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chapter 127. 파란만장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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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명이요?”
“응. 사실 100만 명은 빠르게 달성했었는데...... 200만 명은 달성한 지는 이제 한 4일 정도 됐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팬미팅 댄스 영상이 올라간 지도 꽤 시간이 지났고, 딱히 들어갈 일이 없어서 보지를 않았으니까.
너튜브 구독자 수 200만 명.
‘고작 영상 하나 올라가 있을 뿐인데.’
그 숫자의 가치를 짐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이라니.
다른 너튜브들과 비교했을 때도 굉장히 이례적이겠지.
200만 명이라는 숫자가 기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매했다.
이미 아웃스타그램에 너튜브 업로드 계획은 아예 없다고 대못을 박아놨으니까. 실제로 지금은 활동하기에 바빴다.
“에이전시에서는 뭐래요?”
“100만 명 넘었을 때부터 얘기는 나왔는데, 회사 쪽에서는 어떻게든 잘해서 홍보수단으로 쓸 생각인 거 같아. 네 생각은 어때?”
“으음......”
“사실 네 의사가 제일 중요해서 아직 확정된 건 없어.”
그렇다는 말은 내가 지금 여기서 하는 말이 곧 회사로 가는 다이렉트라는 거였다.
‘너튜브?’
확실히 영상 하나에 200만 명이라는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정을 그냥 두기에는 아깝고.
모델의 너튜브 활동이 제한되는 건 아니었지만, 보이지 않는 선이라고 해야 하나.
너튜브가 됐든 뭐가 됐든, 이미지가 잘못 소비되면 자연스레 불러주는 곳이 없기 마련이었다.
영상은 여러모로 쉽게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까.
의도한 것들도, 의도하지 않은 것들도 모두 영상으로 박제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하지만 지레 겁먹어서 시도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뭐든지 해보는 게 좋지.’
너튜브 또한 잘만 이용하면 뛰어난 홍보수단 중 하나였다.
실패를 염두에 두고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성공을 목표로 하고 시작을 하는 게 좋으니.
“너튜브 운영에 있어서는 저도 긍정적인 편이에요. 다만 이미지에는 타격이 안 가게 철저하게 준비해서 하고 싶네요.”
“오, 나는 네가 안 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 번 해보는 거죠 뭐.”
나는 쇼파에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
그러자 예진은 내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회사에 전해주겠다며 핸드폰을 들었고.
나는 다시 한번 너튜브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줬다.
약간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싶은지도 간단하게 말하고, 주의해야 할 것들이라든지.
그렇게 한참 예진과 너튜브 외에도 에이전시부터로 온 안건들이나 연락들을 하나둘씩 들으면서 토의했다.
지이잉ㅡ 지잉ㅡ
“누구예요?”
갑작스럽게 핸드폰 진동음이 울리기 전까지는.
국제전화도 아닐뿐더러, 아예 모르는 전화번호로 온 전화였지만 예진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예진이 통화하는 걸 지켜봤고, 보기에는 일단 예진이 상대방에게 몇 번 더 되묻거나 확인하는 거 같았는데......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건가?’
얼마 안 있어 전화가 끊기자마자 예진이 피곤하다는 듯 나를 보면서 말했다.
“내일이랑 모레, 촬영 펑크 났대.”
“와.”
정말이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중국에서의 첫 스타트였다.
****
일본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바로 중국으로 이동했다.
패션계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만 막대한 인구수, 또 상류층들이 소비하는 명품을 생각하면 그 판은 꽤나 컸고.
예술을 추구할 거라면 유럽으로, 돈을 벌 거면 중국으로라는 말이 패션업계에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중국에서 있지 않는데 그 이유는
‘짝퉁이 너무 많으니까.’
가짜, 모조품, 유사품, 이미테이션.
너무나도 당당하게 정품이 아닌 것들을 판매하고 그것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서.
아무튼, 나는 모델로 온 것이니 곱게 촬영만 하고 가면 됐다. 패션지 두 곳에 실릴 화보 촬영인데.
“이틀 동안 완전히 시간이 비어버렸네요.”
“타이트하게 안 잡아서 다른 일정에 무리는 없어. 이틀 동안 머물면서 드는 비용은 따로 주겠다고 하는데......”
“돈이 문제는 아니죠.”
“그렇지.”
어쩔 수 없었다.
‘이틀 쉰다고 생각해야지.’
얘기를 들어보니 촬영을 하기로 했었던 잡지사 내부의 문제로 촬영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아 펑크가 났다고 한다.
근데 그런 걸로 이틀이나 펑크가 나기에는 또 쉽지 않은데.
‘역시 중국인가.’
결국 우리는 오늘 내일, 이틀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고민하기로 했다.
