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90화 (90/117)

〈 90화 〉 2부 30화 ­ 수련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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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가 내려가서 운동장으로 가자, 그곳엔 이미 애들이 반별로 모여 줄을 서고 있었다.

"늦었네…근데 그럼 걔는 어떡하지?"

아까 얼핏 본 바에 의하면 아직 점심 반도 못먹은거 같던데…

아예 그냥 빠질 생각인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시간 됐는데 왜 안내려오지? 까먹었나?'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겠지만 걔라서 그런지 '빠지려는건가?' 생각이 먼저들었다.

이것이 아싸의 힘인가. (아님)

..

근데 걔 이름이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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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는 크게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었다.

전반전은 개인전느낌으로 해서 높은 등수의 사람이 홍팀인가 백팀인가로 따져서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고, 후반전은 팀전느낌으로 해서 이긴 팀에게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당 최소 두 종목에는 출전을 해야 한다는 거지같은 규칙이 있어서 빠질 수는 없었다.

걔는 무시하고 빠진거 같지만.

어쨌든 그래서 종목을 정해야 하는데…

일단 전반전은 기각이다.

전반전 종목만 봐도 50m달리기, 100m달리기, 800m달리기, 장애물달리기 등등 개인의 신체능력을 중요시하는 종목들인데, 나랑 극악의 상성을 자랑한다.

그나마 후반전이 줄다리기, 긴 줄넘기, 콩주머니 넣기, 땅 따먹기 등 개개인의 능력치보다는 팀의 합이 중요한 종목들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잘 할 수 있다는건 아니지만…그래도 적당히 묻혀가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고, 지금 나는 양호실에 있었다.

왜냐고?

후반전 종목중에 피구가 있었길래 그냥 바로 탈락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신청했고…시작하자마자 공에 맞긴 했는데…하필 얼굴에, 그것도 매우 강하게 쳐맞은 결과 난 쌍코피를 흘리며 넘어졌다.

덕분에 지금 양호실에 누워있는 상황.

그래도 난 크게 다치지 않고 운동회를 빠져나왔다는 사실에 매우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니 내가 그렇게 다치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어겨?"

지은이는 아닌 거 같았지만.

"누가 들으면 내가 다치고 싶어서 다친 줄 알겠다?"

"그럼 코앞에서 '나 좀 맞춰주세요' 라는 표정을 하고 서있는게 다치고 싶은게 아니라고?"

"탈락하고 싶었던 거 뿐이지 다치고 싶은건 아니었어."

"하…됐다 내가 뭔 말을 하겠어."

생각보다 지은이는 많이 기분이 나빠 보였다.

이건 좀 예상 외인데…

"미안."

"뭐가 미안한데?"

"다치지 말라고 했는데 다친거.."

"그리고?"

"엥?"

당연히 이유가 하나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그게 끝이야?"

"더…더있어?"

"...."

지은이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자기가 뭘 잘못한지도 모르는 주제에 사과를 하는 거냐는 눈빛과 함께.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가 없는데…?

다친 거 말고 왜 화를 내는거지?

그렇게 한참을 생각했지만…답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답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행동은…

"아잉~ 지은아♡~ 화 풀어~"

애교였다.

"야. 넌 지금이 장난 칠 상황이야?"

"한번만 봐줘 지은아♡..내가 잘못했어..응?"

지은이가 싸늘한 대답을 보내자 시현이는 이대론 안되겠다 판단했는지 달라붙기+볼 비비기를 추가로 사용했다.

하지만..

"야. 빨리 안떨어져?"

지금 지은이는 보통 화난게 아니었다.

물론 처음엔 이정도까지 화난건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애교로 빠져나가려는 시현이가 괘씸해서 더 화난 것.

그리고 시현이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뺄 수는 없었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그렇게 결심한 시현이는 순간적으로 지은이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겨 칩대에 넘어트리다시피 눕힌 후, 그 위에 올라탔다.

"윽! 야 이게 뭐하는..우읍!!"

그리고는…입을 막았다.

"츄읍♡"

입으로.

(키스씬 생략)(쓰기 힘듦)

5분 뒤.

기나긴 키스 끝에 시현이가 입을 떼고는 물어봤다.

"푸하아! 어때 지은아?"

"....."

