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19화 (19/137)

〈 19화 〉 chapter 18. 첫 월급

* * *

“수고하셨습니다~”

“우연 군도 수고했어! 이제 다음주부터는 주말에 보겠네.”

“네. 이제 개학이라서 어쩔 수 없네요.”

벌써 다음주면 개학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야 했다.

한 달밖에 안 되는 여름방학에 한 거라고는 대부분이 신사데이에서한 피팅 촬영이었다.

원래는 여름 휴가를 갈 예정이었지만 어머니 회사가 너무 바쁜 탓에 취소됐고,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크게 티 내시진 않으셨지만 내심 실망하신 눈치였다.

‘그래서 뭘 사드려야 돼지?’

어제부로 딱 피팅 모델을 한 지 한 달이 되는 날.

통장에는 신사데이의 이름으로 돈이 들어와 있었다.

204만 원.

첫 월급인 만큼 가족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할 생각이었다. 여름휴가도 파투 나서 축 처져 계신 아버지도 선물을 받으시면 좀 나아지시겠지.

“으음...... 뭘 사드려야 되려나.”

촬영이 끝나고 나는 곧장 백화점으로 향했다.

사진 작가님과의 합의하에 오늘은 사진 작가님과 밥을 먹기로 했다고 가족들한테는 거짓말을 해둔 상태.

‘모름지기 선물은 서프라이즈가 제일이지.’

덕분에 오늘은 밖에서 혼밥 예정이었다. 아 뭐 먹을지도 정해야 되는데.

어머니와 아버지의 선물은 일단 제쳐두고, 다윤의 것부터 사야겠다.

부모님은 아직 뭘 드릴지 고민 중인 거에 반해 다윤의 선물을 정하는 건 매우 쉬웠으니까.

“이거랑 이거 230 사이즈 있나요?”

“네!! 있습니다! 잠시만요 빨리 가져올게요!”

기운이 넘치는 직원이네.

‘매장에 손님이 없어서 그런가.’

평일이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매장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다른 매장들을 전부 지나치고 들어온 ‘마이키’ 신발 매장. 나는 전시되어 있던 신발들을 훑어보고는 두 개의 신발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말했고 그녀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축구화보다는 운동화지.

직원이 신발을 가져간 사이에 매장을 계속 둘러보니 여러 신발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윤은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항상 운동화만 신고 다녔고, 그중에서도 마이키 신발을 좋아했다.

‘축구화를 선물해줄까 했지만 그것보다 운동화를 더 자주 신으니까.’

내 신발도 하나 살까.

디자인은 아까 직원에게 부탁한 신발이 제일 나은 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운동화는 블랙 아니면 화이트라는 신조였기에 아까 고른 색도 두 개 다 블랙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사이 신발 박스 두 개를 든 직원이 다가왔다.

“여기 말씀하신 사이즈 230 두 개예요. 이게 저희 매장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상품이긴 한데...... 여자친구분한테 선물하실 건가요?”

“아뇨 누나한테 선물하려고요. 그러면 그거 말고 이걸로 260도 한 켤레 가져다주시겠어요?”

“네! 잠시만요!”

왜인지 직원의 목소리가 밝아진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제일 인기가 많다는 말은 흔하다는 말이기도 하니 디자인은 두 개 마음에 들었기에 직원이 말한 신발이 아닌 다른 신발을 골랐다.

이왕 다윤의 신발도 사는 김에 내 것도 같은 디자인으로 한 켤레 사야지.

“여기요! 한 번 신어보시겠어요?”

“네.”

“앞에 한 번 눌러보시겠어요? 꽉 안 끼시나요?”

“네 괜찮은 거 같아요.”

“한 번 걸어보세요.”

양쪽 다 신발을 신고 가볍게 매장을 걸었다.

그렇게 꽉 끼지도 않고 헐렁하지도 않은 게 발에 딱이네.

신발에 만족한 나는 원래 신었던 신발을 다시 신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걸로 두 개 다 결제해주세요.”

“네! 총 248000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각각 새 신발 한 켤레씩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왔다.

그렇게 여성 매장, 남성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어머니의 선물은 넥타이로, 아버지 선물은 향수로 결정했고 신발까지 포함해 50만원 정도의 돈이 통장을 빠져나갔다.

‘손이 무겁네.’

빈손으로 들어왔지만 이미 쇼핑백이 네 개나 됐다.

배에서도 이제 그만 밥 달라고 시위하고 있었다. 푸드 코너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냄새에 입에는 저절로 침이 고였고.

“맛있겠다.”

무슨 메뉴를 먹을지 고민했지만 막도날드 매장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햄버거를 베어 무는 걸 보고는 홀린 듯이 매장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평소에 햄버거를 잘 안 먹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기대되지.

막도날드에는 그래도 사람이 반 정도는 차 있었지만 자리가 많았기에 나는 대충 아무 자리나 골라 앉아 짐을 놓고 카운터로 향했다.

‘막도날드는 빅맥이지.’

