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chapter 66.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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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얼굴만 예쁘면 뭐해 ㅋㅋㅋ]
인성이 제대로 박혀 있어야지. 아니라고 빼액거리는데 후속 보도 난 기사 보면 누가봐도 이우연인 거 알 수 있음.
예고 성적 조작 논란 글도 댓글 보면 글쓴이가 누군지 암시했고, 그거 보면 또 누가봐도 이우연임.
원래 얼굴값 하는 애들 많잖아ㅇㅇ 그냥 인정하기 싫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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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전부 다 증거는 없지 않나?
┖ 기사 난 거는 패션쇼 관계자한테 직접 인터뷰 따고 보도 난거고, 두 번째는 학교 인증함.
┖ 증거 타령 지겹지도 않냐ㅋㅋㅋㅋ
┖ 일단 중립기어.
: 얼굴값 한다는 거ㅋㅋㅋ ㄹㅇ 인정할 수밖에 없음.
┖ 이미지 관리하는 거 ㅈㄴ 쉽다 진짜.
┖ 원래 이런 건 한 번 들통나면 끝임.
: 근데 진짜 개에바긴 하네ㅠ 스탭이라고 무시하는 거 진짜 ㅈ같은데.
┖ 그런 스탭이 있어서 자기들이 있을 수 있는 거임.
┖ 꼴 보기 싫다 그냥 이제.
[예고 성적 논란 기사까지 났네]
애초에 학교 빠지면서 실기 만점이라는 게......ㅋㅋㅋ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냥 얼굴에서부터가 성격 더러운데 주변에서 우쭈쭈해주는 게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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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봐버렸다.
덕분에 잠기운에 비몽사몽하던 정신이 단번에 차려졌다.
‘많이도 와 있네.’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뜨고 아웃스타그램에 들어갔다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개인 메시지 목록을 훑었다.
하지만 미리 보기로만 봐도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부터 비난과 원망이 섞여 있는 메시지들.
곧장 핸드폰을 꺼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 게 잊혀지는 건 아니었다.
“입맛이 없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그저 하루아침에 세상이,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게 너무나도 여전해서.
이렇게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말이다.
이틀간 잠을 자면 막상 잘 자긴 했지만, 자기 전에는 항상 뒤척이면서 잡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잠을 청했고.
원래 여론이라는 게 그렇다. 물타기가 심하고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알고 싶은 것만 알게 되니 이런 사달이 나는 것쯤이야 뭐어렵지 않으니까.
“그래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긴 했어.”
찬물을 마시자 몸에 찬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잠깐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잘못한 점은 없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과 어제만 해도 에이전시 사람들로부터 몇 차례 전화가 왔었다. 실장도 그렇고 매니저도 그렇고.
특히 예진은 작금의 상황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는지 수화 너머로부터 그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지만, 그러면서도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차피 오늘 캐스팅 팀장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으니 그때 가서 더 자세하게 말하겠다고 실장에게도 얘기했고.
‘잘못한 게 없는 건 아니지.’
나는 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큰 잘못이냐 하면 또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의 행동이 그들에게 여지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논란의 여지.
내 뜻대로 안 되고, 내 이상과는 다르기에 했었던 대처들. 그 모든 것들이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준비나 해야지.’
아무튼 간에 일은 벌어졌고 결국 에이전시로 가 그 일을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옷도 제일 깔끔한 디자인으로 골라 입었고
11시쯤 되자 예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내려오면 돼.”
“네. 지금 내려갈게요!”
먹던 우유를 싱크대에 넣어두고 집을 나섰다.
‘춥네.’
이제 정말 겨울의 계절이다. 찬 공기가 폐부에 가득 차는 게 아무래도 핫팩을 손에 달고 살아야 할 시기가 돌아왔나 보다.
“좋은 아침이에요.”
“...... 좋은 아침. 이거 너 먹으라고 한 번 사봤는데 한번 먹어봐.”
웃으면서 차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잠시 나를 살피는 듯한 기색의 예진이 주머니에서 젤리 봉지를 하나 꺼내 건넸다.
‘이거 저번에 한 번 먹어봤었는데.’
새로 나왔다고 해서 먹어본 건데 맛이 없어서 그 이후론 한 번도 안 먹었다.
하지만 나는 예진에게 젤리를 건네받으면서 고맙다고 말한 뒤 아무렇게 않게 봉지를 까 젤리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러자 달달함도, 상큼함도 없는 오로지 질겅질겅 씹히는 젤리의 촉감이 느껴졌고.
“고마워요.”
“아냐. 빨리 회사로 가자.”
내가 먹는 걸 지켜보고 있던 예진이 이내 출발했다.
표정이 한결 편해진 예진을 보면서 나는 몰래 젤리 봉지를 주머니 안으로 넣어버렸고, 몇 개 더 꺼내서 먹긴 했지만 맛이 없긴 했다.
