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친이 TS되었다-108화 (108/117)

〈 108화 〉 2부 46화 ­ 니가 왜 여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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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의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나는 빛의 속도로 사진을 숨긴다음 최대한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너, 너가 왜,왜 여기에..?"

물론 '최대한 태연하게'지 '태연하게' 가 아니었지만.

"왜긴, 여긴 내 집 가는 길이니까지."

"집을 왜이리 늦게 가?"

지금은 방학식이 끝난 지 최소 2시간은 지난 상황.

"잠깐 독서실 들러서 공부좀 하느라."

"아 예, 어련하시겠어."

역시 순혈 전교1등(?)은 뭐가 다르긴 다르다.

방학식날까지 공부를 하다니.

..근데 쟤가 순혈이면 난 뭐지?

잡종인가?

"그래서, 넌 왜 여기있냐?"

"아, 난..잠깐 카페좀 들렀다 가느라.."

"너가?"

"...응."

"구라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아니 난 왜 속마음을 다 읽히는거지?

지은이는 날 오랬동안 알았으니 그렇다쳐도 반 애들부터 수련회 때 만난 눈 앞의 이년까지.

그만큼 내가 허접인건가? (맞음)

결국 어설프게 부정해봐야 역효과만 난다는걸 깨달았고, 난 차라리 입을 다물기로 했다.

"어쭈? 대답 안해?"

"....."

"그러고보니..아까 너가 날 만나자마자 뭔가를 급하게 주머니에 넣던데, 그럼 그 주머니 속을 확인해보면 되려나?"

"아, 안돼!"

"그럼 빨리 말해. 진짜로 확인해보기 전에."

"그, 스, 스티커샵..갔다왔어."

"너가? 거길? 왜?"

질문은 좀 하나씩만해라 이년아..

"난 가기 싫었는데, 반 애들이 날 강제(?)로 끌고갔어."

"강제는 무슨, 니가 호구같이 낚여든 거겠지."

..진짜 초능력자세요?

"뭐, 그럼 아까 숨긴건 거기서 찍었던 사진들이겠네?"

"그렇..지?"

뭔가 불안함 예감이 드는..

"내놔."

"시, 싫어."

"뭐, 당연히 그렇겠지. 그럼 거래하지 않을래?"

"거래?"

"뭐, 그 사진가지고 뭐라 하진 않을게. 보여달라고도 안하고 너 애인한테도 말 안하는 등등."

"..?"

뭐지? 이렇게 좋은 조건을 걸 리가 없는데?

도대체 뭘 요구하려고?

"대신, 나랑도 스티커샵 가자."

"이 미친년이 뭐라는거야!"

"그래? 그럼 너 애인분에게 연락을..."

"아! 가면 되잖아! 가면!!!"

결국 그 뒤로 15장의 사진이 추가되었다.

그래도 얘는 그나마 양심이 있었던 건지 자기도 몇번 찍혀주었고 내 사진도 딱히 편집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기 말로는 편집을 해본 적이 없다나 뭐라나.

근데 그럼 여긴 왜 온거지?

..혹시 날 괴롭히려던 게 아니라 그냥 친구랑 스티커샵 가서 노는 게 목적이었던 걸까?

어라? 맞는 것 같기도 한...

"푸하하하! 야 이거봐! 여기 너 진짜 개 웃기게 나왔다!!"

그럼 그렇지 이 미친년

어쨌든 나름 재밌게 서윤이랑 놀고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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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난 바로 집으로 달려가..지는 않고, 근처에 닭꼬치집으로 향했다.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았기 때문에 빨리 뭐라도 먹기 위해서.

절대 내가 먹고 싶어서 사는게 아니다.

암튼 아님.

"아주머니! 떡꼬치 두개만 주세요!"

"아이구~ 귀여운 꼬마 아가씨네? 언니가 사오라고 시킨거야?"

"..꼬마 아닌데요."

"아니기는, 내 손주놈이랑 키가 비슷하고먼.."

"손자가 몇살이신데요?"

"내년이면 열 셋이었나?"

13살..?

그래도 다행히 남자다.

같은 나이 기준으로 남자가 여자보단 훨씬 크니까.

"근디 키가 작은 편이었지. 또래 여자애들이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클 정도로."

아 예..

떡꼬치 하나 먹으려다가 팩폭을 당해버렸다.

말하는 와중에 떡꼬치가 완성되었다.

"자. 받어."

"아, 감사...엥? 3개인데요?"

"우리 손주가 생각나서 하나 더 넣었어. 언니랑 나눠먹어."

"가, 감사합니다!!"

그래. 키 좀 작으면 어때! 떡꼬치를 하나 더 먹을 수 있는데!

