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chapter 106. 데마시아 재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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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진에게 혼자 가겠다고 말해놓은 나는 지금 혼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데마시아 에이전시.
영어로 적혀있는 로고를 빤히 바라봤다. 회사에 온 건 오랜만인데.
‘확실히 감회가 새롭네.’
처음 이 회사에 방문했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열일곱에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무렵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해외 패션위크를 마치고 온 열아홉이었으니까.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내가 벌써 고3이라니 이게 말이 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마주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동안 회사를 많이 방문한 탓인지 모든 환경이 익숙했고, 그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계약 기간인 2년은 순식간에 지나간 거처럼 느껴졌다.
모든 지 직접 경험해 봐야 났다는데,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구체화되니까 사람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더라.
모델로서의 나도 그렇고, 인간으로서의 나도 그렇고.
한 번에 많은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띵ㅡ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나는 걸음을 옮겨 곧바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사전에 대표실로 바로 오라는 연락이 있었기에.
그렇게 대표실 문을 두드리자
“들어와.”
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문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밀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오로지 서 있는 주성훈 대표뿐이었지만
‘한두 번 온 것도 아닌데.’
공기부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긴장감이 맴돌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뒤로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주성훈 대표의 맞은편 쇼파에 앉으면서
“오랜만이네요.”
“...... 오랜만이야.”
작게 미소 지었다.
데마시아와의 계약을 정말이지 첫 단추에 불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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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재계약을 할 생각은 없었다.
‘눈이 높아지기도 했고.’
한국에 돌아온 뒤로부터 예진은 종종 회사에 대해 묻거나 더 필요한 게 없냐는 둥 재계약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모른 척했다.
확신이 안 섰달까.
해외 톱급 에이전시를 돌아보고 오니 비교적 한국의 에이전시는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데마시아도 당연히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제안이 들어온 국내의 다른 에이전시도 살펴봤지만 크게 끌리는 조건은 없었다.
‘신인이 아니니까.’
푸쉬해 줄 것도 없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 에이전시를 하나도 두지 않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명색이 한국인인데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고, 나는 다른 나라 가서 살 팔자는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뭐 살고 말고를 떠나서 일단 두면 좋았다.
그래서 하게 된 게 데마시아와의 재계약.
“의외네. 우리는 사실 네가 재계약 안 할 줄 알았어.”
“어쩐지 대표님이 저자세로 나오시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지.”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기대를 버릴 만도 했다.
하고 많은 에이전시들 중에서 데마시아를 다시 한번 선택한 건 그저
‘그런 계약 조건을 받아들여 줬었으니까.’
지금의 나라면 몰라도 처음 계약했었을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없는 신인이었는데, 주성훈 대표는 그런 나에게 계약 조건을 맞춰주었다,
그리고 돈이나 다른 계약 문제로 인해서 마찰이 빚어지진 않았고.
내가 하기 싫다는 거 안 하고, 내가 하고 싶다는 거 하게 해줄 수 있는 에이전시.
압박을 자기 선에서 컷한 건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는 받은 적 없었다.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해 결국 재계약 쪽으로 추가 기울었고.
쉬는 것도 쉬는 거지만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재계약 관련 일을 확실하게 매듭지었다.
“예진 씨한테는 말했어?”
“아뇨. 지금 하려고요.”
겸사겸사 데리러 오라고도 말하고.
나는 핸드폰을 든지 10초도 안 돼서 예진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신호음이 채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예진이 전화를 받았고
일부러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누나, 오늘 완전히 얘기 다 끝났어요. 아무래도 재계약 건으로 따로 또 얘기할 일은 없을 거 같고.... 누나도”
“응,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나는 입꼬리가 스물스물 올라가려는 걸 막았다. 어딘가 풀이 죽은 듯한 예진의 대답이었지만 내가 침묵하자 그녀 또한 침묵했고.
‘이 정도 뜸 들이면 됐겠지.’
정적 속에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태연한 목소리로
“계속 봐야 할 거 같아요. 그러니까 누나 차 끌고 지금 회사로 와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 어?”
예진은 사태 파악이 덜 됐는지 아무 말도 못하다가 이내 눈치를 챘는지
“아 진짜!”
“천천히 와요~”
짜증 섞인 단말마가 들리자마자 나는 장난스럽게 천천히 오라고 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만 생각 다했겠지.’
예진에게 그동안 재계약에 관련해서 일언반구의 말도 하지 않고, 오늘도 혼자 간다고 한 탓에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을 게 분명했다.
전화를 끊고 옆을 보자 의자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실장과 눈이 마주쳤고.
