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chapter 41. 악플에 대응하는 방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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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람들한테 알리는 게 좋겠지.”
원래 이런 일은 공론화를 빨리 시키면 시킬수록 좋았다. 적어도 내가 이만큼 힘들고,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니까.
‘아웃스타그램이랑 페룩.’
각각 190만, 12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SNS 계정.
하지만 공론화를 시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에이전시 데마시아에 연락을 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
에이전시와 계약한 이상 나는 혼자가 아니고, 이번 사안도 혼자 행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미지 타격이라는 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으니까.’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인 모델에게는 특히 더 그랬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실장에게 캐톡으로 댓글과 개인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 실장님, 퇴근 시간인데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ㅠㅠ 제가 최근 들어 받고 있는 개인 메시지들인데, 더 이상 참기에 너무 힘들어서 연락드립니다......
화가 났을 뿐 그렇게 힘들진 않았지만 이런 조미료들은 팍팍 첨가해주는 게 제맛이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혹시 이런 거 고소 가능할까요?’라는 말을 넣으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고소가 되냐 안 되냐의 여부야 당연히 ‘된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는 걸 알지만.
캐톡ㅡ
실장님: 우연 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미리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SNS에 우연 군 심경 고백하는 글이야 당연히 적어도 되구요, 고소 관련해서는 저희 법무팀 연결해서 도움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전달해서 고소 절차 밟을까요?
어느 회사에나 법무팀은 있기에 이런 대답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었다.
‘처음부터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한 대 맞고 가만히 있으면 또 때린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때릴 수는 없으니 어쩌겠나 경찰 불러야지.
부모님이 알면 걱정하실 걸 알기에 되도록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고소 진행을 하면 자연스럽게 알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실장에게 답장을 보냈다.
: 네에, 그렇게 해주세요......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질 거 같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실장님.
그러자 실장이 내일 회사에 오면 법무팀을 먼저 만나자고 말했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
목을 좌우로 돌리며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다시 아웃스타그램으로 들어갔다.
다 읽어보지도 않았었지만 그동안 왔었던 악성 메시지들과 댓글들을 손수 하나씩 캡쳐해 갔다.
실장에게는 제일 심각한 한 명한테 온 걸 보냈지만, 공론화시킬 글에는 여러 명이 보낸 걸 추가할 생각이니
그렇게 사진을 하나씩 전부 첨부하는 작업이 끝나자 나는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작성자: 우연
내용: 안녕하세요, 모델 이우연입니다.
먼저 저를 항상 좋게 봐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를 밝히자면, 다름이 아니라 저를 안 좋게 보시는 분들 때문인데요.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많은 분들이 주시는 호의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의 악의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호의가 아니라 악의에 제가 무너지고, 힘들어하고 있더라고요.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이 많았지만 먼저 저는 17살이고 가장 거론이 많이 된 ‘성형’은 일절 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거 사진도 가지고 올 수 있어요.
그간 저에게 악플을 다셨던 분들, 지속적으로 악의가 담긴 메시지를 보내셨던 분들은 에이전시 법무팀이 저를 도와주시기로 하셔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법적 절차를 밟는 제 심정도 좋지 않네요, 다만 선처는 없을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고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저를 보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로도 벅찹니다.
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 전부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이만 줄일게요! 다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후. 이 정도면 됐겠지?”
요리보고 조리봐도 문제 될 부분은 없어 보였다.
맞춤법 검사기를 한 번 돌리고 나서야 나는 올리기 버튼을 눌렀고 아웃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그대로 복붙해서 페룩에도 똑같이 올렸다.
올라가기가 무섭게 늘어나는 좋아요 수와 댓글.
페룩에서도 같은 글에 화나요부터 슬퍼요까지 다양한 느낌이 달리기 시작했다.
‘으으, 이제 잘까?’
한시름 덜어내자 이거에만 목을 매고 있어서 그런지 시계는 벌써 10시를 향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서 그런지 피곤함은 배가 되어 있었고 하루 동안 소모한 정신력도 만만치 않았고.
‘그러고 보니 잡지 나왔다고 했는데.’
데일 매거진에서 촬영한 패션 잡지 3월호가 나왔을 텐데 아직 도착하지 않을 걸로 보아 내일 중으로 올 듯싶었다.
악플에 대한 심경 고백 글을 올리고 나서 바로 다음에 올린다는 글이 잡지 홍보?
이건 좀 고민해 봐야 할 문제긴 하네.
