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chapter 6. 입학식
* * *
다윤은 뾰로통한 얼굴로 자신의 동생, 우연을 곁눈질했다.
“어머, 학생 바지를 줄이니까 좀 더 인물이 사네.”
“그렇죠? 음 역시 옷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하하.”
‘우연이랑 같은 중학교를 다니는 건 너무 좋지ㅁ, 아니 괜찮았지만’
“너무 줄인 거 아냐?”
“에이 이게? 적당한데 뭘, 그리고 예쁘잖아 안 그래?”
“...... 흥”
분명 처음 교복을 맞추는 게 틀림없는데,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어떤 건지 알고 있는 것 마냥 교복을 골랐다.
몇 번 갈아입고 대보기만 했는데도.
‘가뜩이나 불안한데 말이야......’
다윤은 손톱을 까득, 물어뜯었다.
가는 허리와 곧게 뻗은 다리에는 맞는 바지가 없어서 결국 수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통도 줄인 것인지 돌려받은 바지는 맨 처음 입었을 때와는 다르게 우연에게 꼭 맞았다.
다윤은 그 바지가 오히려 교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무리 내 동생이라지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 나 떡볶이 먹고 싶은데 먹으러 가자 응?”
“...... 그래.”
눈이 달 모양으로 휘며 싱긋 웃는 미소가 아주 그냥 여자 여럿 울리게 생겼다.
쟤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예쁜 거야 진짜..... 이건 유전자 몰빵 아닌가?
다윤이 툴툴거리면서 걸음은 착실하게 떡볶이 가게로 옮겼다.
길을 걷다 시선이 느껴질 때면 조금 더 빨리 걸었다. 배고파서 그런 거야 배고파서.
떡볶이 가게에 들어오자 익숙하게 앉아서 메뉴판을 고르고 있는 우연을 보니 괜히 착잡한 심정이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얘는 이제 1학년인데.’
같은 학교를 온다는 말에 누구보다 기뻐했었던 자신이었지만 1년밖에 같이 다니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2년은 학교도 다르고, 끝나는 시간도 다를 텐데.
자신이 없는 2년 동안 우연에게 꼬일 여자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자고로 학교란 하나의 야생과도 다름없고 짐승 같은 녀석들이 존재하니.
만약 정말 아주 만약에 자신의 하나뿐인 남동생이 여자친구랍시고 짐승을 데려온다면......
쾅ㅡ
“아 깜짝아. 말로 해 말로. 뭐 더 추가할 거 있어?”
“아냐. 잠깐 안 좋은 생각을 해서 그래... 그냥 시켜”
토끼같이 놀라는 저 모습을 보라. 분명 살랑살랑 꼬리치면 순진한 제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넘어갈 게 분명했다.
늑대 같은 년이 여자친구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절대 안 돼.’
젓가락을 입에 넣고 씹었다.
“주문하신 떡볶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식이 나오자 전투적으로 떡볶이를 입안에 넣으면서 다윤은 생각을 정리하고 다짐했다.
반드시 제 동생을 야생으로부터 지켜 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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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다.
안대를 젖히며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자 7시 30분이라는 시간이 떴다.
첫 중학교 입학식이었지만 설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침이었다.
‘학업에 충실...... 은 개뿔,’
꾀병이라도 부리면서 학교를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다들 그런 생각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빠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 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온 집안이 걱정을 쏟아낼 걸 알기에,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아 차가.”
따뜻한 물이 아니라 찬물에 손이 닿자 절로 손이 움츠러들었다.
가볍게 씻고 나와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바르고 교복을 주섬주섬 주워 입으니 밖에 내 이름이 들렸다.
“..... 저 아침은 가볍게 먹는 거 아시면서.”
“그래도 중학교 첫 입학인데! 든든하게 먹고 가야지.”
“괜히 더 먹었다가 가서 체할지도 몰라요.....”
식탁으로 오니 아직 다윤은 나오지 않았는지 자리 하나가 비워져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반찬들과 왜인지 모르게 다시 고봉밥이 되어 있는 내 밥그릇을 보고는 다시 밥통으로 가져갔다.
‘아침부터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
뒤에서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줄어든 밥그릇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반이나 줄었으나 많게 느껴졌다.
입학식 첫날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고 싶지 않은데.
“입학식은 막 부모님 안 가도 되는 거니?”
“네. 안 오셔도 돼요.”
“밥, 밥! 으아아아 좀 늦었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아버지를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니 다급하게 앉아 숟가락을 드는 다윤이 보였다.
‘완전 풀메이크업이네.’
다윤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화장을 시작했지만, 오늘은 더 빡세게 한 건지 화장이 진했다.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건 그대로였지만 화장을 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색조 화장은 모르지만 기초적인 건 다 한다나.
