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68화 (68/137)

〈 68화 〉 chapter 67. 남은 사람들

* * *

“뭐야. 너 왜 있냐?”

“오늘 저녁은 우연이가 좋아하는 걸로 차릴 테니까 알아둬~”

저녁 시간이 되자 약속이 있어 나갔다던 다윤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잠깐 부엌에서 나왔다 다시 콧노래를 부르면서 부엌으로 들어갔고, 다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 왔어?”

“왔냐고? 그래 왔다 이 자식아! 오면 온다고 말을 해야지.”

“서프라이즈~”

“얼어 죽을 서프라이즈.”

그대로 나를 지나친 다윤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투덜거리면서 옆에 앉았다.

‘아나 보네.’

그러면서도 내 눈치를 보는 게, 아무래도 대략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는 모양.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 기사가 보도되었고, 내 SNS와 에이전시에선 입장문을 밝혔다. 다른 곳들에도 연락을 해가면서 입장문에 신빙성을 추가하기도 했으며

여러모로 이렇게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게 굉장히 안심됐다.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 당연한 말 하지 마. 재수 없어.”

아무렇지 않게 말을 툭 내뱉자 다윤은 칭얼거리면서 몸을 돌렸다. 괜히 걱정했네.

워낙 SNS에서 파급력이 컸다 보니 논란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덕분에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했고.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바로 다음날 본가로 향했다.

충동적으로 온 거긴 했지만 아직 부모님한테 허락받아야 할 것도 있으니까.

반대하시더라도 주말 내내 설득할 예정이었다.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서.’

일단 자퇴에 대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방학 때도, 학기 중에도 자주 오지 못해 오랜만에 본 아들을 반가워하는 부모님에겐 죄송하지만.

‘앞으론 자주 들려야겠네.’

나름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너무나도 여전해서, 마음이 편해졌다.

“밥 먹자!”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다윤은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우리는 식탁으로 가 앉았고, 방에서 나온 어머니까지 포함해 총 네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제육볶음......’

차려져 있는 반찬들을 훑어보다가 이내 시선은 한 곳으로 고정됐다.

서울패션위크가 끝난 지도 얼마 안 됐고, 가끔 한 번씩 맘껏 먹어도 상관없긴 하니까.

이왕 차려주신 걸 마다할 수도 없으니, 식사가 시작되자 나는 열성적으로 제육볶음을 공략했다.

그러자 아예 내 앞으로 접시를 옮겨주시는 어머니. 동시에 다른 반찬들도 먹어보라며 권유했다.

“완전 맛있어요.”

“그래? 아직 실력 안 죽었나 보네. 많이 먹어 우리 아들~”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밥을 열심히 먹었다.

하지만 고봉밥이었던 걸 전부 먹을 순 없었고 위장이 작아지기도 해서 결국 밥이 반 정도 남아버렸다.

‘배가 터질 정돈데.’

“더 먹어~”

“너무 배불러서 이제 더는 못 먹을 거 같아요.”

“그래?”

아쉽다는 표정인 아버지가 보였지만 나는 더 먹지 않고 다른 가족들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동안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괜한 사족을 붙이는 건 별로일 거 같고.

‘아무래도 처음엔 역시 솔직하게 본론만 말하는 게 낫겠지.’

그렇게 가족들이 전부 식사를 마친 뒤, 얼마 전 패션쇼에 대한 감상을 다시 한번 읊는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이 말이 끝나면 해야지.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내려온 게냐?”

입을 열 타이밍을 재고 있었을 찰나 선수를 빼앗겼다.

아버지의 말이 끝날 타이밍에 가만히 계셨던 어머니가 나를 보면서 물었고 덕분에 다른 두 사람의 시선도 내게 고정됐다.

‘어쨌든 내가 말하려고 한 것과 일치하긴 하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무슨 말.”

“...... 학교, 자퇴하고 싶어요.”

식탁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상태였지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일로 정말 많은 기회가 저한테 주어졌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학교라는 제약이 있고, 그렇다고 해서 이 기회들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연예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자퇴했다.

그건 아마도 기회가 주어지거나 기회를 얻기 위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주어질 거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래요. 그게 자퇴하고 싶은 이유예요.”

오로지 내 말만이 식탁 위를 맴돌았고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내려앉은 정적만이 유지됐다.

그렇게 1분 정도 있었을까,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렴.”

“여보.”

“허락해줘야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막을 순 없잖아요.”

무언가 말하려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입을 굳게 닫았다.

‘이렇게 바로 허락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와서 오히려 놀란 건 나였다. 이틀 동안 설득해 나갈 생각이었는데.

