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117화 (117/137)

〈 117화 〉 chapter 115. 너튜브 개설

* * *

나는 인터넷에 되도록이면 나에 대해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거랑은 별개로, 아직까지 데인 게 좀 남아 있어서.’

사실 말이라는 게 그렇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말하면 저렇게 되니까 그만큼 루머가 생성되는 거겠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똑같은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귀에 들려오거나 내가 알게 되는 일들이 생긴다면 딱 둘 중 하나였다. 극도로 안 좋은 얘기거나 극도로 좋은 얘기.

그리고 이번에는 후자의 케이스였다.

“다들 좋아해 주니까 뿌듯하네. 내가 다 기뻐.”

팬미팅을 마치고 나서도 그랬었지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준비하면서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많았었는데 전부 보상받는 느낌이랄까.

송이하고 서아랑은 따로 연락하면서 팬미팅 어땠냐고도 계속 물어봤었다. 그런데 둘 다 좋다는 말밖에 하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했는데.

‘처음엔 좀 긴장했던 거 같기도 하고.’

팬미팅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어색했던 부분들도 있었을 거 같은데 다행히 인터넷에서도 그런 언급은 없었다.

지금도 실장이 팬미팅 반응이 팬들뿐만 아니라 엄청 좋다고 해서 찾아보게 된 상황.

‘키링이 품절이라니.’

25만 원이나 되는 프라다 키링이 품절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사실 키링은, 계약하러 갔을 때 잠깐 봤었던 것이었는데 눈에 띄어서 시선을 좀 오래 두고 있자 디자이너가 마음에 드냐면서 주겠다고 한 물건이었고.

내 거만 사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게 역조공 선물이었다.

전부 회사나 유필리아 측에서 지원해주는 바람에 돈 나갈 곳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사실 그때도 키링 가격은 몰랐지만.’

내가 너무 마음에 든다는 말과 함께 대량으로 키링을 사겠다고 하자 어디다 쓸 거냐고 물은 디자이너는 흔쾌히 모든 수량을 협찬이자 선물로 보내줬다.

“이번 시즌 프라다 쇼에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네.‘

원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는데 그 임무가 더 막중해졌다.

아웃스타그램에 들어가니 자연스레 내 프로필을 누르자 팔로워 수가 눈에 제일 먼저 띄었고.

’이것도 이제 무서워졌어.‘

무려 588만 명에 달하는 아웃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보면서 SNS도 참 오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은 이런 SNS도 다 도움 되니까.’

최근 게시물 댓글들을 살펴보니 전부 영어로 팬미팅을 자기네들 나라에서도 열어달라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적을 불문하고 한 번만 더 열어달라는 사람의 숫자가 외국인, 내국인 가릴 거 없이 많았지만.

‘팬미팅을 한 번 더 열 계획은 없어.’

내 생각도 그렇고, 아마 에이전시 생각도 똑같을 게 분명했다.

신비주의 컨셉을 고수하는 모델들 사이에서 팬미팅을 연 것만으로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 조금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는데

지금처럼 마냥 좋은 결과만을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네.’

말뿐이더라도, 팬미팅을 한 번 더 해달라는 말이 뿌듯했다.

그리고 나의 팬이라는 확고한 무언가가 생겨서 앞으로 모델 일을 하는데 하나의 원동력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막연하게 전생의 미련으로 일에 몰두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였다.

“어째 하루가 지날 때마다 뭔가 진화하는 거 같네.”

나는 팬미팅에 관한 반응들을 전부 살펴보고 난 뒤 창을 다 없앴다.

이제는 조금 무서워진 아웃스타그램도 종료한 뒤 눈을 깜빡였고.

그 어떤 근심과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

“다음에 팬미팅이든 뭐든 할 거면 저희 신입부터 뽑아요.”

“지금처럼은 절대 못하니까 꼭, 꼭 사람 더 뽑으셔야 해요.”

“하하...... 건의해 볼게요.”

예전의 멀끔했던 모습들을 어디 가고 초췌한 몰골의 직원들을 보면서 캐스팅 팀장이 웃었다.

‘확실히 이번 일로 사람이 필요하단 걸 느꼈지.’

원래는 이렇게 바쁘지 않았던 거 같은데, 한 사람의 존재가 이리도 컸다.

우연의 1인 에이전시도 아니었던 터라 다른 모델들을 신경 쓴 탓에 인력이 조금 모자랐고.

그만큼 우연이 간판 모델을 넘어서서 대형 모델이 되었다는 신호기도 했다.

