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chapter 35. 피시방 데이트 (2)
* * *
“총 게임?”
“응. 그래도 나름 유명한데 배그라고 알아?”
“아. 뭔지 알아. 영상으로 몇 번 봤어.”
“그게 사실 유료 게임인데 피시방에서는 공짜로 할 수 있어.”
캐톡 아이디로 가입하면 되는 거라며 친히 내 쪽으로 몸을 붙여가면서 홈페이지 화면을 켜줬다.
FPS 게임 쪽이 취향인가.
FPS 게임류라면 나도 전생에 잠깐 해본 적 있었다. 하지만 내 피지컬은 그쪽으로는 발달이 안 되어 있어서 포기했었는데......
‘아 몰라 처음 하는데 좀 못할 수도 있지.’
캐리를 할 의지는커녕 버스를 탈 생각만 가득했다.
간단한 회원가입과 핸드폰 번호 인증을 마치자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고 옆을 보니 송이는 이미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옷 중에 바니걸이 있었던 거 같은데,’
옷을 고르고 있는 송이의 화면을 보던 도중 스크롤 중에 바니걸 같은 복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내가 초대해줄게! 오른쪽에 수락 버튼 누르면 돼.”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
“모를까 봐 알려주는 거지 모를까 봐~”
피시방에 들어왔을 때 우물쭈물하던 기색은 어디로 가고 덩달아 신이 난 기색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캐릭터는 무조건 여캐지.’
습관적으로 선택한 여캐를 간단하게 커스터마이징하고 들어가자 바로 게임 초대가 도착했다.
수락 버튼을 누르자 로비에는 짧은 반바지에 목폴라를 입은 덩치 좋은 남성이 등장했고
<매치 메이킹="" 00:03=""/>
게임을 잡은 지 3초 만에 게임이 잡혔다.
그리고 게임에 들어가자 다시 뜨는 40초.
“자 봐봐. 여기 WASD로 움직이는 거고 스페이스는 점프, 쉬프트는 달리기야. 아이템 줍는 건......”
“아......”
“응? 왜 그래?”
송이가 내 키보드를 눌러가면서 설명을 하고 있어서 내 쪽으로 몸을 붙일 수밖에 없었는데, 앉아 있어서 특히 그 부위가 내 팔에 닿았다.
‘아니 이 정도면 파묻힌 거 아니야 내 오른팔?’
마우스를 잡고 있던 손목에 닿는 푹신한 감각에 자꾸만 정신이 다른 쪽으로 샜다.
어차피 대충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으니 설명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상관없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얼굴을 갸웃거리는 애한테 내가 뭘 말하겠냐,
“아냐 아무것도.”
“비행기는 F 누르면 내려지니까 내려서 아무 집이나 들어가면 내가 따라갈게.”
“알겠어.”
헤드셋으로 들리는 얇은 미성에 귀가 간질거렸다.
‘평소에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은 안 했었는데.’
이렇게 목소리만 들으니까 새삼 목소리가 좋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 그런 건 신경 밖이었으니.
FPS 게임을 몇 번 해봐서 조작키나 하는 법읕 다 알았지만 뭔가 하는 폼이 어색했다. 그야 몇십 년도 전에 해봤었으니까.
“이거 먹어. 아이템 사용은 TAB 누르고 마우스로 우클릭하면 돼.”
“응 고마워.”
“...... 아냐 이런 걸로 뭐!”
고맙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목소리에 흥이 잔뜩 들어가 있다.
안 봐도 어깨가 으쓱거리고 있을 게 눈에 훤해서 작게 웃었다.
내릴 때 다른 사람이 내리는 건 보지 못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파밍이 다 끝나고 돌아다니기 시작할 때도 사람 한 명을 못 마주쳤다.
“자기장 운 개좋네. 우연아 사람 보면 말해.”
“응.”
“아오, 총은 왜 자꾸 쓰레기들만 주는 거야.”
슬슬 봉인이 풀리는 건가.
투덜거리면서 말하는 폼이 평소에 나를 대할 때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어느덧 자기장 2페이지.
첫판이라 운이 좋은지 자기장 2페이지가 되도록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생존자 수는 절반 이상 줄어있었고 우리는 고지대에 있는 바위를 중심으로 주위를 살폈다.
‘N 방향에 저거 사람인 거 같은데.’
6배율 스코프가 달린 총으로 조준을 하니 사람이 뛰어 들어오는 게 보였다.
과연 쏘면 맞을까?
“송이야 여기 사람 있어. N 방향”
“확인.”
브리핑하자 곧장 내 옆으로 와서 송이도 같은 곳을 보고 조준했다.
움직이고 있는 사람의 궤적을 따라 스코프도 같이 움직였다. 총 한 번은 쏴보고 싶은데.
사람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송이는 쏠 생각이 없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탕ㅡ.
[당신의 Kar98k을(를) 사용한 헤드샷으로 min917이(가) 기절했습니다]
“이게 맞네.”
“뭐야 이우연! 처음이라더니 카구팔 킬 뭔데!!”
“어...... 그냥 쏘니까 맞던데.”
그냥 모르는 척 쏴버렸는데 적이 맞아버렸다.
하지만 거리가 꽤 있어서 그런지 살리는 것 같고.
