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104화 (104/117)

〈 104화 〉 짧은 외전 ­ 깨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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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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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시현이에게 특이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갑자기 와서 날 깨물고 간다는 것.

위치는 랜덤이고 깨물고 있는 시간도 랜덤이다.

하지만 하나 공통점이 있었다면, 진짜 뜬금없다는 것.

요리하다가 갑자기 와서 날 깨문다거나, 씻다가 갑자기 부르길래 가보니 깨물고 보내주거나 등등..

물론 귀엽다.

'앙~'하는 소리와 함께 깨물고 있는 시현이의 모습은 진짜 말도안되게 귀여웠다.

다만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일단 첫번째로 너무 귀여웠다.

이게 왜 단점이냐면, 일단 내가 하고 있던 행동이 강제로 중단되고 시현이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시현이의 이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었다.

너무 귀여우니까.

그리고 두번째로, 옷이나 맨살이 침범벅이 된다는 것이었고, 세번째는 당연히 깨물리니까 아프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랑 세번째 이유는 그래도 초반엔 버틸만 했었다.

깨물리는 빈도도 많지 않았고, 그 땐 세게 깨물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딱히 막지 않자, 시현이는 점점 더 과감해져서, 지금은 하루에 수십번을 깨물리고, 그만큼 깨물리다보니 많이 아팠다.

..어떻게든 해야겠어.

일단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이유가 있다.

재밌어서라든가 아니면 원하는게 있어서라든가 등등.

그러니 그 원인을 해결해주면 더이상 안하지 않을까?

난 나를 깨물러 다가오는 시현이를 잡아두고는 물어봤다.

"시현아. 넌 나를 왜 깨무는거야?"

"?"

그런데 내 질문에 시현이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이 숨을 쉬는데 이유가 있나?"

"..?"

이게 뭔..

내가 어안이 벙벙해져있자 그 틈을 타서 시현이는 내 구속을 풀고는 나를 깨물었다.

10분 뒤, 나는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일단 평화적인 방법은 사실상 거절당했다.

그렇다면..전쟁이지.

잠시 뒤.

"어라? 갑자기 웬 초록색 옷이야? 그리고 뭔가 지저분한 거 같은데..뭐, 상관 없나."

시현이는 조금 이상함을 느꼈지만 별 거 아니라 생각했는지 다가와서 깨물었다.

역시, 시현이가 고작 그까짓 걸로 깨무는 걸 포기할 리가 없지.

내 예상대로 시현이는 행동해줬다. 그리고...

"푸..퉤퉤..뭐, 뭐야 이거!!"

"후후, 멍청하긴, 너가 이럴 줄 알고 온 몸에 와사비 가루를 잔뜩 묻혀놓았지. 위장을 위해 초록색 옷까지 입은 채로 말이야."

"야이치사한놈.."

시현이는 차마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는 우유를 들이켰다.

후후, 그럼 내가 이긴건가?

앞으로 깨물 생각은 하지도 못하겠지.

…라 생각했는데,

그 뒤로도 잘만 깨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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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 계획은 완벽했는데 왜 다시 깨물린 걸까?

…라 생각하고 다시 같은 방법을 썻지만, 이번엔 간파당하고 말았다.

"바보야? 그런 뻔한 수에 한 번이라면 몰라도 두 번이나 당하겠어?"

"큭.."

그렇다. 확실히 아까 그 방법은 잘해봤자 일회용.

한 번 당하면 경계심이 생겨 다시는 안당한다.

결국 나에게 필요한 건 근본적인 해결책.

"앙."

그리고 그걸 생각하는 사이에 또 깨물렸다.

"근데 그냥 물면 되는걸 도대체 왜 '앙' 소리를 내는거야?

"귀엽잖아."

…합격.

아니, 이게 아니지.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접근을 다르게 해 볼 필요가 있어보였다.

예를 들자면 내 두 다리가 고장나서 걷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렇다면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가' 라고 고민하는 것보단 방법을 바꿔서 '굳이 이동을 해야 하는가' 라고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

이걸 지금 상황에 대입해보면..'어떻게 깨무는 것을 막아야 하는가' 가 아닌 '깨무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가 있는가' 정도겠군.

일단 '깨무는 것' 의 주체인 시현이를 보았다.

"? 애(왜)?"

일단 존나 귀엽다. 이건 반박이 불가능한 절대사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픔+침 묻음을 커버하기는...

아니 잠깐만,

나는 왜 방금 말했던 것을 '나쁜 것'으로 생각했던 거지?

물론 당연하 나도 아픈 건 싫고 타인의 침도 싫다.

하지만…그 주체가 시현이라면?

(시현이에 의해)아픈 것=포상, (시현이의)침=성수 로 치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 더 깨물어!

…라 생각했지만,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던 걸까..

"…뭔가 눈빛이 역겨운데, 그만 할래."

그 말을 하고 시현이는 가버렸고 두번 다시 깨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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