일단 내일 가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부모님한테도 내일 고소 관련해서 얘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그러면 이제 씻으러 갈까~”
쾅ㅡ
핸드폰을 던져두고 수건을 들자마자 방문이 거세게 열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 다윤이 서 있었고.
“응.”
“너어...... 진짜 이거 뭔데!!”
내일 가서 얘기하기는 개뿔.
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확인한 다윤에 나는 거실에 있던 가족들을 한데 모아 장장 11시 30분까지 씻지도 못하고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뭐지, 왜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기가 빨린 거 같지.
그대로 나는 씻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곯아떨어졌다.
****
우연의 글이 올라가고 난 후, SNS에서는 엄청난 파급력이 일었다.
작성자; 우연
내용: 안녕하세요, 모델 이우연입니다......
좋아요 99.1만개 댓글 51만개
: 와 저게 17살한테 할 말이냐? 양심 뒤진 듯
: 야발 요즘은 성형에도 저런 얼굴 안 나와ㅋㅋㅋ
: 진짜 역겹다. 어떻게 저런 말들을 하지 그것도 어린애한테. 모델이라고 저런 말 듣고 참았을 우연이 생각하니까 마음이 찢어진다 ㅠㅠ......
: 싹 다 잡아서 고소미 먹여버려야 함. 선처? 그게 뭔데 시발
: 근데 저거 메시지 보낸 년 신상 털렸는데? (링크)
다른 SNS 페이지나 이슈를 다루는 곳에서도 이러한 글들을 퍼가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덕분의 우연의 팔로워 수는 정체되어 있던 190만에서 200만을 돌파했다.
제목: 요즘 인생 좆된 애들 왜 이렇게 많냐~
내용: 17살한테 쌍욕 박고 법원 가는 인생ㅋㅋㅋㅋ
제목: 우연이 초등학교 동창인데 완전 똑같이 생김.
내용: 성형? 그게 뭐죠? (사진) 이 친구 인생에 굴욕이란 없음.
제목: 요즘 핫한 남자 모델
내용: (사진) (사진) (사진) 이름 이우연 17살~^^ 야발......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이름과 사진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우연을 몰랐던 이들도 차츰 우연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새로운 화두가 있었으니
제목: 파워블로거였던 ‘연’이랑 모델 ‘우연’
내용: (사진) (사진) 줄 친 거 보면 비슷한 부분인데 입장문 보면 빼박 동일인물임. 연에 대해서 알려진 건 없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됨? 약간 물증은 없는데 심증이 넘쳐 흘러.
그리고 연의 질풍노도의 시기=우연 중2 이렇게 보면 완전 딱 맞음
댓글
: 야 솔직히 ㅈㄴ 비슷하다 인정ㅋㅋㅋㅋㅋ
: 이건 해명해줘...... 또 나만 진심이었던 거야......?
: 하 눈에 콩깍지 씌었나 ㄹㅇ 동일인물 같음ㅋㅋ
: 근데 우연 진짜 개예쁜데 그런 애가 연처럼 생각한다고? 세상 혼자 사냐 시불.... 부족한 게 뭐야.
ㄴ 여자친구 없던데.
ㄴ ? 있는데?
ㄴ ???? 있다고?
ㄴ 응ㅎ 나야ㅎ.
ㄴ 아가리 해라
모델 우연과 블로거 연이 동일인물이 아니냐는 글이었다.
이 모든 걸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에이전시 데마시아에서는 다음날 우연이 표지 모델로 발간된 패션 잡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결과는 대박을 쳤다.
블로거 연과의 동일인물이냐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충분한 이슈가 되어 있던 상황에 숟가락 얹기.
제목: 데일 패션잡지 워매 시벌거 이게 뭐여?
내용: 미용실에서 처음 봤는데 표지부터 다른 패션 잡지 압살해버리는데?ㅋㅋㅋ 아 나도 하나 소장하고 싶어서 질러버렸다.....
제목: 미쳤다파쳤다솔쳤다 이게 머선129
내용: 우연이 모델 소속사 들어간 건 알았는데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활동하는 건 반칙이지 아ㅋㅋ 딱 대^^
제목: 이거 누구임?
내용: (사진) ㅈㄱㄴ.
댓글
: 이거 그 뭐냐 걔 뭐냐 걔 있잖아
ㄴ 그게 누군데 씹덕아
ㄴ 이우연 ㅇㅇ
ㄴ 걔가 누군데?
ㄴ 모르겠으면 검색하셈 ㅇㅇ
그렇게 악플에 대한 대응은 성장으로서의 발판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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