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 2부 48화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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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요즘 크나큰 문제를 하나 겪고 있었다.
그건 바로 시현이가 방학을 해서 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여캠을 볼 수가 없어진 것.
물론 애초에 여캠을 보기 시작한 이유는 시현이가 없는 시간동안 심심해서 시간때우기 용으로 봤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땔레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여캠이라고 해서 꼭 그런(?) 용도로만 보는건 아니다.
하위권이면 몰라도 상위권 스트리머들은 입담이 재밌고, 시청자들과의 티키타카도 재밌고, 게임도 재밌게 하는 등 보다보면 왜 상위권인지가 잘 느껴졌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여캠을 어떻게 볼 지가 중요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캠을 보는걸 안들킬 뿐만 아니라, 내가 시현이에게서 무언가를 숨기려는 티를 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에를들어 내가 그냥 평범하게 여캠을 보다가 시현이가 다가왔을때 급하게 보던걸 끄거나 폰을 숨기거나 한다고 치면, 시현이는 '어? 쟤가 왜이러지? 뭐 들키면 안되는거라도 있나?' 같은 생각을 품겠지. 그리고 그렇게 생긴 의심의 씨앗이 결국 파멸을 불러오는 법.
그러니 그런 의심 자체가 생기지 않게 미리미리 조심해야 한다.
"..근데 그런 방법이 있나?"
그러기 위해선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 시현이랑 24시간 붙어있는 나로서는 딱히 시현이랑 떨어져있을 명분이 없다.
어설프게 시현이랑 떨어지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의심할 거리가 되기 때문에.
좀 생각을 해본 결과,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척하면서 보기, 잠자는 척하면서 보기, 시현이를 독서실로 보내고 보기 이렇게 3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이든 이론보단 실전이 중요했기에, 나는 바로 실천을 하러 갔다.
"아..갑자기 배가 좀 아프네. 나 잠깐 화장실좀 갔다올게."
"엉."
그렇게 화장실로 들어가서 여캠을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너무 오래있는거 아니야?"
"아, 아니야! 이제 곧 나갈라고 했어."
화장실은 아무리 큰일이라도 길어야 10~20분 정도. 그 이상이면 오해를 받았다.
그리고 20분이면 인방을 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 방법은 폐기해야겠어.
그럼 다음 방법은 시현이를 독서실로 보내는것.
"시현아. 독서실가서 공부할 생각 있어?"
"아니."
실패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은 잠자는 척 하고 보는 것.
하지만 지금은 밤이 아니었기에 차분히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하아암~ 졸리네..슬슬 잘까."
"응.."
내 정신은 팔팔했지만, 계획을 위해 일부러 하품까지 하며 졸린 척을 했다.
다행히 시현이는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고 걸려들었고.
우린 그렇게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고, 이제 난 좀만 기다리다가 여캠을 보면..!
"잠깐만."
"..?"
뭐지? 눈치챈건가?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뭘 했다고 눈치채? 아니 근데 시현이라면 뭔가 그럴것같기도 하고..
"뭔가 빼먹은거 없어?"
"뭐..뭘?"
저렇게 말하는걸 보니 다행히 들킨건 아닌 것 같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문제였다.
아니 뭘 빼먹어..?
이거 모른다고 하면 화낼거 같은데..
생각해라. 자기 직전인 이 밤중에 빼먹은게 뭐가 있지?
지금만 할 수 있는데 내가 아직 안 한 것.
불 껐고, 이불 덮었고, 잘 자라는 인사 했......잠깐만, 설마?
뭔가를 깨달은 나는 시현이의 양 볼을 잡고는 이마쪽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쪽♡~
시현이가 바랬던건 굿나잇키스였던 것.
"헤헤..그럼 잘자."
"응."
시현이는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는 잠에 들었다.
귀여워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난 좀 더 기다려서 시현이가 완전히 잠들었다는 걸 알아내고는 조용히 폰을 꺼내서 여캠을 보기 시작했다.
헤헤..재밌당. 밀린거 다 봐야징.
그리고 다음날 아침.
"..? 지은아. 왜 그래? 너무 피곤해보이는데."
"아..별거 아니야. 악몽 좀 꿔서.."
나는 누구나가 알 수 있을정도로 퀭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요즘 지은이가 이상하다.
