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58화 (58/137)

〈 58화 〉 chapter 57. 아웃스타그램 라이브

* * *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아웃스타그램 앱을 다시 껐다가 켰다. 그러자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기 전 상태인 프로필과 피드가 보였다.

‘그냥 라이브 방송 시작하기만 누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머리를 긁적였다. 한 거라곤 그냥 화면 터치 몇 번 한 거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라이브를 터치하자

“어 뭐야.”

­ ㅎㅇㅎㅇ!!!!

­ 이제 초근접샷은 물 건너간 건가.... 잠깐이지만 그래도 좋았다.

­ 형 너무 예쁘세요 ㅠㅠㅠㅠ 개예쁨.

­ 화장 안 지웠어요?

라이브가 켜져 있었나 보다. 이건 또 예상 못 했는데.

화면에 내 얼굴이 너무 부담스럽게 비춰서 몸을 슬금슬금 뒤로 뺐다.

그러자 화면에 적절하게 나왔고, 그 옆에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과 계속 솟아나는 하트가 있었다.

‘근데 채팅이 잘 안 보이네.’

쓰읍, 다시 고개를 약간 숙이며 채팅이 잘 보이게끔 한 뒤에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우연입니다. 라이브 방송으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 앞으로 매일 해줘

­ 형 아이라이너 어디 거 쓰세요???

“시간 날 때마다 종종 라이브를 한 번씩 켤게요. 그리고 메이크업 관련해서 물어보시는 건 제가 샵에서 받아서 음, 특정 제품을 소개해 드리기에는 어려울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슬쩍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헤이미시 아이라이너를 잠깐 화면에 비추고 숨겼다. 광고주님 보고 계신가요.

개인적으로 사둔 건 몇 개 있긴 했었지만, 그마저도 쓴 적이 거의 없다. 나갈 때도 항상 연하게 하고 다니고 화장을 하는 건

‘귀찮아.’

매우 귀찮으니까.

필요에 의하지 않으면 하기도 귀찮고 지우기도 귀찮은 게 화장이었다.

“오늘은 회사 홈페이지에 실릴 프로필 사진 촬영하고 왔어요.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메이크업 상태 그대로 왔고, 음 샤워를 못 한 게 좀 찝찝하달까?”

­ 샤워?? 샤워하고 나온 이우연???

­ 당장 샤워하고 오죠. 저는 밤새도록 기다릴 수 있어요.

­ I LOVE YOU!!!

“딱히 준비한 건 없는데, 혹시 저한테 궁금한 거 있으세요? 물어보시면 답해드릴게요.”

­ 오팬무?

­ 좋아하는 음식이랑 싫어하는 음식!!

­ 키랑 몸무게 몇이에요??

­ 여자친구 있음?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들을 눈으로 훑었다.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어 꽤 좋았다. 몇 개 무시해야 할 채팅들도 보이긴 했지만.

딱히 얘기할 주제를 가져온 것도 아니어서 오늘은 올라오는 채팅을 읽으며 소통할 생각이었다.

“어,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이고 싫어하는 음식은...... 파프리카? 피망? 사실 가리지 않고 다 잘 먹긴 해요, 다른 의미로 못 먹어서 그렇지.”

학교 급식을 먹은 것도 잠시였다. 식단을 위해 급식을 먹지 않고 따로 음식을 싸간지도 꽤 됐다.

근래 샌드위치랑 삶은 계란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젠 조금 질릴 정도랄까. 아무래도 고구마랑 과일들을 빨리 사야겠다.

“키는 고등학교 들어오면서 딱 180이 됐더라고요. 음 몸무게는...... 말하면 안 될 거 같은데.”

말끝을 흐리면서 카메라를 힐끗 쳐다봤다.

몸무게는 매일 쟀지만 오늘 아침, 실장님이 유지하라고 했었던 몸무게보다 2kg 더 나가는 걸 확인했다,

그렇게 넘어가나 싶었더니 채팅창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 남자한테 몸무게 물어보는 거 아님 ㅡㅡ

­ 뚱뚱한 것도 아니고 말랐는데 말해줘도 상관없지 않나?

­ 진짜 뼈밖에 없어요 형 ㅠㅠ 밥 먹고 다니는 거 맞죠?

­ 근데 얼마 나갈지는 궁금하잖아 ㅋㅋㅋㅋ

­ 아 묻지 말라고!!!! 넘어가 그냥!!!

다른 소리를 하고 있는 채팅이나 외국인 채팅을 제외하고선 알려 줄 수도 있지 않냐와 그런 걸 왜 물어보냐고 하는 채팅이 서로 올라오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과열된 거 같네 이거.

“싸우지 마세요! 음, 알려드릴 수는 있어요. 그냥 제 몸무게가 쪼끔 더 나가서 말하기를 망설였을 뿐이지...... 실장님이 안 보시길 바라야겠네요.”

채팅을 읽는 것도 버거워서 누가 보냈는지는 당연히 볼 수 없었다.

잠깐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재봤을 때 보니까 57kg 정도 나가더라고요,”

­ 180 57?????????

­ 와 진짜 대박이다. 다이어트 자극ㅋㅋㅋㅋ

­ 형 같은 몸매 가지면 소원이 없겠네요 ㅠㅠ

­ 한 대 치면 부러질 거 같아요.

“다들 진정해요! 채팅 지금 너무 빨라서 못 읽겠어요.”

­ 앞으로 빠르게 읽는 거 연습하죠.

­ 이거보다 더 느려질 일은 없을 듯?

­ 우연아 누나랑 만날래?

그럼에도 변함없는 채팅 속도에 나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자 채팅창에서는 다시 웃는 게 예쁘다는 말로 가득 찼고.