그 뒤로 가는 내내 예진은 운전을 하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그에 맞장구치면서 대답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회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릴 때쯤 예진은 조심스럽게 일을 열었고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런 거 전부 다 지어낸 얘기니까 휩쓸릴 필요 없어.”
“...... 그럴게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에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뒤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예진은 한숨을 푹 쉬면서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왔어요? 아, 팀장님은 이미 대표님 사무실에 가 있으니까 지금 바로 가면 돼요.”
“알겠습니다!”
층을 올라가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친 건 실장이었다.
예진은 그런 실장에게로 다가갔고, 나는 실장의 말에 혼자 대표 사무실로 가기 위해 한 층 더 올라갔다,
적막이 흐르는 층.
대표 사무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시위가 조용했다. 오직 내 발걸음 소리만이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노크를 한 뒤 짧게 심호흡하고 문을 열었고
“안녕하세요.”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자 안에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어서 와요.”
주성훈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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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지를 준 제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략적인 설명이 끝난 우연을 주성훈 대표와 캐스팅 팀장이 쳐다봤다.
원래라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만 말했겠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근 며칠간 논란이 됐었던 것들에 대해 얘기 안 할 수 없었다.
의연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우연의 목소리에선 한치의 떨림도 없었다.
‘애초에 그게 사실일 거라고는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주성훈 대표는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 많은 남자들을 봐왔고, 실제로 생긴 거에 비해 성격이 별로인 사람도 있었지만 우연은 되려 무심한 편이었다.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예의도 바른 편이지.’
남자들의 세계에선 좀 살아남기 어려운 쪽이었다. 지금도 보면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으니까.
‘결국에는 다 와전된 것들이란 말이지.’
하여 우연의 말을 전부 다 들었음에도 실제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자기 잘못이라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못이라고 하기에 어려웠고 지금 세간에 돌고 있는 건 가십이었으니까.
바로잡으면 된다.
큰 어려움 없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기에 오늘 내로 에이전시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 기사를 보도할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면 고소까지도.
“그럼 이 일 관련해서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우연 군도 SNS에 해명 글 같은 거 올려도 돼요. 원래 팬이 있으면 안티팬도 있는 법이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뭘 하든 욕하는 애들은 계속 욕한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는 딜레마.
표정 변화가 없는 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우연이 심하게 마음고생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캐스팅 팀장은 한시름 걱정을 덜어냈다.
“그러면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좋은 거 얘기하자고요 좋은 거.”
“여기.”
분위기를 전환시킬 겸 주성훈 대표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캐스팅 팀장이 우연의 앞으로 A4 용지를 건네주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 우연 군 앞으로 들어온 제안들이에요. 스케줄 조정하는데 우연 군 의사가 중요하니까.”
“많네요.”
“앞에 두 장은 국내, 뒤에 세 장은 국외예요.”
우연은 종이를 들고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개중에서는 몇몇 눈에 띄는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이름 등 다양한 제안들이 와 있었다. 이제 곧 새로운 연도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뉴페이스를 찾기 시작했고
겨울에 접어들면서 모델 성수기가 찾아왔다.
“이게 다 우연 군이 패션위크에서 활약한 덕분이에요. 해외 활동에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캐스팅 팀장은 해외 활동이 가져다주는 이득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연은 묵묵히 캐스팅 팀장의 말을 들으면서 종이를 한 장, 두 장씩 넘겨가며 보고 있었고.
마침내 다섯 장을 전부 보자 종이를 내려놓더니 주성훈 대표를 쳐다보며 입을 달싹였다.
“저는, 모델이 하고 싶어요.”
“알죠. 그런 우연 군한테 재능이 넘쳐난다는 사실도.”
주성훈 대표의 다정한 말에 몇 초간 입을 꾹 닫고 있던 우연이 다시 한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교, 자퇴할게요.”
눈을 깜빡였다.
그 말을 하는데 있어서 우연은 진심이었고, 그걸 들은 둘도 이 말이 번복되지는 않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괜찮겠어요? 어렵게 들어간 학굔데.”
“괜찮아요. 제 생각보다 많이 다르기도 했고. 모델이 되는 길은 이런 학교가 아니라 제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거니까요.”
우연이 숨을 고른 뒤 이어서 말했다.
“해외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당장은 무리겠지만 계속 준비해서 할 수 있게 되면 해보고 싶어요.”
“좋네요. 우리 계약 기간도 얼마 되지 않는데”
다짐이 담겨 있는 말에 주성훈 대표는 흡족한 얼굴로 우연을 쳐다봤다.
“그 안에 한 번, 제대로 떠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그의 눈이 일순간 빛났다. 마치 뱀처럼.
이후 이어지는 대화의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부모님과도 따로 대화를 나눠야겠지만 반대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어떻게든 허락을 받아내겠다는 했고.
“조심히 들어가요.”
“가보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어요.”
이날, 새로운 판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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