송이는 살짝 놀랐는지 내게 몇 마디를 더 건네다 이내 자기도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일부러 소극적인 플레이를 한 것인지
[songS2yeon의 SLR(으)로 인해 junny1이(가) 기절했습니다]
[songS2yeon의 SLR(으)로 인해 gPflsl이(가) 사망했습니다]
[songS2yeon가 마침내 junny1을(를) 살해했습니다.]
[songS2yeon의 SLR(으)로 인해 qwer909이(가) 기절했습니다]
무수한 킬로그가 도배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송이 파이팅. 다 잡아줘.”
“나만 믿어.”
“응 너만 믿을게.”
“어? 어......”
갑자기 왜 수줍어하는 건데.
아무튼 송이의 학살극으로 인해 주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았다. 몇 킬이나 했으려나.
내가 처음으로 기절시킨 애는 역시나 살아났는지 킬이 들어오지 않아 나는 0킬 그대로였다.
자기장이 또다시 줄어들고 남은 생존자는 단 15명.
그때 한쪽에서 교전이 벌어졌는지 총소리가 미친 듯이 나기 시작했다,
“우연아 내 뒤로 쫓아와.”
“응.”
그 타이밍에 맞춰서 우리는 자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도중에도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나기 시작하며 생존자 수는 8명으로 줄었고.
‘우리 제외하면 6명?’
첫판 치킨 먹는 건가. 아니 설레발치지 말자.
긴장감에 모니터로 얼굴을 더 가까이하면서 주변에 적이 있는지 없는지 살폈다.
[songS2yeon의 M416(으)로 인해 dokkju이(가) 기절했습니다]
[songS2yeon의 수류탄(으)로 인해 alado이(가) 사망했습니다]
[songS2yeon이 마침내 dokkju이(가) 살해했습니다]
‘아 깜짝아.’
옆에서 아무 말도 없이 총을 쏘는 바람에 소리 없이 놀랐다.
하지만 놀란 티가 나지 않아서 조용히 넘어가자 싶었는데, 송이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거 두 명 남은 거 아까 저기서 총소리 들려서 저기 있는 거 같거든? 내가 죽이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자기장은 우리가 자리 잡고 있었던 바위가 정중앙으로 잡혔다.
남은 사람은 총 4명. 아마 송이와 나를 제외하면 두 명이 남은 상황.
송이가 보러 간 쪽은 이쪽으로 들어와야 하는 입장이었다.
‘어, 저기 엎드려 있는데?’
사람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사람이 맞았다.
“송이야 저기 엎드려 있는데? W 방향에.”
“뭐? 어디?”
“으음......”
뭐라고 설명을 해줘야 될지 모르겠네.
그러던 도중 내 허리춤에 달려있던 동그란 물체가 보였다. 아, 수류탄으로 까서 알려줘야겠다.
‘여기도 수류탄 까는 건 R인가?’
수류탄을 손에 들고 마우스를 눌러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갈 경로를 보고 있었던 찰나.
“아 찾았다.”
[songS2yeon의 M416(으)로 인해 namjarSR이(가) 사망했습니다.]
내가 수류탄의 핀을 뽑음과 동시에 송이가 엎드려 있던 녀석을 찾았는지 죽여버렸다.
“다른 한 ㅁ......”
“악!”
우두두두두ㅡ
털썩.
내 캐릭터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총알이 몸에 다 박혔는지 눈 깜짝할 새에 피통은 빨간색으로 변해버렸고,
“거기 있구나. 잠깐만 기다려 내가 죽여줄게.”
발소리를 못 들었던 것인지 나를 죽인 적은 기절해 있는 내 바로 옆으로 왔다.
‘이걸 못 들었네.’
그리고 1초, 2초가 흐르자
펑ㅡ
[당신의 수류탄에 의해 당신(이)가 사망했습니다]
[yeon_11의 수류탄(으)로 인해 SRgannbab이(가) 사망했습니다]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헐.”
“어......”
수류탄이 터짐과 동시에 치킨이라는 문구가 떴다.
우리 사이에는 정적이 약 3간 흘렀고 눈을 깜빡거리면서 3초가 지나자 옆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박 우리 치킨 먹었어! 이우연 너 왜 이렇게 잘해!”
“네가 다 했는데 뭐, 너 진짜 완전 잘 쏘던데!”
첫판 치킨. 1등이라는 쾌감에 둘 다 흥분했는지 우리는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고
와락ㅡ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앞으로도 나랑 같이 배그 하자 알겠지? 아 진짜 나랑만 해야 돼.”
손목에 닿았던 감촉이 가슴에서 느껴졌다.
‘이거 뭔데 벗어나고 싶지가 않냐......’
나는 안긴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내가 키가 더 커서 안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슬그머니 손을 송이의 등으로 옮겨 토닥이면서 말했다.
“응. 앞으로도 너랑 할 테니까 꼭 다시 치킨 먹여줘야 한다?”
그렇게 말하자 송이는 내 목을 세게 끌어안았다.
어, 근데 이러는 거 주변에 좀 민폐인 거 같기도 하고.
아무렴 어때. 우리는 그 후로 3판을 광탈한 뒤 피시방을 빠져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