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89화 (89/117)

〈 89화 〉 2부 29화 ­ 수련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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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는 쏟아지는 질문들을 적당히 받아넘기며 짐을 풀고는, 강당으로 가서 오리앤테이션을 마쳤다.

의미없이 시간을 버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리앤테이션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진행자의 말솜씨가 꽤나 좋아서 지루하지 않았고, 중간중간에 맞추면 상품을 주는 퀴즈까지 해서 만족스러웠다.

딱 하나, 내가 아무런 상품도 못받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상품이 탐이나서 퀴즈가 있을 때마다 죽을 거 같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손을 들었지만…교관은 단 한번도 나를 지목해주지 않았다.

내 옆의 우리반 애들은 매우 많이 지목했으면서.

(이유:키가 작아서. but 본인은 절대 인정 안함)

짜증나..

그런데 시현이의 이 모습을 본 회장,부회장이 서로 마주보고 웃음을 짓더니,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야! 큰일났다! 우리 시현이 화났어!!"

"뭐해 다들! 빨리 가진거 다 바쳐! 죽고싶지 않으면!"

..?

그런데…혼란해할 틈도 없이 갑자기 애들이 내 앞에 무릎꿇고는 물건들을 갖다 바치기 시작했다.

"여깄습니다 시현님!"

"이거 받고 화 풀어주십쇼!"

"목숨만 살려주시지 말입니다!"

"저는 집에 부양해야 될 가족이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 행위에는 엄청난 소음이 있었고…모든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됐다.

"저기…그…일단 좀 조용히좀…"

"야!! 시현이가 조용히 하란다!"(회장)

"빨리 입 안다물어?!!"(부회장)

"...."

니들이 제일 시끄러워..

하…이 망할 것들이 쪽팔려 죽겠…

아니 잠깐만.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론적으로는 상품들이 전부 내 손 안에 들어온거 아닌가?

그럼…난 이대로 받기만 하면…!

"야 니들 뭐하냐?"

갑자기 들린 어이없어 하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담임쌤이 있었다.

뒤에 지은이를 데리고서.

"아…저희 잠깐 역할극좀 하고 있었어요. 하하…"

"네. 회장이 하도 하고 싶다고 그래서…"

"뭐? 내가 언제! 니가 하고 싶다 그랬지!"

"이야~ 이젠 아주 누명을 씌우네?"

회장과 부회장은 실드를 쳐주는가 했더니 지들끼리 대가리를 실드로 쳐 주고 있었다.

"흠…저 잡것들은 냅두고, 시현아. 이게 무슨 일이냐?"

"아…하하…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긴, 니가 이런 일을 주도해서 할 리가 없지. 그럼…저기 두 잡것인가."

담임쌤은 친히 저 두 잡것(?)들을 때려잡아 상황을 정리하고는 는 반 애들에게 점심이나 먹으러 가라며 손짓했다.

그리고 난 뒤에 있던 지은이랑 밥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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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오랜만에(=4시간만에) 만난 것이었기 때문에 꽤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어때? 반 애들이랑 조금은 친해진 거 같아?"

"잘 모르겠어. 얘기는 좀 해봤는데…나랑 안맞는달까."

"왜?"

"인싸야."

"납득."

단 세글자만에 납득을 해버렸다.

천부적인 아싸력(?)을 가지고 있는 시현이이기에 가능한 경지.

"당연하겠지만 아까 그 연극도 너가 하자고 한거 아니지?"

"당연하지!"

"아니 근데 그렇다기엔 약간 뭔가 이상했는데…"

"응? 뭐가 이상해?"

"그…뭐라 설명해야 될 지는 모르겠는데…탐욕이 보였다고 해야되나? 너가 억지로 왕 역할을 맡은 거라면 보일 리가 없는 탐욕이."

"....."

시현이는 바로 지은이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를 알아챘다.

뭐…애초에 당사자가 모를리가 없긴 하지만.

"아…하하…그…억지로 맡은 거긴 한데…그래도 이왕 맡은거 진심으로 해보자는 느낌이 들어서~ 하하…"

"그래? 너가 그렇게 연기를 잘했었나?"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니까 그렇지..

"다…당연하지~"

지은이도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 캐묻지는 않았다.

다만 납득을 한건 아닌거 같았고 '쟤가 저렇게까지 말하니까 모른척해줄까' 라는 느낌이었지만.