헤헿

그나저나 아까 언니랑 먹을거냐고 물어봤던 것에 반박을 안한것 때문인지 난 언니의 심부름을 온 여동생으로 낙인이 찍혀있던 것 같았다.

뭐, 맞는 말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 받은 거 나눠먹으라 하기도 했으니 지은이랑 나눠먹을까?

..라 생각했지만 가는 길에 먹다보니 너무 맛있어서 결국 3개 다 먹어치웠다.

아니 이게 너무 맛있는 걸 어떡해?

분명 지은이도 내가 이렇게까지 원한다는 걸 알면 자기 것도 넘겨줄거야.

..그래도 그냥 넘어가면 내가 너무 쓰레기같아 보이고 미안하기도 하니 오늘은 애교 좀 부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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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내가 사랑하는거 알지?"

"얘가 왜이래? 뭐 잘못먹었나?"

지은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자기 손에 볼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시현이의 모습에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뭐 잘못먹었나?

물론 잘못 먹긴 했다. 지은이의 것이 되었어야 할 떡꼬치를. 하지만 그걸 지은이가 알 리는 없었다.

"헤헤~ 지은아♡~"

..개귀엽네.

그냥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귀엽다.

몸이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피부 자체는 아기피부랑 다를바가 없었고, 진짜 매우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

백날 주물러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렇게 기분 좋음이 느껴짐과 동시에 한편으론 약간의 불안감도 들었다.

도대체 얘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러는거지?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뭐..뭔소리야!"

"아니, 너가 아무 이유없이 이럴 리가 없잖아? 말해. 왜 이러는거야?"

"그, 그냥 너 기분 좋게 해주려고.."

"시현아. 거짓말을 할거면 좀 그럴듯하게 해."

고개는 들지를 못하고, 당연히 눈도 못마주치고, 말도 더듬고, 누가봐도 당황한 티를 내는 등 그냥 나 거짓말하고 있다고 광고를 하는 수준이다.

이걸 못 알아차릴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질 않을 수준.

그리고 결국 들키자 시현이는 조금 주저하더니 사실을 털어놓았다.

떡꼬치와 관련된 일화를.

"..이렇게 된 거야."

"엥? 뭐야? 고작 그런거였어?"

"..그렇긴 한데, 그냥 미안해서."

"에이 뭐야~ 난 또 경찰에 잡혀갈 짓 하거나 그런 줄 알았지~ 괜히 걱정했네~."

"그, 그럼 용서해주는거지?"

사실 지은이는 떡꼬치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딱히 시현이가 먹든 말든 별 상관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최대한 뽕을 뽑아야지.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내가 떡꼬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에에..? 그, 그럼?"

"벌로..오늘 하루는 아까처럼 애교부리는 걸로 하자."

"...그냥 떡꼬치 하나 사오면 안될까?"

"오면서 또 몰래 먹게?"

"....."

결국 시현이는 얌전히 애교 부리기로 했다.

물론 떡꼬치 하나의 가격이랑 하루치 애교를 비교하면 수지타산이 안맞지만, 이건 떡꼬치의 문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라 받아들이고 시현이는 그냥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은이는 그냥 이름 모르겠는 효과( 맨 처음에 일부러 목표치보다 크게 요구하고는 점점 내려서 원 목표치를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효과) 를 노린 것이었지만 의외로 한번에 받아들여서 개이득을 봐버렸다.

뭐, 좋은게 좋은거지~

"시현아. 근데 귀엽더라."

"응? 뭐가?"

"아까 찍은 사진."

"응? 아까 무슨 사진을 찍.....설마?"

"응. 맞아. 그 설마야."

아까 스티커샵에서 찍었던 사진.

하지만 그걸 지은이가 어떻게?

떡꼬치얘기를 할 때 일부러 빼서 말했을텐데?

지은이는 대답대신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는데..

범인은 한서윤이었다.

한서윤이 공물이랍시고 나랑 찍었던 사진을 지은이에게 보낸 것.

아니 이 미친년이 이렇게 나온다고?

"아니 근데 너가 서윤이를 어떻게 알아?"

"우리 시현이 친구인데 알고 지내야겠다 싶어서 연락해봤어. 근데 꽤나 마음이 잘맞더라? 그래서 뭐 적당히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지."

"....."

"그래서 이거 귀엽더라. 어디서 찍은거야?"

지은이는 날 어떻게든 다시 거기로 데려가려는 것 같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잠깐만. 나 사람 한 명만 죽이고 올게."

"안돼. 넌 나한테 애교부려야지~"

"....그래. 내일 죽이지 뭐, 어차피 방학했으니."

"근데 너 싸우면 걔한테 지지 않아?"

"...."

이년은 도대체 누구편이야?

하지만 나는 더 다지기도 전에 지은이의 요구에 애교를 부려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진짜 치사한놈.

어쨌든 그렇게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즉, 결혼식이 머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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