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116화 (116/137)

〈 116화 〉 chapter 114. 엄청난 파장

* * *

모델 우연의 팬미팅이 끝이 났다.

비록 그 여운은 다 가시지 않았지만 팬미팅이라는 행사는 종료됐고, 팬미팅에 갔었던 팬들 모두 똑같은 쇼핑백 하나 든 채 어딘가로 향했다.

“진짜 내가 미쳐.”

팬미팅이 끝나고 곧장 집으로 온 남자는 급하게 옷도 갈아입지 않고 쇼핑백을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그리고 쇼핑백 안에 들어 있었던 것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꺼내 탁자 위에 올리기 시작했고, 전부 다 잘 보이도록 배치했다.

핸드폰을 들어 카메라 앱을 실행시킨 뒤 이어지는 포토타임.

한 개씩 따로 찍기도 하고, 각도나 거리를 다 다르게 해서 찍은 사진들 중에 제일 괜찮게 나온 것들을 골랐다.

‘줄 거만 생각했지.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정말이지. 팬카페나 SNS를 들어가니 이미 난리가 나 있는 상황이었다.

근방 카페에 가서 바로 찍은 것인지 우연에게서 받은 선물들의 내용물들도 이미 다 올라온 상태지만.

그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없으면 허전한 우연의 아웃스타그램 팬 계정에 접속했다. 방금 찍었던 사진들 중에 제일 잘 나온 사진을 올렸고.

그러자 부리나케 달리는 댓글들과 좋아요.

잊지 않고 팬카페에 들어가서 인증글도 올렸고, 다른 이들의 반응을 쭉 정독한 다음에야 외출복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화장품 세트에 유필리아에서 만든 티셔츠, 프라다 키링......”

척 보기만 해도 고가로 보이는 물건들이었다.

그 외에도 우연의 화보가 인화된 포스터도 랜덤으로 한 개씩 들어 있었고 팬 명함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런 건 다 누가 생각해낸 거야.’

확실히 데마시아 에이전시가 이를 갈았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모델 에이전시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거는 뭐, 다른 대기업 엔터테인먼트와 견줄만할 수준인데?

‘어찌 됐건, 너무 좋다는 얘기지!’

무려 개인 화보집을 30개나 산 쾌거였다.

그는 남자지만 같은 남자 아이돌을 과거에 좋아했었다가 탈덕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아예 덕질을 멈춰버렸으니까.

‘이런 건 너무 오랜만이야.’

솔직히 모델한테 빠질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뿌듯하다면 모를까 과거의 그가 좋아했었던 남자 아이돌과 괜히 비교되는 꼴이었다.

그렇게 계속 핸드폰을 붙잡고 SNS에 들어가 다른 이들과 함께 팬미팅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우연의 팬미팅 후기들을 작성했다.

모든 글자 수를 합치면 아마 5000자는 가뿐히 넘지 않을까.

우연의 팬미팅 후기가 올라오면 올라올수록 가지 못한 자들의 후회 글들이 더 자주 눈에 밟였다. 다음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겠다는 이들이 많았으나

“어림도 없지. 아예 안 가본 사람이면 몰라도 한 번 가본 이상 전부 다시 가겠다고 아득바득 기를 쓸 텐데.”

원래 이런 건 현장감을 잊지 못하는 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도 마음이 기우는 건 한순간. 그는 더 이상 우연의 덕질을 부정하지 않았다.

‘저거 다 아까워서 어떻게 써.’

결국 우연에게서 받은 모든 물품들은 진열장으로 향했다. 프라다 키링은 가방에 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닳을 테고......

팬카페를 보니 같은 키링을 산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따로 하나 더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띠링ㅡ

핸드폰 알림이 울려서 들어가 봤더니 우연의 아웃스타그램 업로드 알림이었고.

새로 게시된 총 3개의 게시물들은 오늘 팬미팅에 관한 것들이었다. 셀카부터 시작해서 우연이 담긴 사진, 그리고 객석과 함께 찍은 사진.

같이 적혀 있는 코멘트들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뒤에 전부 좋아요를 누르고 사진을 저장했다.

그리고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는데

“이제 영업해야지.”

2부 때 찍었었던 사진들을 가공할 차례였다.

제대로 해야겠네.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

****

한동안 가라앉았던 우연의 팬미팅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들끓기 시작했다.

모델이 팬미팅을 한다고?

맨 처음 시작한다고 했었을 때부터 이슈였지만 끝나고 난 지금, 어떻게 보면 처음보다 더 큰 조명을 받고 있었다.

[셀린느 키링 ㄹㅇ 커여움]

이건 산 건지 아니면 협찬받은 건지 모르겠는데 일단 우연이가 직접 골랐다니까 ㅠㅠㅠ

티셔츠도 좋지만 내 취향은 키링이라서 어디 달고 다니고 싶은데 아까워서 그러지도 못하겠어. 하나 따로 살까?

댓글

: 가격 검색해 보니까 25만원이던데.

┖ 키링 하나에 25만원을 쏟아붓는다고???

┖ 이번에 팬미팅 간 사람들 진짜 본전 제대로 뽑았다.

: ㅅㅂ 이런 팬미팅인 줄 알았으면 나도 갔지.

┖ 가고 싶으면 다 갈 수 있는 줄 아냐.

┖ 응~ 다음에 경쟁률 오져서 못 가죠?

┖ 화보집 몇 개 더 사서 시도해볼 걸 개아깝다.

