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 chapter 122. 사라지지 않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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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오늘 파스타 가게에서 우연이 봤음]
남자친구랑 저녁 먹으려고 갔었는데 웬 탈인간급 비율을 가진 남자가 나오는 거임. 그대로 대화 끊기고 우리 둘 다 카운터에 시선고정ㅋㅋㅋ 우연이랑 같이 온 다른 여자애가 계산했는지 왜 계산했냐고 그러는 것 같았는데, 아무튼 마스크 쓰고 있어도 이우연인 거 단박에 알아차렸음.
실물은 처음 보는데, 진짜 사람 100명 모아둬도 눈에 띌 거 같아 ㄹㅇ
같이 있었던 여자가 여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팬미팅 때 모솔이라고 했었으니까 친구일 수도 있겠네.
추천 532개 댓글 1032개
: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 시팔
┖ 있지 왜 없어? 걔네는 너를 여자로 안 본다고 ㄹㅇㅋㅋ
┖ 여자 와꾸 어떤지에 따라서 판별 쌉가능 ㅇㅇ
┖ 얼평은 좀;;
: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글이 다 베스트에 가네?
┖ ㅋㅋㅋ 그냥 봤다! 하면 가는 거지 뭐
┖ 믿거나 말거나~
┖ 아니 굳이 사진을 왜 찍어 ㅋㅋㅋ
: 모솔이라는 것도 구라일 수 있지
┖ 과거 개투명해서 유리창 수준임. 구라 절대 ㄴㄴ
┖ 내가 저 얼굴로 태어났으면 여자 100명은 후리고 다녔을 듯.
송이는 우연의 팬카페에 올라와 있는 베스트 글을 읽다가 댓글까지 보고 이내 멈칫했다.
“...... 그 앤가.”
목격담이 올라오긴 했지만 인증할만한 것들이 없어서 댓글 분위기는 전부 가벼웠다. 하지만,
‘서아라고 했었지.’
아주 가끔 우연에게서 들었었던 이름.
같은 고등학교에서 친해져서 유일하게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라며 예전에 언급했었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인지 파스타 가게에서 어떤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글도 마냥 넘기기에는 마음에 걸렸고.
자신이야 스케줄 때문에 우연과 못 만난다지만 그 여자애는 충분히 만날 수 있을 터.
심지어 이날은 저녁 시간에 우연에게 뭐하냐고 캐톡을 보냈었다가, 읽씹 되고 몇 시간이 지난 늦은 밤에서야 답장을 받은 날이었다.
‘이걸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단지 그 애가 여자애, 라는 거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미련하게 우연의 아웃스타그램에 들어가 봤으나 따로 올라온 건 아무것도 없었으며
“신경 쓰이네.”
우연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 여자애를 믿지 못하는 거다. 여자는 전부 늑대니까.
‘더욱이 우연이를 상대로 흑심을 안 품을 수 있다고?’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전부 물을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애초에 그 여자애가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지금 내가 남 신경쓸 때가 아니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는 우연과 자신의 관계를 생각하면 한숨을 저절로 나왔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고,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지만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어서.
‘잠이나 자야지.’
결국 찝찝함을 뒤로 한 채 잠자리에 들 수박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촬영을 하러 가기 위해 메이크업을 받으러 샵으로 출발했는데
“와, 피부가 너무 좋은데요?”
“아니에요, 관리해서 이 정도지......”
“관리하는 남자분들이랑 견줘도 손색이 없을 거예요.”
메이크업을 해주는 직원이 하는 말에 순간 머릿속에 우연이 떠올랐다.
‘우연이야말로 피부 엄청 좋은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얼굴에 여드름 하나 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가장 최근에 봤었을 때도 정말 백옥 같았으니까.
이제 곧 있으면 성인인데도 피부는 완전 아기 같아서 한 번 만져보고 싶......
“아.”
“왜 그래요. 눈에 들어갔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 또 제가 잘못한 줄 알았잖아요~”
미쳤나 봐.
이젠 하다하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다니, 중증이었다.
애써 머릿속에서 우연을 지워내고 오늘 촬영할 씬의 대본을 다시 한번 복기했다. 다른 직원이 한 명 더 와서 두 명이 가세한 헤어메이크업은 빠르게 끝났고.
매니저 언니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뒤 차로 이동했다.
“아무것도 안 먹었지? 촬영 들어가면 먹을 시간 없으니까 빵이라도 먹어.”
“...... 초코 소라빵이네요.”
“어. 초코 좋아하길래 사 왔는데 싫어하면 내 걸로 바꿔줄게.”
“아니에요. 좋아해요.”
다만 빵 봉지에 새겨져 있는 브랜드 로고가 익숙할 뿐이었다. 이거 예전에 우연이 아웃스타그램에 맛있다고 올렸었던 건데.
봉지를 까서 한입 베어 물기 전,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한입 크게 베어 물자 입안에서 빵과 함께 초코가 확 퍼졌고.
