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2부 45화 방학식
* * *
다음 날.
"완☆전☆부☆활!! 퍼펙트 시현님이시다!!"
"개소리 하지말고 학교 갈 준비나 해."
공중제비를 돌며 침대에서 일어난 날 기다리는 건 지은이의 딱밤이었다.
아니, 나 환자였는데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거야?
그리고, 이제 겨울방학인데 좀 어울려주면 안되나?
"아직 겨울방학 안했거든? 그리고 니 입으로 아까 '완☆전☆부☆활' 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니 생각 좀 읽지 말라고!"
"뻔히 보이는 걸 어떻게 안읽어?"
"안보면되잖아!"
"이렇게 귀여운걸 어떻게 안봐?"
"아니 그..."
할 말이 없었다.
얼굴도 빨개진 건 덤.
"후후. 시현아 넌 아직 나한테 안돼."
"..흥! 나 학교갈거야."
"아침도 안먹고?"
"어차피 빨리 끝나고 돌아올거아냐!"
자존심이 상했던 나는 아침도 먹지 않고 학교로 향했다.
일부러 신경질적으로 말한 건 덤.
이러면 지은이가 약간 상처받았겠지?
일단은 자기 애인이 자기한테 화낸거였으니.[현실>지은: 우리 시현이는 어쩜 화내는 모습도 이렇게 귀여울까?]
하지만 내가 받은 상처는 그 제주도에서 있던 일까지 포함하면 너의 10배는 넘을거야. 흥.
물론 시현이의 저 말은 틀렸다.
0에는 몇을 곱해도 0이니까..
그리고 그걸 모른 채 시현이는 한 방 먹였다는(?) 기쁨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은이는 아파트에서 귀엽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었고.
학교로 도착하자, 반은 방학식 때문인지 시끌벅적했다.
하긴, 지금 떠들어놔야지. 곧 못 볼 텐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담임쌤이 들어왔다.
"자. 오늘은 방학식날이니까 짧게 청소만 하고 끝내자. 다들 빗자루 잡아. 걸레 빨거나."
"아니, 방학식인데 청소를 왜해요? 그냥 쉬면 안돼요?"
"흠, 청소 하긴 해야되는데..아, 그럼 개학식 날 하면 되겠..."
"뭐해? 빨리 걸레 빨아와! 너넨 빗자루 들고!"
우리 반장이 테세전환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를 보여주었다.
뭐, 확실히 개학식에 하는 것보다는 백만배 낫지.
그나저나 이런 광경도 이제는 못보는구나.
그래도 꽤나 재밌는 반이었는데 막상 헤어진다니까 약간 아쉽..
"시현아. 넌 왜 쉬고있냐? 니도 빗자루 들어."
진 않다. 제발 빨리 헤어졌으면.
그렇게 청소를 마치자 남은 건 교장선생님의 연설뿐이었다.
진짜로 저것만 들으면 이제 방학인 것.
그리고 뭐, 기껏해야 사람 하나 연설하는 건데 오래 걸려봤자 얼마나 오래 걸리겠어?
기껏해야 2~3분이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드리자면..]
"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이라는 말이 벌써 몇번째냐?"
"일곱 번 이후로는 세는 걸 그만뒀다."
"혹시 말하면서 다음 말할 주제를 생각하는 걸까? 그러면 그건 그거대로 대단한데."
어느새 시간은 처음계산했던 2~3분의 10배를 훌쩍넘었다.
근데 진짜 문제는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것.
[네. 그럼 여기까지 하고 이만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음, 나는 그냥 뭐 하려고 하면 안되겠다.
그냥 생각을 하질 말자.
뭐, 그래도 어쨌든 이걸로 방학식 끝인가?
이제 짐만 챙겨서 집으로 가면..
"시현아! 이번에 마지막일 텐데 어디 놀러갈래?"
"..나 집가야 되는.."
"먹을거사줄게."
"건 아니고 놀 수 있을 거 같아!"
내 반응에 몇몇 애들이 깬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난 당당하다.
공짜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서?
니들이 이런 상황이면 나랑 같은 행동 할 거 아냐?
하지만 시현이가 간과하고 있는게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이 녀석들이 먹을 걸 공짜로 사줄만큼 착한 녀석들이 절대 아니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것이엇고, 두번째는 자신이 아침을 안먹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시간대
어제 저녁: 저녁 7시, 특이사항:몸이 아파서 조금만 먹음
오늘 아침: 아침 6시 반, 특이사항: 거름
등교 시간: 7시 반까지, 특이사항: 방학식이라고 늦게 등교한다던가 같은 건 없다
지금: 10시. 특이사항: 시현이의 위장은 무언가를 안먹은지 15시간이 지났다.
