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외전 크리스마스
* * *
(외전)
띵동~!
"엥..? 누구지?"
크리스마스 날. 멀쩡히 쉬고 있던 지은/시현의 집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내가 가볼게."
"...."
시현이는 지금 자고 있었기 때문에 지은이가 자원해서 나갔다.
어차피 자고 있을텐데 말을 왜 한건지는 불명.
그렇게 현관문을 열었는데…
"누구세…엥?"
"짜잔! 산타가 왔단다!"
산타복을 입은 자칭 산타(엄마)가 왔다. 루돌프(아빠)를 타고.
"…엄마? 지금 뭐하는…"
"어허! 엄마가 아니라 산타님이란다!"
"아니 아빠는 왜…"
"아…그게…"
"어? 루돌프가 말을 하네?"
"멍멍."
"옳지."
…
보통 루돌프가 멍멍소리를 내나?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애초에 그런 걸 따지면 끝이 없었기에 그냥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어쨌든 그래서, 잠시 들어가도 되겠지? 아 루돌프야 수고했어. 이제 가봐."
"멍멍.."
"가서 얌전히 있으면…이따 상 줄게?"
"멍!"
아빠는 기뻐하면서 내려갔다.
그런 와중 나랑 눈이 마주치자 뒤늦게 자기가 원해서 그런게 아니라는 눈빛을 보내왔지만…이미 늦었다.
내 안에서 이미 아빠의 권위는 박살나버린지 오래.
"그래서 귀염둥이는 어딨어?"
"안방에. 근데…지금 자고 있을 걸?"
"그래? 그럼 깨우면 되지. 뭐가 문제야?"
"음…보면 알게 될 거야. 뭐가 문제인지."
그렇게 말하고선 우린 안방으로 갔다.
그렇게 안방에 들어가자 보인건 자고있는 시현이.
그리고 자고있는 모습에서 엄마는 문제가 뭔지 바로 알아냈다.
"zz.."
"어머~ 귀여워라♡"
"그렇지?"
그 문제란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것.
아무런 걱정 없는 편안한 표정으로 인형을 껴안은 채 자고 있는 시현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웠다.
"확실히.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걸 깨울 순 없겠어."
"....."
'아무리 나라고 해도'가 아니라 오히려 엄마여서 못깨우는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근데 그럼 어떡하게?"
"기다려야지 뭐. 별 수 있어?"
"없긴 하지. 근데 왜 시현이 깨길 기다리는 거야?"
"당연히 선물주려 그러지."
"나는?"
"난 귀여운 애한테만 선물 준단다."
"아니 그런 산타가 어딨어?"
"여기."
분하지만 '여기'라고 말하면서 당당한 표정을 짓는 엄마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해버렸다.
"음…그렇게 선물 받고 싶으면 방법이 있긴 한데…"
"뭔데?"
"애교부려봐. 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
저 말을 할거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기분이 다운되었다.
"아니 내가 뭔 애교야…"
"왜? 엄마한테 애교부리는 게 뭐가 어때서?"
"난 성인이라고."
"내 눈엔 아직도 애기야."
"흥. 별로 귀여워 하지도 않으면서."
"딸아. 생각을 해 보렴. 보통 사람이라면 별로 귀여워 하지도 않는 애의 애교를 보고 싶겠니?"
"…그 말은…설마?"
"흠흠..시끄럽고. 빨리 애교나 부려보렴."
강제로 주제를 돌리는 거 보니 내가 이해한 뜻이 맞는 거 같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애교부리는 건 좀 아니지…"
"그래? 내가 무슨 선물은 준비해온 줄 알고?"
"…"
확실히 엄마가 가져온 자루는 매우 커 보였다.
뭔가 엄청 대단한 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딸. 그리고 할 거면 지금이 기회란다? 귀염둥이가 자고 있을 때 해야 그나마 덜 부끄럽지 않겠어?"
"그…렇긴 하네."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엄마가 추가타를 넣었고,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좋아. 할게."
"잘 생각했어."
그리고 결국 선물에 내 마음이 넘어가버렸다.
"애교는 뭐…많이는 안바라고, 선물 달라는 말을 귀엽게 해봐. 참고로 별로다 싶으면 안주거나 다시 시킬거야."
"그게 많이 안바라는 건가?"
"응? 그럼 뭐, 자기소개라도 시킬까?"
"아..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많이 안바라는 것 같아!"
"그렇지?"
후..
거사를 치르기에 앞서 우선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
엄마 말대로…이왕 하기로 한거 굳이 여러 번 할 필요는 없겠지.
한번에 가자 한번에.
"어…엄마~ 지으니 선물 주떼요♡~!"
"푸흡!"
"푸흡!"
"엥..?"
왜 웃음 소리가 2번이………설마?
ㅈ됨을 감지하고 옆을 봤더니…시현이가 끅끅대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언제 일어난거야?"
"어? 사실 내가 비몽사몽한 상태였는데, 너가 애교부린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드는거 있지?"