처음 중국에 오는 거기도 하고 이틀 내내 방 안에 틀어박혀 있기에는 조금 아까우니까.
“관광한다는 생각으로 근처 번화가 잠깐 갔다가 백화점이나 가죠.”
“좋아.”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일단 사람이 많은 곳 위주로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돌아다니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그렇게 각자의 방에서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스크는 딱히 필요 없겠죠?”
“...... 혹시 모르니까 챙기자. 뭔가 불길해.”
“알겠어요.”
예진의 불길하다는 말에 다시 방으로 들어가 검은색 마스크를 챙겨 나왔다. 마스크 쓰면 답답하기는 한데, 일단 가지고만 있어야지.
오늘의 옷은 깔끔하게 셀린느의 착장으로 전부 다 깔맞춤, 포인트로 액세서리들을 착용했다.
액세서리는 항상 가져오기만 하고 잘 착용하지를 않아서 몇 개 없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따 백화점 가서 괜찮은 반지 하나 있으면 사던가 해야겠다.
적어도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은 정품일 테니.
“사람 많네.”
“그러게요.”
호텔 근처에 있는 번화가.
건물도 많고 가게도 많고 사람도 많았다. 확실히 정신없는 풍경.
우리는 일단 적당히 둘러볼 생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라다가 신기해 보이거나 들어가고 싶은 가게가 있으면 들어갔는데.
번화가에 입성한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 스타벅스 가자.”
“콜.”
방전됐다.
돌아다니느라 힘들어서? 아니.
“...... 명함이 이게 다 몇 개야.”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사람을 상대하는데 지쳐서,
스타벅스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이 진짜인 것처럼, 우리는 빠르게 카운터에서 음료 두 개를 주문한 뒤 2층에 자리 잡았다.
‘기 빨려.’
전부 다 예진이 상대하기는 했지만 길거리에서 사람을 상대하다가 지칠 줄은 몰랐지.
조금 걸으려고 하면 옆에서 또 누가 다가와서 말을 걸고, 좀 구경하나 싶으면 또 누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한 세 명쯤 왔을 때는 챙겨왔었던 마스크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변하는 건 없었고.
‘그나마 마스크를 써서 덜 온 거라고 위안을 얻어야지.’
충분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두 번, 세 번 계속 말하는데 도망치듯이 빠져나온 적도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뭐라고 하는지 전부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명함을 주고 간 사람들은 전부 캐스팅 관련일 거고, 그 외 사람들은 모르겠다. 번호라도 따려고 온 건가.
그럴 때마다 예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예진을 보고 또 계속 내게 말을 걸면서 막무가내로 굴기도 했었고.
어느새 예진에게 남아있는 건 네 개의 명함이었다.
“이따 갈 때 버려요.”
“그래.”
뭐하는 곳인지 찾아볼 마음도 안 든다.
‘백화점 가면 안 이러겠지.’
한국에서도 몇 번 당해보지 않은 길거리 캐스팅을 중국에서 이렇게 많이 받아볼 줄이야.
지잉ㅡ
“내가 가져올게.”
“같이 가요.”
진동벨이 울리자 우리 둘 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모르니까, 예진과 함께 움직이는 게 낫지.
그렇게 1층으로 가서 음료 두 잔을 들고 오고, 자리로 돌아와 음료를 한 모금 마시자
‘이제야 살 거 같네.’
예진도 똑같은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거 같았지만, 별 수 있나.
“빨리 마시고 백화점이나 가요.”
“그게 낫겠다.”
“밥도 거기서 먹고 오죠.”
“맛있는 걸로?”
“당연한 말씀.”
어차피 내일도 쉬는 날이다.
내일은 다음날이 촬영이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오늘까지는 괜찮으니까.
그리고 백화점에서 먹을 음식이 아마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가 될 거다.
우리는 아까 길거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대화를 나눴고, 어느새 아메리카노를 다 마신 예진의 잔이 눈에 띈 반면에
내 잔에는 음료가 1/3 정도 남아있었다.
“이제 가죠.”
“다 안 마셔?”
“네. 버리려고요.”
“아까운데......”
“아까울 게 따로 있죠.”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 없이 정리하면서 남아있던 음료는 버렸다.
받았었던 명함들도 같이 쓰레기통으로 향했고.
여기서 백화점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큰길로 가서 택시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건 차로 이동할 수 있게 사전에 준비해놓는 예진 덕분에 이동하는 건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대중교통 안 타본 지도 오래네.’
백화점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가 또 중국어로 무어라 말했지만 알아들을 리 없는 우리는
“sorry”
이 말 하나 내뱉는 게 전부였다. 제발 아무도 우리에게 말 걸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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