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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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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길을 걸었다.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걸었다.
10대의 청춘을 다 바쳐 걷는 법을 배웠고 나는 악착같이 식단조절을 했다.
그런데, 그런데.
[인기 모델 A군, 열애 상대는 걸그룹 B양?!]
[모델 A군 전 여친 폭로 "교제 당시 만나던 상대 5명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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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기자들이 다 매수되서....... 여론을 돌리기에는 힘들 거 같아."
한 달 뒤면 파리 패션위크에 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내가 뭘 잘못했는데.
열애설이 난 걸그룹 멤버는 딱 하나 찍는 예능에서 같은 고정이었다. 이쪽은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는데 그쪽은 멀쩡하단다. 내가 진짜 연애라도 했으면 모를까, 전화번호도 없는데.
그래. 사실 하차 통보를 받은 건 열애설 때문이 아니었다.
"걔랑은 연락 아직도 안 돼요? 진짜, 진짜 걔가 저 매장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어떻게든 진실을 다시 말하면,"
"그런다고 뭐가 바뀌겠어. 이미 사람들은 그 애 편을 들고 있는데."
"스토킹을 당한 건 저예요. 개가 저한테 보낸 메시지들만 봐도......"
또다, 저 표정.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표정.
하도 깨물어서 그런지 입술이 터졌다. 반박을 해봤자 이미 인터넷에 퍼진 걸 모두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모델은 철저한 이미지 사업.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다시 회복한다고 해도 아니 회복 할 수조차 없겠지.
"하, 이번에 좀 성공하나 싶었는데 어림도 없었네."
그렇게 말하는 사장의 말을 듣고 욱했지만 애써 입을 꾹 닫았다.
'여기서 더 말하면 할 말 못할 말 다 할 거 같아.'
괜한 화풀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사람과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니.
"그냥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있자."
"...... 가만히 있자구요?"
"그러면 어쩌게."
차갑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차라리 그냥 전부 끝내자는 말을 하세요."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순간까지 등 뒤에서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대로 조용히 사람들한테 잊혀지고, 꼬리표가 붙어서 조롱 당하며 매장 당하는 게
내 미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를 내 미래.
집에 도착해서 술이란 술은 모조리 꺼내 마셨다. 원체 잘 취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세상이 돌았다.
"술이 없, 끅 네?"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나왔다.
편의점이 보인다 보여. 언제 해가 졌는지 주변이 깜깜했...... 어 갑자기 왜 환해졌지?
끼이이이익ㅡ
온몸이 바스라진 거 같은 고통이 전신을 덮쳤다. 공중에 뜨면서 잠깐 정신이 들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겠구나 싶었다.
ㅡ쾅.
새카만 어둠 속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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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 누가 몸을 쥐어짜는 거 같아. 이대론 죽겠어.
안간힘을 다해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눈은 떠지지 않았고 변하는 건 없었다.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으니 몸을 감싸고 있던 것들이 나를 더 압박하기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게 힘이 들어가지 않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ㅡㅡ! 축.... 려요!! ㅡㅡㅡㅡㅡ"
쑥하고 몸이 빠지는 느낌이 들더니 압박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몸이 시원해졌다.
"예쁜 아드님이시네요!"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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