‘맛있네.’
왜 우연이 좋아하는지 알 정도로 입안에 단맛이 퍼졌다.
한 입, 두 입, 세 입.
크게 베어 물어서 그런가 초코 소라빵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목이 막혀 옆에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핸드폰을 들어 아까 찍은 초코 소라빵 사진을 확인한 뒤.
: (사진)
: 그때 네가 말했던 거 나도 지금 먹고 있어
이미 다 먹어버린 초코 소라빵이었지만, 우연에게 그대로 전송했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연락되는 거겠지.’
캐톡창을 계속 켜놓고 있다가, 이대로 우연이 확인하면 바로 1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서둘러 캐톡창을 껐다. 그리고 답장이 오길 기다렸으나
“도착했다.”
“네.”
우연에게 답장이 오기도 전에, 촬영장에 도착하는 게 더 빨랐다.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도 중간중간, 핸드폰을 들어 혹시나 우연에게서 온 캐톡이 있을까 확인했지만.
‘바쁜가 보네.’
아직 사라져 있지 않은 1을 보면서 다시 촬영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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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가서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인터뷰도 없고, 영상도 없고 촬영만 하고 가는 건데 일이 생기겠어?”
“누나 그거 플래그 세운 거 같은데.”
“에이 설마......”
혹시나가 역시나 된다고.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분명 예진의 플래그로 인해서 생긴 일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촬영만 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일본과 중국, 두 나라를 가야 했지만 통역사가 따로 붙지 않았다. 그저 패션지 화보 촬영만 하는 건데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할 테니까.
‘미팅해야 할 것도 없고.’
사전에 모든 게 다 준비가 끝난 상태라 나는 아마 도착해서 곧장 촬영장으로 가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었다.
사실 나라 이미지가 이미지다 보니 일본보다는 중국이 조금 더 걱정되기는 하지만.
‘뭐 별일 있겠어.’
스케줄은 오늘이 마지막으로 내일은 잠깐 회사에 들렀다가, 그 다음날에는 바로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나저나 요즘에는 계속 컨디션이 좋네. 저번에 있었던 일도 해결된 모양이고.”
“아...... 그렇죠.”
“해외 나가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다 처리해 줄 테니까.”
“공부는 잘하고 있고요?”
“...... 당연하지.”
“대답이 좀 느린 거 같은데.”
예진이 기분탓이라며 어깨를 잠깐 으쓱였거렸다. 나는 열심히 하라고 응원의 말을 덧붙였고.
확실히 예진도 각 나라에 갔을 시 할 수 있는 대처법이나 제2외국어, 그 외 다른 공부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으니까.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전부 미리미리 준비를 다 해놔서인지 조급한 건 없었다.
‘오늘은 새로 나왔다던 닭가슴살 먹어봐야지.’
뭘 먹을지 메뉴를 고민할 일이 없어진 건 조금 슬픈 일이었지만.
“좀 걸릴 거 같은데 한숨 자도 돼 이제.”
지잉ㅡ
예진이 말함과 동시에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오늘 촬영 장소가 꽤 먼 곳이었어서 이제 집에 가기까지 약 1시간 정도 남은 상태였고.
그나마 예진과 대화하면서 노래를 들은 지 1시간이 넘어 줄어든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많이 남은 건 변함없었다.
“졸리면 잘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터치하자
‘캐톡이네.’
미리보기로 와 있는 두 개의 캐톡을 읽기 위해서 잠금을 풀었다. 발신인은 예상했던 것처럼 송이.
사실 서아와는 현재 연락이 끊기다시피 되어 있어서 연락 올 사람은 이제 송이 한 명밖에 없었지만.
대화 내용은 담백하기 그지없었다.
송이: 혼자만 촬영 끝내기 있어? 난 오늘 밤에도 촬영 있는데
: 유감.
송이: 진짜 유감으로 만들어줘?
: ㅋㅋㅋㅋㅋㅋㅋ 미안. 촬영 힘내^^
송이: 뒤에 눈웃음 붙인 거 때문에 더 킹받아.
남이 본다면 되게 시답지 않은 얘기일 테지만 나한테는 이런 일상적인 대화가 재밌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던 도중 송이가 읽었는데도 답장을 안 했고.
‘다른 거 하나 보네.’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끊겼다.
캐톡을 주고받은지 고작 5분밖에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은 남은 시간.
예진과 다시 대화를 이어갈까 하다가 그냥 핸드폰을 내려놓고 목에 대충 올려놨던 목베개를 옆으로 빼내 머리를 기댔다.
: 나 잔다. 촬영 수고
1이 사라지지 않은 대화창을 확인한 뒤 눈을 감았다. 핸드폰도 무음으로 바꿔놓고.
몸을 뒤척이다가 결국 쉽게 잠들지 못해 도착하기 한 15분 전에야 잠깐 눈 붙인 거 같지만.
‘이제 일에 집중해야지.’
이런 잡념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한 번 더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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