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109화 (109/137)

〈 109화 〉 chapter 107. 전초전

* * *

데마시아와 재계약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장 크게 한 건 휴식이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먹고 또 먹고.

비록 먹는 양이 줄어들어서 막상 시켜 먹거나 가서 먹으면 남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내가 이렇게 먹는 거에 진심인 줄은 몰랐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맛집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뭐, 어차피 시즌 시작하면 다시 못 먹을 테니까.

양심상 운동은 병행하면서 먹어주었다. 완전히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또 아니었으니까.

간간이 있는 촬영 때는 신경을 써야 했다.

“내일 어디 안 나간다고 했었나?”

“응.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예정.”

“아빠가 저녁은 뭐 먹을 거냐는데?”

“음...... 집 밥?”

“아무거나라고 전달함.”

“확인.”

쇼파에 앉아있던 다윤이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대로 앉아있었고.

‘말이 아무거나지.’

막상 메뉴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조건 한 두 개쯤은 있을 걸 알았다. 그것도 그럴게 며칠 전에 가족들과 함께 백화점을 돌았으니까.

너무 가족들과 있었던 시간이 적었던 거 같아서 돌아온 뒤로부터는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렸다. 나름대로 효도도 제대로 했고.

그리고 당장에 할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돈이 더 모인다면 내 집 마련 먼저 한 뒤에 부모님도 집 한 채 해드릴 생각이었다.

수익이 이대로 쭉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아무튼 급한 건 아니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나니 주변 사람들을 더 챙기게 되는 건 당연한 거였다.

“많이 먹어 많이.”

“체하면 안 되니까 적당히 먹어라.”

“역시 제육볶음은 아빠가 짱.”

예상했던 대로 식탁에는 내 최애 메뉴인 제육볶음을 포함해 좋아하는 음식들이 더러 보였고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뚝딱했다.

‘배불러.’

이따 아이스크림도 먹어야 하니 이 이상 먹으면 안 된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져 있었고.

와 있던 캐톡에도 답장을 한 뒤 DM과 캐톡 같은 메신저를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 패션쇼에서 꽤 마주쳤었던 로빈이라는 모델과 친해졌지만

‘애초에 주변 사람이라고 할 게 별로 없으니까.’

연락을 나눌 친구라고는 사실 두 명이 전부였다. 예진도 자주 연락하니까 세 명으로 칠까.

“사람 많아봤자 안 좋아.”

복잡한 일에 얽히기만 하고, 굳이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필요도 없으니까.

나는 친구가 적은 것에 대한 장점을 떠올리면서 자기합리화하다가 이내 접었다. 그래, 있는 사람이라도 잘 챙기면 됐지.

F/W 시즌을 준비하러 해외로 나가기 전에는 서아와 그래도 개인 연락을 하는 횟수가 많았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끊겨서.

이번에 다시 연락을 하게 된 뒤로는 앞으로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이도...... 연락을 안 한 지 꽤 오래됐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연락하게 됐으니까.’

둘이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어찌 됐든 간, 전부 반갑게 맞이해줘서 고마웠다.

특이한 건 둘이 캐톡을 하는 게 정말 다르다는 거 정도?

서아는 주로 물 흐르듯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웃기기도 하는 반면에 송이는 단조로운 일상 대화가 주로였다.

‘밥은 뭐 먹었냐, 일어났냐, 오늘 뭐 하는지.......’

둘의 성격을 생각하면 연락하는 모양새가 정반대였다. 뭐, 그럴 수 있지.

“송이랑 만나기로 한 게 이번주 일요일이니까.”

미리 찾아놨었던 식당에 해놓은 예약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서아와는 서아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몇 번 만나 맛있는 걸로 저녁을 먹었었는데

‘송이는 자주 못 만나니까.’

SNS를 안 하는 서아와는 달리 송이에 대한 근황은 송이의 SNS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웹드라마를 한 편 더 찍었는지 작품 두 개의 흔적이 송이의 아웃스타그램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으니까.