“모델 일이 힘들고,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돼. 우리 아들이 훌쩍 큰 거 같아서 시원섭섭하다 이 아빠는. 언제나 응원하는 거 알지?”

그렇게 말하면서 환하게 웃는 아버지를 보고 나는 목이 메었다.

“고마워요, 아빠.”

“앞으로 매사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신중하게 결정해라. 고민을 털어놔도 좋고.”

크흠, 헛기침을 하면서 말하는 어머니의 말에 허락이 담겨져 있음을 안 나는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엄마.”

식사 자리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마음 한켠에 남아 있던 설득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졌다. 오히려 따스한 무언가가 느껴질 뿐.

그리고 그날 밤 다윤은 내 방으로 불쑥 쳐들어오더니

“야. 너 누가 욕하면 나한테 다 말해. 내가 복수해 줄 테니까.”

이런 말을 던지고 튀었다.

자기도 말하면서 오그라들었는지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그 모습이 웃겨 나는 침대에서 끅끅거리며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은 멈췄지만.

‘기분은 좋네.’

여전히 기분은 좋았다.

그동안 이렇게 기분 좋았었던 날이 없었을 정도로.

****

[이우연 논란 입장문 정리해봄]

(링크)

(링크)

달아놓은 링크 말고도 기사, 이우연 SNS에 있는 입장문을 기반해서 정리함.

스탭 무시=최근에 있었던 서울패션위크 패션쇼에서 헬퍼(스탭)가 의상 중에 모자를 갖고 오지 않는 실수를 함, 그래도 이우연이 순발력으로 해결했고 이후 스탭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은 거임.

여기서 이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에 대해 해당 패션쇼 주최자 측이 입장 밝힘.

예고 성적 조작 논란=모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애초에 학교를 수석 입학함. 친구들과 사이는 평범한 축인데 오히려 활동 때문에 혼자 반에서 겉도는 편이라고 함. 근데 이건 자기 문제 ㅇㅇ.

더해서 노아 예고 공식 입장은 따로 있음.

사실 두 개 전부 증거는 없고 말만 있는 심증뿐이었는데, 입장문 읽으면서 증거나 상황도 그렇고 이쪽이 훨 이해가 잘 감.

추천 4002개 댓글 5100개

: 근데 무시했다는 건 결국 팩트 아냐?

┖ 큰 실수를 용서해주고 말고는 본인 마음이지

┖ 걍 스탭 보복성 글인데.

┖ 저렇게 큰 쇼에서 실수하면 얼마나 ㅈ되는지 암?

: 이우연 모델 활동 중학생 때부터 하지 않음?

┖ 본격적으로 뜨고 에이전시 들어간 게 고등학생.

┖ 중학생 때 한 모델 활동으로 수석 입학하면 다른 애들은......ㅋㅋㅋㅋ 키즈부터 빵빵한 애들 넘친다.

: ㅋㅋㅋㅋㅋ 근데 저런 말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님

┖ ㅇㅈ 혹시 모르는 거지.

┖ 말 맞추면 언제든지 ㅆㄱㄴ이긴 해~

┖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아쉽다.

: 일단 입장문 나왔으니 논란 제기했던 곳들에서도 뭐라고 말 나오겠지. 중립 기어 ㅇㅇ

┖ 고소도 한다는데?

┖ ?? 어디에

┖ 에이전시에서 그럼 ㅇㅇ

BEST [마음 아프다]

우연이 이제 17살인데, 활동 시작하고 인기 좀 얻었다고 잘나가는 꼴 못 보겠는지 여기저기서 까네ㅠㅠ 논란 생기면서 욕도 많이 먹고...... 입장문 보면 ㄹㅇ 억장이 무너진다.

이래서 한쪽 입장만 들으면 안 된다니까. 근데 난 이미 우연이 믿고 있는 쪽이었어서 앞으로도 그냥 이 믿음 변치 않으면 될 듯.

우연이가 중학생 때 썼던 블로그 글 보면 마음이 찡하다. 앞으로 꽃길만 걷게 해주자.

추천 9102개 댓글 6445개

: 정신 나갈 거 같아......

┖ 우연이도 상처 많이 받았을 듯

┖ 우리가 더 많이 응원 해주자ㅠㅠㅠㅠㅠ

: 솔직히 목격담 조금만 뒤져봐도 일반인, 팬 가릴 거 없이 좋은 거 알 수 있음. ㄹㅇ

┖ 믿고 있었다구~

┖ 팬카페에서 주최하는 총공 다들 참여ㄱㄱ

┖ 멘탈 치유해주러 가자.

: 진짜 이제 제대로 반박하고 다닐 수 있을 듯.

┖ ㄹㅇㅋㅋ 후드려 패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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