워."
시현이는 지은이의 얼굴을 가린 손을 잡고는 떼어냈다. (얼굴에서)
"예쁘네. 이런 얼굴을 왜 가려?"
"아니..그..."
"응? 지은아. 얼굴이 너무 빨간데? 왜 그런거야?"
어느 정도 부끄러워서 그런 거긴 하겠지만 진짜 상상이상으로 빨게서 시현이가 물어봤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건 덤.
"아니..으..으으...자..잠깐 나 화장실좀..갔다올게..."
그런데 그러자 지은이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는지 화장실로 도망쳤다.
지은이가 떠나고 혼자 남은 시현이.
그런데 혼자 남게 되자 시현이도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자기 행동이 엄청 부끄러운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내..내가 무슨 짓을..고백하고..예쁘다고 하고..얼굴 들이밀고..미쳤어 이시현! 진짜 미쳤어..!!'
이따 밤까지 갈 것도 없이 시현이는 그자리에서 곧바로 이불킥을 날렸다.
그리고 그 시각.
지은이는 도망친 목욕탕 안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후우..후우..진짜 심장마비 오는 줄 알았네.."
순간적인 고백. 예쁘다는 칭찬. 그리고 얼굴 들이미는 것 까지.
고백이랑 예쁘다는 말 정도는 원래는 일상생활하면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들어서 괜찮았었지만 시현이가 요즘 공부만 하느라 근래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들었을 때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화룡정점 격으로 얼굴 들이대는 것 까지.
그걸 지은이가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진짜…그 얼굴은 너무 반칙이잖아…"
시현이의 모든 면을 사랑하는 지은이였지만 그중에서도 얼굴은 독보적이긴 했다.
물론 외모만 보고 사랑한 건 절대 아니다.
난 사람은 외면보다는 내면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하지만 결국 눈에 보이는 건 외면이었다.
그 미치도록 예쁜 외면.
"후..그래도 슬슬 괜찮아진거 같다."
잠시 심호흡을 하자 심박수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럼…다시 가볼까."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지은이는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가자마자 보인건 이불킥하는 시현이였다.
지은이가 나오는 걸 눈치채자마자 시현이는 바로 이불킥하던 걸 멈췄지만…한발 늦었었다.
이미 지은이는 그 광경을 봐버린 것.
하지만 지은이는 방금 자신을 두근거리게 만든 것에 대한 보답으로 못 본 척 해줬다.
"시현아. 그나저나 슬슬 배고프지 않아?"
"어..응..! 그러네."
"뭐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너."(개미소리)
"응? 뭐라고?"
"아…아니 햄버거 먹고 싶어."
"그래? 알겠어."
중간에 개미소리로 한 말의 내용이 뭔가 궁금했었지만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겠지 싶어 그냥 넘겼다.
"그러고보니…케이크같은 것도 시킬까?"
"응? 왜?"
"그래도 시험 끝났으니까…축하파티 비슷한 거라도 열 까 싶어서."
"그런가? 그럼 케이크도 사줘!"
"그래 뭐..그정도야. 공부 열심히 했으니까 사 줄게."
"…근데 성적 망했으면 어떡해?"
"괜찮아~ 너가 노력하는 모습은 내가 봤으니까. 그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그건 어쩔 수 없는거야."
"그..그렇겠지?"
"물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고 엄마는 널 죽이겠지 당연히."
"...."
"그래도 괜찮아~ 너가 애교부리는 동안은 엄마는 너를 못 건드릴걸? 그럼 죽을 때 까지 애교부리기만 하면 돼!"
"전혀 안 괜찮은데…"
그 뒤로 그들은 잡담을 이어갔다.
방금 주문한 햄버거랑 케이크가 배달 올 때까지.
그리고 잠시 뒤 햄버거가 왔고, 먹는 와중에 케이크가 왔다.
그렇게 일단 햄버거를 다 먹고 케이크를 받았는데…
"이지은. 이거 뭐야..?"
"응? 뭐가?"
"이거 케이크 뭐냐고."
"딸기 생크림 케이크인데? 왜?"
"아니 초코케이크를 시켰어야 될 거 아냐!!"
"..?"
"하…진짜 실망이다 이지은."
"미안.."
"아냐. 사실 장난친거야."
"..?"
"생크림케이크가 싫은 건 사실이지만…그래도 너가 나 축하해주는 의미로 사준건데…어떻게 화를 내겠어 내가?"
시현이가 분위기에 맞지않게 감동적인 말을 했다.
하지만..
"응? 이거 너가 사는건데?"
"?"
"이거 너 카드로 결제한거야."
"ㅇ..왜?"
"아니 너를 위한 파티니까 너가 사야지. 생일파티같은거에서 생일인 사람이 파티를 열잖아? 그거랑 비슷한거지."
"그..그럼 설마 햄버거도..?"
"당연한거 아냐?"
"야이미친년아아아!!!!"
오늘도 평화로운 두 사람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