드라마에도 캐스팅돼서 촬영도 그렇고 연기 연습 때문에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들었다. 당연히 만날 시간이 여의치 않아 만나지 못했고.

대신 통화를 자주하기는 했지만...... 뭐랄까.

오랜만에 만나려니까 여러모로 식당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신경 쓸게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뭐, 온전한 학생이었던 서아와는 다르게 송이는 이미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하는 통에 약간의 설득이 필요하긴 했지만.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쉴 동안에는 쉬는 거에 집중해서 이런 거 하나하나에도 비로소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게 됐다.

일상을 즐길 수도 있게 됐고.

캐톡ㅡ

이런 내 상념을 깨는 캐톡 알림이 울렸다.

[실장님: 자세한 건 메일 확인하고, 내일 중으로 화보집이랑 팬미팅 공지 올라갑니다!]

“벌써 내일이 시작인가?”

빠르네.

실장에게 알겠다고 대답한 뒤 메일을 확인했다. 그러자 정확한 기획안과 완성된 배너와 포스터가 보였고

‘잘 만들었는데?’

이미지를 저장하면서 작게 감탄했다.

나도 기획에 참여해서 내 의견이 반영되어 있는 게 곳곳에서 보였고, 미리 완성된 홍보용 포스터는 보자마자 굉장히 흡족해졌으니까.

모던한 컨셉을 활용해서 깔끔하고 컬러 매치도 마음에 들었다.

‘내일 SNS에 올려야지.’

처음으로 하는 팬미팅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일단 홍보를 해야 하나 페룩과 아웃스타그램에 전부 올릴 예정이었다.

데마시아의 홍보 마케팅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직 팬미팅 시작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설렜다. 그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나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면서 다음날 오후, 본격적으로 팬미팅에 관한 소식이 퍼질 때쯤 포스터를 SNS에 올리며 홍보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포스터 이미지 사진을 다운 받고 다음날 오후, 본격적으로 팬미팅에 관련한 소식이 퍼져나갈 때 즈음 페룩과 아웃스타그램에 포스터를 올리며 홍보를 시작했다.

화보집을 사면 팬미팅에 응모할 수 있는 응모권을 주고.

“화보집은 꽤 공들였으니까.”

부디, 사람들이 좋아해주길 바란다.

****

[페룩 스타 출신 모델]

왜 모델 됐는지 알 거 같음 ㅇㅇ 팬미팅 한다던데 나도 화보집 사볼까.

댓글

: 와꾸 개쩜 ㄹㅇㅋㅋ 아이돌 씹어먹음

: 분위기 자체가 다른 듯

: 저런 남자를 실제로 볼 수 있다? 못 참거든요.

[뭐에 홀린 거처럼 사버렸는데]

퀄리티 미쳤네

댓글

: 잘 보면 의상 하나하나가 명품임 ㄷㄷ

: 뭐지 이 고급스러운 맛은.....?

: 그냥 하나 쟁여두기에도 나쁘지 않음.

[탈덕했는데 버리기 아까워서 가지고 있었던 아이돌 포토북]

(사진)

(사진)

왜 이렇게 유치뽕짝이냐...... 콩깍지 벗겨져서 그런가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음. 이제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거 같다.

댓글

: ㅁㅊㅋㅋㅋㅋㅋ 비교샷 뭔데

: 쟤네 그래도 좀 유명한 애들 아니었냐?ㅋㅋ

: 확실히 모델이 클라스가 다르긴 하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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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는 ‘화보집에 실려 있는 사진 VS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포토북 사진’ 대결로 한창이었다.

별로인 사진을 가져와서 한숨을 쉬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일 잘 나온 사진을 가져와서 비벼볼 만하지 않냐며 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는 화보는 일부러 똑같은 브랜드 옷을 입은 사진을 찾아서 가져온다거나 해당 브랜드 화보 촬영 사진을 가져왔으니까.

덕분에 죽어나가는 건 팬미팅 담당자들이었다.

분명 모델 개인 화보집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고 했는데.