하지만 난 할 생각이 없었다. 촬영이라도 하면 모를까.
‘하면 할수록 피부도 망가지고..... 지금 여기에다가 굳이 할 필요가?’
어디 가서 이런 말하면 뺨 맞겠지만 내 얼굴에 나는 꽤 만족했다.
유전인지 아니면 내가 잘 먹고 잘 잔 탓인지 뽀얀 얼굴과 하얀 피부는 딱히 화장을 필요로 하지 않았으니까.
‘여드름은 절대 안 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은 건 아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두툼한 코트를 입고 가방을 멨다.
신발을 신고 다윤과 함께 집 밖을 나오자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패딩 입고 오지.”
“안에 들어가면 히터 빵빵해서 더울걸. 그리고 짐이야.”
둘 곳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안에 들어가면 더울 게 분명했다.
‘근데 춥긴 좀 춥네.’
추위 때문에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다윤은 원체 걸음이 빨라서 아무 생각 없는 듯했고.
그렇게 몇 분 정도를 걷자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교복은 치마지.’
남중을 가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얼마나 반대했던가. 그나마 다윤이 간 학교로 간다는 말에 겨우 남녀공학을 갈 수 있었다.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면 남녀의 비율 정도. 주변을 둘러보니 남자보다 여자가 월등히 많았다.
“누나 3학년인 거 완전 티 나나 봐.”
“..... 빨리 가기나 해 늦겠어.”
늦는다고? 아직 10분이나 남았는데? 그렇게 말하자 다윤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건물에 직행했다.
재학생들은 반으로 가지만 신입생들은 강당으로 가야 했기에 강당 앞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다윤은 올라가야 했다.
“이따 쉬는 시간에 찾아갈게!”
“음 굳이.....?”
내 말은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 뒷모습을 보인채 멀어졌다.
‘3학년이 1학년 반에 찾아오는 건 너무 튀지 않나.’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뭐 딱히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빽 있으면 좋은 거겠지.
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빼곡한 의자에 반 정도 애들이 앉아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라고 적혀진 종이 팻말 앞에 있는 의자들 쪽으로 다가갔다.
‘앉아있는 애들을 보니 남자, 여자 한 줄씩인가 보네’
자리에 착석하라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왔다.
남자애 뒤 비어있던 자리에 가 앉았다. 서 있었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앉으니까 잠이 솔솔 오네.
원래 이 시간이면 자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히터도 빵빵하니 따뜻한게......
‘아직 시작하려면 10분 남았네.’
어차피 할 것도 없고. 자꾸 하품만 나오니 눈만이라도 감고 있자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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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꿀꺽 삼켰다.
자꾸만 옆으로 돌아가던 시선은 어느새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남자애한테.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다른 애들도 저 남자애를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잘생겼네 진짜..... 얼굴이 미쳤어.’
분명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을 텐데 왠지 모르게 그 애가 입은 교복에만 눈이 갔다. 얼굴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앞에 앉은 얼굴에 화장을 떡칠한 남자애와는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화장기 없는 깨끗한 작은 얼굴에 올망졸망한 이목구비가 다 담겨 있었으니까.
지잉ㅡ.
‘나 캐톡하고 있었지?’
정신이 팔려 핸드폰 진동이 수차례 울리고 나서야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었다.
미쳤다 옆에 남자애 와꾸 지림; 얜 내 거다 시바.
?? 어딨냐 누구야 예뻐? 얼마나?
1반으로 바로 달려간다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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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으로 돌려놓고 가볍게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옆을 바라보니 여전히 졸고 있는지 남자애는 고개를 꾸벅거리고 있었다.
“자자! 그럼 지금부터 입학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미안.....”
“괘, 괜찮아!”
큰소리가 나자 고개를 꾸벅거리고 있던 남자애가 앞에 있던 애 등에 머리를 부딪혔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남자애도 사과를 하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허둥지둥 다시 앞을 봤다.
‘목소리도 좋네.....’
고개는 앞에 고정했다지만 신경은 오른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녀의 앞과 뒷자리 여자애 모두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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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만 감고 있는다는 게 졸고 있을 줄은 몰랐다. 스읍, 침은 안 흘렸네.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거 같기도 했었는데 뭐 졸고 있었으니 쳐다 볼만도 하지.
따분한 입학식을 들으며 몰래 턱을 괴고 조금씩 졸았다.
“이제 각자 반으로 이동하는데 한 반씩......”
“으아......”
계속 앉아있어서 그런지 몸이 뻐근했다. 목을 돌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어떤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는데 상대방이 고개를 휙하고 돌려버렸다.
‘뭐지.’
그 이후로는 시선이 좀 느껴져도 그냥 무시했다.
할 말이 있는 거 같지는 않으니까 뭐.
평범한 입학식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