이번 팬미팅으로 인해 우연의 영향력과 그의 팬층, 여론에 대해서 알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걸 예상했다.

‘대표님께 강하게 말씀드려야겠네.’

어쩌면 이미 직원 채용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의 일에 계속 신경을 쓰시면서 확인하셨던 대표님이었으니.

“영상이랑 너튜브 쪽은 문제없죠?”

“음악 방송이랑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보정도 잘 됐고, 직캠으로는 나무랄 데 없어요.”

“너튜브 개설도 진즉에 완료 했습니당.”

채널명은 모델 우연, 프로필과 배너 사진은 전부 우연의 사진이었다.

오늘 오후 8시에 새로 생긴 우연의 너튜브 채널이 공개될 예정이었고, 올라갈 영상은 딱 하나.

녹턴의 러브샷 댄스 커버 영상.

일주일을 그냥 묵힌 건 아니었다.

찍은 영상을 올리려면 어디에 올릴지를 정해야 했는데 너튜브 채널이 없었던 데마시아에서는 기왕 이렇게 된 거 회사 너튜브 채널을 하나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우연의 입지를 생각해 봤을 때 그냥 아예 따로 우연의 이름으로 만드는 게 나을 거 같다는 결론이 지어졌고.

직캠 영상은 편집할 것도 없어 오로지 보정만 들어갔는데, 팬들이 소리 지르거나 숨넘어가는 소리가 중간중간 들어가면서 생동감이 넘쳤다.

홍보야 다른 수단 없이, 우연의 SNS 하나면 충분히 퍼져 나갈 거고.

어느 순간부터 그가 SNS에 올리는 모든 것들이 전부 기사화되고 있다는 걸 아는 데마시아에서는 홍보 면에서 걱정이 하나도 없었다.

‘수습해야 할 일만 안 생기면 그만이지.’

너튜브는 일단 우연의 커버 댄스 영상을 올리는 용도가 목적이다. 그 뒤로도 너튜브 관련해서 말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계획된 건 하나도 없었고.

자칫하면 마이너스야.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 영상을 마지막으로 동결될 가능성이 컸다.

“데마시아에 너튜브 담당도 없으니까.”

캐스팅 팀장은 이제 6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다가 이내 다른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쪽 문제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 지나가면서 아는 정도였으니 이제 자신의 일을 처리해야 했다.

명색이 캐스팅 팀장인데, 그는 들어온 제의를 하나하나 검토하느라 오늘도 야근이 예약되어 있었다.

누구 덕분에?

우연 때문에.

****

띠링 띠리링ㅡ 띠링 띠리링ㅡ

‘아 맞다 너튜브 홍보해야지.’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

8시가 되기 5분 전에 미리 알람을 맞춰둔 덕에 제시간에 홍보를 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아웃스타그램에 들어가서, 커버 영상 때 입었던 착장의 셀카와 함께 영상 첫 등장 캡쳐본을 골라 그 밑에 코멘트로 너튜브 주소와 짤막한 글을 남겼고.

똑같이 페룩에도 복사한 뒤 8시가 되길 기다렸다.

‘처음 봤을 때는 좀 민망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온다거나 잘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생기면서 영상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 추억이기도 하고.

“흐으으!”

이제 8시네.

나는 기지개 켜면서 두 개 다 올리기를 눌렸다. 그리고 몇 초 안 지나서 게시물이 올라갔고, 새로 고침을 하니 엄청나게 올라가 있는 좋아요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댓글을 몇 개 잠시 보다가 전부 다 종료했고.

‘이건 사람들 반응 체크하지 말아야지.’

녹턴의 팬들도 그렇고 충분히 혹평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은 말 들은 건, 팬미팅으로 팬들한테 많이 들은 걸로 만족하니까.

너튜브에 영상이 잘 올라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할 겸 영상을 한 번 더 보고, 신경을 아예 꺼버렸다.

‘이제 일해야지.’

뭐니뭐니해도 모델인데.

목을 가볍게 돌리며 켜진 노트북 화면을 응시했다. 이번 F/W 시즌을 보다 더 천천히, 완벽하게 준비하고 공부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집중력이 깨지니, 어느새 3시간 정도가 흘러 있었다.

그렇게 화장실을 갔다 와서 잠깐 핸드폰을 보는데

“알림이 많이 와 있네.”

무음이었던 핸드폰을 보니 캐톡이 유독 많이 와 있었다.

온 사람들을 보니 하나같이 주변 사람들이었고.

“어.”

연락 온 내용도 하나같이 다 똑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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