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로 살아가는 법-118화 (118/137)

〈 118화 〉 chapter 116.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

* * *

불과 3시간 만에 달성한 조회수, 30만 회.

1시간당 적어도 10만 번씩은 재생되어야 나올 수 있는 숫자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구독자가 10만 명......?”

이게 이렇게 쉬운 게 아닐 텐데.

너튜브에서는 일정 구독자 수를 달성하면 주는 게 있었는데 10만은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순위는 낮지만, 영상 옆에는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라는 게 적혀 있었고.

“미치겠네 진짜.”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걸로 인해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안 보려고 했었던 반응들도 찾아보게 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려되는 부분은 있었다.

그 와중에 온 연락은 가지각색.

송이와 서아는 감탄하는 반면에 다윤이나 예진은 놀리고 있었다, 에이전시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주성훈 대표나 실장에게서는 현 상태에서가 주된 내용이었다.

2:33 여기가 극락이다

와 ㄷㄷ 러브샷 이렇게 잘 추는 남자 처음 봄.

나 이상한 거에 눈을 떠버린 거 같아...... 시발.

1:20 웨이브 도랏니?

부족한 게 대체 뭐야ㅠㅠㅠ 세상 혼자 살지 마요 형ㅠㅠㅠㅠ

인기순으로 댓글을 나열했는데, 안 좋은 얘기는 다행히 하나도 없었다. 실장의 말로 정도가 넘은 댓글들은 조치를 취한다고 했었는데.

댓글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좋아요 수를 받은 댓글이 눈에 띄었다.

‘이거 찐이야?’

Nocturn – 너무 잘 추시네요! 커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려 좋아요가 5천 개가량 달려 있는 댓글이었다. 당연히 프로필을 눌러보니 진짜 녹턴의 너튜브 계정이었고.

러브샷이 녹턴의 유일한 히트곡이라는 걸 알았지만, 공식 계정으로 이렇게 댓글을 달아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나야 뭐 나쁠 건 없더라도 이 댓글은 굉장히 의외였으니까.

일단 넘어가고.

‘주성훈 대표한테 전화나 해봐야겠네.’

이제 상황 파악을 끝냈으니 캐톡보다야 통화로 대화하는 게 나을 거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자 신호음이 얼마 안 가서 주성훈 대표가 전화를 받았고.

“여보세요 대표님?”

“어, 마침 잘 전화했어. 지금 안 그래도 긴급회의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이어지는 주성훈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너튜브로 인해 연락 온 건 없지만, 아무래도 모델 이미지가 손실될 수도 있으니 대비책을 마련하자고.

이미 올라간 영상을 내린다고 한들 어차피 계속 다른 계정들로 업로드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너튜브 계정과 영상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리고 방비책은...... 이후 너튜브나 팬미팅 계획이 없다는 걸 밝히면서 모델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

모델이라는 직업의 이미지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 지금 바로 그렇게 글 올리도록 할게요.”

“그래, 너튜브 쪽이랑 기사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변동 사항 있으면 연락 줘. 우리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

“네 알겠습니다.”

약 5분가량의 통화가 종료되자마자 곧장 아웃스타그램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진 없이 글만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내용은 압축하자면 너튜브는 오로지 춤 영상을 올릴 용도로 개설되었으며 다음 영상이 올라갈 예정은 현재 아예 없다.

그리고 팬미팅 또한 예정된 바 없기에 그 일자가 1년 뒤거나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점.

덧붙여서 이번 기회로 많은 경험을 겪었고 많은 관심을 받아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이 정도면 완벽해.’

두 번 정도 검수한 뒤 올리기를 눌렀다. 그리고 이전에 올려놨었던 게시글에 들어가 수정하기를 눌러 너튜브에 대한 글을 몇 줄 더 기재시켰고.

페룩에도 똑같이 했다.

주성훈 대표에게 올렸다고 캐톡을 보내니 확인했다는 칼답이 돌아온 후에야

“후.”

이제 한숨 돌려도 되나.

목이 말라 찬물을 떠와 그대로 원샷했다.

조회수는 이제 40만 돌파. 아마 하루가 지나면 100만을 넘어있을 게 예상됐다.

‘이런 걸 노린 건 아니었는데.’

이게 과연 좋은 효과일지, 안 좋은 효과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의 인기가 많아지더라도 그 인기를 쓸 데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쾅ㅡ

“뭐야 너 너튜브 안 해?!”

“...... 아 심장아.”

문을 그렇게 한 번에 열면 어떡해. 간 떨어질 뻔했네.

나는 툴툴거리면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윤이 불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고

“야 요즘 너튜브도 돈 엄청 잘 벌어. 너 벌써 구독자 10만 넘었던데 이 정도면 충분히 100만도 노려볼 수 있다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너튜브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모델이야.”

“그래도 같이 하면......”

“이미지 소비되는 거 어떻게 막아. 그리고 컨텐츠도 없어.”