“연기도 잘하는 거 같은데 어떻게, 이것도 추진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에이 아니에요.”
“그래. 일단 해야 할 게 산더미니까 이것부터 다 하고 연긴지 뭔지 생각해야지.”
그렇게 말하니까 또 스케줄을 알기가 두려워지는데.
내용만 들으면 일에 찌든 것 같지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훈훈한 사무실 안이었다.
‘역시 하던 곳에서 계속하는 게 마음 편하지.’
부모님과도 이미 협의가 된 사안이었기에 재계약까지 완벽하게 마친 나는 오렌지 주스를 음미했다.
‘예진도 좋아하겠지?’
방금 했던 통화를 생각하면 연기 때문에 가려졌었지만 그래도 예진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남아있었던 마음의 짐 하나도 훌훌 털어냈다.
여러모로 정도 많이 들었고 고마운 것도 많으니까.
“이제 엄청 바쁘겠네. 가뜩이나 오는 제안들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아서 거절하기 어려운데.”
“팬미팅을 우선으로 해주세요.”
“알지. 이미 저기서는 기획안 작업하고 있다고?”
실장이 눈짓하는 곳을 쳐다보니 한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직원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지만, 나는 속으로 응원했다.
행동력이 확실히 빠르긴 빠르네.
예진이 오길 기다리면서 나는 실장과 대충 팬미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데마시아 에이전시에서 전부터 기획하고 있었던 팬미팅의 세부적인 내용을 들으면서 내 의견을 간간이 전달했고.
“안녕하세요.”
“예진 씨 어서 와~”
“누나 안녕.”
“안녕......”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예진이 도착했다.
‘할 말 있어 보이네.’
하지만 이미 팬미팅에 관한 대화가 한창이어서, 예진이 오고도 대화가 완전히 끝난 후에야 우리는 사무실을 벗어났다.
“빨리 왔네요? 더 늦을 줄 알았는데.”
“준비할 게 뭐가 있어.”
차로 가면서 예진과 대화를 나눴지만 전화를 끊기 전에 들었었던 마지막 단말마와는 다르게 차분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자리에 주차되어 있는 차.
“안전벨트 매.”
“네~”
차에 올라타자 예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차도 바꿔준다고 했었는데.’
데마시아도 여러모로 돈 좀 만졌겠지. 물론 나도 통장에 쓰지 않은 돈들이 고이 모셔져 있을 게 분명했다. 아직 정산 받아야 할 것도 있을 거고.
내가 돈 쓸 일이 있어야 말이지.
하지만 앞으로는 좀 쓸 생각이었다. 그래도 시즌이 끝난지 얼마 안 돼서 여유가 있었으니까.
예진이 운전을 시작하면서 물었다.
“재계약 했어?”
“네. 길게 했어요.”
“속이 다 시원하네.”
그리고 내 대답을 듣자 후련하다는 얼굴로 핸들을 돌렸고, 그런 예진에게 내가 되물었다.
“좋죠?”
“뭐가.”
“앞으로도 제 매니저 쭉 할 수 있다는 거요.”
바로 반응이 올 줄 알았는데, 왜 대답이 없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다가 앞으로 몸을 일으키니 곧장 예진의 표정이 백미러로 보였다.
‘여전히 표정에서 다 티 난다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예진이었지만, 이미 그녀의 표정에서 대답을 들은 나는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이제 놀 일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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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데마시아랑 재계약 했네]
(링크)
기사 타고 들어가면 우연이 데마시아랑 재계약 했고, IMG 에이전시랑 계약했다는 얘기도 같이 있음 ㅇㅇ 앞으로 일정은 일단 국내에 있으면서 국내 활동할 생각이라던데.
까보면 해외 톱 에이전시랑 계약해서 해외 위주로 돌 거 같음 ㅇㅇ
추천 3524개 댓글 1523개
: 데마시아 별론데
┖ 왜 별로임?
┖ 대기업 가는 게 낫지. 활동하는 게 별로임.
┖ ㅋㅋㅋㅋ 모델 활동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뭔
: 해외 활동하면 팬들 우수수 떨어져 나감......
┖ 특 혼자 좋아하고 혼자 나가떨어짐
┖ ㄹㅇㅋㅋ... 배우도 아니고 그냥 사진 몇 장 보는 게 전분데.
: 한국 왔으니까 목격담이나 뜨면 그거나 좀 보고 그래야지
┖ 맞네 이제 존예 남자 목격담 우수수 뜰 듯
┖ 마주치면 사인해달라고 해야지~
┖ 덕후는 계를 못 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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