그런데 지은이는 대답대신 자기 위에 올라탄 시현이의 팔을 당겨서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왜 화났는지 모르지?"

"......"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도. 화 안낼게."

"응…몰라."

굳이 그 상황에서 애교를 부렸다는 것은 사실상 모른다고 자백한 꼴이나 다름없었지만…지은이는 그래도 시현이 입으로 듣고 싶었다.

그리고 시현이가 자백하자, 지은이는 체념한듯한 표정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현아. 넌 나랑 같이 있고 싶어?"

"응? 당연하지."

"그래? 나도 그래. 하지만…전에도 말했듯이 난 우리 귀염둥이랑 같이 있고 싶은 것 보다는 우리 귀염둥이가 나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 (49화 참조)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나랑 같이있는 시간정도는 얼마든지 바칠 수 있어. 소위 말하자면 새장 속의 새를 새장 밖으로 보내주는 거지."

"....."

"그래서 큰 마음먹고 아까 점심시간때 애교부리는 것도 거절하고 새장 밖으로 보내줬더니…제 발로 돌아왔네?

너가 다칠 의도는 없었다고는 해도 탈락하려고 공에 일부러 맞은 사실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새장 밖으로)나가기 싫은걸.."

"너도 알잖아? 어차피 언젠가는 나가야 해. 그리고 나중에 성인 되면 이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시련들이 많을텐데 성인 되어서도 집에만 박혀 있을거야?"

"그건 그때가서.."

"시현아.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사람은 변하지 않아. 변하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람은 피를 깎는 노력을 한 거겠지.

그리고 내가 지금 당장 가서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라고 했어? 아니잖아. 내가 바랬던건 너의 달라지려고 하는 의지였어. 지금부터라도 달라지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다보면 나중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 아냐? 하지만 넌 그런 내 기대를 부숴버렸지."

"미안.."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짜증나는건 이유를 몰랐다고는 해도 내가 이렇게 화가 났는데 넌 그걸 그냥 애교부려서 넘어가려고 했다는 거고…"

가장 짜증나는건…내가 그 같잖은 애교에 넘어갔다는 거야."

"....."

"에휴, 됐다. 어차피 화는 풀렸으니…잡담이나 할까? 아니면 계속 누워있을래?"

지은이는 진짜로 화가 풀렸다는 듯이 웃음을 지어보았지만…반대로 시현이의 표정은 어두웠다. 마치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한 표정.

그리고 잠시 뒤, 시현이가 결심한듯한 표정을 짓더니 일어났다.

"지은아. 나 다시 체육대회 하러 갈게."

"에…진짜?"

"응. 확실히 난 이대로 살면 안될거같아. 언제까지 너의 옆에서만 살 수는 없지."

"그래…?"

지은이는 씁쓸하면서도 후련한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다녀올게!"

"어."

시현이는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달려나갔고, 지은이는 뒤에서 그런 시현이의 모습을 대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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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현이는 다시 체육대회를 하러 갔고, 원래 빠질 예정이었던 두번째 종목까지 나름 열심히 치루었다.

물론 열심히 했다고 폐급이 아닌건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것 덕분인지 체육대회에선 우리 팀이 이길 수 있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약간의 간식과 밥을 빨리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나는 또 왠지 모르게 그 약간의 간식이 x30을 찍었다.

"시현아 내꺼 먹을래?"

"아 내것도!"

"내것도!"

"야! 내가 먼저거든?"

"뭐래 오징어가."

"넌 아닌줄 아냐?"

"너보단 낫지."

"뭐?"

근데 왜 니들끼리 싸우냐?

음…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게 시현이는 같은 반 애들과 같이 바베큐 파티를 즐겼고, 조금 더 다가가보려고 노력 한 결과 나름 친해질 수 있었다.

다만 선천적인 성향의 차이(인싸/아싸) 때문에 이 이상 친해지기는 힘들어보였다.

그래도 이정도면 지은이가 말했던 달라지려고 하는 의지는 보인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시현이는 옥상으로 향했다.

자신의 진정한 친구가 될 기질이 보이는 이를 만나러.

"안녕하세요. 저 또 왔어요. 한……성민씨?"

"한서윤!!"

"죄송해요. 저보다 안예쁜 사람 이름은 잘 기억을 못해서…"

"....."

왠지 이 사람의 얼굴만 보면 뭔가 시비를 걸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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