다윤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어쩐지 아깝다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원래 너튜브 같은 건 보는 게 재밌는 법이지.’

그걸 내가 직접 한다고 하면 그다지 재미도 감동도 없는 게 현실이었다.

다윤은 옆에서 잠시 뭐라고 중얼거리는 듯싶더니 이내 내가 뭐라고 하는 거냐고 묻자 화를 내면서 그대로 문을 닫고 가바렸고.

“난리네 아주 난리야.”

나는 와 있는 캐톡 몇 개에 답장한 뒤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던 거 마저 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전부 해결했으니, 이제 반응은 두고 보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

얘네 우연 코인 제대로 탑승했네.

예진은 이제 몇 번을 보는 건지 모르는 영상을 재생하면서 연관 동영상으로 뜬 녹턴의 영상을 무미건조하게 쳐다봤다.

녹턴의 러브샷이 음원 사이트 순위가 올라가고, 예전에 했었던 음방 영상과 안무 영상이 갑자기 뜨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우연의 댄스 커버 영상 때문이겠지.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까지 올라갔었던 우연의 커버 댄스였기에,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연락도 많이 왔고.’

전해 들은 얘기로는 일단 현재 계약되어 있는 모든 브랜드들로부터 연락이 다 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캐스팅 팀장이랑 주성훈 대표가 뒷목 잡고 쓰러질 뻔한 광경은 흔치 않았으니까.

특유의 돌려 말하기 수법으로 빙빙 돌려서 말하거나 찔러보듯이 말하는 이들 때문에 달라진 건 없고 스트레스만 쌓인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모델인데 할 줄 아는 게 많네?”

이 말은 다른 거 할 거면 그거나 해라. 왜 모델 하냐?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성훈 대표가 말했다. 그걸 들은 예진은 어이가 없었지만.

앞으로도 너튜브 활동을 이어 나갈 건지, 춤 쪽에는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지 등등.

내뱉는 말만 다르지 전부 하는 말이 거기서 거기라나.

“모델만 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네.”

당장 예진에게는 높아진 우연의 인지도로 인한 영향을 생각해야 했다.

다음 출국 때는 경호원을 고용하는 게 예정되었고,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

이미지에 조금 타격이 갈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래도 전부 호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니까 문제는 없는 듯했다.

‘팬카페나 한번 들어가 봐야지.’

우연이 내려오려면 한 6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시간 때우기에는 여기만큼 제격인 곳이 없지.

업데이트된 BEST 게시글들을 눈으로 훑으면서 추천을 눌렀다.

[BEST] 바라는 게 너무 많네;

팬미팅 열어줘, 춤춰줘, 노래해줘, 사진 올려줘, 라방 해줘.

그냥 ‘해줘’ 천국임. 우연이 이제 막 자리 잡아가는 모델인데 초 치지 말고 적당히 하자;; 아무리 아이돌, 아이돌 거려도 아이돌 아니잖아. 노래하는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모델 이우연이라는 걸 망각하는 거 같음.

추천 5462개 댓글 6548개

: 해달라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말 한마디 못 함?ㅋㅋ

┖ 아쉬워서 그러는 거지. 뭐 우리가 우연이 앞길 망치기라고 했음?

┖ 모델인데 자꾸 아이돌 소리 나오니까 그렇지. 당사자도 스트레스 받을걸,

: 아웃스타 댓글 보면 확실히 최근 들어서 물 안 좋아지긴 했음.

┖ 팬미팅 하기 전이랑 하늘과 땅 차이.

┖ 근데 팔로워 수도 하늘과 땅 차이임ㅋㅋㅋㅋ

: 다 해달라는 거 아니잖아. 너튜브도 만들어놓고 활동 아예 안 한다는데

┖ ㅇㅈ 그냥 영상 하나로 땡이라며

┖ 구독에 알림 설정까지 해놨는데...... 과연 알림 울릴 일이 있을까?

┖ 솔직히 모델이라서 기대 안 함. 그냥 말만 그러는 거지.

댓글에서는 한창 탁상공론 중이었다.

그 밑에 있는 베스트 게시글은 우연의 너튜브 활동에 대한 공지 전문을 긁어온 거였고, 그 게시글 댓글들은 전부 아쉽다거나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반응이 대다수였다.

‘아쉬울 수도 있지.’

우연이 춤추는 걸 보면서 예진도 잠시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우연이 아이돌을 했다면 장난 아니었을 거 같다고.

하지만 우연은 모델이다.

우연이 일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 예진으로서는, 모델이 아닌 우연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천재 모델.

“나야 이쪽 관련해서 눈이 어둡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우연을 본 많은 이들이, 연차로 따지면 신인이라고 봐도 되는 우연을 원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찰나

탁ㅡ

“저 왔어요!”

기다리고 있던 우연이 차에 올라탔다.

예진은 보고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고, 우연은 여느 때와 같이 밝은 얼굴로 안전벨트를 차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 빛이 나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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