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98화 (98/117)

〈 98화 〉 2부 37화 ­ 기말고사 기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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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현이가 강제(?)로 카페에서 공부 빡쌔게 하고 집으로 가던 날.

그날은 정말 힘들어서 죽을 것만 같았던 날이었다.

그냥 공부때려치울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던 날.

그리고 사실상 서윤이를 따라잡겠다는 말은 거의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였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시현아!"

들릴 리 없는 연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엥? 너가 어떻게 여기 있어?"

"우리 귀염둥이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내가 위로라도 해줄까 싶어서 왔지!"

저렇게 약간 장난스럽게 말하는 듯한 지은이의 모습이 오늘따라 매우 듬직해보였다.

"어때 시현아? 감동받았어?

"응.."

당연히 이렇게 힘들 때 찾아와줬는데 감동을 안받을리가.

"에이~ 그렇게 말하지 말……어? 방금 '응'이라고?

"응.."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당연히 내가 부정 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근데 사실 나도 내가 왜 긍정했는지를 모르겠다.

원래의 나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일텐데..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건 방금 건 긍정하는 게 정답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이 그 대답을 하자마자 지은이가 날 껴안아줬다.

'포근하다..'

가장 먼저 느껴진 감정은 바로 그것.

지금 이 품이 내가 있어야만 할 곳 같았다.

마음같아선 다 때려치고 여기 안겨만 있고 싶었다.

하지만…그럴 순 없겠지.

"…가슴 부드럽네."

일부러 가슴쪽으로 내 신경을 돌렸다.

진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여기 파묻혀있을 것 같았기에.

그리고 가슴쪽으로 신경을 돌린 김에 약간 흘렀던 눈물을 가슴에 닦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가슴에 얼굴 부비부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 뒤로 날 위해 친히 데이트를 권유해준 지은이 덕분에 열심히 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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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은이가 마중나가준 것은 시현이에게 매우 큰 행복을 가져다주어서 잘한 일 같았지만…결과적으로는 잘못한 일이 되었다.

시현이는 자기가 진짜 힘들 때 와줬던 지은이에게서 마음의 안식처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고, 그것은 자기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자기가 어떻게 되든 다시 돌아갈 안식처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뒤도 안돌아보고 달린 시현이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모르는 천장이다."

"모르긴 뭘 몰라 이 미친년아. 안방이잖아."

"저기…누구세요?"

"뭐?"

지은이는 겨우 일어난 시현이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을 듣고 말았다.

"저…저는 누구죠?"

이건…기억상실증인가?

물론 장난일 가능성도 부정할 순 없지만 세상에 어느 미친년이 쓰러진다음 일어나자마자 걱정하고 있던 연인에게 장난을 치겠는가?

그것도 이런 심각한 장난을. 만약 그런 놈이 있다면 내가 친히 조져버릴 거다.

어쨌든 그렇다면 진짜로 기억상.....

"푸흡!"

"응?"

심각한 고민도중 들려온 웃음소리에 자연스레 내 고개는 그쪽을 향했고…

그곳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시현이가 보였다.

"푸하하하하하!! 이걸 속네? 우리 지은이 많이 순진해졌구나? 응?"

"......"

"지은아?"

"오냐.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자…잠깐만, 나 환자인데?"

"그걸 알면 그딴 장난을 치면 안됐지. 이리 와."

"꺄악?!!!"

비명을 지른 것에 비해 지은이가 한 짓은 그냥 딱밤이었다.

환자이긴 하니 그래도 손속을 둔 것.

하지만…지은이의 딱밤은 보통 딱밤이 아니었다.

딱!!

"아악!!"

그동안의 단련된 손가락에서 나오는 딱밤의 파워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야! 나 환자라고!"

"그렇게 화 낼 힘 있는거 보니 멀쩡하네."

"....."

확실히 시현이는 지금 멀쩡하긴 했다.

애초에 환자래봤자 잠깐 과로로 쓰러진 것 뿐이고 그것도 이제 푹 쉬었으니 사실상 멀쩡한 상황.

그리고 시현이도 그걸 알고 이용해먹는 거고.

"아…갑자기 두통이…"

"꾀병 부리지마."

"....."

"야."

뭔가 이대로 계속 장난스런 분위기로 가면 안될거 같아서 여기서 지은이는 진지한 분위기를 잡았다.

"너 앞으로도 지금처럼 할거야?"

"내…내가 뭘…?"

"지금처럼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무리할거냐고."