)
반장은 자신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는 걸 과시하듯 아직 놀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푸딩을 사주었다.
그것도 2+1이어서 내가 조금 조르니까 무려 3개나!
"이정도면 만족하지?"
"우물우물...응!"
이렇게나 맛있는 걸 사주다니, 그것도 3개나, 혹시 반장은 천사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우린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쁘띠 스티커 사진가게!]
...여기 맞나?
"여기 맞아?"
"응. 맞아."
"뭐하는데야?"
"사진같은 거 찍고 편집하는거야! 동물귀같은거 넣어서 귀엽게!"
"....그러니까 내가 편집하면 되는거지?"
"아니? 너는 사진만 찍히면 돼! 편집은 우리가 할거야!"
난 느꼈다.
아. ㅈ됐구나.
스멀스멀 느껴지는 감각에 본능적으로 난 도망칠 자세를 잡았지만, 그걸 눈치챈 반장이 입을 열었다.
"참고로 푸딩은 벌써 먹었지? 그럼 넌 도망칠 수 없어. 위장에 있는 푸딩을 꺼내지 않는 이상. 설마 먹을 것만 얻어먹고 이제와서 빠질 생각은 아니겠지? 그것도 3개나 사줬는데 말이야."
천사는 커녕 이보다 더 사악할 수가 없는 악마였다.
왜 먼저 푸딩을 사주는건가 했더니...
"아니..이런 걸로 논다고는 말 안했잖아.."
"너가 물어봤어?"
"......"
물론 내가 푸딩 먹는거에 정신이 팔려서 물어보지는 않았다.
.....잠깐만..이 미친년 설마 이거까지 설계한거야?
그렇다고 하면 푸딩을 3개나 사준 이유도 납득이 간다.
한두개로는 오래 버티질 못할테니 최대한 오래 내 정신을 붙잡아두려는 거겠지.
진짜 도대체 얼마나 사악..
"너가 뭘 생각하는진 대충 알겠는데, 그건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그, 그럼 왜 3개 사준거야?"
"응? 그건 그냥 조르는 모습이 귀여워서 사준건데?"
"....."
귀엽다니..별로 기쁘진 않지만 뭔가 기분이 나쁘진 않네.(?)
이보다 더 사악할 수가 없는 악마에서 그냥 악마로 등급을 낮춰줄까?
"그래서. 이제 할 말 없지? 그럼 사진찍으러 가자!"
아니야. 역시 이보다 더 사악할 수가 없는 악마가 맞는거같아.
"꺄아! 너무 귀엽다!!"
"진짜 천사인가?"
"진짜 귀엽긴 하네."
"그냥 납치하고 싶다.."
사진이 찍히자 이새..이 아이들은 편집을 하는가 싶더니 지들끼리 저러고 있었다.
근데 뭔가 이상한 말이 하나 들렸던 거 같은데, 착각인가?
"시현아. 사진 한번만 더 찍자. 다른 포즈 취해봐."
"...또?"
"어허. 푸딩 먹었잖아?"
"....."
난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꼬르륵
'배고파..'
16시간째 밥을 먹지 않았더니 슬슬 배에서 이상신호를 보냈다.
물론 아까 푸딩을 조금 먹긴 했지만 그건 말그대로 조금. 간에 기별도 안가는 수준.
그리고 어설프게 조금 먹는게 장기적으론 몰라도 단기적으론 오히려 더 큰 배고픔을 초래했다.
"얘들아. 나 배고픈데 밥 좀 먹으면.."
"그렇게 또 빠져나가려고? 어림도 없지. 그리고 아침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배가 고파?"
안먹었어 이년아..
하지만 쟤가 아침 못먹게 한 것도 아니고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었다.
하..그 때 지은이 말 들을 걸.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고,
2시간 뒤에야 난 풀려날 수 있었다.
37장의 사진을 찍힌 다음에.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사진은 어떻게든 건졌다는 것.
일단은 나의 사진이었기에 내가 소유권을 주장하자 즐길 건 다 즐겼다는 듯이 말하더니 내주고는 헤어졌다.
후, 이제 버리기만 하면 되는데..가까운 쓰레기통이 어디있지?
"어라? 너가 여긴 어쩐일이냐?"
"?"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한서윤이 있었다.
아 진짜 나한테 왜이러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