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chapter 34. 피시방 데이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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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도 서울 예고 합격했다면서요? 호호 너무 축하해요~”
“노아 예고에 수석 입학한 우연이만 하겠어요~ 저도 참한 아들 한 명 낳고 싶었는데.”
“아이, 송이도 있는데 그런 말씀 마셔요. 송이도 늠름하니 걱정 하나 안 들게 생겼는걸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소리가 테이블 사이를 오갔다.
‘탈주하고 싶다.’
정작 이 장소를 탈출하고 싶은 건 나뿐인 건가 싶어 샐러드를 입안에 넣고 씹고 있었는데 옆에서 새하얀 손이 방울토마토가 든 접시를 내게 내밀고 있었다.
‘아, 너도 있었지?’
새하얀 손의 주인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니 머리를 하나로 묶은 송이가 보였다.
샐러드를 먹는 나와는 달리 송이는 고기를 입안에 넣고 있었고.
맛있겠다.
“ㅇ, 왜, 왜?”
“아니 그냥 맛있어 보여서 그냥 쳐다보고 있었는데.”
“...... 그래? 그러면 너도 한 입 줄까?”
송이가 먹고 있는 스테이크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런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송이는 쥐꼬리만한 스테이크를 자른 조각 중 가장 큰 조각을 포크로 찍으면서 내게 말했다.
당장 다음 주면 오디션이 있어서 관리한답시고 식단 조절하고 있는데......
‘한 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포크에 찍힌 스테이크 조각을 바라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먹을까, 말까 내적 갈등을 오지게 하고 있던 도중
“아, 안 먹을 거면 말고!”
“와앙. 마시따.”
스테이크를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 송이의 손을 붙잡고 내 쪽으로 잡아당겨서 그대로 스테이크를 입안에 넣어버렸다.
‘살살 녹네.’
조각이 봤던 것보다 더 큰 것인지 입안은 스테이크 한 조각으로 꽉 찼고, 씹기 시작하자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잠깐이었지만 좋았다.’
입맛을 다시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참았다.
원래 같았으면 이런 레스토랑을 오지도 않았을 텐데. 송이네 부모님들과 친해서 함께 둘 다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만나기로 한 자리를 빠질 수가 없었다.
“그럼 소, 손 좀 놔줄래?”
“아 미안.”
스테이크를 음미하는 동안 포크를 쥔 송이의 손을 나도 모르게 계속 붙잡고 있었다.
손을 놔주자 송이는 다시 스테이크가 있는 접시로 포크를 가져가서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렇게 먹고 싶었나.’
어차피 샐러드는 이미 다 먹은 상태였기에 나는 입가심으로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신수가 훤해졌네.’
졸업식 때도 잠깐 느끼긴 했었지만 그로부터 한 번도 보지 않았으니 아마 한 달하고도 조금 넘게 지나고 나서야 보는 송이였다.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약간 살이 좀 빠진 거 같고, 화장도 살짝 한 게 송이의 얼굴과 잘 어울리는 화장이었다.
그리고 머리를 기른 게 아무래도 신의 한 수.
소속사에서 기르라고 시킨 건지 모르겠지만 송이가 움직일 때마다 검은 머리칼이 같이 살랑거렸다.
‘저 얼굴이랑 저 몸매 가지고 배우라도 한다고 해서 다행인 건가?’
일반인으로 살기에는 아까운 것들이긴 했다. 특히 송이는 다른 여자애들에 비해서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발육을 자랑했었으니까.
그렇게 송이를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부모님의 말들이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이 봐도 송이 참 멋있어졌지? 흐음.”
“저희 때문에 애들끼리 편하게 못 있나 봐요. 호호 송이야, 식사 끝나고 우리는 우리끼리 카페라도 갈 테니까 너희는 너희끼리 놀렴.”
그렇게 말하며 송이 아빠가 윙크를 했다.
‘다윤이 안 와서 망정이지.’
다윤은 이제 고3이라면서 친구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아마 다윤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어림도 없다고, 자기도 같이 다닐 거라며 노발대발을 했겠지만 다행히도 자리에 없었다.
아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으음, 그러면 얼추 이제 다 먹었으니까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그러도록 하죠. 너희들도 배부르게 먹었지?”
“네!”
“네에......”
물론 방울토마토를 배부르게 먹었다.
계산대 앞에서 어머니들끼리 서로 계산하겠다며 실랑이를 했지만 내가 ‘수석’ 입학을 했으니 자기가 사겠다는 우리 어머니에 송이네 어머니가 밀렸다.
‘돈 꽤 쓰셨겠네.“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으니 그래도 가격이 꽤 나왔을 게 분명했다.
가게를 빠져나오자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할 생각인지 송이네 아버지가 송이한테 카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우연이랑 데이트 잘하고 와~ 돈 부족하면 카드 쓰고.”
“나도 돈 있거든!”