"그…그래도 공부한거잖아…"

공부는 착한 행동이니까 괜찮다는 논리인가.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확실히…너가 게임같은 걸 하다 쓰러졌으면 아마 집안의 전자기기가 모두 사라졌겠지."

"....."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너가 뭘 하다가 이리 된 건지가 아니라 뭘 했든 이리 됐다는거야."

"…난 전교 1등을 해야 해."

"누가 하지 말래? 당연히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는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걸 무리해가면서까지 하는게 안좋은 일이라고."

"하지만…"

"입 다물어. 반론은 안받을거니까. 일단 이번 한번은 넘어가겠는데…한번만 더 이런일 벌어지면…그냥 침대에 묶어버릴거야. 농담같으면 진짜로 해보시든가."

지은이가 시현이의 말을 끊었다.

그것도 비교적 험한 말인 '입 다물어' 라는 말을 써가면서 까지.

원래 이정도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자꾸 다시 공부하려는 시현이의 모습때문에 화가나서 조금 강압적으로 나가게 되었다.

"아 그리고 공부 3일 압수야."

"뭐? 지금 시험 일주일남았는데 제정신이야?"

"…그런가? 그럼 하루!"

"그것도 좀 아닌거 같은데."

"어허. 환자는 절대안정 취해야 하는거 몰라? 하루정도면 많이 봐준거야."

"…나 멀쩡해."

"아깐 환자라면서, 그럼 지금 나한테 거짓말한거야?"

"아…아니. 사실 안 멀쩡해…나 환자야."

"역시 그렇지?"

웃으면서 화내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니, 지금 지은이가 딱 그랬다.

어쨌든 그렇게 시현이의 강제 휴식행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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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생각과는 다르게 환자생활도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은 환자다보니 지은이가 최대한 내 편의를 봐주었고, 너무 심한 행동만 아니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침대 위에서만.

"여기 한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1일 추가야. 알겠지?"

"아니요. 전혀 모르겠는데요."

"오케이 하루 추가."

"아니 잠깐만 장난이잖아!"

"흠…이번만 봐준다."

아니 이게 뭔…침대를 벗어나지 말라는게 말이 돼? 이러면 자유행동의 의미가 있나?

"야. 마음같아서 누워만 있게 하고 싶은데 많이 봐준거야."

"아니 그거 좀 벗어난다고 문제가 생겨?"

"음…사실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주고 싶은 벌이야. 자기 몸을 혹사시킨 것에 대한 벌."

"그럼 최소한 핸드폰이라도 줘."

"안돼. 절대안정 취해야지.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몸에 얼마나 나쁜데."

"진짜 그놈의 절대안정.."

오늘 하루만 몇번을 들은 말인지 모르겠다.

하..진짜 이걸 어떡하냐..

"걱정마. 내가 최대한 편의 봐준다니까?"

"그래? 그럼 가서 물좀 떠와."

"뭐…알았어."

시현이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지은이를 부려먹겠다 마음먹었다.

"자. 여기."

"뭐야 찬물이잖아? 따뜻한 물로 다시 갖다 줘."

"....그냥 쳐먹....아니다. 알았어."

지은이가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자. 이제 됐지?"

"흠…갑자기 배가 좀 고프네? 과자 좀 갖다 줘."

"우리 과자 없는데?"

"사와 그럼."

"...진심으로?"

"당연하지."

"흠…일단 알았어."

'나이스!'

사실 과자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지은이가 과자를 사러 나간 사이에 마음껏 집 안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진짜 자유였다.

킥킥..이왕 자유를 얻은 거 공부도 잠깐 해줄까?

정말 기대가 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갑자기 옷입으러 간 지은이가 오더니 핸드폰으로 뭔가 조작을 하더니 침대 앞 탁자에 세워 놓았다.

카메라가 침대를 보는 쪽으로.

"뭐야? 뭐하는거야? 그걸 왜 세워놔?"

"감시용이지. 내가 없는 사이에 너가 침대 벗어나면 어떡하려고?"

"아니...그게 뭔..."

"지금 영상에서 너의 모습이 사라지거나 영상이 끊기거나 하면 그냥 3일 추가야. 알겠지?"

"......"

역시 시현이보단 지은이가 한 수 위였다.

"그럼 갔다올게? 근데 왜 이리 표정이 어두워? 너 좋아하는 과자 사러 가는건데."

"아…아니야. 하하..잘 다녀와."

시현이는 그렇게 혼자 남은 집 안에서 엄청난 쓸쓸함을 느끼며 뒤늦게 사라진 지은이의 소중함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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