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74화 (74/137)

〈 74화 〉 chapter 73. 종결

* * *

­“그년이랑 무슨 사이야? 왜 끌어안고 있어? 왜 같이 들어가? 왜애!!!!”

“......”

­“이우여언!!!!”

“귀청 떨어지겠다.”

스피커폰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실에 울릴 정도였다.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처음이다. 전화는 초반에 몇 번 받았었지만 스토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으니까.

그 이후로부터는 받은 적이 없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직접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네.’

절규하듯이 외치는 소리가, 대답을 필요치 않는 듯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쯤에서 한번 말해야겠다.

“내가 예진 누나랑 뭘 하든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 예진 누나?”

내가 말하자 단번에 말이 뚝 끊기더니 이내 섬뜩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사 오기 전에 우리 집에 들어왔던 것도 당신이지? 내 속옷도 훔쳐 갔고.”

­“내 거야, 내 거야, 내 거라고...... 그것도 내 거야. 네 속옷도 내 거고, 너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모든 내용은 핸드폰에 녹음되고 있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감정이 더 격해졌는지 드디어 내가 바라던 말들을 했고.

­“주, 죽여버릴 거야. 그년 내가 칼로 찔러서 죽여버릴 거야. 차로 치어서 죽여버릴 거라고......”

“죽인다고? 어떻게?”

­“나랑 결혼해 줄 거지? 그렇지? 다른 여자들도 죽여버릴 거야. 네가 나랑 결혼 안 해주면.... 너도 똑같이 칼로 찔러서 죽여버릴 거야.”

상대방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내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는 걸 알았는지 스스로 횡설수설해대며 말을 해댔고.

그렇게 몇 분이 흘러 어느 정도 진정된 추세를 보이자 나는 예진을 쳐다봤다.

‘왔대?’

입 모양으로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예진.

­“나는 널 사랑해. 그러니까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건 전부...... 뭐야.”

그때, 전화 너머에서 여자의 말이 끊기고 누군가 다가온듯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뚝ㅡ

전화를 끊자 통화 녹음이 저장됐다는 알림이 떴다.

“찾았대요?”

“어, 편의점 근처에 있었나 본데 바로 찾았다네.”

동시에 예진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예진은 수차례 알겠다고 대답한 후에 전화를 끊었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경찰서로 연행 됐대...... 우리도 가야 할 거 같아.”

“가요.”

“...... 그, 너무 무서워하지 마.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뭐야, 그 말 하려고 했던 거였어?’

나는 피식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장된 녹음을 다시 한번 틀어보면서 잘 녹음이 됐는지 확인했고.

녹음이 완벽하게 된 걸 확인한 뒤에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증거 확보 완료.’

그렇게 다시 예진의 차로 가 경찰서로 향할 때까지 우리는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았다.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예진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곧장 의자에 앉아있던 익숙한 옷차림의 여자와 눈이 마주칠 수 있었는데.

여자는, 아니 스토커는 그런 나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오려고 했다.

옆에 있던 경찰이 제지하고, 예진이 그런 나를 뒤로 숨겼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자극이 되었는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스토커.

결국 경찰이 제압해 유치장 넣었건만 여전히 소리를 질러대서 아예 경찰 한 명이 다가가더니 무어라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란이 잦아들었고.

“신고하신 분이시죠?”

“네.”

“일단 두 분 다 진술서 적어 주시고......”

경찰이 건네는 종이와 펜을 받아들고 진술서를 써 내려갔다.

전부 다 작성한 뒤 유치장 족을 바라보는데, 그런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지 눈이 바로 마주쳤다.

아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더는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잠깐 주위를 살펴본 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여자에게는 잘 보이게끔 입 모양으로 말했다.

‘닥치고 있어 병신아.’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내가 겁에 질려 있는 모습 따위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나는 당당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 스토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 썼어요.”

“아 이리 주시면 됩니다.”

“네. 아 그리고 고소 절차도 진행할 예정인데 보시면 여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는 예진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여경 두 분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질문을 몇 개 던졌고, 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실히 대답했다.

“그...... 오늘 경찰서에 있었던 일도 증거가 될 수 있겠죠?”

아까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던 스토커의 말을 곱씹으면서 묻자 경찰은 당연하다면서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스토커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

변호사는 이미 전부터 구해져 있었기에 고소 절차를 밟는 건 비교적 쉬웠다.

단순 스토킹 경범죄 처벌이 아니라 형사범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주거침입죄, 협박죄,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증거를 토대로 마련했다.

‘나 이전에도 다른 피해자가 있었을 줄은 몰랐지만.’

알고 보니 전에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었던 아이돌의 사생팬이었던 여자였다. 타겟을 나로 바꿔 스토킹을 했을 뿐.

비록 그때는 증거가 크게 마땅치 않아 큰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변호사님은 오히려 이번에 내려질 재판 상황은 더 좋아질 거라고 말씀하셨다.

더불어 언론에 보도된 덕분에 다시 한번 들끓어 오르는 스토킹 처벌 법에 대한 관심.

‘진짜 이런 법은 꼭 하나 있어야지.’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지만 신고를 하고 처벌을 하는 데 있어서 시원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안 그랬다면 이 지경까지 안 왔었어도 됐었을 테고.