"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앞을 보니 엄마는 나에게 따봉을 날리고 있었다.
"합격."
"흥.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합격이 아닌게 말이 안되는 거지."
"푸흡! 뭐…그래~"
"아니 왜 웃는거야!"
"귀여워서?"
"....."
그래도 귀엽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은 좋았다.
"자…그럼 선물을 주기 전에 귀염둥이도 애교를 부려야겠는데…뭐, 아까 자고 있는 모습으로 퉁쳐줄게."
"엥? 내가 자고 있는 모습이 왜?"
"그런게 있어."
엄마는 그 말을 하고는 자루에서 포장된 큰 상자하나를 꺼냈다.
"자. 여기 선물. 그럼 엄마는 아빠한테 가볼게~"
"아니…내 꺼는?"
"거기 들어있어."
"…그럼 원래부터 줄 생각이었던 거야?"
"당연하지."
"……"
"너무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럼 엄마는 진짜로 가볼게~ 안녕!"
화를 내기도 전에 엄마는 잽싸게 도망쳐버렸다.
"자…그럼 열어볼까."
"응."
우린 엄마가 남긴 선물의 포장을 천천히 뜯기 시작했다.
일단 상자의 크기는 평범한 컴퓨터 본체정도의 크기였다.
뭐가 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접어두고…포장을 까봤더니 상자 안에는 책 4권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 또 2권씩 2번 포장이 되어 있어서 뭔 책인지 알 수는 없었다.
"엥? 갑자기 웬 책?"
"모르겠네…일단 이건 너 선물인거 같아. 이건 내꺼같고."
"그러네. 그럼…뜯어볼까?"
"그래."
쫘악!
우리는 포장을 한번에 뜯어냈다.
그리고 그러자 보인건...
""졸업앨범?""
선물은 바로 상대방의 초/중학교 때의 졸업앨범이었다.
"......."
선물의 정체를 깨달은 둘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이유인 즉슨, 당연히 상대 꺼는 보고싶었지만 내껀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런 이기적인 행동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즉, 둘에게 남겨진 선택은서로 보여주거나, 서로 안보여주거나 뿐이었다.
그런데 지은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시현이의 손이 앨범을 펼치려고 움직였다.
"시현아? 일단 그 손 가만히 냅둬."
"아니…선물받았는데 일단 봐야될거 아냐."
"그럼 나도 좀 보게 해주지 않을래?"
"…그건 안돼."
"아니 왜?"
"그…다른 건 몰라도 내껀 안돼."
"그니까 왜?"
"이유가 합당하면 들어줄거야?"
"음…그래. 들어줄게. 합당하다면 말이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아닌 건 알고 있었다.
어차피 시현이도 잠깐 억지 좀 부리는 거겠지.
"그…내가 TS된 거 잖아?"
"응? 아…그렇지."
사실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내 졸업앨범에서의 나는 남자야."
"어. 근데 그게 왜? 나는 너의 어떤 모습이라도.."
"아니야."
"엥?"
"그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야."
"아니 비록 겉모습은 다르더라도 그것도 너잖아?"
어이가 없어서 물어보는 나였지만 오히려 시현이는 자기가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반응했다.
"넌 내가 다른 남자한테 눈 돌려도 참을 수 있어?"
"아니? 당연히 죽여야…아니 그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잖아!!"
"예외는 없어. 넌 나만 봐야해.
"....."
너무나도 달라진 시현이의 분위기에 '혹시 얘가 졸업앨범 보여주기 싫어서 연기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지만…시현이의 죽은 눈을 보자 그게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어..일단 알겠어. 안볼게."
"그래? 잘 생각했어."
"어.."
그러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현이의 분위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럼 나는 너 앨범 봐도 되지?"
"아니? 미쳤니?"
"왜?"
"나는 안보여줘놓고 너는 보겠다고?"
"나는 이유를 설명했잖아? 너도 납득을 했고."
"그래도 안보여준건 안보여준거지."
내가 그렇게 버팅기고 있자 시현이의 입장에서도 다른 방법이 없어보였다.
자기가 안보여준건 사실이기 때문.
하지만 시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은아."
"?"
"넌 왜 내 졸업앨범을 보고 싶은 거야?"
"음…이유야 많지만…굳이 하나를 꼽자면 너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너 원하는 만큼 포즈 잡고 사진찍게 해 줄게. 그걸로 내 졸업앨범 본 셈 치자."
"어? 진짜? 진짜지? 말했다?"
"어..다시 생각해보니 원하는 만큼은 좀 아닌거 같고 5번만..."
"아니아니. 한번 한 말은 지켜야지. 분명 원하는 만큼이라고 했잖아?"
".....미안."
"아냐아냐. 미안할 게 어딨어?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되는데."
"…살려주세요…"
그 뒤로 시현이는 웃으며 다가가는 내게 붙잡혀 5시간이 넘게 사진을 찍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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