“헤에. 우연이도 사주려면 좀 부족하지 않아?”
“......”
송이가 툴툴거리면서 말했으나 이어진 말에 나를 힐끔 쳐다보니 카드를 받아들었다.
’아니 나도 돈 있는데?‘
어쩌다가 내 몫까지 사준다는 전제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송이보다는 내가 돈이 더 많을 거 같은데.
“아들. 조심해서 적당히 놀고 와야 한다. 늦게 오는 건 더더욱 안 되는 일이고.”
“네.”
그렇게 어른들은 따로 커피라도 마시러 가는지 다른 곳으로 향했고 나는 멀뚱히 서 있는 송이를 보며 말했다.
“우리도 가자.”
“...... 어딜?”
점심을 먹고 난 오후 3시.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남녀 둘이서 같이 놀러 갈 곳이야 한곳밖에 없지 않나.
“피시방 가자.”
“뭐?”
눈에 동공 지진이 일어난 송이의 손목을 잡고 피시방을 찾아 거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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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이바알!!! 제발 게임 좀 제대로 하라고! 이 판 지면 강등인데!”
“야발 핵쟁이 새끼...... 대체 얼마나 더 신고를 쳐넣어야 사라지는 거야.”
“후르릅. 후릅. 아 또 떨어졌네? 역시 이제 그만 손절 쳐야 하나.”
건물 2층 삼식 피시방.
밖에 있는 배너 입간판을 보고 꽤 괜찮은 곳인 거 같아 들어오니 넓은 피시방에 사람이 꽤 많이 차 있었다.
’다른 곳 가기도 귀찮은데.‘
여자 목소리로 가득 찬 피시방.
“지금이라도 다른 곳 갈까? 우리도 그냥 카페 같은 곳 가서 수다 떨어도 되는데.”
“아냐. 너도 게임하지? 이왕 온 거 같이 그냥 게임이나 하자.”
“그, 그래도......”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송이를 데리고 키오스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말이라서 그런가 자리가 꽉 차 있네.‘
그래도 두 명 자리는 꽤 남아있었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송이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자리를 눈대중으로 스캔했고
’저기는 자리가 안 치워져 있고, 저기는 뒤에서 난리 치고 있네.‘
그렇게 몇몇 자리를 거르고 난 뒤 무난한 자리를 찾아 컴퓨터 전원을 켜고 앉았다.
“나 피시방 온 거 이번이 두 번째야.”
“...... 그래?”
“응. 애들이랑 다 같이 잠깐 한 번 왔었다가 그다음부턴 안 왔어.”
송이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가 풀어졌다.
애초에 집에 있는 컴퓨터 성능이 pc방 컴퓨터랑 비비는데 굳이 pc방을 올 필요가 없었으니까.
전생에 질병 게임을 10시간씩 돌리면서 게임에 미쳤었다 보니 이번 생에는 게임을 좀 멀리했다.
“그럼! 내가 알려줄게. 일단 여기 이거 회원가입 먼저 하고......”
“응.”
회원가입 하는 방법 정도야 당연히 알고 있는데.
내 컴퓨터 마우스를 잡고 회원가입 창을 띄워주면서 열심히 말하는 송이에 아무 말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회원가입을 했다.
“근데 너는 회원가입 안 해도 돼?”
“나는 이미 아이디가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송이네 집이 이 근처였다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아까 가려고 했던 피시방 한 곳에서 여긴 별로라며 가지 말자던 송이의 말이 오버랩 됐다.
’송이가 게임을 많이 했었나?‘
게임 애기를 한 번도 안 해서 몰랐던 사실 중 하나를 알아버린 기분이었다.
이제 시간을 충전해야 된다면서 자기가 내주겠다고 키오스크로 향하는 송이의 뒤를 쫓았고 가는 중간중간 욕설이 들리는 걸로 봐서 피시방은 남녀가 바뀌어도 똑같나 보다.
“몇 시간 할까?”
“두 시간 정도? 일단 해보고.”
“이리 와봐. 내가 이거 충전하는 거 알려줄...... 아니다 그냥 내가 할게. 아이디만 알려줘.”
옆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데 송이가 잠시 흠칫하더니 말을 얼버무렸다. 뭐 이미 알고 있어서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송이가 충전하는 동안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두 명 정도 생겼고 나는 슬쩍 옆으로 빠져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아 얼굴 따갑네.‘
핸드폰을 자리에 두고 와서 애써 딴청을 피우고 있자 충전을 다하고 온 송이가 다가왔다.
“이제 가서 로그인하면 돼!”
“응. 고마워.”
활짝 미소 짓자 송이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자리로 향하는 송이의 뒷모습을 보고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무슨 게임하지? 송이 너 하는 게임 뭐 있어?”
“으음......”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송이가 모니터에 있는 게임들을 보더니 이내 생각났다는 입을 열었다.
“우리 총 쏘는 게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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