“이건 왜 별거가 된 거지.”

이럴 거면 일정을 좀 더 넉넉하게 잡는 거였는데, 과거의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넉넉하게 찍어낸 물량이 다 빠져나가고 이제는 밀려드는 것들을 소화해야 했으니까.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급하게 공지를 띄우면서도 다른 업체와 컨택해 찍어내는 수량을 늘렸고.

화보집은 불량이 있으면 절대 안 되니 되도록 돈을 더 들여서라도 괜찮은 업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째 갈수록 더 스케일이 커지는 거 같은데, 담당한 사람만 죽어가지 그 외 사람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

우연이 저번 시즌을 통째로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조금씩 사그라들었던 팬층이 다시 불을 지폈다. 여기저기서 장작이 되어서 활활 타오르더라.

원래 있던 사람, 떠났었던 사람, 새로운 사람.

SNS를 통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슬금슬금 하나씩 사는 추세였다. 그것도 그럴게 우연의 외모가 범상치 않은 것도 있고 모델 팬미팅이라니까 신선하기도 했고.

“아이돌보다는 경쟁이 덜 된다고 생각한 거겠지.”

앨범을 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엄청나게 팔리고 있었다.

‘역시 SNS는 엄청나......’

데마시아 에이전시가 이렇다 할 홍보 루트를 가지고 있진 않았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자청해서 홍보를 해준 탓에 어그로를 엄청나게 끌었다.

특히 페룩 페이지.

심지어는 우연의 아웃스타그램으로 해외 사람들에게 홍보도 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그마치

“네? 브랜드 협찬이요?”

“팬미팅 의상 협찬 쪽 라인업이 세기는 한데...... 유필리아에서 팬미팅 선물로 옷을 협찬해 주겠다는 말이 나와서.”

정신 나갈 거 같아.

‘굿즈 기획이......’

우연이 디자인한 자수가 박힌 티셔츠가 유필리아 협찬 콜라보 의상으로 탈바꿈되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대표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며 언제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팬미팅 크게 해보자고 한 탓에서 대관 장소를 바꾸며 팬미팅 인원을 늘렸고.

‘누가 에이전시가 엔터보다 낫다고 했냐.’

담당 직원들은 애써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 여태까지 야근 잘 안 했으니 한 번이야 할 수 있지......

****

BEST [ㅅㅂ 하나만 사자고 하나만]

팬미팅이고 나발이고 일단 하나는 사야 뭘 어떻게든 할 거 아니야. 티켓팅도 안 이러겠다;; 예약하는 것도 놓쳐서 개빡침ㅋㅋㅋㅋ

추천 8541개 댓글 5421개

: 아이돌 앨범이면 팬싸컷이라도 있지 이건 아예 정보가 없어서 더 치열한 듯.

┖ 내 말이. 그리고 준비를 좀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 안 벌어졌음

┖ ㅇㅇ 맞지 솔직히 이거는 데마시아 때문 아님?

: 아이돌 파는 애들이 갑자기 껴서 그럼. 걔네 티켓팅 실력 개쩔잖아

┖ 대리로도 해준다는데

┖ 미친;; 왜 여기서 지랄인데

┖ 아 그냥 ㅈ같다 팬카페 회원만 사게 하지.

BEST [이 정도 응모했는데 안 되면]

(사진)

뛰어내린다. 다 비켜 ㅅㅂ

추천 7541개 댓글 4567개

: 팬미팅이 뭐라고 갑자기 화력 개쩌네

┖ 그러는 너는 응모권 몇 장?

┖ 3장 ㅎㅎ

┖ 턱도 없네 가서 잠이나 자라

: 하나만하나만하나만하나만하나만하나만하나만......

┖ 정줄 놨네

: 근데 랜덤이라 많이 사든 안 사든 운이잖아

┖ 대신 그 운에 기댈 확률이 높아지지

┖ 믿저야 본전임

┖ 일단 한 장 있는 애보다는 당첨 확률 높잖아ㅋㅋ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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