앞에 세 사람이 할 동안 기다리면서 메뉴판을 훑었다.

이따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어야지.

“주문하시겠어요?”

“빅맥 세트 하나 주시는데 음료는 오렌지 주스로 변경해 주시고, 감자튀김 사이즈 업해주세요.”

“네! 여기 진동벨로 알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여기 백화점은 일하는 사람마다 눈이 초롱초롱한 게 전부 만족도가 높나 보네.

진동벨을 들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나올 때까지 소설이나 보고 있어야지.’

집중해서 소설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벨이 울렸다.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 앞으로 가니 초롱초롱한 눈의 직원과 마주쳤고

“맛있게 드세요!!”

“...... 감사합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내 햄버거 세트와 진동벨을 교환했다.

어쩐지 감자튀김이 많다 못해 조금 넘쳐서 튀어나와 있는 게 사이즈 업을 해서 많이 준 건가.

‘이따 케첩 한 번 더 받으러 가야겠다.’

케첩을 쭉쭉 짜고 햄버거 봉지를 뜯어 입을 벌린 뒤 한입에 왕, 하고 물었다.

“.... ㅇ... 봤냐?”

“뭘..... 먹기나.... 대박.”

방금 막 만든 따끈따끈한 햄버거가 입안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감자튀김도 케첩에 찍어서 열심히 입에 넣었고, 와아앙 입을 벌리면서 햄버거를 먹으니 10분 만에 햄버거가 사라져버렸다.

“배부르네.”

물티슈로 손을 닦고 먹은 걸 정리한 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어, 나 보고 있었나?’

아이스크림을 한 번 할짝이는데 꽤 떨어져 있는 오른쪽 대각선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 두 명과 눈이 마주쳤다.

우연히 마주친 건 아닌 거 같은데.

‘날 알아봤나?’

페룩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알아볼 만도 했지만 아직까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본 적이 없어서 확신이 없었다.

아니면 신사데이 때문일 수도 있고.

최근 신사데이가 무섭게 급성장했기에 거기 모델인 나를 알아볼 수도 있겠지.

“...... 스타병 걸린 건 아니겠지.”

순간적으로 든 생각에 작게 중얼거렸다.

다윤이 하도 페룩스타, 페룩스타거려서 스타병이 도진 건 아닌가 모르겠다.

결국 함부로 김칫국 마시지 말자는 생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왔다.

그날 집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첫 월급을 탄 기념이라고 사 온 선물을 건네주었고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아들.”

“아빠 이런 거 안 사줘도 되는데! 이런 향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와 마이키 신발 떼깔 봐라. 너랑 같은 거라고? 큼.... 그건 좀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괜찮네.”

저마다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연신 고맙다는 말에 괜히 마음 한 켠이 뿌듯했다.

‘첫 월급은 역시 선물이지.’

물론 다음부터는 전부 내가 쓸 생각이었다.

****

신사데이의 인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높아져만 갔다.

조금 비싼 가격이 단점이라고 하더라도 구매평이 워낙 좋았기에 사람들을 대부분 후회 없는 소비를 했다.

품절이 생기면서 계속 쇼핑몰에 재접속해야 했고 덕분에 사람들은 매번 우연의 피팅 사진을 봤다.

이에 우연의 SNS까지 타고 가면서 그의 피드에 반해 사람들을 팔로워가 되었고, 반대로 우연의 SNS를 먼저 보고 온 이들은 신사데이의 옷을 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선순환’ 그 자체.

우연의 팔로워 수는 이제 50만. 여기서부터는 급격하게 늘진 않았지만 자극적인 컨텐츠 하나 없이 ‘사진’만을 올리는 사람으로서 엄청난 성장이었다.

신사데이의 피팅모델, 강아지를 조금 섞어놓은 듯한 고양이 같은 예쁘고 고급스러운 외모.

우연은 페룩은 사진을 주로 올리면서 짤막한 글밖에 없었기에 오히려 신비주의 같은 느낌을 주었다.

특히 그에 대한 자그마한 궁금증들은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피부 관리부터 피팅모델, 메이크업까지 아주 다양하게.

하지만 쌍방 소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공공연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가 중학생, 14살이라는 것.

종종 목격담이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목격담은 우연의 이미지에 한몫 더했다.

글의 내용 80%는 그의 외모에 대한 것이었고 20%는 그의 친절에 대한 것이었으니까.

특이한 게 있다면 모든 글에는 항상 귀엽다는 말이 빠지지 않고 있다는 것 정도.

그렇게 사람들이 우연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그의 모든 것을 궁금해하기 시작할 무렵

작성자: 우연

내용: 저 교복 모델하면 어떨 거 같아요?

(사진)

좋아요 61.2만개 댓글 30.1만개

: 교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 내 이상형.

: 형이 입으니까 핏 완전 대박인데요!

: 내년에 교복 사야 되는데 거기서 사야겠다.

: 이건 못 참지 ㄹㅇㅋㅋ

올라온 게시글은 다시 한번 우연의 페룩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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