내 행동, 내 말 한마디에 이렇게 반응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게 신기했다.

‘막상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니까.’

벌써 2시간이 지났다. 하기 직전에는 그렇게 귀찮았는데 역시 하면 또 재밌었다. 아무도 없는 자취방이지만 라이브 방송 하나로 사람이 꽉 찬 기분이 들었다.

질문의 답변을 하다가도 결국 의식의 흐름에 맡겨 흘러갔다. 게임을 한 썰, 학교에서 차석을 하게 된 썰.

말실수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했다. 재밌는 이야기를 할 때는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거 자체만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2시간 순삭이네요. 저 이제 눈이 감길 거 같아요. 얼른 씻고 자야 할 듯?”

­ ㅋㅋㅋ 귀여워

­ 커엽네

­ 샤워하고 자기 전까지 한 번만 더 켜죠

­ 가지마! 안 돼! 못 놔줘!

처음과는 다르게 적응을 했는지 채팅창이 잘 읽혔다. 눈을 비비는 척하면서 꿈뻑꿈뻑거리며 카메라를 응시했고, 채팅을 슬쩍 읽은 나는 슬슬 라이브를 끌 타이밍을 쟀다.

“다들 좋은 밤, 내 꿈 꿔요, 오늘 아웃스타그램 라이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사는 웃으면서 하자는 생각으로 싱긋 웃으며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라이브가 종료됐다는 문구가 떴고 혹시 몰라 다시 라이브를 클릭하니 시작하겠냐는 문구가 떴다.

“으아 이제 씻으러 가야겠다.”

아직 씻지도 않았다는 상태를 자각하게 되자 귀찮음이 몰려왔다. 갑자기 피곤에 훅하고 다가온 느낌.

화장을 안 지우고 자면 큰일 나기에 나는 옷을 챙겨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흐흥, 흐흐흥.”

기분 좋은 밤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샤워하고, 머리를 대충 말린 뒤 침대로 몸을 던졌다.

누워서 SNS를 염탐해보니 꽤 괜찮은 반응을 확인하고 만족한 채로 잠에 들 수 있었다.

‘이게 팬이라는 건가.’

전생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인기였다.

이 인기가, 부디 식지 않길 바랐다.

****

[우연 첫 라이브 방송]

라이브 방송 몇 분 전부터 대기 타고 있었는데 딱 8시 정각에 방송 켜지더라. 방송 켜지자마자 한 5만 명은 들어온 거 같은데 최고시청 10만 명 잠깐 찍고 내려옴 ㄷㄷ

간단한 질의응답? 같은 거 해줬는데 그동안 1도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음. 개인적으로 우연이 이미지도 그렇고 생긴 걸로 봤을 때 신비주의 컨셉 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응 아니야~ 예의+댕청미+귀여움+커여움+예쁨

누가 영상 올리긴 하겠지만 되게 독특하고 새로웠음.

근데 팔로워 많은 건 ㄹㅇ이긴 했는데 이 정도면 그냥 웬만한 남돌 씹어먹는 듯ㅋㅋㅋㅋ

추천 7002개 댓글 4033개

: 오늘 화력 지리더라

┖ ㅋㅋㅋㅋㅋ 사실 다들 아닌 척하고 있던 거임~

: 우리 팬 이름은 없냐?

┖ ㄷㄷ 무슨 팬 이름씩이나; 근데 괜찮은데?;;

: 팔로우 해놓고 사진 올라오는 것만 보다가 라이브 방송 알림 뜨길래 들어가 봤더니 헤어나올 수가 없다ㅋ

┖ ㅎㅇ. 신입이네

┖ 성격이랑 말투가 한몫하는 듯.

┖ 이게 바로 갭모에?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라방 Q&A 정리]

Q.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A. 좋아하는 건 치킨, 싫어하는 건 파프리카 피망.

Q. 키 몸무게

A. 180cm 57kg

Q. 하는 게임

A. 배그 친구랑 딱 한 번 해봄

Q. 취미

A. 사진 찍기, 옷 고르기, 떡볶이 먹기(?)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바빠서 못했다고 함. 방학이라 다른 거 해볼 의향 있음.

Q.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나.

A.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을 평소에 잘 못 듣는데 SNS에서 많은 분들이 예쁘다, 예쁘다 해주셔서 곱게 자라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를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는 바람이랄까.

마지막은 질문은 우연이 답한 그대로임. 위에 있는 큰 틀 다섯 개가 질문이고 나머지는 관련 썰들이나 다른 썰들임. 이거는 뭐 다른 애가 알아서 정리해 주겠지.

정식 프로필은 이제 곧 올라올 거라는데 사실 웬만한 건 이미 다 알고 있어서 그건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음.

추천 10022개 댓글 5021개

: 어린데 말을 되게 예쁘게 해. 고1 같지 않달까?

┖ 약간 어휘력이 좋은 거 같음 ㅇㅇ. 뭔가 말을 잘함.

: 야 왜 나한테 사기 쳤냐. 잡지에서는 카리스마 뿜뿜 시크 철철 신비 과다였잖아. 근데 이 댕청한 애는 뭔데?

┖ 이게 맞나 싶긴 해

┖ 사실 이것 또한 컨셉 아닐까?

┖ ㅈㄹㄴ

: 근데 모델이면 앞으로 그냥 광고 모델 하는 거 제품 사고, 사진 올라오는 거 저장하고, 잡지 사는 거밖에 없냐. 앨범 같은 건?

┖ ㅇㅇ 앨범, 콘서트, 팬싸, 팬덤명, 방송 출현 그딴 거 없음.

┖ 방송 출현은 할 만하지 않나?

┖ 이미 모델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굳이?

┖ 어렵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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