남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아 다른 법적 처벌들은 그래도 수위가 센 편이었다. 그에 비해 스토킹 관련 법안은 제정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고.

부디 앞으로 스토킹 관련 법이 제정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어진 재판, 그리고 스토커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역겨워.”

“...... 제발 한 번만 선처해 주세요.”

“내가 미쳤다고 합의를 해줘요? 어림도 없지. 그냥 감옥이나 들어가세요.”

웃음기 하나 없이 경멸 어린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그동안 상황을 파악하고 안 좋은 소리를 좀 들었는지 전과 대비되게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스토커를 직접 대면하게 되었을 때, 나는 얼굴에 웃음기 하나 없이 정색한 채로 경멸 어린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봤고, 전과는 다르게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 대비되었다.

‘진짜 이래서 미친 새끼들은 따로 있다니까.’

자비 따위는 없다.

그동안 꽃바구니를 계속 보내서 어느 정도 돈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전에 있던 처벌을 벌금으로 때우느라 대출까지 받았단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감방 제대로 들어가겠네.

내 집을 알아낸 경위를 들었을 때는 좀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부터 인터넷으로 집 주소를 얻게 되었고, 직접 와보니 내가 있었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그 뒤로부터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고 스토킹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말 안 하고 있었고.

‘다른 통신사에서 개통한 새 폰은 모르던데.’

아마 이것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 스토커 범죄 관련해서 더 큰 사건이 하나 터졌었던 탓에 내 일도 뉴스에 같이 보도되었다.

직업이 모델이기도 하고, 스토커가 전적이 있다 보니.

각종 CCTV를 확보해 증거는 더욱더 확실해졌다.

­“미안, 그동안 네가 바빠서 연락 못 하는 줄 알았는데 많이 힘들었지? 진짜......”

주변인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연락이 쇄도했지만, 전부 걱정과 위로가 담긴 말들이어서 듣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송이랑도 한 번 만나야 하는데.’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지만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한번 만나자고 해야지.’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고소는 순탄하게 진행되었고 묵혀왔던 체증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지만.

스토커 문제를 해결한 덕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서 이제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고 좀 쉬려고 했는데.

“우연 군, 이번에 제우스 코스메틱 광고를 보고 유필리아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이슈에 이어진 예상 밖의 희소식에 나는 눈을 깜빡이며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런 일은 하루아침에 싹 바뀐다더니.

희소식이라고 해도 다를 게 없었다.

****

BEST [오피셜 떴다 야발]

@dndus_0 이거 사생 계정 아니라는 녀석들 나와ㅋㅋㅋㅋ 이번에 우연이 스토킹 관련 기사 ㅈㄴ 많이 떴는데 그중에 ‘지속적으로 사진 촬영 및 SNS 업로드를 통해’ 이거 무조건이잖아.

누가 봐도 우연이 집 근처에서 몰래 찍는 사진이었는데 아니라고 눈 가리고 아웅하던 녀석들 진짜 줘패고 싶다ㅋㅋㅋㅋㅋ

사진을 잘 찍으면 뭐해 악질인데. 화보는 괜히 있냐고;; 그거나 저장하고 좋아하지 뭔 시답잖은 애를 빨아서.

추천 7003개 댓글 4023개

: 진짜 ㄹㅇㅋㅋ 더 올려달라고 했었던 새끼들 다 쳐내야 돼.

┖ 모를 수도 있지 않나?

┖ 베스트 글에 사생인 거 빼박 정리글 있었는데? 걔 아웃스타 댓글만 들어가도 적혀 있었는데?

: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저장해놨었던 사진들 다 삭제함.

┖ 저번에 나왔던 제우스 광고 영상이나 보자고ㅋㅋㅋ

┖ 이 정도면 모델 가성비 ㅆㅅㅌㅊ 아니냐? 덕질을 광고로 하는데 ㅅㅂ

┖ 돈 더 줘야 될 듯ㅋㅋㅋㅋ

: 그동안 진짜 마음고생 많이 한 거 같더라ㅠㅠㅠㅠ

┖ 마른 거 때문에 한동안 엄청 화제였잖슴;; 괜히 욕도 많이 먹고

┖ 왜 욕먹음?

┖ 너무 말랐다고 ㅇㅇ

┖ 욕먹을 게 따로 있지 말랐다고 욕먹네 썅

[모델 우연, ‘사생·스토커 강력 조치’]

최근 스토커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받는 남성들이 잇따르고 있다. 모델 우연 또한 이러한 ‘사생팬(사생활+팬)’에게 받은 스토킹 받은 사실을 알렸는데......

이어 에이전시는 “선처 없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아티스트는 끊임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우연의 신변 보호 중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후 “본 건에 대해 가장 높은 강도의 모든 법적 조치를 즉시 강구할 것”이라며......

추천 10234개 댓글 8054개

: 진짜 심각하다.

: 같은 일만 계속 반복되네. 솜방망이 처벌;;

: CCTV 영상 보면 내가 다 소름 끼쳐. 같은 여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 집까지 찾아와서 저러는데 얼마나 충격이겠음.

: 스토킹 법 하나 만들어야 돼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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