"그나저나…다음 시간은 체육대회네?"

"....."

"왜 그래?"

"나 다칠 예정이니까 보건실 비워놔. 아니 그냥 지금 다칠까?"

"시…시현아 그래도 체육대회는 해야지…"

"안하면 안돼?"

"큭..."

시현이가 눈을 치켜뜨면서 애원을 했다.

'귀…귀여워!!'

그리고 그것이오랜만의 애교여서 그런지지은이에게 치명타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그래도 안돼. 기왕 온거 참여는 해야지."

"칫."

내가 그 유혹을 뚫고 반대를 하자 시현이는 혀를 찼다.

…점점 영약해지네 우리 시현이가.

물론 그런 시현이도 난 좋지만.

그렇게 둘이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동안, 둘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식당 내의 대부분의 시선은 그 둘을 향해 있었다.

둘을 아는 사람들에겐 둘이 무슨 사이인가가 궁금했기 때문, 그리고 둘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냥 단순히 둘이 너무 예뻤기 때문에.

그리고 그 와중 너무 예뻐서 말 걸려고 하는 애들도 몇몇 있었지만 친위대(?)에 의해 저지당했다.

같은 여자들까지도..

"뭔가 좀 소란스러운거 같은데?"

"별 일 아니겠지~ 밥이나 먹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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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둘은 평범하게 밥을 먹은 후, 지은이는 보건교사로써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먼저 자리로 돌아갔다.

"그럼…이제 뭐하지?"

지은이가 있을 때는 잘만 떠들더니 혼자가 되니까 할 게 없어졌다.

"음…할 거 없는데 옥상이나 올라가볼까?"

아싸의 친구 옥상.

또 다른 친구인 화장실은 얼핏 본 결과 다른 여자애들이 점령을 해 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으로 가보자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하긴, 애초에 이렇게 외진 곳까지 사람이 올 리가 없지.

그런데…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구석진 곳에서 어떤 소리가 작게 들린 거 같았다.

음…솔직히 좀 무서운데…그래도 가보는게 맞겠지?

그렇게 마음먹고 구석으로 가보자…

"뭐…뭐야 넌!"

고양이상의 미녀가 혼자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안녕."

"설마하니 이런 구석진 곳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혹시 친구가 없으신가요?"

"너 상당히 예의가 없구나?"

"앗,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죄송해요. 그냥 동질감이 들어서…"

저 동질감이 들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시현이의 아싸레이더로 탐지한 결과 순도 100%의 아싸, 어쩌면 자기보다도 더한 아싸일거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흥, 난 딱히 친구가 없는게 아니거든? 굳이 친구를 만들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 뿐이야."

"그게 그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하, 내가 왜 너같은 꼬맹이한테 이런 걸 말하고 있는거야."

"꼬맹이…?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왜 반말하세요?"

"그럼 내가 너같은 꼬맹이한테 존댓말을 써야하니?"

"몇살이신데요?"

"17살."

"저돈데요?"

"뭐?"

애초에 당연히 여기 있다는 것부터가 이 수련회를 왔다는 거니까 당연히 나랑 같은 학년이겠지.

그리고 그걸 상대방도 알아차린 듯 했다.

"그래서?"

"네?"

"그래서 동갑이라며, 근데 왜 존댓말 써야 되는데?"

"몇월생이신데요?"

"5월생."

"큭.."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물어봤지만 역시나였다.

그런데 그런 와중. 나는 놀라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어라? 내가 처음보는 사람이랑 무난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고?'

....

혹시 눈 앞에 있는건 사람이 아닌건가?

"도대체 날 왜 그딴 눈빛으로 보는거냐?"

"아, 실례. 당신의 종족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서요."

"그럴거면 그냥 입을 다물지 그러냐?"

"흠…당신이 왜 친구가 없는지는 알겠군요."

친구가 없다는 말에 그녀는 또 화를 내면서 반박을 했다.

그게 고양이가 갸르릉 대는것처럼 느껴져 귀엽게 보인다는 건 모른 채.

"흠…슬슬 1시가 되어가는거 같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한서윤. 빨리 꺼지기나 해."

"말 좀 곱게하시면 정말 좋을거 같은데."

"남이사."

그렇게 우린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시현피셜: 아싸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언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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