[예술적 감각은 타고 나야 하는 듯]

모델인데 디자인도 개잘하네. 유필리아랑 콜라보한 티셔츠 자수 완전 잘 빠졌음. 딱히 브랜드 신경 안 썼는데 왜 사람들이 브랜드 제품 사는지 알겠더라.

퀄리티 좋음 ㅇㅇ 살면서 평생 이런 거 살 일 없는데 이렇게 받게 되니 개꿀ㅋㅋㅋㅋㅋ

댓글

: 이거 안 파나? 솔직히 굿즈로 팔면 잘 팔릴 거 같은데

┖ 굿즈는 무슨 굿즈;;

┖ 기왕 만든 거 그냥 유필리아랑 우연 콜라보 티셔츠로 팔면 될 거 같은데.

┖ ㅇㅇ 나쁘지 않음.

: 솔직히 우연 몰라도 평소에 입을 수 있는 옷임.

┖ 그러다가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ㄹㅇㅋㅋ인 거고.

┖ 알아본다고 해도 쪽팔리지는 않을 듯? 하나도 안 유치함.

: 모델 좋아하는 거 진짜 보람 있네

┖ 내 말이~

┖ 어깨 뽕 제대로 차는 중ㅋㅋ

그 이유는 바로 역조공.

우연이 팬미팅을 한다는 소식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쯤 유필리아로부터 제안이 들어왔고.

팬들에게 역으로 선물을 주고 싶다는 건 오로지 우연의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다사다난했었기 때문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간 프라다의 강아지 키링은 어쩌다가 우연이 프라다와의 다음 시즌 계약을 체결하면서 언급됐었던 물품이었고.

결론적으로는 협찬이자 선물이었다.

우연의 말로는 굉장히 쿨하게 주겠다고 했다는데, 그렇게 본의 아니게 우연의 역조공 물품 퀄리티가 평범의 범주에서 아득히 넘어가 버렸다.

팬 명함이라는 것도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슈가 됐었고.

아무튼 간에 그런 역조공 선물들을 받게 된 팬들은 SNS에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자동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각종 게시글들이 올라오면서 화력을 더했다.

남자 모델의 팬미팅.

통 큰 선물.

역조공.

그러면서 다시 한번 회자되는 우연의 외모와 인성에 너도나도 팬을 하겠다며 자청하는 이들이 늘어만 갔다.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갈 사람들도 많겠지만.

“프라다 강아지 키링, 품절됐대요.”

“홍보 효과 제대로 봐서 지금 협찬 연락 엄청 오고 있잖아.”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중이었다.

유행과 인기에 민감한 판이니까.

팬미팅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연의 기세에 맞춰서 홍보 효과를 보려는 브랜드들이 대거 연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필리아는 우연과 콜라보한 티셔츠를 한정 예약 판매하기로 결정했고 겸사겸사 우연과의 광고 촬영 일자도 잡았다.

우연의 광고를 걸어놓고 다른 옷들의 할인도 같이 하겠지.

덕분에 데마시아에서는 우연 하나로 인해 엄청난 일들이 늘어나갈 뿐이었다.

소문으로는 대표의 입가에서 미소가 마를 날이 없으며 우연이 원하는 건 전부 다 이뤄준다는 설이 있었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아직 비장의 카드는 하나 남아 있었으니.

BEST [아직 레전드는 공개되지 않았다]

녹턴의 러브샷 커버 댄스가 진짜 진국이다. 모델 이우연의 정체성을 깨부수는, 마치 내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지 모델을 좋아하는 건지 모를 혼란의 도가니탕으로 빠트려버린.

입이 떡 벌어진다. 의상도 그렇고 춤 실력 미쳤는데 심지어 여자 아이돌;; 녹턴... 러브샷....?

상상도 못한 정체.

그러니까 데마시아 씨발것들아 영상 내놔. 너네만 찍었잖아!!!!!

추천 9564개 댓글 6254개

: 영상 찍은 것 어떻게 암?

┖ 카메라 ㅈㄴ 많았는데 누가 봐도 가운데 정면에서 영상 찍고 있었음.

┖ 영상이랑 사진 올라오던데 이건 왜 안 올라오는데?

┖ 팬들은 2부 때 사진 찍을 수 있었음. 1부 때는 안 됨. 적발되면 바로 강퇴라 ㅇㅇ

: 흔들린 거랑 잘 안 보이는 거 봤었는데 ㄹㅇ 기대만발임.

┖ 영상을 찍었다는 건 풀겠다는 소리잖아 그렇지?

┖ 현기증날거같아손발이달달떨려

┖ 대체 우연이는 레전드 갱신 얼마나 더 해야 만족할까?

: 팬미팅 못 간 사람 있냐? 일단 나부터ㅋㅋ

┖ 패배자는 웁니다.

┖ 팬미팅 하나 안 갔다고 패배자냐? 패배자네 ㅅㅂ

┖ 다음 팬미팅 꼭 갈거임~ 응 꼭 갈거임~

흔들린 영상, 사진.

떡밥만 계속 나오고 정작 제일 중요한 영상이 나오지 않자 안달 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해당 걸그룹의 팬들도 자기들이 언급되니 궁금해하고 있었고, 비록 언론에서는 우연의 역조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다른 쪽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공개되지 않은 것.

보지 못한 것.

본의 아니게 데마시아 에이전시가 다른 엔터테인먼트보다 지독하다는 소리가 돌기 시작한 이유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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