이유는 말 안하고 잠이 부족하다는데..한번 잠에들면 천둥벼락이 쳐도 절대 안깨는 주제에 도대체 왜 잠이 부족하다는 거지?
그것때문에 자꾸 낮잠을 자느라 나랑 못놀잖아!
이대론 안되겠어.
잠복수사를 해봐야겠어.
도대체 왜 잠이 모자란건지.
악몽이든 뭐든 내가 치료해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나는 오늘 밤을 새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그날 밤.
"잘자 시현이 쪽♡~"
"응. 너도 잘자."
그날 이후로 당연한 일이 된 굿나잇키스를 해주고는 지은이는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아니, 든 것처럼 보였다.
너무 수상한데?
지금까지는 그냥 잠을 자느라 눈치채지 못했던 이상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보통 잘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나?
적어도 머리부분은 내놔야하는거 아닌가?
그리고 왜 자꾸 뒤척여?
물론 잠자는 자세가 불편하면 좀 뒤척거릴수야 있겠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
마치 일부러 잠에 안자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전에는 머리맡에 두고 자던 핸드폰도 안보이고.
물론 이건 단순한 오해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무언가 있다는 확신을 품은 나는 일단 자고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자는 척을 했다.
그리고 그런 내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건지 10분정도 뒤.
"..자는군."
아주 작게 그 말을 하고 지은이는 스마트폰을 켰다.
이불 사이로 아주 약간 새어나온 빛으로 눈치챌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뭘 보는건지 궁금해서 미치려는 순간..
[헤으응♡]
어떤 여자의 야릇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지은이는 요새 너무 피곤했다.
물론 여캠때문.
하지만 자신도 시현이를 배신하고 있다는 마음과 이대로는 수면부족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길거 같다는 느낌 등등 때문에 자신도 슬슬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오늘까지만 보자.
내일부턴 진짜 여캠이랑 연을 끊는거야!
그리고 여느때처럼 시현이가 잠들자 여캠을 켜서 보고 있었는데..
"재밌어?"
"응. 재밌....."
어? 방금 말은 기계음이 섞이지 않았다. 스마트폰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란 뜻인데..
그리고 뭔가 많이 익숙한 목소리였다. 마치 내 연인같은..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엔 시현이가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응? 재밌냐고 물었잖아 내가. 그럼, 대답을, 해야지?"
"....."
"대답 못하겠어? 그럼 일단 엎드려."
ㅈ됐다..진짜 ㅈ됐다..
화내는 시현이를 넘어서 웃는 시현이라니..
이거 오늘이 내 제삿날인거 같은데..
일단 시현이를 더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순순히 엎드렸다.
그리고 시현이는 불을 키고 오더니 그런 내 위에 앉았다.
"윽..!"
아무리 가볍다고는 해도 사람몸무게였기 때문에 나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시현이는 그런건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이야~ 나는 상상도 못했어? 연인이 자는동안 밤을 새가며 여캠을 보고 있을 줄은 말이야."
"...."
"잘못했으니까 벌 받아야겠지?"
"....."
"대답."
"응.."
내 대답에 시현이는 잠깐 고민하더니 침대에 놓여져있는 내 핸드폰을 가져왔다.
"이, 이건 왜?"
"부숴."
"..?"
"부수라고. 니 손으로. 그게 너가 용서받을 유일한 방법이야."
이걸요..?
제손으로요?
"자, 잠깐만, 여기 중요한 정보도 꽤나 있는데 일단 백업이라도 시키고.."
"부숴."
현재의 시현이는 상식이 통하질 않는 상태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와중..시현이랑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아.. 내가 안부수면 계속 이대로겠구나.
진짜 엎드린 채로 밤을 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난 시현이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부술게."
"잘생각했어. 자. 여기 망치."
..이건 언제 준비한거야?
설마 내가 안따랐으면 이걸 나한테 쓰려고 했던 걸까?
아니, 끔찍한 생각은 하지말자.
콰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의 휴대폰이 박살났다.
그 여파로 바닥도 조금 파인거 같은데..
"수고했어. 그럼 뒷정리는 나중에 하고 잠이나 마저 자자."
"어..응.."
그렇게 말하는 시현이에게 난 차마 거스를 수가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